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82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82)
숨 쉬기도 힘든 곳, 맞는 말이었다.
몬스터를 삼키려면, 자신을 지킬 능력이 필요한 곳, 진짜 그랬다.
그런데 오러의 힘으로 자신을 지킨다? 그럴 리가!
투란은 자신이 특별한 문장을 지녔다는 것을 키린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키린은 투란이 당연히 오러를 쓰는 줄 알았다.
“모, 몬스터 로드가 오러를 쓸 수 있는 거였어요!”
오러랑 닮은 비슷한 힘 그래서 투란은 그냥 ‘오러’라고 생각했지만, 키린은 지금 확신과 함께 시범을 보이고 있었다. 몬스터 엠블럼을 바탕으로 오러의 능력을 보여 주었다!
뭔가 생각난 듯도 하고, 뭔가 애매한 것에 대한 호기심도 가득한 채로 되묻은 투란의 모습은 키린을 조금 놀라게 했다.
“투란, 이런 걸 할 수 없다면 대체 어떻게 저 안에서 숨을 쉴 수 있었지?”
오러에 의한 가드 능력, 이는 오러 윌더가 숨을 쉴 수 없는 곳에서 숨을 쉬게 하고 볼 수 없는 곳에서 보게 하며 들을 수 없는 것을 듣게 하는 강화력의 기본이었다. 일단 생명으로 자신을 보존하고, 그 힘을 갈고닦아 사물에 적용하는 것이므로.
깊은 생각이 스쳐 가는 것을 확인하며 나오는 키린의 물음에 투란이 어정쩡하니, 방금 보여 줬던 더듬거리는 모습을 다시 보이면서 대답을 꺼낸다.
“그, 그게…… 아, 아하하…… 몬스터요, 몬스터를 유지하고 있으면 버틸 수 있어서 그렇게…….”
키린은 투란을 바라보면서 잠시 깊고 그윽한 눈빛을 반짝였다.
키린의 생각은 금방 정리되고 있었다.
‘둘 중 하나.’
투란이 몬스터 로드로서 오러의 능력을 발휘하면서도 깨닫지 못한 경우, 즉 대부분의 몬스터 로드에게 해당되는 경우. 아니면 방금 한 말 그대로 몬스터를 형성해서 그 능력으로 버틴 경우, 이는 투란이 몬스터 로드로서 아주 특별한 능력을 획득한 경우였다.
키린은 투란을 보고 가늠했다.
—그냥 죽여! 어느 쪽이든, 저 깊은 곳에서 견디고 버텼다는 것이 이미 이놈이 뱀의 왕족을 초월한 괴수란 뜻이잖아! 이런 걸 세상으로 내보낼 수는 없다!
‘아칸’의 외침은 무시했다.
“투란.”
가볍고 부드럽게 나오는 키린의 부름에 투란이 잠깐 움찔하다가 곧 한숨을 쉬면서 뭔가 체념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예.”
우물쭈물 무엇을 어찌 말해야 하는가 어려워하는 투란이었다.
키린이 잠시 고요한 웃음을 머금다가 말한다.
“몬스터 로드에게 몬스터를 유지하는 시간의 한계가 있다는 소리, 들은 적 있지?”
“……예.”
다시 깊은 한숨을 토해 내면서 투란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설명할 것이 있는데, 이걸 대체 어찌 말해야 할지 여전히 어려웠던 것이다.
키린의 말이 조용히 이어진다.
“그 때문에, 몬스터 로드가 몬스터를 제어하지 못하고 미쳐 날뛰더라도 얼마 뒤에는 지쳐 쓰러진다는 것도 알지?”
“어, 예.”
“이 근처에서 그렇게 지쳐 쓰러지면 죽을 수밖에 없어. 투란, 그래서 너를 보고 내가 이쪽으로 불러 도운 거였어. 한데 그러면서 정작 중요한 것은 제 때에 묻지 않은 것 같네. 투란, 넌 오러 몽거를 얼마나 유지하고 있었지?”
“그게…… 에, 그러니까 그게…… 며칠인지 잘…….”
“며칠?”
키린이 조금 억누른 목소리로 투란이 하는 말을 되짚었다.
투란은 그 이유를 마음 깊이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서둘러서 뭔가 말을 해야 했다. 그래서 바쁘게 투란이 손짓을 섞어 가며 말을 꺼낸다.
“아, 그러니까 사실은 제 문장이 좀 특별하게 변했거든요. 그래서 몬스터를 유지한 채로 잠도 잘 수 있고…… 그렇거든요! 그러니까 어, 유지 시간이 아주 많이 길다고 할 수가 있는 거겠죠?”
점점 황당해서 놀라는 쪽으로 기울어지는 키린의 표정에 투란의 말은 애매모호한 물음처럼 맺어지고 말았다.
잠깐의 침묵 뒤, 키린이 두 손으로 투란의 어깨를 잡고 흔들어 대면서 외침을 터뜨렸다.
“잠을 잔다고! 유지한 채로! 며칠 동안 오러 몽거를 유지한 채로 떠내려왔다고!”
그리고 그의 두 손이 허둥지둥 투란을 더듬는다.
“너 괜찮냐? 문장은 멀쩡한 거야? 아니, 그보다…… 특별하다고? 무슨 일이 있었는데?”
두서없고 정신없었다.
결국 머리를 앞뒤로 흔들거리다가 투란이 눈을 까뒤집을 듯 말 듯 한 상태가 되는 것을 보고서야 키린의 두 손이 투란을 놔줬다. 하지만 키린의 입에서는 급한 소리가 바로 이어져 나온다.
“야, 정신 차리고! 말을 해 봐!”
“그륵, 그러어어……니이이……까아 자, 자, 잠깐 숨 좀…….”
갑자기 붙잡은 손에서 놓여난 탓에 앉은 채로 허우적거리는 꼴이 된 투란이 겨우 말했다. 그리고 몇 차례 숨을 고르는 헛기침, 그다음에 고개를 든 투란은 이글거리면서 온갖 호기심과 궁금증을 가득 품은 키린의 눈빛에 움찔해야 했다.
이거 말 한마디 잘못하면, 살이 갈라지고 뼈가 파일 듯한 낌새잖은가!
그런데 대체 무엇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투란은 잔뜩 떠오르는 기억과 상황에 말문을 열기가 곤란했다.
게다가 조금 전 키린이 보였던 오러에 대한 호기심도 덩달아 질문으로 튀어나올 참이니, 도대체 어떤 것부터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하는가?
끙끙거리는 투란의 모습이 결국 키린을 웃게 했다.
“투란, 잠깐 숨을 고르고…….”
가만히 먼저 숨을 고르는 모습으로 키린이 권했고, 투란은 후욱하면서 따라 했다.
그 모습을 보며 키린이 잔잔하게 말을 잇는다.
“문장을 마음에 두고, 지금 여기에 내가 있다, 말해 봐.”
“에? 아, 지금…… 여기…… 내가 있다.”
잠깐 어리둥절하다가 눈빛이 강렬해지는 키린의 모습에 투란은 엉겁결에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좀 더, 분명하게 마음속에 몬스터 로드의 문장을 담고!”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한층 더 아리송한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투란은 키린의 말에 따라 마음속에 문장을 그리면서 중얼거렸다.
“지금 여기 내가 있다…… 어?”
두근!
가슴의 맥동은 투란이 보는 풍경을 뒤흔들었다.
투란은 한순간에 자신이 키린 아닌, 바로 눈앞에 있는 키린이 아닌 다른 풍경을 보는 것을 깨달았다. 이 풍경 속에는 자신의 손발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투란은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지금 이 풍경 속에 있다.
이 풍경이 바로 문장이다!
이 깨침은 곧 투란에게 이 풍경에 대한 기억을 선명하게 되새기게 해 줬다.
‘아, 그거로구나!’
갑자기 보였던 천칭의 형상.
투란은 지금 그 천칭을 보다 선명하고, 보다 화려하게 볼 수 있었다.
전에 없던 저울대와 저울접시가 몇 개 더 늘어나 있었다.
영문도 모르고 따라 한 몇 마디가 다시 이 풍경을 보게 하다니!
기묘한 느낌이 투란의 마음과 정신 깊이 스며들었다.
‘키린. 괴물 왕자님!’
두근.
“어?”
갑자기 투란의 눈앞에 눈빛을 반짝대는 키린이 보였다.
천칭의 문장이 보여 주던 풍경에서 느닷없이 눈앞으로 시야가 옮겨진 듯한 상황이니, 투란은 당황했다.
그런 투란을 향해 키린이 아주 즐거운 듯이 말한다.
“투란, 너 이미 문장의 심상을 지녔구나!”
“에? 문장…… 심상?”
“자, 그럼 따라 해 봐!”
“에? 예?”
그다음에 나오는 키린의 말에 투란은 더욱 어리둥절했다.
대체 심상은 뭐고, 뭘 따라 하라는 것인가?
아니, 그 이전에 어떻게 얼마 동안 홀랑 잊고 있던 그 풍경을 다시 투란이 볼 수 있게 해 준 것일까? 무엇 하나 제대로 알 수 없는 것뿐이고, 당황할 수밖에 없는 투란이었다.
키린은 그런 투란을 보채듯이 다시 기쁜 소리로 말을 잇는다.
“문장을 향해, 지금 여기 내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몬스터가 아닌 투란, 너 스스로를 꺼내 보는 거야! 몬스터를 꺼낼 때의 감각 그대로, 단지 몬스터를 꺼내는 것이 아니고, 지금 여기 있는 나, 바로 나를 꺼내는 것! 자, 집중해, 투란!”
굉장히 번뜩거리는 키린의 눈빛은 확실하게 투란을 압도하며, 정신 못 차리게 밀어붙이고 그 말에 따르도록 했다.
“지금 여기 있는 나, 나를 꺼내…….”
주르르 나오는 말 중에서 귀에 팍팍 꽂힌 부분을 되풀이하며 투란이 고스란히 그 말에 몰입되는 순간, 키린은 바로 볼 수 있었다. 투란의 몸에서 스산하게 흩어져 나오는, 텅 비고 비어서 아무것도 없는 듯한, 여리고 흐린 여백과도 같은 파문을!
그 파문과 함께 키린은 바로 울부짖는 것처럼 성질내는 ‘드라코눔의 아칸’을 느끼고 들어야 했다.
—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그냥 두면 영원히 몰랐을 텐데! 대체 왜 이놈에게 몬스터 로드의 비기를 전하는 거야! 오러를 자신의 의지로 다루는 몬스터 로드가 얼마나 위험한 놈인가는 카엘을 보면서 알 만큼 알지 않았나!
‘시꺼. 가만히 좀 있으라고. 카엘 아저씨가 자신을 잊고 미쳐 날뛰는 일은 없잖아? 그냥 가끔 생각나는 대로 장난치다가 말썽을 일으키는 것뿐이지.’
딱 부러지게 ‘드라코눔의 아칸’에게 반박하고, 키린은 스윽 한 손을 올렸다.
올린 손날이 바싹 세워졌고, 바로 투란의 머리통을 쪼개듯이 떨어졌다.
빠악!
“으엑!”
흐릿하고 여리게 흘러나오던, 주변을 모두 비워 버릴 듯한 파문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머리를 정통으로 맞고 나서 눈물을 찔끔대며 투란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는 순간이었다.
“누가 보이드를 꺼내래? 너, 투란! 바로 너! 팔다리를 달고 숨을 쉬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너! 너라고, 지금 여기 있는 너!”
“어? 보이드요? 이거, 오러 아녜요?”
“오러 맞아. 하지만 보이드의 성질을 잔뜩 띤, 너라고 하기는 힘든 오러지. 내가 꺼내란 것은 너, 지금 여기 있는 너라고! 투란, 보이드는 비어 있지만 너는 채워져 있잖아! 문장으로, 지금까지 삼킨 몬스터로, 너는 채워져 있다고! 그 너를 불러!”
“그, 그런가요?”
투란은 키린의 말을 제대로 납득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굉장히 강력하게, 정신을 압도하는 키린에게서 분명하게 느껴지는 뭔가가 있었다. 그 뭔가를 기어가며, 투란은 다시 키린의 말을 되풀이한다.
“채워진 나, 비어 있는 것이 아닌 채워진 나…….”
두근, 두근!
귓속에서 들려오는 맥동 소리와 함께 투란이 눈동자가 훤히 드러나도록 눈이 휘둥그렇게 뜨였다.
손발이 짜릿해지면서, 뭔가 두껍고 강해진 느낌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온몸을 누비며 번져 가는 강한 파문, 문장의 또렷한 느낌 속에서 뼈와 살, 피를 타고 구르는 듯한, 정말 빠르고 정교하게 맞물려 번지는 듯한 물처럼 흐르는 톱니바퀴가 온몸을 가득 채우는 느낌이었다.
투란에게는 아주 생소한,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서는 몇 차례 본 적이 있는 희미한 아지랑이와 같은 빛의 잔영이 몸을 덮고 있었다. 몸속에서 흘러나오며, 자신의 몸을 덮는 빛의 잔영을 향해 투란이 중얼거린다.
“오러…….”
키린이 가만히 투란의 두 손을 쥐었다.
투란의 손에 얽힌 여린 빛의 잔영 위로, 키린의 손에서 흘러나오는 보다 선명한 빛의 장막이 드리워졌다.
“그래, 이게 흔히 말하는 오러지. 지금 상태는 겨우 오러 윌더의 첫걸음, 패시브 모드를 활성화시켰을 뿐인 오러 가드라고 하는 거야. 오러 윌더의 기초 중에서도 기초라고 해야겠지. 어때, 투란? 좀 더 배워 볼래?”
“네! 배우고 싶어요!”
반짝반짝, 호기심과 즐거움이 가득한 눈빛을 흘리면서, 이제는 그 위로 빛의 잔영이 강하게 모여들어 엮이는 광채까지 일렁이면서 투란이 외쳐 대답했다.
키린은 방긋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 순간, 투란이 움찔했다.
어딘가 못된 장난을 칠 듯한 낌새가 저절로 배어 나오는 이 웃음은 뭔가?
본능적으로 ‘아, 이 사람 지금 위험한데!’ 하는 기분이 들게 하는 웃음을 왜 키린이 갑작스럽게 보여 주는가!
키린은 투란의 두 손을 꼭 쥐면서 차분하고, 고요하면서도 분명하게 입을 방긋거리면서 말을 토해 낸다.
“그러면, 투란…….”
“네, 네……?”
괜히 뭔가 선뜻하게 찔러 오는 듯한 느낌에 투란이 조금 달달거리면서 대꾸하는데, 키린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말투로 아주 평온하게 묻는다.
“이런 거 할 줄 모르면서, 어떻게 몬스터를 삼켜 온 거야?”
“에? 에…… 하하, 그게 저, 그러니까…….”
투란은 주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