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777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773)
찌익, 살이 찢어지는 소리가 나며 투란의 팔뚝이 갈라졌다.
하지만 갈라진 틈새로는 뼈와 속살이 드러나는 대신에 전혀 다른 공간의 형태가 얌전히 드러날 뿐이었다. 맨살이 갈라지면서 느껴야 할 통증 또한 전혀 없기에 투란은 지체 없이 그 열린 공간 안에서, 블랙레온 곁에 얌전히 놓인 도감을 꺼냈다.
손바닥만 하게 접히고 얄팍해진 도감을 한 번 펼쳐서 크게 만든 다음에 투란은 잠시 주변에 널브러진 땅문어인가 아닌가 알 수 없는 몬스터와 수은이 흐르는 칼날강을 돌아봤다.
―왜? 역시 구운 김에 쉬었다 다 먹고 싶어?
또다시 드라고니아가 놀리는 소리를 흘렸다.
마치 투란이 쉬었으니 마저 먹을까 말까를 고민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듯.
‘구웠으니 마저 먹는 것도 괜찮겠지만…… 이 도감, 이렇게 물어보면 어떻게 대답하려나 궁금해졌어.’
―뭘 어떻게 물어?
드라고니아가 의아한 듯 바로 되물었다.
투란은 대답하지 않고 생각을 집중했다.
이 도감을 받고 나서 켈 데릭이 보여줬던 것, 드라고니아가 추측했던 것, 파쿠란이 듣고 와서 알려줬던 것…… 잠깐 데몬스 그라토에 머물면서 투란이 들춰봤던 매뉴얼의 일부분까지, 되새기듯이 떠올린 다음에 투란은 드레이크의 손톱 끝으로 도감을 두드리듯 긁어 로어 트럼프를 빼냈다.
투명한 로어 트럼프로 백금광채의 강을 겨냥하듯 하면서, 곁에 있던 해골 한 구를 앞으로 밀어 강과 함께 트럼프를 통해 볼 수 있도록 가늠한 다음에 투란은 이 풍경을 담도록 살짝 손톱 끝으로 두드렸다. 켈 데릭이 툴로쉬의 모습을 담았을 때처럼 로어 트럼프는 투란이 비추는 풍경을 담았고, 로어 트럼프를 도감에 겹쳐 올리면서 투란은 준비된 물음을 내놓는다.
“여기 이거, 여기는 어디고 이건 뭐지?”
톡톡, 풍경과 몬스터를 담은 트럼프를 두드리는 채로 묻는 말이었다.
바로 드라고니아가 놀라면서도 어이없는지 ‘허?’ 하는 소리를 내는데, 도감은 느릿느릿 펼쳐지면서 투란의 물음에 답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투란은 보다 선명하게 뇌리를 울려오는 드라고니아의 경악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헐? 그렇게 물어도 검색이 된다고!
펄럭!
⚫ 옛날 수은의 늪이 성장해서 강을 이룬 경우. 속성 자체가 더 이상 늪이라 할 수 없고 크고 길게 흐르는 강이 된 상태. 여전히 몬스터인가, 아니면 마수 쪽으로 변했다 해야 하나 단정 지을 수 없다.
⚫ 춤추는 산맥의 북부, 북서의 바로크 왕국과 북동의 브로큰 킹덤의 틈새에 광대하게 펼쳐진 황무지의 남부 경계를 그려내며 산맥의 안과 밖을 구분 짓는 지표(指標)로 거론되는 경우가 많다.
⚫ 별칭 칼날강, 유래는 그 안에 적응해서 서식하는 땅문어의 돌연변이가 수은을 머금은 촉수돌기를 이용해 강가에 접근한 대상을 절단하는 광경을 수시로 보인 것에서 기원한다.
⚫ 수은의 장대한 흐름 속에서 자연증발한 수은이 보이지 않는 안개 상태로 강의 주변에 방대하게 펼쳐져 있는 탓에 호흡을 보조하는 도구가 없을 경우, 수은에 중독되어 병든다. 애초에 수은대강의 수은은 몬스터로부터 기원한 탓에 그 독성은 단순한 수은 중독과도 다른 위협이다. 수은과 백여 미터 거리를 두고 그 안으로 접근하지 않는 편이 좋다.
⚫ 땅문어의 돌연변이, 수은대강이 확장할 무렵에 피하지 못하고 휩쓸린 땅문어가 변이한 것으로 공식적인 이름은 미정(未定). 실체를 파악 못 하고 드러난 바에 의해 칼날촉수로 속칭(俗稱)하는 경우가 많다.
⚫ 땅문어 고유의 능력이라는 크로마틱 포그를 잃었으나, 크로마틱 포그의 재료(材料)를 축적하는 몸의 기관은 그대로 갖추고 있다. 때문에 쌓인 재료가 그대로 체내에서 굳혀진 채로 넘쳐나서 내장이 늘어지고 살갗이 찢어진 채로 죽는 경우도 생겨날 지경.
⚫ 촉수의 끝, 돌기 형태가 수은을 머금어 날카롭게 변한 것은 추정할 수 없는 결과물이었고, 땅문어가 수은대강에 적응한 것 또한 예상할 수 없는 결과이나 현재 칼날강을 구성하는 삼대수족(三大水族)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독자적인 몬스터가 된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삼대……수족?”
투란이 웅얼거렸다.
도감은 바로 반응했다.
⚫ 칼날강이 삼대수족은 칼날촉수, 칼날지느러미, 칼날치의 셋을 일컫는다.
⚫ 수은의 강에서 벗어나지 않고 그 안에만 머물기에 수족(水族)이라 칭하며, 강의 상하류 모든 곳에서 쉽게 발견된다. 간혹 강을 거스르는 철갑괴어(鐵甲怪魚) 무리를 더해 사대수족이라 할 때도 있다.
투란은 페이지를 누른 채로, 조금 더 대담하게 묻는다.
“사대수족의 모양만, 트럼프에 담아서 그림만 따로 보여줘. 이 페이지는 그냥 계속 읽게 두고!”
―흠?
드라고니아가 ‘설마?’ 하듯이 짧은 의혹을 드러냈다.
도감은 투란의 요청에 거침없이 응할 뿐이었다.
페이지에서 돋아나듯, 수직으로 일어서듯 네 장의 로어 트럼프가 각각의 화상(畫像)을 머금고 튀어오른 것이다. 하나하나의 그림마다 한 귀퉁이에 명칭까지 또렷하게 새겨진 채로 착각할 수도 없었다.
그중에서 투란은 바로 칼날촉수라 속칭된다는 땅문어의 돌연변이를 봤고, 낯선 것 둘…… 칼날지느러미와 칼날치의 괴상한 몰골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 삼대수족보다 투란의 관심을 끈 것은 철갑괴어였다.
“이건…… 페란드가 삼켰던 그 쇠비늘 물고기?”
저절로 투란의 입에서 중얼거림이 흘러나왔고, 드라고니아가 바로 대꾸하며 경고를 더하고 있었다.
―그런 듯하다만, 그보다 새로운 녀석들이 아까 무슨 일이 있었나 모르고 기어나올 모양이다만, 도감 든 채로 썰리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어? 내가 썰린다고? 아, 도감 썰리지 않게 조심하라고.’
대충 대꾸하면서도 투란의 눈은…… 드레이크의 눈가에 까맣게 번져나가는 수많은 눈동자들은 바쁘게 주변을 살피고 도감에 가득 차오른 듯한 문자를 쉴 새 없이 훑어내고 있었다.
저편에서 새로 치솟은 칼날촉수는 투란이 있는 강가 주변을 장악하던 동족이 사라지자 그 자리를 대신 맡겠다는 듯이 슬금슬금 다가오는 모양으로 보였고, 그 너머로는 새로운 자리에 자신들이 낄 자리는 없냐는 듯이 휘어진 세모꼴의 지느러미가 백금의 물결 틈새를 휘저으며 솟아난 것이 보였다. 그보다 더 멀리로는 백금광채를 찢고 튀어나와 백금칼날을 날개처럼 펼친 길고 이상한 물고기가 보였는데, 어떤 녀석이라도 한두 마리 어쩌다 자취를 드러낸 것이 아니라 수십 마리가 와글와글하며 무리가 관심을 가득 갖고 있다는 상황을 알려주는 광경이었다.
―때려잡는 시간도 꽤 걸릴 것 같다만?
드라고니아가 조금 전에 투란이 열 대여섯 마리의 칼날촉수를 끌어당겨 하나씩 불 지르고 찢어발기고 후려잡은 짓을 되새겨주려는 듯이 말했다. 비늘이 어린 입꼬리를 치켜올리는 채로 투란은 도감을 접어 팔뚝 속으로 밀어넣으며 대꾸한다.
“철갑괴어는 없네…… 그럼, 나머지는 나중에 한가할 때 다시 보자.”
투란의 두 발은 옆에 잡아둔 칼날촉수를 한 마리씩 밟고 움켜쥐었고, 두 손도 앞발처럼 내리찍으며 칼날촉수를 움켜쥐었다. 그렇게 바싹 구워 수은을 증발시킨 상태로 잡아둔 것들을 네 발로 움켜쥔 꼴이 된 다음, 날개를 펼치며 쏜살같이 치솟는 투란이었다.
수은의 백금광채가 요동치는 강물 속에서 꾸물거리는 몬스터 무리가 뭘 어찌할 새가 없었다. 그저 강가에 뭐가 있었는가 구경만 하는 꼴이 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날아오른 투란이 그리 멀리 가지는 않았다.
―야, 왜 멈추는 거냐?
드라고니아가 기우뚱하니 치솟은 시커먼 바위 위편에 내려앉으며 구운 칼날촉수를 나란히 널어두는 투란에게 바로 물었다. 기둥처럼 굵직하면서도 높이 솟구친 바위는 조금 전 투란이 있던 곳에서 겨우 사, 오십여 미터 거리에 있었을 뿐이었다. 강가에서 꽤 떨어진 곳이고 칼날촉수가 닿지 않기는 하지만 그리 멀리 왔다는 생각은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처리하고 가야지.’
투란은 상쾌한 듯, 시커먼 바위의 폭을 가늠하고 이리저리 밟아보면서, 그 위에 불길도 간간이 왁왁 토해내면서 소리 없이 대답하고 있었다. 투란의 정령수 파이로가 곧바로 그 불길에 스며들어 바위 주변을 감싸는 불의 장벽을 일궈냈다. 이리 하는 짓을 보고 드라고니아가 질문을 바꿔 내놓는다.
―이 바위, 뭐냐? 애초에 드레이크 불길로 시커멓게 물들인 거냐?
‘응. 하늘에서 보고 확인한 것이 이거야. 이 근처의 지형은…… 그리 변하지 않았을 테니까. 여기라면 이정표가 되기 알맞아. 아마 몇 백 년 동안 이 바위 쉼터는 이 모양 그대로였을걸.’
―그래? 흐흠…….
드라고니아가 투란의 이야기에 상당히 의외란 듯이 놀란 낌새와 함께 생각에 잠겨들었다. 이를 알아차리면서 투란은 곧바로 칼날촉수 두 마리를 골라 몬스터 엠블럼으로 삼키기 시작했다.
붉은 고리가 드레이키의 앞발, 두 손바닥 사이의 검은 잉크 사이로 피어났고 억세게 움켜쥔 칼날촉수 두 마리의 시커멓게 채워진 안와 속으로 파고들었다. 시커먼 덩어리가 순식간에 붉어졌고, 허연 해골의 살갗 곳곳에 붉은 줄기가 실금처럼 번져 갔다. 그리고 곧 투란은 문장의 풍경을 심상에 담았는데…….
‘잉? 뭐야, 이거 왜 이렇게 축 늘어졌어? 이놈들, 설마 구워버리면 몬스터 에센스도 홀랑 날려먹는 놈들이었나!’
칼날촉수, 땅문어의 돌연변이로서 살아남은 몬스터가 푹 꺼진 형상으로 보이드 셸에 싸인 채로 둥실둥실하고 있었다.
―그거…… 물에서 빼서 말린 물고기처럼 보인다만?
투란이 심상을 통해 몬스터의 형상을 확인하고 놀라는 꼴을 보고 느낀 드라고니아가 놀리는 낌새 없이 진지하게 말했다. 그야말로 냉정한 관찰을 한 셈이었고, 이는 곧 투란의 눈길을 칼날강, 수은대강으로 돌아가게 했다.
찰랑이는 백금광채를 눈에 담으며 어렴풋이 떠오른 생각은 곧바로 투란에게 결론을 내리게 했다.
‘아, 이놈들…… 적응했구나. 적응해서 환경을 삼키고 사용하게 된 거야. 하지만 그 환경은 자기네 일부가 아니지.’
―호오? 꽤 빨리 눈치챈다? 웬일이냐?
조금 전의 진지한 말투를 싹 거둔 듯, 이번에는 대놓고 놀리는 시늉을 하며 드라고니아가 묻고 있었다.
한숨을 불길과 함께 뿜어내면서 투란이 대답한다.
“에잇, 썩을…… 하필이면 투석 개구리랑 닮은꼴이냐. 귀찮게…….”
―음? 투석……?
의아해하는 드라고니아에게 투란은 소리 없이 투덜거리는 채로 설명해야 했다.
‘기가둠, 그쪽의 거인 아저씨들이 가끔 만나는 거대한 개구리야. 입안에 바위를 머금고 있다가 툭툭 쏴붙이는 고약한 녀석들이래. 투석기처럼 돌덩이를 쏜다고 투석 개구리라고…… 그냥 그렇게 불러.’
―뭔지 알겠군. 정식 명칭도 그거랑 별로 다를 바가 없기는 하군.
‘정식……? 뭔데?’
―록 슈터.
투란은 별다를 바가 없다는 말에 바로 공감하며 할 말을 잃었다.
어찌 되었든 간에 바위 쏘는 놈이란 뜻이니까!
뭔가 보이는 그대로 이름 붙인 헌터들에게 심술이라도 부리는 것처럼 마법사들이 자신들의 용어로 몬스터를 설명한 것뿐이라니! 마법사들이 몬스터 이름을 괴상하게 꼬아 부른다고 헌터들이 투덜거리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어쩔 거냐? 수은대강에 몸을 담고 몬스터 칼날촉수의 힘을 느껴볼 거야? 괜한 짓 않고 그냥 없애 버릴 거냐?
‘……잠깐 생각 좀 해보고.’
록 슈터, 투석 개구리…… 뭐라 부르든 간에 그 개구리 모양 몬스터를 삼킨 몬스터 로드가 있기는 했었다. 소문에 따르면 본래 체격이 작은 사람이었는데, 그 작은 체격으로 인해 날이면 날마다 놀림감이 되는 처지라서 체격 키우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몬스터 로드가 되었고, 그 때문에 커다란 놈을 삼키겠노라고 기회를 찾던 중에 투석 개구리의 심장을 얻었다고 했다. 구워먹으면 맛있을 거란, 사실 몬스터이기는 하지만 은근히 구워먹을 수 있는 놈이란 소문이 퍼져 있는 투석 개구리였기에 동료들이 놀리면서 그런 말을 하고 넘긴 것인데, 그는 그걸 몬스터 엠블럼으로 삼켜 버렸다. 그리고 소원대로 거대한 체격을 지니게 되었다. 1미터 40센티의 키, 앙상한 몸을 2미터를 웃도는 키의 부푼 몸매로 바꿔버렸다는 것이다. 이는 몬스터 로드의 수많은 소문 속에서 최악의 경우를 따질 때 바로 꼽히는 사례가 되었다. 몬스터 로드가 몬스터의 영향을 받는다고 해도, 저렇게 극단적인 영향을 받는 일은 거의 없으니까. 혹시나 그냥 몬스터가 된 것이 아닌가 해서 신전으로 끌려가기도 했고, 문장을 봉인까지 해봤지만…… 커진 체격은 원래대로 줄어들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문장을 봉인하면 혀를 내밀어 뭘 집지 못하게 된 것이 몬스터의 힘을 봉인했다는 증거일 뿐이라 했는데…… 그 소문의 결론은 체격이 커진 몬스터 로드는 행복해졌고, 그를 놀려대던 주변 사람들은 매우 불행해졌다는 이야기였다.
그 복잡한 인생 이야기 속에서 투란의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체격이 어쩌고 하는 부분이 아니라, 그가 투석 개구리의 힘을 그대로 사용했다는 점이었다. 혀를 내밀어 바위를 휘감아 내던진다든가, 한 팔로 간단히 바위를 밀어 날린다든가. 본래 투석 개구리가 배 속에서 돌을 뿜어내는 듯한 광경은 재현하지 않았지만, 거대한 몬스터를 담은 자로서의 기량은 제대로 발휘했다는 것.
‘바위만 옆에 있으면 말이지…….’
투석 개구리에게는 바위 같은 중량을 갖춘 환경이, 칼날촉수에게는 몸 안팎을 드나들며 요동치는 수은의 강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