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774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770)
―무색(無色) 단계의 저급한 마법은 몬스터 로드에게도 일단 저질러놓는다더니, 그런 경우인가!
‘응? 뭔 소리야, 그게?’
―몬스터 로드가 마법에 반발하는 것은 저항이지, 뭔가 몸 밖에서 침투하려는 힘에 대한 자연스러운 저항에 고유마력이 실리면서 마법을 부수는 거야. 하지만 그저 스쳐가는 바람처럼, 너무 하찮아서 그냥 둬도 될 듯한 경우라면 몬스터 로드의 고유마력도 크게 반발하지 않아. 그 하찮음을 색이 없다는 말로 표현하기에 아주 저급한 무색 단계의 마법이라고 부르는 거다만…… 레더 가드라면, 마법사의 수준에 따라 가죽 수준이 달라지니 무색이라 하기는 좀 그렇다만…….
‘견습이 쓰면 무색이란 얘기? 흐흠, 딱 맞아떨어지기는 하네.’
―그보다 스테노아는 이제 괜찮은 거냐? 너 갑자기 너무 멀쩡해진 것 같다만?
‘아, 결심했으니까.’
숨을 크게 들이쉬면서 투란은 시알라와 페란드, 멜란드와 주고받는 이야기에 잠시 더 집중했다. 주로 뭔 마법이기에 사람에게 숯칠을 해놓고 마무리 짓는가에 대한 의아함이 가득한 이야기였다. 더불어 늦게 온 페란드에게 해자 거리에서 터진 사건에 대한 간단한 설명도 더해져 있었고, 덕분에 페란드도 가시도치와 비늘가시나무에 폭혈화를 곁들여 쓰는 부분에 대해 말할 수 있었다.
“상당히 지독한 수단이잖아. 하지만 버리기 아깝기도 한 강력한 힘이지. 웬만해서는 꽃가루 얘기는 아예 하지 않는 쪽이 좋다는 생각에 동감해. 멜란드가 조심해서, 조심하는 척 말고 진짜로 조심하란 말이야! 아무튼 웬만하면 꺼내지 않기로 하면 간직해도 좋다고 생각해. 투란, 세 번째라도 있는 거야?”
새로운 뭔가를 얻었다는, 얻게 된다는 생각에 좋아라 하는 멜란드를 향해 몇 번 눈을 흘기고 잔소리를 하고 나서 페란드가 투란에게 묻고 있었다.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투란이 대답한다.
“응! 이건 좀 애매하기는 한데, 고블린 위키드! 위키드 파워를 얻는다고 해도 제대로 벼락이나 불꽃을 뿌려댈 수는 없어서 그냥 넘기는 경우가 많잖아. 그런데 그 위키드 파워가 반 푼이라도 쓸모가 있을 수가 있다는 거야. 그런 고블린을 트릭스터, 고블린 트릭스터라고 한다는 말이 있어. 몬스터 에센스를 삼키고 바로 쓸 수 있는 재주는 없지만, 덫잡이가 덫을 다루는 것처럼 다양하게 쓰는 방법이 있는 모양이야. 그러니까…… 고블린 부루탈만 잡지 말고 위키드도 노려봐. 트릭스터에 대한 이야기도 퍼브에서 모으다 보면 뭔가 쓸 만한 것이 나올지 모르니까. 이게 세 번째야. 자, 그리고…… 시알라, 바구니! 달걀 바구니 같은 거 빈 걸로 하나 줘!”
“바구니?”
시알라는 갸웃하면서도 바로 바 옆으로, 부엌 쪽을 뒤져서 빈 바구니를 찾아 투란에게 넘겨줬다. 페란드와 멜란드가 그 꼴을 보다가 ‘바구니?’ ‘왜?’ 하며 갸웃거렸지만 투란은 빈 바구니를 손에 들고 재빨리 일어서며 말한다.
“잠깐만, 방에 다녀올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쏜살같이 움직였기에 시알라와 두 형제는 맹하니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곧 포기한 표정으로 고개를 젓고는 투란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이야기를 나누니…….
“멜란드, 당분간은 집에 있는 게 어떠냐? 조심했다고 해도 누군가 매에 대해서 물으러 올 수 있으니까. 투란이 말한 아이언 가드라도 갖추고 나서 움직이는 편이 좋지 않겠어? 그거, 제란드가 몇 번 사냥 나가면 바로 챙겨올 수 있을 것 같으니 말이야. 뭘 한다 해도 준비가 끝난 다음에 하는 편이 좋잖아? 누나는 어떻게 생각해?”
페란드가 먼저 의견을 내고 있었다.
멜란드는 바로 눈살을 찌푸린 채로 말한다.
“왜 또 집이야! 내가 뭔 어린애야? 자꾸 집 안에 가둬두려 하냐고! 정말로 나가 살까? 누나도 형도 간섭이 너무 심하잖아! 나가서 말썽 피우지 않는다고, 진짜!”
“어린애는 아니지. 그래, 상아탑의 견습 마법사도 우러러보는 멜란드 님이 어린애일 수는 없지.”
시알라가 멜란드를 지그시 바라보며 하는 말이었다.
멜란드가 얼굴이 붉어지는 사이, 페란드가 눈을 부릅뜨며 ‘……님?’이라 되뇌었다.
시알라는 그런 둘을 훑어보는 시늉을 하면서 말을 잇는다.
“일단 비전을 얻었으니, 그걸 갖추는 것 먼저라는 부분은 나도 찬성. 멜란드, 꽃 이전에 얻은 거는 고블린 부루탈의 어깨, 팔뚝이었지? 적당히 쓰기에는 좋지만 제대로 쓰기는 힘든 거잖아. 힘을 억제하다가 실패할 경우의 위험이 너무 커. 우리 사정이 그렇게 다 들통내놓고 있을 수도 없으니까. 하지만…… 이 큰 녀석이 집 안에서 꿍얼거리는 꼴은 내가 못 보겠다! 징그럽다고! 나가서 뭘 하든 해! 멀리 가서 딴 살림 차리는 거는 무슨 사고를 칠까 몰라 허락 못 하겠지만, 어쨌든 눈길 닿는 곳에서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못 볼 꼴이라 섬뜩하다만, 그래도 그게 낫잖아! 그렇지, 페란드?”
길어진 누나의 말에 페란드는 슬쩍 눈길을 돌린 채로 고개만 끄덕였다.
멜란드 또한 여기서 반대하거나 거슬리는 말을 하면 형편이 나빠진다는 것을 깨달은 듯, 한편으로는 시알라가 불필요한 구속을 하지 않겠다고 하니 굳이 고개를 저을 필요가 없다 여기고 냉큼 끄덕끄덕했다.
그러다가 세 남매는 바구니를 들고 돌아오는 투란을 봤는데, 바구니 안에 금색의 알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어디서 갑자기 작은 새의 알이라도 잔뜩 주워 옮겨온 것인가 싶어 보던 시알라가 먼저 그 금색의 광택에 대한 의문을 토해낸다.
“황금알?”
페란드도 눈을 가늘게 하고 찡긋거리다가 말한다.
“진짜 금처럼 보이는데?”
멜란드는 아예 코를 킁킁거리다가 어처구니없는지 새는 소리를 내니…….
“황금알을 낳는 새가 진짜 있었어? 뭔 새야? 이 정도 알이면, 메추리? 제비? 그보다는 더 큰가? 아니, 작은가?”
한창 진지하게 앞으로의 일에 대해 의논하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날아간 듯했다.
그렇게 작은 새알 크기의 황금알을 잔뜩 담아온 투란이 바구니를 바 위에 올려놓으면서 말한다.
“그냥 알 모양으로 만든 것뿐이야. 어? 아니, 담요 금전은 아니고…… 어쩌다 구한 금덩이가 좀 있었어! 아무튼! 이거는…….”
―악마의 항아리에서 꺼낸 세모난 금덩이가 이상해 보인다고 하나씩 꽉꽉 쥐고 다듬어서…… 입 대신에 손으로 삼켰다 뱉은 알이라고 고백하시지?
훼방 놓듯이 드라고니아가 투란의 뇌리를 울리는 말을 쏟아냈다.
방금 방 안에 들어가서 투란이 한 일이기는 했다.
하지만 보여주지 않으려고 들어갔다 나온 투란이 그런 고백을 할 리는 없다!
잠깐 두통이 난다는 듯이 손마디로 눈가를 꾹꾹 누르면서 투란은 숨을 고르는 척하며 잠시 말을 멈췄다가 이을 뿐이었다.
“황금매, 아니, 금빛매의 쉼터가 제대로 된 퍼브가 되기 전에 돈 떨어져서 망하면 안 되잖아. 시알라도 아직 이것저것 연습 중이니까. 은빛매의 대장간도 마찬가지고 말이야. 암튼, 이것저것 하려다 보면 돈 들어갈 때 많으니까 거기 보태 쓰라고 내놓는 거야. 내가 어디 갔다 오니 여기 전혀 다른 사람이 주인입네 하고 내 방 따윈 모르겠네 하는 거 보기 싫어! 그니까…….”
“잠깐, 투란.”
시알라가 눈가를 실룩이면서 듣다가 손을 들며 투란의 말을 멈추게 했다. 그리고 바로 노려보는 눈길로 투란에게 묻는다.
“지금 얘기는, 내가 멍청하게 우리 집을 말아먹는 일을 막기 위해 황금알 한 바구니를 미리 맡긴다는 거야? 그런 거야? 응, 내가 그렇게 엉망진창인 퍼브 마스터로 보였다, 이거야?”
“아니, 절대로 그런 거는 아니고!”
움찔하면서 슬슬 몸을 뒤로 젖히며 시알라랑 간격을 더 넓게 두는 태도로 투란이 버벅거리면서 일단 부정했다. 페란드가 그 꼴을 보다가 불쑥 말하는데…….
“엉망진창이기는 하지…… 아직은 그렇잖아? 하지만 그래도 지금 쌓아놓은 돈을 다 날리고 저 바구니 황금알까지 손댈 정도로 누나가 낭비가 심하지는…… 않을 거지, 누나?”
묘하게 냉소적인 말투가 투란의 말이 완전히 잘못된 방향을 잡은 것은 아니라고 두둔하는 듯한 소리였다.
투란은 안도를 해야 하는지, 아니면 불난 곳에 기름 바른 마른 장작을 들이댄다고 울컥해야 할지 애매해서 페란드를 보며 ‘그게 뭐야!’ 하는 눈길을 보냈다. 시알라도 ‘이제 뭔 소리를!’이라며 험하게 노려보는 시늉을 하는데, 멜란드가 바를 가볍게 두드리면서 말한다.
“잠깐, 누나랑 형 조용히 해봐! 요점이 빗나갔어!”
“어? 요점?”
“뭔 요점이 빗나가!”
페란드와 시알라가 동시에 막내를 향해 의아함과 으르렁거림을 토해냈다.
멜란드는 한숨을 쉬며 투란에게 묻는다.
“투란, 어딜 간다는 게 뭔 소리야? 얼마나 오랫동안 떠나 있을 건데 이런 준비부터 하는 거야?”
시알라와 페란드가 ‘어라?’ 하는 표정으로 눈을 부릅떴다.
황금알과 함께 주절거린 투란의 말이 쿡쿡 가슴을 쑤시는 탓에 흘려들은 부분, 멜란드가 그걸 정확히 짚고 있었으니까.
투란은 실실 웃음을 흘리는 채로, 진짜냐고 바라보는 시알라와 페란드를 둘러보면서 멜란드의 물음에 답한다.
“어. 반드시, 꼭 가서 만날 녀석이 어디 있는가 알아냈거든. 설마 알게 될 날이 있을까 했는데, 어떻게 알게 되었어. 웬만하면 며칠 있다가 가려 했는데, 아무래도 웬만하게 며칠 있을 수도 없을 것 같아서 빨리 가려고. 빨리 가야 빨리 돌아올 수 있을 테니까.”
어느새 차분해진 자세로 귀를 기울이던 시알라가 궐련을 바에 대고 끄면서 입술을 달싹이는데…….
“사냥? 사람?”
간단하면서도 많은 것이 압축된 물음이었다.
투란은 아까보다 더 솔직한 웃음을 띨 수밖에 없었다.
시알라나 페란드, 멜란드…… 지금 자리에 없지만 제란드 역시도 몬스터 로드로서 생각하는 일에 익숙해져 있었다. 몬스터 로드가 ‘반드시’라든가 ‘꼭’이라고 덧붙이는 일은 미뤄둔 것이 아니라 품고 있는 몬스터와 관계있을 거라고!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몬스터 로드가 될 수밖에 없는 삶, 그 꼬일 대로 꼬인 삶에 누군가 끼어 있다면 ‘반드시’ 찾아가서 셈을 맞춰놔야 할 일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저런 일들이 따로 있을 수도 있는데…….
그런 몇 가지 상황을 가정해서 두 가지로 압축해 시알라가 묻고 있는 것이다. 신중한 그 말투 속에는 여차하면 투란 홀로 보내지 않고 남매가 따라갈 수도 있다는 의지 또한 분명했다. 몬스터가 가득한 곳이라면 투란 홀로가 나을지라도, 알드바인과 같은 도시의 일이라면 투란 곁에 누군가 있는 것이 더 좋으므로!
페란드와 멜란드 역시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 시알라와 같은, 조금 다를지라도 아주 닮은 생각을 품었다는 것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므로 투란은 확실하게 말해야 했다.
“사냥. 기한은…… 나도 몰라. 오가는 거리도 꽤 멀고, 비슷한 것을 잡는 데 두어 달 잠복하고 지켜보기만 했던 적이 있으니까…… 음, 그래서 말인데 갔다 와서 여기가 많이 변한 거는 괜찮아. 시알라가 퍼브를 하고, 페란드가 대장간을 하고, 제란드가 사냥터를 잡고 오가고, 멜란드가…… 어, 멜란드가…… 뭘 하더라도 암튼 하고 있겠지?”
“나만 그냥 쳐 노는 멍청이였냐!”
기대하며 귀를 쫑긋하던 멜란드가 곧장 으르렁거렸다.
시알라와 페란드가 한숨을 쉬고, 투란은 키득거리면서 말을 잇는다.
“멜란드 님을 그렇게 생각할 리가 없잖아요오오? 흐흣! 에헤헷, 다녀오고 나면 멜란드가 뭘 하는가 확실히 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 어쨌든…… 아, 페란드에게 부탁해야겠네! 하클 영감한테 내가 일감 맡겨놨는데, 그 할배 은근히 낭비가 심하거든. 페란드가 가끔 들러서 일 배운다는 핑계로 돈 좀 대줘. 이거 몇 알이면 그 할배, 망하지 않고 내게 줄 거 다 만들 수 있을 거야. 음, 그리고…… 검은빛 청둥오리랑 아머 젤리는…… 내 몫까지 잡아다 보관 좀 해줄 수 있어? 해자 거리 일도 어떻게 되었나 나중에 자세히 듣고 싶으니까, 자세히 좀 알아두고 말이야? 어때?”
길게 이어지는 이야기인 듯했지만, 두서없이 이런저런 것을 마구 짚는 말이었기에 듣는 세 남매가 온갖 표정을 짓게 했다. 하지만 그 말에 담긴 요점은 분명히 알 수 있었기에 시알라는 대답할 수 있었다.
“투란, 바로 떠날 만큼 집중해야 하는 일이잖아. 다른 생각 하지 마. 꼭 혼자 가야 하는 일인가부터 생각하라고, 정말 혼자 가야 하는 거야?”
“응. 이건 누굴 데려갈 수가 없어. 꼭 혼자 해야 해.”
투란의 대답은 엄격하고 단호했다.
페란드는 눈가를 찌푸리며 아쉬워하는 누나를 흘깃하고 묻는다.
“필요한 장비는? 따로 가져가야 할 것은 뭐가 있지? 식량이나 식수는 어쩔 거야?”
“어? 아…… 없어도 될 것 같은데? 아무래도 그 주변에서 챙겨야 할 것 같아. 도시의 냄새가 배어 있는 거는 뭐든 곤란한 일을 부를 것 같으니까.”
투란은 머리를 긁적이면서 대답했다.
바로 멜란드가 고개를 저으면서 말한다.
“많이는 아니더라도 밀포나 육포, 마실 물은 챙겨가. 그 배낭이면 곤란할 일도 없잖아? 그쪽 상황에 적응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왔다 갔다 하는 동안에 꼭 사정 좋을 수는 없잖아. 제란드 형은 반나절 사냥 나가면서도 한 달치씩 챙겨간다니까!”
“으? 반나절 가면서? 진짜? 으아, 그건 좀 심하네…….”
투란이 살짝 고개를 저으며 대꾸했다.
페란드가 더 세게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준비가 심한 경우는 없지! 이건…… 안타깝지만 멜란드 말이 맞아. 쓸 일이 없더라도 챙겨갈 수 있는 거는 다 챙겨가는 게 맞아.”
“아니, 형! 뭐가 안타까운데! 이상한 말 덧붙이지 말라고!”
멜란드가 으르렁거렸지만 페란드는 스윽 그 눈길을 외면할 뿐이었다.
투란은 푸훗 하고 웃음을 흘리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알았어, 적당히 챙겨서…… 다녀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