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845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841)
Chapter 169. 마도사의 둥지 Ⅱ
암벽산을 뭉개지는 않는다.
동굴을 붕괴시키지도 않는다.
투란이 먼저 결정한 한계선이었다.
오러 몽거의 체격을 고려해서, 그 주변을 가늠하고 사슬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정도. 방해 없이 오러 몽거의 심장을, 다른 어떤 것보다 그 심장을 손에 넣을 수만 있으면 나머지는 상관없었다.
하지만 그 일에 방해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투란은 기꺼이 암벽산을 통째로 잡아먹는 용암의 지저호수를 꾸밀 작정이었다. 다른 일 따위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과감한 결정인 셈.
―마도사의 연구실은?
드라고니아가 투란의 과도한 탐욕을 찌르듯이 말했다.
살짝 움찔하다가 투란은 과감하게 대답한다.
‘가디언 보려고 온 거잖아? 가디언 저기 있네.’
―야, 세란드가 널 여기로 보낸 까닭이 그거일 리가 없잖아! 메듀시아를 제압하고 삼켰다는 것을 알고 난 다음에 알려줬잖아. 가디언을, 오러 몽거를 네 먹잇감이라고 던져준 게 아니라고! 저걸 지나가서 그 안에 담긴 뭔가를 해결하라고 보낸 거야! 그걸 눈치 못 채고 있었던 거냐?
으르렁거리는 드라고니아의 말은 투란을 멈칫하게 했다.
눈앞의 상황, 카엘의 봉인 사슬이라든가 오러 몽거라든가 하는 여러 가지 위협적인 상황에 대해 떠들며 검토하다 결론을 내릴 때까지 몬스터 세란드의 의도는 전혀 따져보지 않았다.
―저걸 잡으라고 시킬 생각이었다면 굳이 메듀시아를 제압한 다음에 말해줬을까! 너란 녀석은 그냥 여기 그럴듯한 보물 있다고 둘러대기만 해도 촐랑촐랑 찾아올 거라고 뻔히 알 텐데! 저 오러 몽거를 제압하면서 주변에 대파괴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확신했으니까 알려준 거라고! 생각 좀 하란 말이다!
‘세란드가 왜 그랬대?’
―이놈이 진짜!
‘알았어, 일단 오러 몽거랑 카엘의 사슬…… 어, 금쇄라는 이름이 딴 뜻 없고 그냥 그대로 황금사슬이란 뜻이냐?’
―맞아. 갑자기 이름은 왜?
‘카엘은 대마도사라면서 이름 참 간단히 짓는다 싶어서.’
―…….
‘자, 그럼 집중하자고. 바닥 전부 무너뜨리지 않게 조심해야 하니까, 말 걸지 말아봐. 앗, 위험했다! 사슬의 역장인가 뭔가 정말 대단하네!’
어처구니없어 말문이 막힌 듯한 드라고니아에게 한층 더 침묵을 강요하는 말을 하고 나서 투란은 그대로 자신이 하는 일에 몰입했다. 이제부터는 진짜로 집중하느라 아무것도 듣지 못한다고 시위하듯!
투란의 처음 계획은 간단했다.
바닥을 파고 스며든 마그마 로드, 그 힘으로 용암의 구멍을 파낼 생각이었다.
먼저 동굴 바닥 아래를 파는 용암의 굴을 뚫고 가서 오러 몽거가 선 자리를 그대로 용암의 함정으로 만들어 무너뜨리는 것.
마그마 로드의 형상으로 두더지 시늉을 하는 셈이었다.
조금 꼴사납다는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갑자기 바닥이 무너져 용암이 가득한 함정에 빠진 꼴이 될 오러 몽거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면 그야말로 날벼락 맞는 상황일 터였고 반항할 틈도 없는 억울한 처지가 될 터였다.
그러고 난 다음에는 투란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완벽한 계획……이었어야 했다.
‘왜 이렇게 안 녹아!’
그런데 봉인의 역장이 땅 아래로 꿋꿋하게 자리 잡은 채 마그마 로드가 바위를 삼키는 용해(溶解)를 방해하는 것이다.
마치 땅 아래로 오러 몽거에게 접근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는 듯했다.
달리 생각하면 오러 몽거가 사슬이 박힌 땅을 파내고 파내서 고정시킨다는 추까지 도달하지 못하게 막는 듯도 했다.
―이걸 예상 못 했다는 거냐?
드라고니아는 매우 한심해서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으르렁거렸다.
투란은 듣지 못한다는 듯, 더욱 꿋꿋하게 마그마 로드의 형상을 움직이는 데 집중할 뿐이었다. 그럼에도…….
‘너무 느려!’
앉은 자리에서 1미터 이상을 파고들어 채운 용암의 용량을 확인하며 짜증을 참지 못하고 있었지만…….
―사나흘 정도면 오러 몽거 선 자리까지 용암으로 채우겠군. 아주 엉망은 아니라니, 다행이다.
드라고니아는 살짝 어긋난 칭찬을 하고 있었다.
이쯤 되니 투란은 조금 허탈해진 듯, 마그마 로드의 형상을 계속 움직이고는 있는 채로 드라고니아에게 묻는다.
‘그냥 쳐들어가서 저놈 목을 따버려도 상관없지 않아? 봉인의 사슬이 저놈 묶는 거지, 누가 와서 저거 목을 치는 것을 적극적으로 방해하는 거는 아니잖아?’
―오러 몽거가 대항하기 위해 움직이면 거기에 맞춰 역장이 요동칠 거다. 다른 이질적인 힘의 개입을 봉쇄하려 들 테지. 몬스터 로드의 고유마력이라도 대지의 맥동을 끌어내서 형성된 역장에 억눌릴 수밖에 없어. 저놈이 저기서 저러고 버티며 적응한 기간을 생각하면 너한테 압도적으로 불리한 싸움이야. 그냥 바닥 아래로 용암을 가득 채운 다음에 무너뜨린다는 처음 계획을 유지해라. 그쪽이 훨씬…… 투란?
길게 대답하면서 다독이던 드라고니아는 앉은 투란의 하반신이 검게 물들며 땅속에 파고든 마그마 로드가 한층 더 역동적인 흐름을 만드는 것을 알고 흠칫했다. 하지만 그 까닭을 물을 필요는 없었다. 투란이 먼저 말하고 있었으니…….
‘사슬부터 처리하자.’
과감하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치우자는 뜻이었다.
드라고니아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한숨을 들이붓는 말투로 이야기한다.
―봉인 대상이 존재하는 한, 사슬은 파괴되어도 재생되면서 상태를 유지한다니까. 하물며 대지의 맥동과 이미 연계가 되어 있어. 웬만한 힘으로는 끊지도 못하겠지만, 끊어도 복원될 뿐이야. 오러 몽거를 먼저 치워야 정리가 될 거다. 처음 계획대로 하라고. 사흘이면 계획대로인데 왜 서두르려 하는 거냐?
듣는 동안에 투란은 더 깊이, 더 크게 마그마 로드의 형상을 부풀렸다.
오러 몽거 쪽으로 가는 대신에 아예 암벽산의 크고 깊은 지반을 향해 마그라 로드가 그 형세를 확장시키는 셈이었다. 그리고 이는 더욱 강렬하게 투란에게 역장을 느끼게 해줬다.
‘봉인의 금쇄’가 형성하는 역장은 암벽산을 골고루 물들이듯 방대했으니…….
자연스러운 것에 대해서는 전혀 관계하지 않았고, 봉인의 대상을 중심으로 크게 거슬러 오는 것이 아니라면 역장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영향력이 없었다. 하지만 무엇이든 오러 몽거를 중심으로 접근하거나 어떤 효과를 발휘하려 한다면 사슬의 역장은 곧바로 간섭했다.
당장 오러 몽거가 보이는 자리에서 벗어난 정도로 역장의 압력에서 벗어났다 여겼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프로브 같은 마법의 구성체는 역장에서 바스러질 자리였다는 것이 보다 분명하게 투란의 마음에 와닿는 상황이었다.
마그마 로드가 그 형세를 부풀릴수록 역장은 보다 뚜렷하게 그 압력을 드러내면서 지반을 강화하고 밀어내려 했다.
그 압력을 느끼면서 투란은 왜 드라고니아가 사흘을 말했는가를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강대한 봉인의 역장이기는 했지만, 마그마 로드의 용해과정을 크게 압박해서 느리게 하고는 있었지만 여전히 지반을 향한 움직임, 용암의 증식은 멈춰지지 않고 있었으니까. 드라고니아의 말대로 사흘이라면, 투란의 마그마 로드라면 넉넉하게 오러 몽거가 선 바닥 아래를 용암으로 채우고 단번에 무너뜨릴 함정으로 바꿀 수 있어 보였다. 이 계획을 선택한 이상, 그것만이 정답인 것처럼 느껴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투란은 많이 조급했다.
오러 몽거의 심장, 어떻게든 그 빈자리를 채워보려 했지만 다른 몬스터의 심장으로는 전혀 대체할 수 없다는 것만 매번 확인했고 이제는 거의 포기했던 것. 희귀한 몬스터가 왜 희귀하다는 것인가를 가르쳐준다는 것처럼 수백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놈을 어디 가서 찾을 수도 없으니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바로 눈앞에 나타났고 어디 도망칠 수도 없게 사슬에 묶여 있잖은가.
사흘이 별문제인가 싶겠지만 그 사흘도 너무 길어서 어떻게든 단축하고 싶은 투란이었다.
그래서 투란은 궁리하고 또 궁리했다.
마그마 로드의 형상은 그 와중에도 아주 꾸준히 지반을 파고들며 용암의 영역을 늘려나갔고…….
‘아, 이렇게 하면 되는데! 바보!’
갑자기 투란이 눈을 크게 뜨면서, 허리 아래는 검게 물들고 땅으로 흘러내려 바닥을 적시는 시커먼 모양새였지만 상체는 구부정하니 앉아서 꾸벅꾸벅 졸기라도 하는 모습이었다가 발딱 고개를 쳐들고 허리를 펴는 채로 터뜨린 외침이었다.
소리 없는 외침이었지만 드라고니아는 그와 함께 격렬하게 마그마 로드가 요동치며 그 움직임을 변화시키는 것을 알았기에 화들짝 놀랐다.
―뭐? 뭘 어떻게 하려고? 응? 야, 왜 갑자기 용암을 밖으로…….
바닥을 파고들던 마그마 로드가 부글부글, 뭉클거리면서 흘러나와 동굴 밖으로 흘러나가고 있었다. 이제껏 동굴 바닥 깊이, 넓게 번져가려던 것을 포기한 듯이 그 안에서 키운 형체를 끌고 나와 동굴 밖 멀리 가려는 것처럼.
마치 역장과의 싸움을 포기하고 도망이라도 치는 듯했다.
이제 여길 포기하고 멀리 간다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투란이 그럴 마음이 전혀 없다는 것을 알기에 드라고니아는 당황스러워했고, 그러면서도 복잡하게 깊이 생각하던 과정을 공유하지 못했기에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갑자기 무슨 엉뚱한 생각을 했기에 오러 몽거를 향해 파고들던 마그마 로드의 형상, 용암을 다 끌어내서 밖으로 밀어내는 것인가?
설마 이 암벽산을 외부로부터 녹여 뭉갤 작정인가?
생각이 여기에 이른 드라고니아는 흠칫했다.
‘봉인의 금쇄’가 그 영향력을 발휘하는 영역이 방대하기는 했다.
암벽산의 크기도 수백 미터를 가볍게 웃도는 거대한 규모이기는 했다.
하지만 마그마 로드란 것이 원래 작정하고 한 곳을 들이파서 만들어내는 용암 호수의 규모보다 크냐를 따진다면…….
―야! 야, 잠깐만! 그건 아니지! 투란, 호수는 아니야! 여기다 갑자기 용암 호수를 파지 말라고!
용암 호수의 규모가 수 킬로미터만 되어도 주변 환경이 갈가리 찢겨나갈 터였다. 느닷없이 지형 한 곳을 끔찍한 용암이 채우고 파괴한다면 이 주변을 서식처로 삼고 있는 짐승, 몬스터가 사방팔방으로 흩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 영향력은 수백 킬로미터에 미칠 것이 당연했다.
어차피 몬스터, 마수가 와글거리며 있는 것이라고는 고대의 유적뿐인데 뭐가 문제인가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 일. 하지만 이런 갑작스러운 한 곳의 격변은 춤추는 산맥 전체로 느닷없이 그 영향력을 발휘할 수가 있고, 실제로 그런 경우가 아주 많았다.
난데없이 출현한 강력한 몬스터가 한 지역의 생태계를 박살 내는 바람에 느닷없이 범람에 버금가는 대난동이 벌어진 경우는 한두 사람의 손가락 발가락으로 셀 범위를 훌쩍 벗어난 지 오래였다.
특히나 북벽산맥이 보이는 곳에서 터지는 격변은 산맥 너머로, 춤추는 산맥의 바깥쪽으로도 그 영향력을 꽤 발휘하고는 했었다. 그러므로 여기 용암의 호수가 생긴다는 것은 저 멀리 드라코눔에서조차 대체 뭔 일이 터졌냐고 놀랄 일의 연쇄가 시작되는 사건일 수도 있는 것.
하지만 이런 염려가 담긴 드라고니아의 말에 투란은 한눈팔다 못 들어서 갸웃하는 대꾸를 하고 있었으니…….
‘뭐? 호수? 그렇게 크게 해서 뭘 하려고?’
뭔가 작정하기는 한 모양인데 결코 용암의 호수를 꾸밀 낌새는 없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동굴 밖까지 흘러나간 마그마 로드가 주변의 지면을 물들이며 꾸역꾸역 그 체중(體重), 용량(容量)을 한껏 부풀리고 있었기 때문에 드라고니아는 진정하며 진지하게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럼 뭐 하려는 건데?
‘응? 보면 알잖아?’
―호수 파려고 하는 걸로만 보인다만?
‘에이, 그렇게 크게 안 해도 된다니까.’
―그러니까 뭘…… 엥?
살살 딴소리하려는 듯한 투란에게 좀 더 세차게 으르렁거리려던 드라고니아는 밖에서 괄괄 몰려 들어오는 마그마 로드의 격류를 보면서 당황해 말을 멈추어야 했다.
호수라고 팔 것처럼 멀리 가늘게 뻗어나가서 한껏 불어난 마그마 로드가 역류해서 동굴을 가득 채울 듯이 몰려 들어오고 있는 까닭은 대체 뭔가? 역장의 압박 속에서 투란의 몸을 근원으로 그 체중을 불리는 것이 한계가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그 부피와 중량을 늘이려면 바깥 멀리에서 지면을 덮고 씹어 삼키는 것이 당연하기는 했지만…….
‘이대로 들어가 잡으려는 거잖아.’
투란의 상반신 또한 검게, 붉고 뜨거운 줄기가 돋아난 형상을 띠면서 나온 말이었다.
드라고니아는 이제 더 묻지 않았다.
동굴을 꽉 채우며 안으로 밀려 들어가는 마그마 로드, 그 격류는 어떻게 봐도 오러 몽거의 덩치를 압살할 정도로 거대했으니까.
고유마력이 안에서 억눌린 채로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밖에서 아예 키워 들어오면 될 뿐.
투란은 뒤늦게 그 생각을 해냈을 뿐이었다.
몬스터 로드의 고유마력이 억눌린다 한들, 이미 형성한 몬스터의 형상이 해체되는 일이 없다고 확인했으니까.
―바보 같았군.
콰르르, 콰륵.
거센 마그마의 격류 속에서 드라고니아도 조금 민망하게 투란이 내질렀던 말에 동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