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864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860)
―다 삼키려고?
드라고니아가 물었다.
‘일단…… 이 기회에 확실하게 해둬야지. 융합한 놈이랑 얼마나 다른가, 따로 뼈다귀 몰골 다 보인 놈이랑은 또 얼마나 다른가. 하는 김에 제대로 파악해둬야지. 악마의 화신이 될 수 있다잖아.’
투란은 살짝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이미 상아탑의 대마법사에게 재앙의 왕이니 뭐니 하며 찍혔는데 부족하냐?
드라고니아도 차가운 척, 놀리듯이 말했다.
‘뭐라든 말든, 중요한 거는 내가 헷갈리지 말아야 한다는 거니까! 음헤헷!’
오러 몽거의 혀를 할짝이는 채로 소리는 내지 않으면서도, 투란은 웃으며 대답하고 있었다. 모처럼 이룬 성취에 몹시 기분이 좋아진 듯…….
하지만 투란이 돌고치를 하나씩 두드리다가 문득 깨달은 일이 이런 웃음을 단숨에 헛웃음처럼 바꾸고 있었다.
깩, 깨객! 끼익, 끽!
새들이 주변에서 바쁘게 날며 노래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투란이 파괴적인 힘으로 땅을 짓누르며 퍼뜨린 파동에 놀라서 주변의 돌 틈을 헤집고 지상(地上)으로 기어 올라온 작은 벌레들, 그 벌레들을 발톱으로 짓누르고 부리로 찍어 삼키면서 새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허공을 찢고 투창이 날았고, 땅속의 벌레 떼를 튀어오르게 한 우악스러운 현장이 새들에게는 그냥 신나는 잔치판이 된 광경이었다.
오러 몽거의 입이 뻐끔거렸지만 아무 소리도 안 나왔다.
―뭘 놀라냐? 이런 곳에 사는 녀석들이잖아. 날짐승이라고 우습게 보지 말라고.
드라고니아가 이번에는 제대로 놀리겠다는 듯이 키득거리는 말투로 점잖은 시늉을 하며 떠들었다.
‘아니, 아직 작은 임프 녀석들도 암벽 옆구리에 매달려서 눈치 보는 중이잖아! 뭐 저렇게 뻔뻔하냐고!’
투란은 겨우 할 말을 찾았다는 듯, 그래도 소리 없이 으르렁거렸다.
드라고니아도 이 부분은 나름대로 동의하는 듯 말한다.
―몬스터보다 좀 둔감해 보이기는 하다만, 오히려 영리하다고 할 수도 있지. 그보다 테라트가 열심히 싸온 녀석들 정리부터 하라고. 비바람 몰아치기 전에 말이야.
‘응? 비바람?’
햇살이 한창이 낮은 언제 밤이 되려나 전혀 알 수 없었다.
바람은 그저 암벽산의 정상이라고 거친 듯했고, 에어로가 거기 어우러져 테라트와 함께 묶어온 몬스터가 죽었다가 살아나 달아나지 못하게 주변을 맴도는 상황이었다. 비의 자취보다는 오히려 살짝 마른 돌가루의 티끌이 더 짙은 듯했다.
―북벽에서 이쪽으로, 한두 시간이면 비구름이 몰려 내려올 거다. 아주 낮게 형성된 구름이 자욱하게 보이지? 저 정도면 이 근처로 소나기를 쏟아붓고 휙 지나갈 정도는 되거든.
드라고니아가 멀리 북벽 산맥을 투란에게 비춰주며 설명했다.
잠시 눈을 가늘게 하고 그쪽을 보다가 투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한텐 좀 애매해 보인다만…… 정리는 빨리하는 게 좋기는 하지.’
퍼석.
데빌 임프의 변종, 보다 크고 검은 악마의 날개를 품은 녀석이 축 늘어진 채로 돌고치 안에서 끌려 나왔다. 오러 몽거의 손아귀가 그 머리를 움켜쥐었고, 여전히 몸을 꿴 채인 돌창을 끌어냈다.
금방 검은 손아귀에서 검은 가죽으로 핏빛 고리가 번져갔다.
날개가 흐릿해지며 사라졌고, 보랏빛 몸은 보다 서서히 투명해지며 사라졌다.
투란은 다른 하나의 고치를 깨면서 문장의 풍경을 관조했다.
‘흐음? 정수는 또 다르네? 학대받은 것 같은 놈이 삼키잖아?’
뼈를 드러냈던 변종 데빌 임프가 멀쩡한 녀석의 정수를 삼키며 그 뼈가 드러난 형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잠깐, 저거 왜 뼈를 드러낸 그대로냐? 정수로 형성된 거는 그 상처가 지워진 원형이어야 하잖아?
드라고니아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어라? 그러고 보니 그러네? 그냥 바로 싸두기만 했는데…….’
투란도 잠깐 흘려넘겼던 부분을 새삼 알아차리면서 갸웃했다.
* * *
날개가 검은 가죽을 한층 두껍게 하며, 광대(廣大)한 문장의 풍경을 향해 한껏 으스대듯이 펄럭였다.
악마의 날개란 이름이 왜 붙었는가를 과시하듯, 그 날개의 테두리 곳곳에서 날카로운 갈고리 같은 손톱이 불쑥불쑥 솟아나 있었다.
어느 쪽으로도 찍을 수 있고 펼칠 수 있는 날개라고 과시하듯!
그 몸이 뼈를 드러내고 뼈 안쪽으로 내장을 고스란히 드러낸 흉한 몰골이거나 말거나, 날개는 자기가 진짜 이 몬스터의 실체란 것처럼 그 흉포한 자태를 자랑하는 상황이었다.
* * *
‘아, 이거 설마…….’
투란은 퍼뜩 깨달았다.
몬스터 에센스, 그 정수가 약한 놈에게서 다 강력하게 갖춰지는 경우.
없다고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강한 몬스터가 그 가능성을 한껏 드러내는 사이에 안으로 구겨지면서 오히려 더 짙고 음험한 정수를 응축시킨 동종(同種)의 약골이 있기도 하다는 것.
몬스터 로드에게서 가끔, 쉬운 놈이라도 잡아보자고 나선 이에게 잡아 삼켜지고 나서야 그 가능성을 겨우 꽃 피워내는 해괴한 경우를 낳는 그런 약골 이야기는 고무쇠의 몬스터 로드, 그 아저씨에게서 들은 적이 있었다.
거의 없는 경우라서 기대하면 바보 되기 쉬운 일이었지만, 고무쇠 아저씨는 자신이 한번 그런 상황에서 손해를 본 적이 있다고 투덜거렸었다. 힘들게 잡은 센 놈을 차지하면서 곁다리로 잡힌 약한 놈을 양보했더니, 그놈이 더 강한 위력을 발휘하는 바람에 무지 억울했다고. 덕분에 자신보다 약했던 몬스터 로드가 단숨에 자기 머리 위로 치고 올라갔다고, 굉장히 분해했었다.
―그런 경우도 있었냐? 흐흠.
‘응? 못 들어봤어?’
―몬스터 로드와 얽힌 세세한 부분은 드라코눔에 많이 없어. 약하든 강하든 동종이라면 몬스터 로드의 자질과 재능, 노력에 따라서 위력이 갈린다고 알고 있을 뿐이다.
‘어, 보통은…… 아니, 대부분은 그게 맞기는 하지.’
퍼석.
또 하나의 돌고치를 깨고 투란은 하나 더 삼켰다.
투명한 티끌의 잔해가 투란의 눈앞에서 완전히 사라질 무렵, 문장의 풍경에서 다시 같은 상황이 이뤄졌다.
‘음, 이게…… 데빌 임프의 몸뚱어리 문제가 아니라 순전히 날개 탓인가 보네?’
점차 강해지는 날개의 형상을 보며 투란은 어이없어 중얼거렸다.
―분명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좀 더 삼키다 보면 아주 확실하게 알 수 있겠어.’
―이미 넉넉히 확실한 것 같다만…… 뭐 다른 느낌이라도 있는 거냐?
‘음…… 두 번째 놈이 좀 저항하는 낌새? 같은 품종이 하나로 엮인다기보다는 같지만 살짝 다른 놈들끼리 다툰다고나 할까? 말하기 힘든데 좀 그런 느낌이 있어. 망가진 몸뚱어리를 이기려 하다는 그런 것?’
말을 하면서 투란이 가볍게 움직인 오러 몽거의 손은 또 하나의 돌고치를 깼다.
테라트가 그 파편을 끌어모아 우걱우걱 끼득끼득하는 돌 바스러지는 소리를 내면서 뭉치고 있었다. 에어로는 좀 더 세찬 바람결을 주변에 둘러 장벽을 만들겠다는 듯이 춤을 추듯 흘렀다.
어느새 주변과 벽을 쌓은 듯이 단절된 풍경 속에서 투란은 거듭 데빌 임프의 변종, 악마의 날개를 지닌 몬스터를 한 마리씩 돌고치에서 꺼내 삼키고 있었다. 누군가 멀리서 본다면 오러 몽거가 돌고치를 으깨고 간식이라도 집어 먹는다고 여길 만한 광경이었다.
그렇게 해서 일곱 마리의 몬스터 에센스를 삼킨 다음, 투란은 확실하게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역시 날개가 주도하는 몬스터였어. 날개에 담긴 힘이 정수의 중심이 되잖아.’
―그래도 데빌 임프 형상도 많이 나은 꼴이잖아. 전혀 영향이 없지는 않아 보이는걸. 그러면…… 동굴 속에서 삼킨 거랑은 합쳐보지 않을 거냐?
‘어, 그게…… 살짝 해보려고 했는데, 엇나가는 기분부터 들더니 진짜로 엇나가는 것 같거든.’
―그건 무슨 말이냐? 내게 보여준 것 말고 또 뭐를 했어?
‘뭘 한 건 아니고, 멀리 떼어놓지 않아서 저절로 뭉쳐버리지 않게 조심하고 있었지. 그런데 전혀 서로 끌어당기는 낌새가 없어. 뭐랄까…… 데빌 임프는 데빌 임프지만 다르다? 덕분에 날개도 서로에게 무관심하다? 작은 놈이랑은 덜렁 뭉쳐버렸는데 얘네는 완전히 따로 논다는 그런 느낌?’
우득, 우득.
오러 몽거의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근육을 통해 뼈 부러지는 듯한 소리를 내면서 투란은 문장의 풍경을, 심상을 다시 음미하면서 북벽 산맥을 바라봤다.
그리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았지만 산맥에서 흘러내리는 듯한 먹구름이 굉장히 빠르게 다가오는 듯이 보였다.
―임프가 다른 품종이라 그런가?
잠시 더 생각을 해본 듯, 드라고니아가 말했다.
‘응? 임프?’
―붉은색 임프와 보라색 임프의 차이 때문일 수 있다는 거지.
‘어? 얘네 살갗 색이 다르면 다른 품종이었던가?’
―그랑츄만 봐도 분명한 일이잖아! 날개 모양도 비슷하지만 달랐잖냐! 임프라고 똑같으면 헬임프는 왜 안 뭉치냐고 따졌어야지!
‘뭐, 그쪽은 잘 관리하고 있잖아.’
피식, 새는 웃음과 함께 투란은 천천히 두 팔을 벌리고 몸을 응축시키기 시작했다.
오러 몽거의 형상이 오그라들었고, 살갗의 검은색이 온전한 사람의 살색으로 변해갔다.
오랫동안 익숙해진 그림 모스의 가죽과 뱀의 왕족 비늘이 엮인 검은 반바지가 허리 아래를 감쌌고 모처럼의 해방을 즐기듯이 훌렁 웃통을 드러낸 모습으로 투란은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먼 곳의 먹구름이 으르렁거리는 천둥과 함께 몰려오는 광경을 지켜봤다.
‘시원하다!’
째잭, 째재잭.
기분 좋은 느낌을 즐기는 사이, 좀 더 재잘거리는 울음소리를 내리는 새떼가 주변을 휘젓고 다니는 것을 보면서 투란은 피식 웃음 지었다.
마치 멀리서 소문 듣고 왔다는 것처럼, 아까 있던 녀석들과는 다른 새떼였다.
체격이 작은 만큼 날개도 작은 녀석들인데 나는 속도는 왠지 훨씬 빨라 보이는 묘한 녀석들이 벌레를 토막 내고 찍어서 꿀꺽거리며 빠르게 삼키고 있었다. 그 작은 몸이 부푼 배로 순식간에 커지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으니…….
‘설마 마수? 몬스터는 아니겠지!’
흠칫하는 생각이 투란의 뇌리를 팍 치고 떠올랐다.
덩치가 작아도 마수일 수 있었고 몬스터일 수 있으니까.
―아니야. 비-버드(Bee-Bird) 품종 중에서 거대해져서 춤추는 산맥에 적응했는데 여전히 날짐승인 경우야. 아마…… 크랙? 인간 왕국에서는 그렇게 부르는 곳에서 튀어나와 춤추는 산맥 여러 곳으로 퍼졌을걸?
‘어? 그 미친놈들만 찾아간다는 동네?’
―그건 또 뭔 소리냐?
‘불 지르거나 얼려 죽이는 꼴 보는 거 좋아하는 미친놈들이 가는 지역이라고, 오러클 아저씨가 치를 떨며 얘기할 때 들어봤거든. 음, 거기 직접 다녀왔다는 사람은 샤오콴 마을에 온 적 없었지? 말만 나와도 멀쩡한 놈이 거길 왜 가냐고 했었으니까.’
―웜의 상처 자리를 그런 취급을 한다고? 그런 말 나올 정도로 엉망일 리가 없는데? 거긴 바로크와 에테온, 두 왕국에서 꽤 깔끔하게 관리하는 곳일 텐데?
‘깔끔? 대체 그건 어디서 나온 소문이야? 관리라니…… 설마 거기서 미쳐 날뛴다는 미친 귀족들이 사실은 아주 멀쩡했다는 말이냐?’
―뭔가 얘기가 많이 어긋나 있는 것 같군. 내가 말하는 곳이 정말 네가 들었다는 그곳은 아닌 모양이다. 이름만 같은 다른 곳일 수도 있겠지.
‘그래? 흠…… 도감 찾아볼까?’
―곧 비가 내린다만…….
우르르릉.
먹구름이 암벽산의 귀퉁이에 닿았고, 번개 파편을 튕기면서 우렁찬 소리를 흘렸다.
투란이 가만히 저 너머로 귀를 기울이니 먹구름의 아래쪽으로는 이미 비가 휘날리며 대지를 진흙탕을 만들겠다는 듯이 요란한 음향이 울려퍼지는 중이었다.
‘수상하고 해로운 거는 없는 비겠지?’
―일단은 없는 듯하다만?
‘모처럼 비 좀 맞아보지, 뭐.’
투란은 적당한 크기의 돌을 찾아 앉으면서 먹구름 너머의 북벽 산맥을 지긋이 바라보는 시늉을 했다.
‘이제 하나 남은 건가.’
그 너머의 어딘가에서 떠돌기에 행방이 명확하지 않다는 유렐리아, 세 자매 중에 이제 마지막 남은 하나를 자연스럽게 떠올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