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764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760)
“강력한 상아탑의 마법을 너에게 그대로 보여준단 말이지. 하지만 그걸 봤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면 아주 곤란한 일을 겪을 수 있어. 특히나 로그메이지라면 널 산채로 씹어서라도 그 마법을 캐내려 할 수도 있단 말이야. 왜냐고? 그야 마법사에게 상아탑의 마도서란 비전이나 마찬가지거든. 오랜 세월 동안 검증해온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마법, 그게 상아탑의 힘이니까. 어느 정도 알겠지?”
“에, 음, 어느 정도만요.”
파쿠란이 차분히 하는 말에 투란은 한숨처럼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한참 들은 이야기의 요점은 대도감에 무서운 마법이 담겨 있고 투란이 그걸 읽은 다음에 다른 마법사, 상아탑에 소속되지 않은 마법사에게 말하면 안 된다는 것뿐이잖은가!
“그러니까, 상아탑 마법사 아니면 도감에 있는 마법에 대해 말하지 말란 말이잖아요?”
“아니, 상아탑의 마법사에게도 말하지 말란 이야기지!”
“에? 상아탑의 마법사에게도? 왜요?”
“페브라에서 봤잖아. 상아탑의 마법사가 전부 홀시딘 같지 않다고. 단지 그랜드 마스터가 아니란 이야기가 아냐, 멍청하고 바보스럽고 무능하면서도 유능한 척하는 녀석들도 많이 있다고. 상아탑의 등급체계는 그런 녀석들에게 대도감의 내용을 전부 읽게 하질 않아. 한데 네가 그런 것을 읽을 수 있다고 한다면, 그 녀석들은 로드메이지보다 더 발광해서 널 어떻게 해보려 할 수도 있어. 그러니까…….”
“대도감을 읽어도 거기 뭐가 있는가 다른 사람에게는 아예 말을 말란 이야기에요?”
살짝 힘이 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리듯이 투란이 물었다.
한데 파쿠란은 이번에도 고개를 저으며 대꾸한다.
“등급을 확인하고, 그중에서 노말 표기가 된 것만 말하란 거야. 그 노말 등급은 상아탑에서도 완전히 공개해 둔 거니까 말이지. 그래, 대도감을 펼치고…… 잠깐 검이란 항목을 열어봐. 그래, 검…… 거기서 저주받은 검을 찾아봐, 그러면 뭘 보고 저주받은 검이라 하는가 대강 개념부터 설명하잖아. 그래, 거기…… 그런 부분은 노말 표기가 된 거야. 그렇지만 거기서 하나 더 하면…… 솔로얀의 저주받은 검, 이라고 찾아보면…… 봐, 표기된 부분에 줄이 가 있고 시크릿이라고 되어 있잖아. 그 부분은 말하지 말란 거지.”
투란은 가만히 설명을 들으면서 대도감을 펼쳤고, 찾으라고 한 항목을 찾았다.
거기서 파쿠란이 말한 대로 솔로얀의 저주받은 검이란 항목을 찾아 읽으려 하니, 인쇄(印刷)된 문자 곁으로 둥실둥실 구름과 연기 같은 이지러짐이 흘러나오면서 시크릿이란 표시가 드러나고 있었다.
그 표시, 둥실대는 무늬를 보다가 문득 투란은 알아차렸다.
상아탑의 대도감 부분은 페이지의 하얀 바탕에 하얀 무늬가 겹쳐진 듯이 맴돌고 있지만, 켈 데릭의 가게 특판품의 내용이 드러나는 부분은 은근히 짙은 회색에 어떤 무늬도 없다!
두 가지 도감이 각자의 내용을 표기, 인쇄하는 부분을 완연이 다른 형태로 드러내는 셈이었다.
이를 알아차린 다음, 바로 갸웃하면서 투란이 묻는다.
“켈 데릭의 도감은 괜찮은 거예요? 막 떠들고 이야기해도?”
“그러다가 무슨 일이 생겨도 켈 데릭이나 그 상회의 형제들은 책임 안 지니까. 팔고 떠난 손님이 나중에 무슨 꼴이 난들, 물건 팔아치운 가게 주인이 신경 쓸 일은 아니잖아. 제대로 된 물품을 팔고, 값을 제대로 받았다면 그걸로 끝이지. 그래, 좀 매정하고 무신경하기는 해. 하지만 그 가게를 찾을 정도의 손님이라면, 다루지도 못할 것을 사가는 일이 거의 없을 거야. 애초에 손님을 가려 받는 가게니까. 툴로쉬가 우릴 끌고 가면서 잘 따라오라 했던 말 기억하지? 그 가게에 어울리지 않는 이는 그렇게 쫓아가다가 다른 곳으로 떨어져 나가게 되어 있어. 그게 그 가게를 지키는 대마법 중의 한 가지야. 어? 몰랐냐?”
“뭔 놈의 가게가 찾아오는 손님을 마법으로 걸러내요! 그런 거 알 리가 없잖아요!”
멍하니 듣다가 황당한 표정을 짓던 투란은 파쿠란이 ‘왜 그런 걸 눈치 못 챘어?’라는 말투로 묻는 말에 불끈하고 말았다.
키득거리는 웃음을 흘리면서 파쿠란이 말을 보탠다.
“투란, 마스터 홀시딘도 그 가게가 받지 않는 손님이야.”
“에? 으아, 굉장히 짜증 냈겠는데요? 짜증 안 냈어요?”
문득 궁금하다는 듯이 투란이 캐물었다.
파쿠란은 고개를 저었다.
“원래 그런 가게란 거 알고 있어서 별 기대도 안 하더라. 그래도 내가 들러볼 수 있다니까, 이것저것 목록 넘겨주고 대신 사다 줄 수 있으면 사다 달란 말은 했지만 말이야.”
“그건 그냥 파쿠란에게 심부름시킨 거잖아요!”
어이없어하며 투란이 투덜거렸다.
푸훗, 하는 웃음 사이로 파쿠란이 대꾸한다.
“나쁘지는 않았어. 그랜드 마스터가 그 가게를 바라보는 관점은 다른 마법사에게 여러모로 생각하게 하는 거니까 말이야.”
“이상한 말 하지 말고, 그래서 뭘 샀는데요? 마스터 홀시딘이 사다 달란 거, 파쿠란도 자기 몫으로 더 샀어요? 그럴 만하지 않았어요?”
투란의 호기심 어린 물음이 파쿠란을 끄덕이게 했다.
“그럴 만했어. 미처 생각 못 한 것도 찾아보게 했고 말이지. 아무튼, 그런 마법사의 도구가 설마 있을까 했었으니까. 아, 그 얘기는 됐고…… 투란, 대도감에 대해서는 일단 무조건 조심해서 그 내용을 발설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거, 잊으면 안 돼! 그리고 그 가게의 도감은…… 음, 투란 거기서 네가 꼭 찾아봐야 할 내용이 있어.”
“음? 꼭이요?”
투란은 갸웃했다.
파쿠란은 목소리를 낮춰서,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음에도 낮게 속삭이듯이 투란에게 말한다.
“솔직히 말해서 너랑 마스터 홀시딘이 무슨 재주를 부리고 있는 건지 나는 몰라. 몬스터 로드가 상급의 수준에 이르면 오러를 쓰기는 하지, 그렇지만 너처럼 아케인 브레이크를 다루고 제대로 된 오러 윌더 같은 재주를 부리는 것은 정상이 아니야. 그거 아주 특이한 거야. 어쩌면 네가 어떤 몬스터 로드의 비전을 얻은 것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중요한 것은…… 네가 사용한 아케인 브레이크는 아주 희귀하고 중요한 오러의 기술이란 거야. 그걸 사용할 수 있는 역량이니까, 투란 너는 다른 오러의 기술에 대해서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는 거야. 켈 데릭네의 도감에는 그런 오러의 기술이 기재되어 있어. 물론 상아탑이 평가하는 등급에 맞춰서 볼 수 있지. 그러니까 투란 너라면…….”
“뭘 찾아보면 되는데요? 오러 윌더가 한둘이 아니잖아요. 엄청나게 많은 내용이 잔뜩 있으면 그것도 흙더미 속에서 티끌 하나 찾는 짓이라고요! 구체적으로, 무슨 기술인가 이름이 있으면 제대로 알려줘요!”
빙빙 돌리려는 듯한 파쿠란의 말을 툭 자르며 투란이 말했다.
조금 미묘한 망설임이 파쿠란을 멈칫하게 했지만, 결국 투란의 요청에 응하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파쿠란이 대답한다.
“도적(盜賊)의 비보(祕寶).”
“에? 오러의 기술이 아니고 도적이 감춰둔 보물을 찾으라고요? 아니, 그런 것도 도감에 팍팍 실려 있다는 거예요? 어디가 보물을 감춰뒀는가까지?”
“투란, 보물을 찾아낸 누군가의 이야기가 공개되어 있다면 당연히 실려 있는 거잖아. 하지만 내가 찾으란 거는 그런 보물찾기가 아니고, 오러의 비전이야. 도적의 비보가 바로 오러를 활용하는 기술의 명칭이라고!”
“헐? 진짜요?”
투란은 황당해서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오러 윌더의 기술이라면 무슨 참살(斬殺)이라든가, 슬래쉬라든가 하는…… 주로 기사의 검격(劍擊)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았다. 굳이 검이 아니라면 몽둥이나 주먹질을 연상시키는 호칭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도적의 비보’라니, 무슨 오러의 기술이기에 저런 괴상한 이름을 붙여놨단 말인가.
파쿠란이 쓴웃음과 함께, 한층 더 신중하고 진지하게 낮은 목소리를 더 낮춰 속삭이듯이 투란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말한다.
“투란, 어디 가서 말하면 안 되는 거야. 도감에 얼마나 자세한 내용이 실려 있는지, 너 혼자 읽고 기억하고 간직해야 해. 함부로 그 호칭을 내뱉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아니, 그거 누가 들어도 오러가 아니라 무슨 도적왕의 보물이라도 될 걸로 착각하기 쉬운 거잖아요. 그런 걸…… 음?”
어이없어 대꾸하다가 투란이 눈살을 찌푸리면서 파쿠란을 바라봤다.
뭔가 덫에 걸린 짐승을 보는 사냥꾼처럼, 파쿠란이 히죽 웃으며 속삭인다.
“그래, 오랫동안 그렇게 알려져 있었어. 도적의 비보는 도적왕의 숨겨진 보물을 의미한다고 말이야. 어떤 면에서는 사실이었지. 도적왕이 숨겨둔 보물 중에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게 금은보석 같은 보물, 엄청난 마법을 간직한 아티팩트 따위가 아니란 것은 오랫동안 감춰져 있었고…… 지금도 세상에서 몇 명만이 그게 오러의 기술이란 것을 알아. 거기에 방금 투란 네가 포함된 거니까, 한 명 추가된 셈이야.”
“왜 알려준 건데요?”
인상을 팍팍 구기면서 투란이 물었다.
세상에는 때때로 모르는 편이 더 나은 일이 있으니까.
괜히 ‘도적의 비보’가 사실은 오러의 비전기술이란 것을 알아버린 것은 아닌가, 파쿠란의 태도를 보며 투란은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파쿠란은 살짝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미 비밀스러운 부분이 지나갔다는 듯이 대답한다.
“아케인 브레이크, 네가 사용한 아케인 브레이크도 그 일부니까.”
“에? 그건…….”
“맞아, 네 생각대로 아케인 브레이크는 한 종류가 아니니까 다른 오러의 비전기술일 수도 있지. 하지만 투란, 오러 마크에서 쥐어짜 낸 오러의 역량으로 그런 위력을 드러내는 아케인 브레이크는……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다른 것이 없어. 그러니까 나는 영문을 모르고, 어떻게 된 까닭인지 짐작도 못 하지만 너에게 자격이 있다는 것은 확인한 셈이야. 너라면 알아야 한다고 말이지. 도감에 기대한 만큼 많은 내용이 실려 있는가 어떤가 내가 확인 못 한 점은 유감이지만 말이야.”
“확인을 못 해요? 그 도감에서는 어쨌는데요? 거긴 안 나와요?”
투란은 파쿠란이 하는 말이 조금 이상해서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똑같이 켈 데릭의 가게에서 산 도감인데 투란의 것과 다르다는 뜻인가?
파쿠란이 고개를 저는 모습으로 대답한다.
“투란, 난 로열클래스가 아니야. 대도감처럼 도감도 실린 내용을 그 등급에 따라서 보여준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나는 그 비밀이 얼마큼 알려져 있고, 도감에 얼마나 실려 있는가 전혀 모른단 말이지. 적어도 내가 찾아본 부분에는 없었어. 그렇지만 넌 다르니까. 알아두란 거야.”
“흐흠…….”
투란은 갸웃하면서도 어느 정도 납득했다.
정말로 이 도감이란 것이 읽는 사람이 상아탑에서 어느 등급인가를 확인해서 보여주는 내용이 다르다면, 투란과 파쿠란이 읽는 내용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파쿠란이 경고했잖은가, 비밀스러운 내용을 읽었다면 그걸 다른 사람에게 떠들지 말라고!
―금방 배우는구나? 말해준 파쿠란까지 거기 포함하는 거냐.
드라고니아가 놀리듯이 말했다.
투란은 ‘당연하지!’라고 나오려는 말을 입을 다물어 막으면서 슬쩍 뭔가 깊이 생각하는 시늉을 했다.
이런 투란의 모습이 진지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태도로 보인 듯, 파쿠란은 살짝 한시름 놓는 얼굴로 다시 말을 잇는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 아무래도 이건 좀 지나친 생각은 아닐까 싶지만…… 그래도 투란이 네가 반드시 알아두는 게 좋을 것 같으니까, 몬스터 로드와 마법사의 관계, 몬스터 로드가 마법을 거부하는 방법, 그런 것에 대해서 틈나는 대로 찾아서 읽어둬. 어째서 세상에서 몬스터 로드는 마법을 훼방 놓고 깨부수기만 하는 걸로 알려졌는가, 투란 잘 찾아봐야 해.”
“늘 그랬던 거 아니었어요?”
투란이 어리둥절해서 바로 물었다.
몬스터 로드에게 웬만한 마법은 통하지 않는다, 몬스터 로드는 마법물품에 걸린 마법조차 망가뜨리기 일쑤이다…… 이런 이야기는 그냥 세상의 상식이 아니었던가?
파쿠란이 고개를 저었다.
“몬스터 로드인 로열클래스니까, 너는 더 자세한 이야기를 알아야 해. 옛날, 몬스터 로드와 마법사가 반드시 짝을 이루던 시대도 있었어. 어째서 그 시대가 끝을 맺게 되었는가…… 투란, 반드시 알아둬야 해. 너는 그 시대 이후로, 어쩌면 또다시 마법사와 짝을 이룬 몬스터 로드의 첫 번째일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이해할 수 없는 말에 투란은 계속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드라고니아가 그런 투란에게 한숨이라도 쏟아붓듯이 말한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면 그냥 있는 줄 알아! 나중에 찾아보면 되잖아. 뭘 그리 갸웃갸웃하냐고! 바보처럼 보이잖냐!
‘모르는 걸 모른다고 하는데 뭐가 바보스러워! 모르는 걸 아는 척하는 놈이 바보라고! 그런 것도 모르는 바보야!’
마음 깊은 곳을 향해 으르렁거리면서도 투란의 입은 파쿠란을 향해 묻는 말을 쏟아내고 있으니…….
“뭔지 모르지만 찾아는 볼게요. 그런데…… 몬스터 로드에게 쓸 만한 이야기는 추천 안 해요? 별거 아닌 것 같은 몬스터지만 알고 보니 쓸모가 아주 많다더라, 뭐 그런 이야기 중에 찾아볼 만한 몬스터가 뭐가 있다더라…… 아, 근데 그게 도감에 실려 있네, 뭐 그런 거 없어요?”
살살 조르는 말이었다.
파쿠란은 웃음과 함께 몇 가지를 일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