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805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801)
Chapter 161. 미궁 Ⅳ
네 자루 쇠몽둥이가 네 방향에서 사나운 이빨처럼 맞물리는 궤적을 그려내며 투란을 향해 휘둘러졌다. 어느 방향으로 피하든 최소한 한 자루는 투란에게 적중될 수밖에 없었고, 한 자루 쇠몽둥이의 타격은 투란을 세 자루가 골고루 두들길 수 있는 자리로 되돌려 놓을 터였다. 속도 또한 적절하게 맞춰진 탓에 하나씩 따로 피해내는 것 또한 봉쇄당한 상황이었다.
때문에 투란은 일단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원숭이도 무투술을 제법한다는 거지?’
순식간에 전후좌우, 사방을 점거하고 나타나 이런 몽둥이질이라니!
단순히 넷이 된 경우가 아니었다.
―투란!
감탄이 길어진다 여긴 듯, 드라고니아가 정신차리란 듯이 외쳤다.
투란은 더 생각하지 않았고 이 자리에 오기 위해 사용했던 ‘절규하는 마물’의 능력을 바로 사용했다.
타탕, 카아앙!
네 자루 쇠몽둥이가 허공을 휘젓다가 바닥을 찧다가 서로 부딪히는 요란한 소리를 냈다. 네 마리 하누크샤는 네 쌍의 눈을 부릅뜨면서 재빠르게 주변을 둘러봤다.
목표로 삼았던 적, 투란이 한순간에 그 자리에서 지워지듯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하누크샤 넷을 내려다보는 천장 한 곳에서 투란은 욕을 했다.
“저런 썩을 원숭이!”
쇠몽둥이를 피해서 튀어 올라와 저거노트의 환마상이 어찌 되었는가 보니, 저쪽 한편에서 또 한 마리의 하누크샤가 두 손으로 쥐고 열심히 비비적거리고 있었다.
투란을 공격하는 넷, 저거노트를 챙긴 하나까지 모두 다섯이나 되는 하누크샤였다.
그 다섯이 모두 각자의 역할을 적절하게 나눠 행하고 있으니 이 상황은 가볍게 여기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
드라고니아는 그런 하누크샤보다 먼저 투란의 몸에 대해 짚고 있었다.
―너, 몸이 달아올랐어! 그 거미 군단장의 능력은 지금 네 몸 크기로는 바람과 마주치는 것도 엄청난 마찰을 일으키고 파괴적인 효과를…….
이글이글, 투란의 몸이 열을 뿜어내는 듯하다가 검게 물들면서 차갑게 식었다.
투란이 이어 꺼낸 말 또한 아주 차가웠다.
‘이상한 생각 하지 말고, 저거 대체 무슨 속임수야? 그것부터 말해봐.’
마그마 로드의 살갗이 낼름 열기를 먹어치우면서 투란의 몸을 덮는 광경에 드라고니아는 무안한 낌새를 살짝 흘렸지만, 금세 떨쳐내고 이 물음에 답하고 있었다.
―속임수가 아냐. 저건 하누크샤의 비술(祕術)이라고 칭해지는 녀석의 특수한 능력, 속칭해서 분신술(分身術)이란 거다. 체모(體毛)의 숫자만큼 자신의 화신(化身)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하더군. 그 분화(分化)한 개체(個體)마다 독립적으로 활동도 가능하고, 저 쇠몽둥이 또한 분신술이 적용돼서 나눠진다.
‘썩을…….’
투란은 저편에서 저거노트가 다시 형상을 갖추는 광경을 흘깃 보면서, 듣고 있는 이야기도 꽤 대단하게 자신에게 나쁜 방향인 것을 알아차리면서 낯을 잔뜩 구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섯 마리 하누크샤는 제멋대로 두리번거리다가 천장에 붙은 투란을 발견했지만, 아래에서 데굴거리고 구르거나 혀를 내밀거나 손짓하며 비웃는 시늉만 하는 채로 다시 달려들어 공격할 낌새는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아무래도 아까 같은 기습이 아니면 다섯이라도 효과를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끝낸 모습이었다.
게다가 다시 형상을 갖춘 저거노트가 뿌우우 하는 소리를 우렁차게 울려대면서 먼저 투란을 향해 쳐들어오고 있으니, 하누크샤는 응원하고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나름 역할을 다하는 셈이었다. 어느 쪽이든 주의를 게을리하면 바로 험한 꼴을 겪어야 할 사람은 투란이니까!
거의 눈 깜박 두 번 하기도 전에 변해버린 상황 속에서 투란은 한숨부터 쉬었고, 괴력으로 바닥을 박차며 튀어 올라오는 저거노트에게 방향을 잡았다. 아무래도 분신술이니 뭐니 하는 괴상한 비술을 사용하는 환마 하누크샤를 단번에 잡을 방법은 보이지 않으니, 일단 저거노트를 묶어놓기부터 해야 했다. 하누크샤가 또 환마상으로 회수해서 복원할 수는 있겠지만, 저 히죽거리는 하얀 원숭이 모양의 환마부터 잡겠다고 하기에는 저거노트의 대책 없는 돌진이 상당히 거슬리니까.
―환마상만 만들지 못하게 하면 된다, 아예 하누크샤의 철봉이 닿지만 않게 해도 될 거야. 그런 짓을 아무렇게나 마구 하도록 되어 있지는 않을 테니까, 묶어놓고 용암 껍질이라도 씌워 격리하면 확실하겠지.
마찰에 의한 화상(火傷)을 따지던 것과 다르게 드라고니아가 보다 냉정하게 짚고 있었다.
‘역시…….’
투란의 생각도 별다를 바가 없었다.
그저 아직도 뒤엉켜서 낑낑거리는 나가락티와 가네시야는 풀려나지 않고 있다는 부분이 그나마 다행인 셈이었다.
끼아, 꺄꺄갹! 끼끼, 꺄아아!
그런데 다섯 마리 하누크샤가 짖는 소리가 멀리 메아리치는 듯하다가 저편에서 응답하듯이 우렁찬 또 다른 하누크샤의 외침이 돌아왔다.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가 동시에 울부짖는 듯한 소리였고, 그 위치는 바로 투란이 아는 곳이었다.
터엉!
“썩으으을!”
저거노트의 주먹을 피해 바닥에 내려서면서 투란이 꽥 소리쳤다.
하누크샤 둘이 저편에서 나가락티와 가네시야를 향해 송곳을 꽂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거노트의 경우를 참고해서 둘이 상황이 더 좋더라도 풀려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탓인 듯했다.
뿌우웃!
쿵, 콰앙!
콧바람으로 나팔소리를 뿜어내면서 저거노트가 그 뚱뚱하고 통통하며 거대한 몸으로 천장을 박차고 투란을 내리찍겠다고 하강했다. 발소리와 주먹질이 거의 동시에 암철의 바닥을 찍어누르는 굉음이 강렬하게 미궁의 7층을 질주하듯 펼쳐나갔다.
얌전히 맞아줄 까닭도, 기분도 아니기에 투란은 껑충 뛰어 피하면서 다시 두꺼운 두 다리에 힘을 주는 저거노트를 보면서 신속(迅速)하게 생각했다.
‘타우루스는 종류가 뭐든 저놈 힘을 견뎌내지 못해. 숲의 도움 없이는 무쇠뿔 오우거도 두어 대 맞으면 힘이 다 빠질 테고…… 이 좁은 곳에서 거인은 꺼내기도 애매하지만 꺼내봐야 물렁물렁한 살덩이 꼴로 두들겨 맞겠지…… 그냥 콱 용암으로 다 삼켜버려? 그다음에 왕의 거미줄로 둘둘 말아?’
생각의 마무리가 살짝 이성(理性)을 놔버리는 흉포한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잡는다 해도 몬스터 로드가 삼킬 수 없는 환마…… 투란의 기분은 좋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뿌우으읏! 터엉!
빗나간 저거노트의 주먹이 벽을 때리며 우렁찬 울림을 터뜨렸다.
속이 빈 거대한 대롱을 울리는 듯한 소리였다.
―이 벽도 열리는 모양이군. 안에는…… 타우루스가 있겠지?
드라고니아가 몸을 낮추며 다시 물러서는 투란에게 주변의 상황을 되새겨주듯이 말했다. 그러는 사이에 저거노트는 더욱 성질내면서 피하는 투란을 패겠다고 다가왔고, 하누크샤는 그 뒤에서 깡충깡충 뛰면서 꺄꺄거리며 열심히 구경하고 응원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아, 짜증 나!”
문득 생각을 멈춘 투란이 순수하게 지금 자신의 감정에 집중한 듯한 외침을 터뜨렸다. 굳이 그 까닭을 되짚을 필요는 없었다. 저거노트의 괴력에 적당히 맞설 것은 없었고, 과격하게 7층 전체를 휩쓸리게 하는 포악한 대처는 있었다. 한데 이 저거노트랑 저 하누크샤가 마치 투란이 어쩔 줄 모르고 도망친다고 좋아라 해서 열심히 달려들고 있는 분위기라니!
냅다 투란이 주먹을 내질렀다.
털가죽이 뒤집어 씌워지면서 타우루스 왕족의 힘이 집중된 주먹이었다.
뻐억! 우드득, 콰득.
투란은 주먹부터 팔꿈치까지 뼈가 시원하게 으스러지고 어깨가 뒤틀리면서 타우루스 왕족의 형상이 처절하게 격파당하는 것을 느껴야 했다. 다리와 허리가 타우루스 왕족의 형상이 아니었으니 버팀목이 약해서 밀린 것이라는 핑계도 댈 수가 없었다. 충돌하는 순간에 전해온 충격파에 저거노트의 괴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고 물러서거나 피할 수 없는 파괴의 권능이라도 드러내는 듯했으니까!
그러나 투란의 부서진 팔은 아무렇도 않게 뒤로 빠졌고, 다른 팔이 다시 주먹을 쥐고 저거노트의 또 다른 주먹에 맞서 휘둘러지고 있었다.
뻐억! 콰드득!
결과는 거의 똑같았다.
이번에는 타우루스 오리지널과 족장의 형상을 적당히 엮어서 강화시킨 채였는데, 아까보다 좋은 점이 하나도 없었다.
―뭐 하냐?
드라고니아가 투란이 다시 새로 주먹을 휘두르려는 것을 보며 어처구니없다는 기분을 가득 담아 물었다.
다시 내지르는 투란의 주먹은 무쇠뿔 오우거의 형상을 담은 채였고, 이번에는 어깨와 가슴언저리까지 확실하게 부풀어 오르며 뒷받침하는 채였다.
쿠웅, 와직!
타우루스의 주먹과 팔이 으스러지는 것과는 조금 다른 소리가 울렸다.
뼛속까지 붕괴되고 어깨가 부서지는 것은 그럭저럭 면했다는 증명처럼 울린 것이었으니, 그다지 크게 다른 결과는 아니었다. 무쇠뿔 오우거의 주먹이 움푹 으깨졌고, 손목과 팔꿈치, 어깨가 뒤틀리며 충분히 파괴된 것을 드러냈으니…… 억지로 한 번 더 내지를 수는 있지만, 그 결과는 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야, 하나씩 다 꺼내서 들이박아 볼 셈이냐?
드라고니아가 황당해하며 외쳐 물었다.
‘젠장, 오러 몽거만 쓸 수 있었어도!’
투란은 투덜거렸고, 망가진 무쇠뿔 오우거의 팔을 빼며 다시 새로운 형상을 갖춘 다른 손을 휘둘렀다. 그 새로운 손은 주먹질이 아닌 할퀴기를 시도했고, 저거노트에게서도 다른 반응을 끌어냈으니…….
뿌으읏, 크응! 크륵!
손톱이 닿기 전에 재빠르게 손을 빼며 저거노트가 주먹을 펴더니 움켜잡으려 하고 있었다.
‘흐음?’
―으음?
투란도 드라고니아도 지금 할퀴기를 시도한 드라고의 손톱에 새삼스러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부딪히면 계속 부서지고 있으니, 슬쩍 사납고 빠르게 좍좍 파이는 흔적이라도 보겠다고 할퀴려 한 것인데 어째 반응이 생각보다 더 효과가 있을 듯이 보이잖나.
투란은 물러서서 궁리하는 대신에 보다 빠르게 발을 내디디면서 두 팔 모두 드라고의 형상을 씌운 채로 손톱을 드러내고 할퀴기를 시도했다.
역시 저거노트는 그 손톱 끝을 피하면서 잡으려 들었다.
‘왜지?’
―처음 드라고한테 주먹질을 했었잖아?
투란과 드라고니아는 지금 저거노트의 반응이 처음과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며 그 까닭에 한층 더 의문을 품었다. 드라고의 형상으로 처음 맞닥뜨렸을 때는 분명히 중간에 엎어진 타우루스 무리를 짓밟으면서 주먹질을 하려 했던 녀석이 왜 지금 갑자기 잡겠다고 저러는가?
꺄아, 꺄꺄꺄! 뎅뎅, 뎅그랑!
하누크샤의 울음소리와 쇠막대가 엮이고 부딪히는 요란한 소리가 갑작스럽게 사방에서 울려퍼졌다. 동시에 투란은 자신과 저거노트를 둘러싸는 쇠창살이 생겨난 것을 볼 수 있었다.
―아…… 이놈들, 처음 네가 드라고의 모습으로 도약해서 사라진 것 때문에 이러는구만! 다시 도망치면 잡을 자신이 없는 거야.
드라고니아가 뒤늦게 상황분석을 맞췄다는 듯이 말했다.
투란에게는 매우 허탈한 이야기였다.
드라고의 손톱이 뭔가 특별해서 피하려 한 것이 아니란 뜻이잖은가.
결국 이렇게 손톱 세운 투란의 꼴만 우습게 된 것이잖은가.
“아오옷! 성질 돋우냐아아!”
두 손의 퍼런 비늘을 번뜩이면서, 투란은 어깨와 등짝, 허리로 바로 드라고의 형상을 퍼뜨리며 동작을 가속해서 저거노트의 코와 팔뚝, 상아, 턱 아래, 몸통을 가차 없이 두들겼다.
퍽, 퍼퍼퍽, 퍼퍽, 퍼억!
뿌읏? 뿌으응!
저거노트가 가볍게 콧김을 뿜어내며 전혀 맞은 일 없다는 듯이 다시 힘차게 주먹을 내질러왔다. 하누크샤의 쇠창살이 사방을 막았으니 이제는 안심하고 다시 두들겨 패겠다는 듯한 태도였다.
투란은 울화를 가득 담아 드라고의 주먹을 내질렀다.
쩌억.
철썩 달라붙는 소리가 심상치 않게 울렸지만, 뼈가 부서지고 팔이 으스러지는 분위기는 전혀 없었다.
“어?”
―헐?
뿌웃?
투란도, 드라고니아도, 저거노트도 의아한 듯이 잠깐 움찔했다.
꺄갸? 꺄갸, 꺄갸갸?
하누크샤도 수십 마리로 늘어난 채 쇠창살 틈새마다 얼굴을 들이밀며 무슨 일이냐고 묻는 듯한 소리를 냈다.
저거노트의 주먹과 마주친 드라고의 주먹…… 팔이 비늘을 곤두세우고 있었고 파란 빛깔이 더욱 깊고 영롱하게 번들거리면서 보석이라도 된 것처럼 광채를 머금고 있었다.
마치 저거노트의 괴력을 삼키면서 보석으로 변태(變態)하는 듯했다.
드라고니아가 이 기괴한 상황 속에서 가장 먼저 벗어난 듯, 신음 섞인 말을 토해내고 있었다.
―티란트…… 사파이어 티란트…….
뻑.
투란이 내지른 다른 주먹이 저거노트의 풍성한 볼에서 찰진 소리를 울렸다.
그리고 그 주먹의 비늘 또한 사파이어의 광채를 머금으며 보석처럼 변해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