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769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765)
숨을 고르며 투란은 가만히 드라고니아의 이야기를 마음에 간직하며 되새길 수밖에 없었다. 냉정하게 돌아보면 드라고니아는 투란에게 가급적이면 ‘작은 돌’을 쓰지 말라고 격하게 말려왔고, 그 뒤에 남겨진 광경을 유난 떨면서 지켜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오늘에 와서 권하고 있었다, 그냥 ‘작은 돌’을 심장에 품은 채로 있어도 괜찮다 하고 있었다.
단순히 변덕을 부린다고 성질내기 전에 투란은 드라고니아가 ‘작은 돌’을 다루는 솜씨를 진심으로 인정하고 있으면서, 한편으로는 ‘작은 돌’을 들키지 않을 대책 또한 이미 생각해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혹시 홀시딘이 눈치채거나 하지는 않았을까? 어쨌든 그 자리에 있었잖아.’
일단 확인부터 해보는 투란이었다.
―아니, 전혀 모르고 있을 거다. 아라크녹스의 왕이 등장했다는 것조차 모르는 채니까. 그 안에서 어떤 사투가 벌어졌는가 주의할 여력이 없었다고 해야겠지. 거미 군단을 끝내기 위해 동원한 마법이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니 말이야. 뭐, 그랜드 마스터가 된 지금이라면 그런 상황에서 조금 여유가 있을 수도 있겠다만, 그때는 결코 아니었어.
‘감시하고 있었냐?’
투란은 어이없어 확언하는 드라고니아에게 다시 묻고 말았다.
조금 으쓱하는 낌새를 담은 대답이 바로 나온다.
―감시가 아니라 경계였지. 하지만 설혹 봤다고 해도 마그마 로드의 핑계를 댈 수 있으니까 상관없는 일이었어. 용암이 부글부글 끓으며 바위를 녹이는 광경이 늪과 닮았다고 해서 그걸 몬스터인 늪이라고 판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야.
자신감이 넘쳐나는 말투에 투란은 어이없었고 쓴웃음이 저절로 입가에 매달리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어쨌든 간에 드라고니아가 비록 그 몸을 내주지는 않아도 윌 라이트를 기반으로 온갖 일에 관심 갖고 투란을 지키는 데 성의를 다한다는 점은 고마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마법사에 대해 대비하는 것은 몬스터 로드에게 너무 까다롭기도 하고…… 투란에게는 매우 귀찮은 일이니까!
그래서 투란은 조금 생각하다가 바로 묻고 말았다.
‘들키지 않고 작은 돌…… 스웜 하트의 능력을 발휘할 방법, 궁리해놓은 거 있지?’
―도감에도 나와 있다만, 세상에는 늪의 형태를 한 몬스터가 여기저기 많이 있고 그런 몬스터를 삼킨 몬스터 로드가 이곳저곳에 꽤 있을 거다. 우선 추천하자면, 둥실둥실 떠다니면서 먹이를 덮쳐 잡아먹는 하늘 늪, 짐승이나 사람 모양으로 어기적거리고 걷다가 확 가라앉으면서 대상을 포획하는 걸어다니는 늪이 나름 적절하지 않나 싶군. 불타는 늪은…… 사방에 불 지르니 좀 아니잖아? 옮겨 다니는 능력이 없기도 하지만 말이야.
머뭇거림 없이, 거침없이 나오는 대답은 투란을 납득시켰다.
굳이 ‘작은 돌’을 드러낼 필요가 없었다.
그저 늪의 형상을 한 몬스터를 삼켰다 하면 된다!
아니, 아예 진짜 삼켜둔 다음에 그 특성을 살짝 바꿔 써도 상관없다!
‘작은 돌’이라면 어떤 늪을 삼키든, 투란에게 복종하고 제어되는 새로운 늪으로 다시 태어나게 할 테니까!
‘그러면…… 그건 천천히 찾아보기로 하고…… 너, 또 다른 거 감추는 거 없어?’
나름대로 납득하면서도 투란은 살짝 드라고니아를 향해 새로운 의심을 품었다는 듯이 물었다. 이에 대한 대답은 아주 당당하게 나오고 있으니…….
―없어. 내가 또 뭔가 감추고 말하지 않은 것 있는 것 같으냐? 그럼 말해봐, 뭘 내가 또 감추고 있는가를!
그냥 배 째고 싶으면 한번 째보라는 배짱이 가득한 드라고니아였다.
기막히기는 했지만, 투란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째고 싶어도 쨀 배가 있을 몸통도 제대로 볼 수 없으니, 이 배짱을 당장 추궁할 수도 없었고…… 뭔가 단서를 찾을 때까지는 그러려니 넘길 수밖에 없다! 제대로 단서가 없이 하는 말에는 이 배짱이 강철 벽처럼 튼튼한 드라고니아가 꿈쩍도 않을 것이 너무 뻔하다!
‘그래,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말하고 나니 살짝 억울한 투란이었다.
나중 찾는 녀석 치고 대단한 놈 없다는 몬스터 헌터들 사이의 비아냥이 저절로 투란의 뇌리를 두들겨 패고, 자신은 맞는다는 기분이 참으로 분하다!
하지만 일단 투란은 ‘작은 돌’에 대해 책갈피를 만들고서 다시 숨을 고르며 자신의 풍경을 느릿하니 기억에서 되새기면서 생각했다. 자신이 삼켜 형성하는 몬스터, 키린에게서 배운 대로 완전히 제어하고 있지만 여전히 뭐라 설명할 수는 없는 그 엄청난 능력들…… 혹은 전혀 몰랐어도 투란 스스로 찾아내서 아주 잘 부려먹고 있는 몬스터…….
“악마의 심장, 관련된 특이한 이야기…… 중요한 이야기를 보여줘.”
―음? 그건 왜? 거기에 대해서는 너 이미 알 것 다 알고 있는데? 아니, 다른 누구도 너만큼 그걸 알지는 못할걸?
드라고니아가 갸웃했다.
너무 넉살 좋은 그 태도에 투란은 입술을 삐죽이면서 대꾸하지 않고 도감이 펼쳐내는 새로운 페이지에 눈길을 줬다. 이런 투란의 기대에 호응하듯 페이지의 첫 부분부터 심상찮은 내용이 튀어나오고 있었으니…….
⚫ 악마(惡魔)의 화신(化身) 중 한 가지.
⚫ 악마의 화신을 모두 모으면 진정한 악마의 형상을 얻을 수 있다 한다.
⚫ 악마의 심장은 달리 섀도우 하트로 불리며 그런 특성을 갖췄으나, 현재에는 전혀 그 특징을 발휘하지 못하는 식물형 몬스터로 분류되며 사냥 난이도조차 최하 수준으로 평가된다.
⚫ 사냥법이 널리 알려진 탓에 너무 저평가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 짐승이나 몬스터의 심장을 삼킨 악마의 심장은 나름 위험한 몬스터이나, 삼킨 짐승과 몬스터의 수준이 높을 리가 없어서 최하급의 위험이 하급의 위험이 될 뿐이다. 위험도가 살짝 올라가도 여전히 불에 터무니없이 약하다.
⚫ 섀도우 하트의 등장은 고대 악마와의 전쟁 이후로 없는 것으로 알려짐.
“악마의 화신?”
죽 읽어내려가다가 투란은 다시 첫 부분으로 눈길을 옮겼다.
―몰라?
드라고니아가 의아한 듯 물었다.
‘이거 무슨 계통 분류야? 악마의 날개라면야 당연히 들어본 적은 있지만…… 무슨 화신이란 소리로 묶어 말하는 거는 들은 적 없는데? 아, 잠깐! 그거 설마 악마의 몸통 이야기인가? 그 몸통을 화신이라고 한다는 말인가? 그러면…… 이 악마의 화신이란 것이 악마의 어쩌고 하는 몬스터들을 하나로 몰아서 말하는 건가?’
―네가 아는 악마의 어쩌고 몬스터가 몇 가지냐? 그것부터 확인해야 얘기가 될 것 같군.
혀를 차듯이 드라고니아가 물었다.
투란은 눈을 끔벅하고 슬쩍 목이 뻐근하다는 듯이 돌리면서 흘리듯이 대답한다.
‘어, 악마의 심장이랑…… 음, 악마의 날개랑…… 으흠…… 음…… 그 정도?’
―달랑 둘이냐! 정말 그것 말고 전혀 몰라? 악마의 유산까지 얻은 놈이 아는 게 결국 그게 다야? 그러냐? 진짜로?
으르렁거리듯이 보채는 드라고니아였다.
뭔가 아까 추궁당한 분풀이라도 하는 듯한 낌새였지만, 투란은 웅얼거리는 태도로 다시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악마의 어쩌고 하는 놈들이 잔뜩 있다는 말은 들었다고! 화신이라고 해도 그런 거 아닌가 했는데, 다른 것들이 그 화신의 한 가지니 뭐니 하니 헷갈리는 것뿐이야! 그래서, 또 뭐가 있는데? 말 안 해? 도감 찾아봐?’
―흠? 흠…… 찾아보는 것이 괜찮겠군. 과연 악마의 화신이란 몇 가지나 되는가, 내가 아는 거랑 비교해보고 싶군!
‘갑자기 도감이랑 싸우고 싶은 거냐? 어휴!’
한숨 쉬는 시늉을 하면서도 투란의 입에서 나온 소리는 드라고니아의 말이랑 다를 바가 없었으니…….
“악마의 화신이 뭐지? 몇 가지나 되는지, 뭐가 있는지 알고 싶어.”
도감은 잔소리 없이 바로 응하여 다른 페이지를 펼쳐 보여줬다.
⚫ 악마의 화신, 그 기원이 고대 악마의 비술이라 일컬어지는 몬스터 계열.
⚫ 악마의 눈, 악마의 손톱, 악마의 심장, 악마의 날개, 악마의 다리. 모두 다섯 가지를 악마의 화신으로 통칭한다.
⚫ 악마의 눈은 흔히 데빌 아이, 보석눈알로 알려져 있다. 보석이란 형태 때문에 가끔 보석상에서 거래되는 경우도 있어 주의해야 함.
⚫ 악마의 손톱은 블러드 네일, 핏방울 손톱이라고도 하며 희귀종으로 분류. 날카롭기로는 최상, 최강의 손톱이라 평가된다. 드레이크의 비늘도 썰어냈다는 기록이 있음.
⚫ 악마의 심장, 최하최저 등급의 몬스터 구근(球根)으로 늪지대나 습지에서 광범위하게 발견된다. 섀도우 하트 발현이 거의 없는 탓.
⚫ 악마의 날개, 중상에서 중하등급까지 다양한 몬스터에게 들러붙은 듯이 발현된 채로 발견된다. 갈고리발톱이 도드라진 가죽 날개 형상이면 쉽게 악마의 날개라고 부르는 경향도 있어서, 진짜 악마의 날개인가 아닌가를 판별하는 것이 난감할 지경.
⚫ 악마의 다리, 이족(二足) 혹은 사족(四足) 형태 어느 쪽으로든 상관없이 발현되는 경향이 있다. 이 또한 악마의 날개처럼 다양한 몬스터에게 들러붙어 발현되기에 진짜인가 가짜인가 판별하는 것이 난감하다.
투란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간결하게 종류만 나열해 드러낸 듯한데, 어째 그 내용이 쉽지가 않아 뒷골이 땅기는 기분이었다.
‘여기서 하나씩 짚어보면 자세한 설명이 나오겠지?’
―그렇겠지. 왜? 짚어보기 싫어? 귀찮아?
미묘하게 놀리는 말투로 드라고니아가 묻고 있었다.
한숨이라도 쉬는 기분을 담아 투란이 투덜거린다.
‘한 가지는 아예 희귀종이고, 두 가지는…… 진짜 가짜 구분하기 어렵다잖아! 게다가…… 보석상은 뭐냐고, 몬스터를 보석상에서 찾으란 거냐고! 눈깔꽃을 꽃밭에서 찾으란 말보다 더 황당하잖아!’
―모아서 악마의 화신을 만들어 보게?
드라고니아가 키득거리며, 또 쓸데없는 생각을 한다고 놀리는 듯이 물었다.
입술을 삐죽이면서 투란이 대답한다.
‘섀도우 하트가 되는 악마의 심장처럼, 딴 것도 보기랑 다른 뭔가가 있을 수 있잖아. 그런 거 궁금하잖아! 당연히 궁금해야잖아! 아, 잠깐…… 악마의 화신 다섯 가지가 결국 악마의 비술로 만들어졌다면…… 나, 혹시 이미 악마의 화신을 갖고 있는 거 아닌가?’
―그 육체공방에서 얻은 것 중에 악마의 심장 같은 거 있었냐? 없었잖아. 거기 있었던 놈이랑 이 도감에 나오는 악마의 화신을 꾸민 악마 놈이랑은 아마 종족이 전혀 다를 거라 생각하는 것이 좋을걸.
‘그러려나…… 아, 그래도 이 악마의 날개는 그 잉칼의 날개가 맞을 것 같은데?’
―음? 흠…… 그럴 수도 있겠군. 온갖 다양한 것에 날개씨앗을 심어뒀을 테니까. 그중에서 다음 세대에 전해진 것도 있을 수 있군. 하지만 그렇다면, 이 악마의 화신은 엉터리란 이야기가 되잖아.
‘어? 왜 엉터리?’
―악마의 화신은 하나의 완전한 악마, 그 몸을 의미하니까. 하지만 잉칼의 일족인가 하는 놈들은 오직 날개씨앗만 전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놈들이라고. 그러니 악마의 화신의 일부로 포함될 리가 없잖아.
‘날개씨앗을 얻은 다른 악마 일족이 그걸 자신들의 것으로 바꿨다면? 날아다닌다는 이점을 얻기 위해 일부러…… 잉칼 일족이 그리 쉬운 놈들은 아니었으려나?’
―가정은 여러 가지를 해볼 수 있겠지. 하지만 적어도 이 도감에서 지칭하는 악마의 날개는 네가 육체공방에서 얻은 잉칼 일족의 날개는 아니라고 보는 편이 안전할 것 같군.
‘음? 안전?’
―괜히 이상한 짓 한다고 섞지 말란 말이다! 화신의 한 가지가 아닌데 왜 안되느냐고 섞으려다가 험한 꼴 겪을 수 있으니까.
‘에, 뭐…… 그렇기는 하네. 그럼, 그렇다 치고……. 이것도 하나씩 찾기는 글렀으니까 또 다른 거나 봐야겠네.’
뒷머리를 긁적대면서 투란은 일단 ‘악마의 화신’을 기억해 두고 다음에 뭘 찾아볼까를 생각했다. 휙휙 넘기는 탓인가, 투란은 별 고민 없이 다음 것을 정했고 바로 도감을 향해 소리 내어 묻는다.
“고르고니아. 찾아줘.”
펄럭, 파라락.
⚫ 세 자매.
⚫ 고대 소환술의 절정, 그 위험성을 분명히 드러내는 본보기로 자주 거론된다.
⚫ 세 자매는 스테노아, 유렐리아, 메듀시아로 지칭되며 여성형이라 하기는 하지만, 그 뒤틀린 형태에서 여성의 형태를 느끼기란 힘들다.
⚫ 스테노아, 행방불명.
⚫ 유렐리아, 춤추는 산맥 북부 설산지역에서 간혹 발견됨.
⚫ 메듀시아, 춤추는 산맥 북방 황무지 폐허의 미궁에 거처.
끼이익, 캬아악.
갑작스럽게 문장 깊은 곳에서 울려나오는 괴성(怪聲)이 투란의 마음을 찢어발기겠다는 듯이 울려퍼졌다.
―투란?
드라고니아가 놀랐고, 투란은 더 놀라서 괴성의 원인을 찾아 문장의 풍경을 들여다봐야 했다.
원인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고르고니아, 스테노아가 두 눈을 부릅뜬 채로 그 풍경 속에서 투란에게 포효(咆哮)…… 간절하고 애처롭게 절규(絶叫)하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