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832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828)
“허? 살아남았다고? 메듀시아를 잡아먹었단 말이냐? 정말 미궁에 다녀오기는 한 거야?”
금빛 우리 속에서, 그 미묘한 틈새로 눈동자를 들이밀면서 몬스터 세란드는 투란에게 확인하듯, 의심을 풀 수 없다는 듯이 묻고 있었다.
투란은 피식, 노골적으로 거만한 낌새를 가득 담은 웃음부터 흘리고 답한다.
“다른 문장 속에 아주 얌전히 담겼어. 그렇게 울타리 치고 들어가 있어도 너 역시 내 문장…… 내가 품은 황금매의 문장 속에 있잖아. 그러니 내가 겪은 일을 그대로 전해 받을 수 있으면서 뭘 그렇게 의심하냐? 자, 그러면…… 좋은 거 알려준다고 했었지? 그게 뭐야?”
“미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도 않았구만.”
몬스터 세란드는 투란이 전해온 경험을 되살피면서 투덜거렸다.
금빛 원형의 우리, 그 앞에 도도하게 맴도는 파워 서클 앞에서 우뚝 선 아지랑이처럼 뚜렷한 형상이 없는 투란이 갸웃하며 다시 묻는다.
“무슨 소리야? 아직 땅속이지만 미궁이랑 완전히 다른 깊은 구멍이잖아. 이게 미궁의 일부라는 거야?”
“일부……라고 하기는 좀 뭐한가? 아무튼 미궁에서 파생된 곳이기는 해. 이런 곳이 이 유적 도시에 여럿 있기는 하지만, 황금성이 박힌 미궁 바로 곁은 따로 없기는 하겠지.”
“너, 이 유적…… 도시에 대해 잘 알아?”
호기심 가득해서 투란이 물었다.
원래 듣고자 했던 것과 거리가 먼 물음이었고, 몬스터 세란드는 한숨인지 코웃음인지 알 수 없는 소리부터 내고 대답한다.
“엿듣고 엿본 정도일 뿐이야. 애초에 미궁 근처로는 한 번도 다가선 적이 없다. 맨 바깥쪽에서 유물을 탐색한 정도야. 그것도 수시로 튀어나오는 독사에 라미아에…… 가끔 미친 타우루스가 떼로 몰려다니면서 날뛰는 탓에 금방 물러서야 했어. 빌어먹을 고블린 호드도 몇 번 이 근방에서 마주쳤었던 것 같고…….”
“뭘 탐색했는데?”
“그 얘기해 주겠다는 말은 안 했다. 별로 중요한 것도 아니고…… 그 망할 마도사 놈에게는 꽤 중요한 일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난 이 폐허에 불과한 도시의 유적에서 재미 본 일이 없어. 궁금하면 직접 찾아봐. 너라면 지칠 때까지 싸돌아다녀도 위협될 만한 것이 없잖아?”
“너, 여기서 위협받은 일이 있었다고? 진짜?”
투란은 몬스터 세란드를 훑어내리는 듯한 말투로 물었다.
저 금색의 장막을 울타리로 두르고 스스로를 가둔 우리를 문장의 풍경 속에 형성시킨 몬스터 세란드, 엉겁결에 두들겨 맞고 투란도 죽을 뻔하잖았던가. 정말 아슬아슬하게 살아남았기에 지금 생각해도 가슴 한구석이 서늘한데, 과연 몬스터로서 미쳐 날뛰던 세란드가 정말 여기서 무슨 위협을 받았을까?
이런 투란의 기분이 어이없다는 듯이 몬스터 세란드가 말한다.
“너랑 만날 때의 내가 아니었으니까. 너도 나랑 만났을 때처럼 넋 놓고 다니는 일은 이제 없잖아? 그때도 별로 겁먹은 꼴은 아니었으면서 뭘 죽을 뻔했다고 허풍을 치나? 죽을 일 없으니까 멀뚱거리면서 나한테 그냥 맞고 있었잖아. 지난 일이라고 괜히 과장하지 말라고. 아, 이 얘기가 아니었지. 귀찮게 하지 말고 잘 들어. 메듀시아의 미궁을 제압했다면…… 나한테 헛것을 들이댄 것이 아니라면 별 어려움 없이 해치울 수 있을 거다. 마도사 아겔페스의 가디언을 말이야. 뭔지는 가서 볼 때의 즐거움으로 남겨두고, 위치를 알려주지. 이 유적에서 뭘 찾아보겠다고 가까운 곳에 만들어 뒀었거든, 아겔페스 녀석의 비밀 연구실이 말이지. 거기 가봐. 하늘이 보이는 곳에서 이 주문을 쓰면 갈 길을 알 수 있을 거다.”
투란이 뭘 더 물을 틈이 없었다.
아롱거리는 빛의 파편 하나가 금방 투란을 향해 건네졌고, 투란은 그것이 바로 문장 밖으로 흘러나가 손에 깃든 것을 느꼈다.
말을 마친 몬스터 세란드는 금빛 우리 깊은 곳으로 물러서면서 검은 그림자처럼 숨었고, 더 이상 말할 생각이 없다는 듯이 완강한 침묵을 두르고 있었다.
어느새 저런 침묵이 몬스터인 세란드에게 어울린다고 동조한 듯, 투란은 더 묻지 않고 바로 파워 서클을 한번 더 둘러보고 나서 마음을 거뒀다.
* * *
“이 마법, 알아보겠어?”
불쑥 왼손을 눈가로 들어 올리면서 투란이 물었다.
드라고니아는 그 왼손에 깃든 색다른 마법을 바로 파악한 듯했다.
―맵? 지속적으로 방향을 지정해주는 마법이구만. 잘 다루면 며칠 쓸 수도 있지만, 잘못 건드리면 한번 보여주고 바로 사라진다만?
갸웃하는 투로 말하고 있었다.
한숨과 함께 투란이 소리 없이 드라고니아에게 말한다.
‘잘 다루게 해줘. 이거 아겔페스, 금색의 마도사가 꾸민 연구실로 가는 길을 알려준다네.’
―뭐? 정말이냐? 그 녀석의 비밀 연구실을 정말 알고 있었단 말이야? 허헛, 이것 참…….
드라고니아가 놀라서 투란도 놀랐다.
‘이거 대단한 일이었어?’
―당연히! 미래의 대마도사라 불렸었다고 했잖아! 언젠가 반드시 대마도사가 될 거라고 기대받던 작자였어. 대마도사가 되지 못하고 꼬여버린 채로 미친 마도사가 돼버리긴 했지만, 그 연구실에 남겨져 있을 것은 마법사에게 상당히 귀할 수밖에 없다고!
‘너한테도?’
―나나 너에게는 별 의미 없을 수도 있겠다만, 남겨진 마법 재료라든가 마법의 비술이 담긴 기록이라든가, 아니면 마도구 비슷한 것이라도 남은 것을 얻는다면 상아탑에 아주 비싸게 팔 수도 있잖아. 아니, 잠깐! 세란드가 아무리 몬스터 부분이라고 해도 너한테 그런 걸 권할 리는 없잖아? 그 연구실에 무슨 희귀한 몬스터의 파편이라도 있다는 거냐?
한참 떠들던 드라고니아가 겨우 온전하게 생각을 정리한 듯이 묻는 말로 맺고 있었다.
황금 고치 안을 둘러보며, 혹시 뭐 이상한 것 없는가 체액의 잔해는 없는가 살피면서 투란이 쓴웃음과 함께 소리 없이 답한다.
‘가디언이라고 했는데, 뭔지는 말 안 해줬어. 뭔가 잡아 가둬놓은 모양이야. 아직도 멀쩡한가는 좀 의심스럽지만…… 몬스터의 정수라는 게 유골(遺骨)에서도 얻을 수도 있으니까. 내가 보고 놀랄 거라고 확신하던데?’
―수백 년 동안 세상에 숨어 있기는 했지만, 여전히 금색의 마도사란 이름에 걸맞은 기량은 보여줬다고 해야겠지. 그런 아겔페스가 여전히 유효하게 이용하는 가디언이라면 몇 년 비워뒀다고 뼈만 남았을 리는 없다고 생각된다만, 가볼 거냐?
‘음, 일단 여기서 나가서 어디 있나 확인부터 하고…… 근데 여기 정말 미궁 밖인 거 맞지? 무슨 파생이라고 세란드가 투덜거리던데…… 아, 그리고 이 유적 주변을 금색의 마도사가 열심히 탐색했다는데?’
―폐허만 남은 도시를?
드라고니아도 어리둥절한 듯했다.
투란은 황금 고치에서 벗어나며 말한다.
‘생각해보니까…… 여기 폐허가 된 도시가 뭐 하는 곳이었나,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잖아? 너, 이 미궁이 박힌 도시에 대해서 별말 없었는데…… 어딘가 알고는 있는 거지?’
―그건…… 고대의 왕국에서도 제법 유명한 도시였다고는 안다만…… 금색의 마도사가 찾아다닐 만한 유물이 남아 있을 리는 없는데?
여전히 갸웃하는 드라고니아의 말을 한 귀로 흘려들으며 투란은 허공에 매달린 고치 위에 우뚝 서서 주변 상황을 다시 검토하듯이 둘러봤다.
어느새 아래쪽, 황금성의 꼭대기는 주변이 온통 황금으로 변한 탓인가 그저 불쑥 튀어나온 굵고 큰 꼬챙이가 뚝 꺾이고 뭉개진 모양으로 보였고 잔잔히 맴돌던 황금빛 바람결은 가라앉았는지 어떤지 그 효과가 더 남아 있는가를 전혀 알 수 없었다. 알려면 이 깊고 넓은 구멍의 벽을 따라 곳곳에 뚫린 동굴 속에서 눈치 보는 녀석들 중 하나를 떨궈보는 편이 가장 빠를 듯했다.
투란은 잠시 황금매의 문장을 손으로 더듬다가 결정했다.
“라미아랑 타우루스도 적당히 필요하겠지. 응, 사이렌이랑 하피랑 잘 어울릴 거야.”
자신에게 변명이라도 하듯, 다독이기라도 하듯 중얼거리는 소리는 바로 드라고니아의 핀잔을 불러왔다.
―필요는 무슨! 너 말고 다른 몬스터 로드들은 간신히 하나 죽여서 핏방울 갖고 몬스터 에센스를 얻느니 마느니 한다고! 문장마다 그렇게 우겨 담을 생각을 대체 왜 하는 거냐? 게다가 황금매라면 거기 담긴 마법만으로도 저 녀석들이랑 맞설 수 있잖아. 이제껏 삼킨 것만으로 문장이 아주 넉넉하게 유지될 텐데, 욕심부릴 필요가 있냐?
‘쯧, 그게 바로 자만하고 방심하는 생각이야!’
투란은 시알라 남매와 함께 전해 받은, 파워 서클의 가디언 세란드로부터 얻은 천 가지 주문을 되새기면서 위를 올려다봤다.
이전과 다르게, 이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다양한 응용방식이 투란의 마음에 가득 퍼져나갔다. 황금매의 문장임에도 드라고니아와 여전히 마음으로 교류하게 해주는 윌 라이트의 마력, 거기에 황금매의 독특한 마력까지 얹는다면 세상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괴상한 마법이 펼쳐질 수도 있을 듯했다.
하지만 투란은 괴상한 것 대신에 매우 상식적인 마법사가 떠올리고 사용할 마법을 선택했다.
“그랩, 풀.”
수십 미터 저편에서 음매엣 하는 소 울음소리가 쩌렁쩌렁 울리며 반응했다.
갑작스럽게 마법의 손아귀에 붙들려 끌려 나오는 타우루스였다.
발가락이 사람보다 소발굽에 가깝고, 뒤꿈치가 뒤로 꺾인 무릎처럼 툭 불거진 모습…… 미노타우루스와 다른 타우루스는 허공에 둥실거리며 동굴 안에서 끌려 나왔고, 허공에 매달린 황금 고치 위로 추락했다.
빠각.
시뻘겋게 부푼 투란의 주먹이 마법에 묶여 휘둘러지고 머리부터 들이대는 타우루스의 머리통을 가볍게 후려쳤다.
―오우거 주먹에 깨지다니, 이런 약한 머리통을 지닌 놈까지 삼키게?
드라고니아는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투덜거렸다.
‘삼켜서 그냥 아래…… 아니, 황금매는 위인가. 아무튼 지워버리기만 해도 일단 삼켰으니까 문장의 힘은 강해진단 말이야. 그보다 프로브로 거리 좀 재봐. 이렇게 떨궈서 잡을 녀석들은 빨리 떨궈서 잡아야지. 쫓아 올라가서 숨바꼭질하기 귀찮아.’
붉은 오우거의 시커멓고 삐죽한 손톱이 인상적인 손으로 머리통이 깨진 타우루스를 고치 안에 밀어 넣으며 투란이 말했다.
―몇 마리나 잡으려고?
드라고니아는 투란만큼이나 귀찮다는 듯이 묻고 있었다.
‘음, 한 서너 마리? 아니, 두셋이면 넉넉하려나? 딱히 특별한 거 아니면 타우루스, 라미아 두셋 정도만 삼켜놓자고.’
―저기랑, 저기…… 그리고 저기.
연속적으로 타우루스와 라미아가 숨어 내려다보는 동굴, 가까운 몇 곳을 투란의 시야에 비춰주며 드라고니아가 어느 정도 마력이 필요한가까지 적당히 가늠해서 알려줬다.
손을 살짝 압박하며 걸려오는 마력의 압박을 느끼며 투란은 다시 타우루스 한 마리를 잡아당겼고…… 거리를 무시하며 펼쳐진 마법에 포박되어 당겨지고 추락하는 두 번째 타우루스는 양손으로 크고 굵은 도끼자루를 꽉 움켜쥐면서 넓고 두꺼운 도끼날로 투란을 겨냥했다.
―덤비네?
앞서 영문도 모르고 당한 녀석과 다른 것을 드라고니아가 지적하니, 투란이 바로 코웃음과 함께 대꾸한다.
‘잘 보고 있었다는 거지. 똑똑한 녀석이야. 다만…….’
휘르릉, 콰아아앗!
투란의 왼팔에서 물결이 번졌고, 작은 소용돌이가 치솟으며 물줄기가 화살처럼 쏘아졌다.
퍼억.
양손도끼를 꼭 잡은 채로 목 줄기와 가슴 한구석이 뚫린 타우루스가 그대로 투란 곁에 떨어졌다.
―음? 휘드라곤? 웬일이냐? 그 녀석한테까지 신경을 쓰다니.
‘보는 사람 없잖아. 맨날 아쿠라랑 섞여 움직이며 얌전했으니까, 이럴 때 한 번씩 날뛰게 해줘야지.’
작지만 사나운 물의 정령, 휘드라곤은 그대로 허공을 맴돌며 어디 또 뚫어버릴 것이 없냐는 듯이 춤을 추듯 움직였다. 정령수 아쿠아가 그 주변에서 아롱거리는 물줄기를 형성하며 함께 어울렸다.
투란은 그 사이에 두 번째 타우루스에게서 큰 도끼를 빼앗아 들었고, 타우루스는 고치 안에 밀어 넣었다.
그다음 끌려온 세 번째는 타우루스가 아닌 라미아였다.
프린세스보다 가냘프고, 조금 가늘어 보인 탓에 보기에 살짝 애처롭기까지 했지만…… 몸길이 십수 미터의 라미아는 타우루스가 가져다준 도끼에 목이 떨어졌고 몸통이 동강 나며 아쿠아와 휘드라곤의 물결에 휩쓸려 고치 안으로 밀려 들어갔다. 그 사이에 라미아의 목 뒤에서 튀어나온 작고 하얀 뭉치는 도망치려다가 아쿠아의 물방울에 갇혔고, 물방울째로 고치 안에 떨궈졌다.
그렇게 투란은 라미아를 둘 더 끌어내렸고, 여전히 눈치 보며 대담하게 버티는 시늉을 하는 타우루스도 셋 더 잡았다.
체격이 우람하거나 길고 컸기에 황금 고치는 금방 꽉 채워진 꼴이 되었다.
이 작은 소동 속에서 겨우 투란의 위험을 깨달았다는 듯, 조금 높고 먼 곳에 있던 타우루스와 라미아의 기척이 바쁘게 사라져버렸다.
‘좋아, 이제 하나씩…… 음, 라미아부터 처리해야겠네. 저 꼴로 도망치려고 드니…… 방심하지 말고, 여왕님 아래로 밀어 넣어주마!’
황금 고치 한편에 도끼를 꽂아넣으며 투란은 한번 더 주변을 확인했다.
그리고 먼 옛날 왜 몬스터 로드가 디바우어, 포식자라 불렸는가를 증명하듯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