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822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818)
‘우와, 발가락은 털가죽 덮인 채로 사람 발이네!’
투란은 아래를 흘깃하면서 소리 없이 외쳤다.
음무어엉!
괴성과 함께 미노타우루스가 손바닥으로 투란의 머리통을 후려쳐왔다.
키이잉!
시원한 회전음이 투란의 팔에서 울려나왔고 미노타우루스의 팔뚝이 절단되었다.
휘둘러져 오는 팔뚝이 피를 뿌리면서 투란의 눈앞을 스쳐갔다.
잘린 손목은 활짝 펼친 손과 함께 옆으로 튕겨 떨궈지고 있었다.
므으어흥!
미노타우루스는 멀쩡한 다른 손으로 밀쳐내는 주먹질을 해왔고, 투란은 시커먼 너클 블레이드를 펼친 때와 똑같이 시커먼 팜 블레이드를 펼쳐 그 주먹을 손으로 받아내듯이 찔렀다.
촤악, 촥!
마그마 로드의 형상을 기반으로 한 유틸리티 밴드가 발출한 칼날은 미노타우루스의 가죽과 살, 뼈를 물렁한 진흙처럼 거침없이 쪼개고 찢어발겼다.
므헝!
미노타우루스는 두 팔을 뒤로 빼며 어깨를 모으는가 싶더니 바로 뿔을 앞세운 박치기를 시도했다. 한 팔은 손목이 절단되고, 한 팔은 꿰뚫리고 찢겨 너덜거리는 상태에서 최대의 힘을 동원한 공격을 한 셈이었다.
투란은 이를 피하지 않고 똑같이 마주쳐갔다.
―야!
드라고니아가 어이없어할 때, 투란의 이마에서 시커먼 뿔이 돋아났고 미노타우루스의 두 뿔과 격돌했다.
쾅, 콰드득!
므흐응…….
미노타우루스가 뒤로 몸을 젖히다가 그대로 무릎을 꿇으면서 고개를 떨궜다.
흡사 무릎 꿇고 머리를 숙인 듯한 자세가 된 채로 미노타우루스는 몸을 바르르 떠는데, 코와 입에서 피를 쏟아내는 채로 더 이상 움직일 낌새가 없어 보였다.
―뭔 무식한 짓이야!
드라고니아가 타박하며 으르렁거렸다.
간단히 목을 베어버릴 수도 있었는데 대체 뭔 생각으로 뿔을 형성해서 박치기까지 하느냐고 따지는 듯한 말이었고, 지금 상황에서 매우 합리적인 핀잔이었지만 투란은 킁 하며 어딘가 거친 소와 같은 콧김을 뿜고 히죽거리는 시늉과 함께 대답한다.
‘타우루스의 본능. 이딴 놈에게 지고 싶지 않다, 뭐 그런 본능이 팍 치솟아서…….’
―정말로?
‘정말이야! 아, 그런데…… 이 오리지널, 왠지 다른 타우루스랑 많이 다른데? 변형이 막 끝나서 그런가? 고르곤 아이가 싱싱해서 그런가? 조금 낯설고…… 거슬린다는 기분이야. 타우루스 오리지널을 처음 만난 것도 아닌데…… 흐흠.’
―어차피 삼킬 거잖아? 삼켜놓고 생각하지그래?
언짢은 기분으로 비아냥거리고 싶다는 듯이 말하는 드라고니아였다.
투란은 고개를 이리저리 꺾는 시늉을 하면서 잘린 손목을 발끝으로 당겨 차올려 손으로 잡으면서 명쾌하게 그 말에 응했다.
‘좋은 생각이네.’
살짝 드라고니아가 기막혀하는 낌새를 풍길 때, 투란은 가차 없이 뇌수가 충격으로 으스러진 미노타우루스 머리에 절단된 그 손목을 얹으면서 핏빛 고리를 흘려넣었다. 반응은 꽤 격하고 빠르게 이뤄졌고, 두어 번 눈을 깜박여볼까 싶은 사이에 미노타우루스의 형체는 투명한 티끌이 되어 으스러졌다.
“어라?”
투란은 남은 잔해가 없는 것에 살짝 당황했다.
드라고니아도 동감하듯이 갸웃하는 말을 한다.
―이건…… 변형된 다음에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야 쇠를 삼키고 간직하는 건가? 바로 잡아버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겠는데?
‘아니, 뿔이나 발톱, 손톱은 배 속의 쇠랑 다르잖아!’
―그도 그렇다만…… 그러면 뭐 이리 깔끔한가는 전혀 짐작이 안 가는데?
‘젠장, 얌전하기도 하잖아.’
투란은 문장의 풍경 속에서 투명한 껍질에 쌓여 형성되는 미노타우루스, 타우루스 오리지널을 살피면서 혀를 찼다. 이 전에 삼킨 타우루스 오리지널과 지금 막 변형이 끝난 타우루스 오리지널, 미노타우루스의 정수는 기묘하게 어긋난 부분이 있는 것처럼 융합하지 않고 있었다.
―몬스터 에센스 자체가 다르다니, 이건 또 뭔가 알 수가 없군.
‘내 말이!’
툴툴거리는 입술 모양을 만들고 투란은 주변을 훑어봤다.
지금 막 저질러진 유혈의 흔적은 ‘천칭’의 핏빛 고리가 싹 쓸어담아서 지워진 채였다. 이 황금의 통로에는 투란 홀로 우두커니 선 채로 혼잣말하다가 징징거리는 듯한 상황이었다.
자신의 처지에 한숨을 쉬며 투란이 묻는다.
‘야, 어디까지 탐색…… 아니, 어디가 막혀 있어?’
드라고니아는 금방 미노타우루스의 정수가 보이는 괴상한 현상에서 관심을 거둔 듯, 재빠르게 투란의 시야에 주변의 지형과 기물을 투영해 보여줬다.
―완전히 뚫린 것은 위로 한층 더 올라가면 보일 거야. 황금성의 중심부를 관통하며 위로 휑하니 뚫린, 관통된 채로 파괴된 꼴이 말이야. 그쪽은 수십 미터가 휑해서 볼 것도 없고 막는 것도 없다. 막힌 곳은…… 지금 이 통로 저쪽의 막힌 곳에서 수직으로 위를 향해 두어 층 정도 올라가면 있어. 중간부터 이리저리 혼란스러워서 명확하지는 않다만, 최고로 잡아도 3층…… 한 십이 미터 위쪽에 도달하면 완전히 탐색이 되지 않는 밀실에 도달할 거야.
‘밀실?’
―대강 알현실이 있지 않을까 싶은 곳인데, 꽤 큰 공간이 상하좌우, 전후로 완전히 탐색을 봉쇄하는 영역이다. 마력이 흔들거리면서 큰 덩어리처럼도 보이지만…… 커다란 창고가 아니면 왕성의 알현실 정도 될 거라 보여.
‘그래…… 황금 맛을 더럽히는 마력이 고정된 것이 아니란 말이지?’
―맛은 잘 모르겠고, 마력의 원천인지 주체인지가 그 덩어리처럼 느껴지는 밀실 안쪽에 있는 것만은 확실해. 거기서 흘러나온 마력이 황금성 곳곳으로 스며들면서 이리저리 탐색을 꼬아놓고 있는 거지.
‘좋아, 일단 그걸 정리하고 맛있게 먹자!’
―얌마!
결국 맛있는 황금을 먹어보자고 움직이겠다는 투란의 말에 드라고니아가 울컥한 외침을 터뜨렸다. 하지만 투란은 혀를 날름하면서 자기 안에 머무는 드라고니아를 놀리는 것이 즐겁다는 표정을 잠깐 지어 보이고는 차분하게 통로를 걸었다.
시야에 표시된 곳, 위로 바로 뚫고 올라가면 마력을 흘려내는 밀실이 도달한다는 곳까지 아무 일도 없었다. 고르곤이 머무는 층에는 미노타우루스가 오직 한 마리뿐이든가, 황금성 전체에 한 마리 미노타우루스와 고르곤만이 있었을 뿐인가 알 수는 없었다. 걷는 사이에 드라고니아가 프로브 몇 기를 열심히 움직였지만, 결국 탐색되는 영역 안에서는 다른 움직임을 찾을 수가 없을 뿐이었는지도 모르니…….
탁, 탁.
손바닥으로 바닥과 벽, 슬쩍 뛰어 천장까지 두드린 다음에 투란이 숨을 가다듬었다. 쳐올라간 다음에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바로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숨 고르기였다. 그 와중에 투란이 불쑥 드라고니아에게 묻는데…….
‘근데 말이야, 여긴 왜 이리 밝은 거지? 황금이 무슨 빛벌레나 빛열매도 아닌데 말이야.’
―마력 때문이지. 황금맛을 일그러뜨리는 마력이 황금을 매질로 빛을 뿜어내서 성 전체를 밝히도록 하고 있는 거야.
‘오호…… 미궁과는 그것도 다르구나.’
고개를 까닥하고서 투란은 위를 보며 주먹을 내질렀다.
시커멓게 부푼 주먹은 고르곤을 박살 냈을 때와 비슷했지만 폭발과 함께 충격파를 뿜어내는 대신에 단단하고 시커먼 덩어리째로 천장을 쳤고, 시커먼 유동(流動)과 함께 번지며 찢어 부쉈다.
―먹어 치우는 거냐…….
결과가 드러난 천장은 드라고니아가 넋두리처럼 뱉은 말대로 사나운 맹수가 한입 크게 깨물어 삼키고 남은 흔적처럼 보였다.
투란은 껑충 뛰어서 위로 올라서며 대답하는데…….
‘파편 찌꺼기 생기지 말라고 정리한…… 저게 뭐야?’
말을 하다가 눈에 들어온 괴상한 황금 고치 탓에 물음으로 맺고 말았다.
―고치잖아, 황금으로 된.
드라고니아는 눈에 보이는 그대로 읊었다.
‘얌마!’
―안은…… 찢어봐야겠는데?
드라고니아가 다음에 한 말은 투란의 낯을 구기게 했다.
아무래도 이 황금 고치가 탐색을 거부하는 영역이었던 상황인 듯.
‘두께라든가, 대강이라도 알 수 없어?’
―손으로 두드려봐. 만져서 나는 소리로라도 뭘 알 수 있는지 모르니까. 프로브는 저거 가까이 붙질 못하니…….
‘그렇게 심각해?’
갸웃하면서 투란은 황금 고치 앞으로 다가가 가볍게 주먹을 쥐고 두드렸다.
팅, 팅.
투란의 눈매가 찌푸려졌다.
생각보다 두껍다고 과시하듯 반향(反響)이 없었다.
그래도 드라고니아는 대강 계측한 듯 말한다.
―이 정도면 지금 네 주먹 하나 두께는 넉넉히 나올 것 같은데?
투란은 바로 샤벨투쓰의 이빨을 발출해서 황금 고치를 째기 시작했다.
마력으로 탐지를 거부하기는 했으나 대놓고 들이대는 절단에는 아무런 대책도 없었는지, 황금 고치의 한쪽이 바로 뚫리며 썰렸다.
촤악.
한 덩어리의 걸쭉한 액체가 투란이 썰어내서 커진 구멍을 통해 덜렁 떨궈져 나왔다. 너무 걸쭉해서 흐르지 못하고 꿀렁거리는 덩어리인 채로 바닥에 철퍽, 닿기까지 했다. 으스러진 파편이 흔들거리는 것이 충격으로 부서졌어도 그 걸쭉한 결속은 쉽게 부서지지 않을 듯한 덩어리를 확인하며 투란이 어이없어 중얼거린다.
“악마종……의 육체공방?”
―뭐?
드라고니아가 흠칫할 때, 투란은 숨을 고른 다음에 신중하게 황금 고치 안을 확인하며 소리 없이 이야기한다.
‘육체공방에서 완성된 육체를 보관할 때 쓰는 보호액이라고. 완전히 똑같지는 않아. 하지만 그 비술, 비전기술을 응용해서 만든 보호액이란 거는 확실해. 그런데…… 뭐냐, 이건 악마의 육체가 아니잖아?’
―미노타우루스……겠지?
드라고니아도 황금 고치 안을 확인하며 말했다.
썰어낸 틈새 너머로 프로브가 기웃거리며 본 결과는 투란이 눈을 들이대고 본 것과 완전히 똑같았다. 황금 고치에는 미노타우루스가 육체공방의 보호액에 덮인 채로 담겨 있었다.
‘음…… 이런 모양으로 악마의 육체를 못 만드는 것도 아니긴 한데…….’
투란은 미묘하게 낯을 구기면서 걸쭉한 보호핵을 떼어내 손가락 사이에서 비비적거려 봤다. 알드바인 가까이 있던 데몬스 그라토에서 얻어낸 지식은 이 보호액이 육체공방에서 파생된 기술이란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해주고 있었다. 다만 그 대상이 다른 탓인가, 미묘하게 시작된 차이점이 꽤 큰 차별성을 만들어낸 듯했다.
“에잇, 꺼내서 줘 패고 삼켜보면 알겠지!”
일부러 소리 내서 외치면서 투란은 주변을 냉정하게 관찰했다.
프로브가 움직이고, 투란의 몸에 검게 번진 문신 곳곳에서 눈알이 움직였다.
―보는 것도 없고 듣는 것도 없는 모양이다만…….
너무 고요하고 아무 반응이 없다는 것을 드라고니아가 확인해줬다.
입술을 삐죽거리면서 투란은 바로 황금 고치의 찢어진 틈새로 두 손을 넣고 힘을 줬다.
빠득, 쩌억!
황금 고치가 좌우로 찢어지며 물컹거리고 끈적거리는 보호액이 꿀렁거리며 무너져 내렸다. 그 속에 담긴 미노타우루스가 풀썩 앞으로 엎어지듯 쓰러지며 투란의 품 안에 안겨 왔다.
우람한 뿔이 쌍을 이룬 채 붙은 소머리, 머리에서 흘러내린 털가죽이 등과 어깨, 팔죽지로 조금 번진 채로 등골을 타고 허리에 도달해서 아랫도리를 반바지처럼 휘감았고, 엉덩이와 허벅지는 반만 감싼 채로 슬그머니 사라지는 듯했다가 발목과 발바닥에서 다시 돋아난 듯했다. 손발은 팔목, 발목이 우람하게 부푼 것과 어울리겠다는 듯이 굵고 커서 그랑츄를 떠올리게 했지만 그 손가락, 발가락은 굵직해도 확연하게 엄지와 새끼의 차이를 드러내고 있었다. 이마까지 키가 대강 2미터 20센티 정도는 될 듯했고, 근육이 부푼 꼴은 각이 지고 균형이 잡혀서 그랑츄와 또 다른 불끈거리는 몸매를 이룬 모습이었다.
고르곤에게 두들겨 맞고 도망쳐서 바로 변모했던 녀석과 다르게 차분히 이 몰골을 샅샅이 확인한 투란은 금방 미노타우루스가 가슴과 목을 움찔거리며 코와 입에서 보호액의 잔해를 뿜어내며 벌떡 일어설 수 있다는 것까지 파악했다.
서걱, 푹.
바로 미노타우루스의 목이 반쯤 끊어질 듯이 베였고, 그 심장이 꿰뚫렸다.
동시에 투란의 두 손이 베인 자리와 뚫린 자리로 스며들었다.
미노타우루스는 눈도 못 뜬 채로 투명한 티끌이 되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