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824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820)
피잉, 피핑!
황금의 창이 날아갔다.
악마종 셋이 꿰뚫렸고 창과 함께 저편 벽으로 밀려났다.
콰득!
황금바닥을 박차며 투란은 도약해서 마이두스 왕의 머리 위로 넘어갔다.
황금 장막을 팔부터 시작해서 몸에 두른 투란은 곧바로 마이두스 왕의 뒷덜미를 잡으며 위층으로 뛰어올랐다.
촤악!
악마종의 체액이 벗겨져 나갔다.
커다란 구멍이 열린 탓인가, 위층을 가득 채운 듯했던 체액은 빠르게 줄어들며 사라지고 있었다.
마이두스 왕과 투란은 그 한편, 넓고 크게 빈자리에 내려섰다.
마이두스 왕은 두 손으로 바닥을 짚었고…… 이미 황금이 된 바닥에 뭔가를 토해냈다. 황금의 바닥에 닿은 손 위로 떨어진 토사물은 그대로 황금으로 변했다.
투란은 이 광경을 보며 움찔했다.
그저 손등에 떨어졌는데, 파편이 닿자마자 황금으로 변한 광경은 알고 봐도 충격적이었으니까.
심지어 입가에 묻었다가 손등에 밀려 떨어져 내리는 부스러기조차 금박처럼 엷게 찢겨 흩날리고 있는 상황!
―변성 범위가 있는 모양이다만, 하나로 이어진 액체는 그냥 전부 영향을 끼치는군.
드라고니아가 토사물이 방울지며 이어진 것을 짚듯이 말했다.
따로 방울져 있었다면 저리 한꺼번에 황금으로 변할 일은 없었다는 말이었다.
투란은 슬쩍 마이두스 왕에게서 한 걸음 물러서면서 저편에 치솟는 악마종을 바라봤다. 흘려냈던 체액을 다시 뭉쳐 몸을 감싼 꼴로 봐서는 마이두스 왕의 힘에 저항하는 방어수단으로 사용하려는 모양이었다.
쿨럭.
마이두스 왕이 기침을 하면서 다시 입가를 닦아냈다.
황금 부스러기가 여지없이 그 손등에서 벗겨지듯이 흘러내렸다.
투란은 마이두스 왕의 뒤통수를 향해 조용히 말을 꺼내봤다.
“말할 줄 압니까?”
저편의 악마종을 노려보던 마이두스 왕이 슬쩍 고개를 돌리고는 거칠게 갈라진 목소리로 답한다.
“하나의 언어가 섭리인 이 세계에서, 지능이 있는 자라면 당연히 할 수밖에 없지. 그대는 무엇 때문에 끼어들었는가?”
답과 함께 던져진 물음에 투란은 고민 없이 대답할 수 있었다.
“지나가던 길이었어요.”
“그렇군.”
마이두스 왕은 더 캐묻지 않았다.
저쪽에서 악마종 셋이 몸에 꽂힌 황금창을 뒤틀고 빼내려 애를 쓰는 광경을 노려보며, 셋 중 하나가 어딘가로 체액이 덮인 몸의 가지를 내밀며 뭔가를 가져오려는 듯한 꼴을 보며 마이두스 왕은 투란에게 요청할 뿐이었다.
“저것들은 이 성의 괴물을 몸으로 삼고 싶어 하네. 그래서 그 괴물의 수를 늘리고 싶어 하지. 그러기 위해서 괴물의 먹잇감으로 인간을 사냥해 오기도 했어.”
“미노타우루스라는 괴물 말인가요?”
“그래. 미노스의 소 괴물, 맞네.”
마이두스 왕은 침울한 목소리로 인정했다.
투란은 그 기분을 따져 묻는 대신에 악마종 셋에 대해서 물었다.
“저거랑 싸우고 있는 거였나요?”
지친 듯이 어깨를 늘어뜨리면서 천천히 일어서며 마이두스 왕이 쓴웃음과 함께 답한다.
“잡아먹히지 않으려 버티고 있었을 뿐이야.”
“흐음?”
투란이 갸웃했다.
황금창을 뽑은 한 악마종 하나가 한쪽 귀퉁이 바닥에 닿은 가지를 세게 끌어당겼고 바닥을 관통하며 황금 고치 하나가 튀어나왔다.
마이두스 왕이 한숨과 함께 숨을 고르며 말한다.
“저것들은…… 내 손이 닿는 것을 황금이 아닌 자신들이 원하는 액정(液晶)으로 변하기를 원했지. 내 손에 어린 저주를 해석하고 재구성하면 그럴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고…… 나를 속여 접해서는 나를 사로잡으려 했어.”
“얼마나 오래 여기 있었나요?”
투란은 아래층보다 훨씬 거대한 방, 드라고니아가 알현실이라고 속삭인 곳의 풍경을 둘러보며 물었다.
온통 황금으로 둘러싸이기는 했지만, 한쪽 벽에 계단과 함께 벽의 한 부분처럼 박힌 옥좌, 그 앞으로 길게 뻗어나오는 광장 같은 넓은 공간, 그 곳곳을 모조리 채웠다가 급격하게 오그라들면서 사라져간 액체의 희미한 잔해…… 옥좌가 박힌 벽이 아닌 다른 세 방향의 벽에는 문들이 간격을 둔 채로 줄줄이 늘어서 있지만 모두 밀봉된 듯이 보였다.
다시 둘러봐도 투란은 짐작할 수가 없었다.
얼마나 오래 이곳이 악마종의 체액으로 꽉 들어차 있었는가…….
그래서 묻는 말에 마이두스 왕은 간단히 대답한다.
“내게는 물 한 잔을 가득 들이마실 정도의 시간이었어. 저것들의 말에 따르면…… 세상의 시간 따위는 자신들의 체액 속에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더군.”
“네?”
투란이 흠칫해서 짧게 되묻는 소리를 냈다.
마이두스 왕은 어깨를 으쓱하며 자세히는 모른다는 시늉을 했고, 저편의 악마종 하나가 기괴한 울림이 섞인 소리로 대신 투란에게 대답하고 있었다.
“부동의 체액…… 우리의 피와 살은…… 생명체를 영구보존할 수 있다…… 우리는 얼마나…… 너희 세상에서 단절되어 있었지?”
대답 끝에 던져진 물음에 투란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해야 했다.
“몰라. 난 여기 너네가 있을 줄은 전혀 몰랐고…… 너네가 누군지도 모르는걸. 설마 황금성이 있을 줄도 몰랐어.”
이에 대해 다른 악마종 하나가 격하게 으르렁거렸다.
“거짓말!”
어이없어 투란이 바로 되묻는다.
“왜?”
으르렁거렸던 악마종 하나가 바로 대꾸한다.
“네놈에게서 변태 칼라고의 흔적이 느껴진다!”
“뭐? 변태? 뜬금없이 그게…… 아니, 그게 대체 뭐 하는 변태인데?”
한층 더 어처구니없어하다가 투란이 침착하게 되물었다.
악마종보다 먼저 마이두스 왕이 흘깃 투란을 돌아보며 말한다.
“칼라고드라니샥, 부르기 길어 그냥 칼라고, 그리 부르는 악마의 일족이 있네만…… 그 근처에 다녀온 적 있는가?”
“그놈들, 같은 악마종한테도 변태 소리 들었어요? 줄여서 부르기도 한다는 말은 전혀 없었는데…….”
투란이 맥 빠진 목소리로, 조금 질렸다는 듯이 웅얼거렸다.
이런 투란에게 저편에서 악마종이 계속해서 으르렁거린다.
“역시! 네 몸에 그놈들의 변태시술이 행해져 있어! 넌 그놈들의 앞잡이지? 그래서 또 우릴 잡아다가 그 빌어먹을 실험을…….”
“닥치고 있어라.”
갑자기 툭 튀어나온 말은 다른 악마종이 했다.
황금 고치에 달라붙지 않은 가만히 뚫린 구멍에서 체액을 끌어올리던 녀석이었다.
투란과 마이두스 왕이 멀뚱히 그 악마종을 바라보니, 기괴한 형상 속에서 눈알 같은 빛이 번뜩거리며 말이 이어진다.
“너는 누구지? 가던 길을 가는데 우리의 상태가 방해될 일은 없었을 터. 어째서 끼어든 것이냐?”
투란은 마이두스 왕도 살짝 흘깃거리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셋이나 되는 악마종과 대치 중이었으니 역시 투란에게도 경계심을 잃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투란은 먼저 간단히 묻기부터 했다.
“몬스터 로드라고, 알고 있어요?”
마이두스 왕이 움찔했고, 으르렁거렸던 악마종이 비명 같은 외침을 터뜨렸다.
“디, 디바우어!”
떨떠름하니 투란이 그 악마종을, 갑자기 긴장한 듯 팽팽해진 분위기로 돌아서는 다른 두 악마종을 보다가 마이두스 왕에게 묻는다.
“뭐라는 겁니까? 몬스터 로드를 저리도 불렀다는 건가요?”
마이두스 왕은 잠깐 침묵했고, 드라고니아가 먼저 한숨처럼 이야기한다.
―이건 거의 우리 일족이 이 세상에 소환될 무렵에나 들을 얘기로구만. 괴물과 싸우기 위해 괴물을 삼키는 자라고…… 그래서 포식자(捕食者)라고 불리던 시절이 있었어. 디바우어가 바로 포식자란 뜻이니까.
이에 겹쳐지듯, 이어지는 마이두스 왕의 이야기를 투란은 바로 들을 수 있었다.
“저것들이나 나처럼 이계(異界)에 근원을 둔 존재를 잡아먹는 자들이니까.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단적인, 이질적인 것을 잡아먹고 그 이단적이고 이질적인 힘을 휘둘러대는 이들이잖나. 자네, 그런 거였나?”
“그런 얘기, 처음 듣는데요? 아, 일단 몬스터 로드이기는 하죠. 하지만 이렇게 말하고 떠드는 상대를 잡아먹는 몬스터 로드라니, 그런 미친 짓거리를 했다는 얘기는 못 들었어요. 옛날이야기에도 없던데.”
투란이 어깨를 으쓱하며 하는 말은 마이두스 왕을 침묵시켰다.
하지만 저편에서 황금 고치를 휘감아 으스러뜨리던 악마종은 투란에게 묻고 있었다.
“옛날이야기에도 없다고? 그렇다면 지금 디바우어는 악마를 노리고 덤비지 않는다는 말이냐? 네놈 몸에 남겨진 시술의 향기는 칼라고를 잡아먹고 생겨난 것이 아니라고?”
이 물음이 단지 악마종 셋만이 아니라 마이두스 왕까지 궁금해하는 것임을 투란은 바로 알아차렸다. 뭔가 이렇게 사이좋게 선 채로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괴상하기는 했지만, 투란으로서는 일단 뒷머리를 긁적이면서라도 대답을 해주기로 했다.
“그 칼라고드라니샥이 남긴 육체공방의 잔해를 들른 적이 있을 뿐이야. 어, 덕분에 이렇게 줄이지 않고 불러대는 거고…… 사실은 지금 세상에서 악마를 만났다는 얘기는 거의 허풍이라고 놀림만 받는데…….”
“악마의 일족이 지상에서 사라졌다는 말인가?”
마이두스 왕이 빠르게 물었다.
저편에서 악마종 셋이 놀라는 분위기를 느끼며, 동시에 똑같이 묻고 있는 듯한 낌새인 것을 알면서 투란은 다시 대답을 해준다.
“에, 뭐…… 굉장히 오래된 일이라서, 육체공방 잔해 찾은 것만으로도 아는 사람들이 다 놀랐어요. 여태 그런 게 남아 있느냐고 말이죠.”
어깨를 으쓱하면서 이제 어쩔 거냐는 듯이 투란이 둘러봤다.
마이두스 왕은 씁쓸한 표정이었고, 악마종 셋은…… 뭔 표정인가는 알 수 없었지만 뭔가 잔뜩 불쾌해하며 자신을 노려본다는 것을 투란은 확실히 느꼈다. 그 느낌이 정확했는지, 침착한 악마종에게서 말이 나온다.
“그 이야기는…… 네가 칼라고가 아닐 때나 진실이겠지.”
“에? 내가 칼라고드라니샥이냐고?”
투란이 어이없어하자, 으르렁거리던 악마종이 다시 한번 으르렁거린다.
“그 변태들이나 그 이름을 그렇게 끝까지 싸지른단 말이다! 그게 얼마나 괴팍한지 모르는 놈들은 칼라고, 그놈들뿐이고!”
“진짜? 진짜 그랬어요?”
투란은 마이두스 왕에게 물었다.
마이두스 왕은 씁쓸한 낯빛 위로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지. 악마의 일족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다섯 분파의 우두머리 일족이었으니까, 그런 걸로 유명할 수밖에 없었어. 하지만…… 나는 자네 말을 믿어. 자네는 디바우어, 몬스터 로드이고 지나던 길에 여기에 도달했으며…… 이제 나와 함께 저것들과 싸울 거라고 말이야.”
가만히 듣던 투란은 마지막 부분에 잠깐 눈을 깜박거렸다.
저편에서 악마종 셋이 부르르 떠는 듯한 분위기를띠었고, 냉랭한 말이 나온다.
“칼라고, 위장을 유지하기 위해서 황금의 왕을 포획할 기회를 외면할 참인가? 이건 애초에 너희 부족에서 나온 의견이었을 텐데? 황금의 왕이 지닌 능력이라면, 이 세상을 우리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칼라고 네놈들이 떠들었잖아!”
“하아, 아니거든? 난 그 녀석들이 남긴 공방의 잔해에만 들렀다고! 자, 보라고! 여기 와서 얻은 이 손을!”
뿌득, 우드득.
투란의 한 손이 미노타우루스의 형상을 갖췄다.
두툼하고 우람하며, 손등에 잔털이 가득한…… 인간의 손이었다.
잠시 마이두스 왕과 악마종 셋이 투란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야, 미노타우루스의 손은 우람한 인간형상이잖아. 뿔이라도 내지르라고!
드라고니아가 어이없다는 듯이 투란에게 핀잔했다.
“아, 진짜! 봐요, 봐!”
투란은 어쩔 수 없이 이마 옆으로 불룩불룩 뿔도 내밀어 버렸다.
“디바우어!”
“으흠…… 내 성의 괴물 뿔이로군.”
악마종이 으르렁거렸고, 마이두스 왕은 탄식하듯 중얼거렸다.
투란은 흘깃 마이두스 왕을 보며 낮은 목소리로 빠르게 묻는다.
“혹시 황금 소가 돌아다니던 일은 알고 있었나요?”
마이두스 왕이 움찔했다.
하지만 곧 씁쓸한 탄식처럼 대꾸하는 왕이었다.
“고르곤…… 신들의 공예품이 여전히 남아 있었던가? 내 성의 멸망을 보는 날까지 건재하리라는 신탁은 들었지만…….”
투란은 귀를 쫑긋했다.
이 황금성, 온통 황금으로 되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엄청난 유물이나 다름없었다. 거기에 몬스터 로드에게 삼켜진다는 악마종, 저주받은 손길의 왕까지…….
―정신 차려. 지성을 갖춘 존재는 삼키는 거 아냐!
드라고니아가 점잖게, 완전히 남의 이야기란 듯이 투란의 상념에 돌을 던지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열린 황금 고치 속으로 들어간 악마종 하나가 미노타우루스의 몸을 이끌고 나서고 있었다.
므흣, 음머어어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