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866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862)
―적색과 주황색의 두 마리 뱀이 감고 있는 지팡이! 정체가 뭔가 여전히 의혹만 가득한 저 두 마리 뱀은 최상위 등급의 환마일 가능성이 가장 높지! 저런 두 마리 뱀이 감고 있는 지팡이는 아다만티어에 마력축적의 보석을 박아넣은 것! 저런 걸 갖고 메듀시아 앞에서 주절주절 뭘 떠들 수 있는 마법사는 단 한 명뿐이다. 네 이름, 투란이란 이름만큼이나 흔해 빠진 이름이 돼버린 카엘, 그 이름의 원래 주인이었던 대마도사!
끓어오른 자신감이 넘쳐 흐르는 말투였다.
투란은 드라고니아가 이렇게 신나게 뭐라 떠든 일이 있었던가 기억을 되새겨봐야 했다. 그리고 심술궂게 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 내 이름이 흔하긴 하다. 카엘만큼이나 말이지.’
설혹 메듀시아의 기억 속에, 그 왕창 끊긴 희미한 조각의 누군가가 대마도사 카엘이 맞는다 쳐도 이렇게 신나서 떠들 일은 아니잖은가?
아무리 생각해도 뚱할 수밖에 없는 투란의 기분은 금방 드라고니아에게 전해진 듯했다. 하지만 어째서인가 드라고니아는 투란이 한층 더 영문을 알 수 없는 격앙된 외침을 잇고 있으니…….
―투란, 너 유렐리아 찾아가야 한다.
“에? 네? 뭐요?”
너무 갑작스러워서 스스로 뱉고도 이게 뭔 말투냐 싶을 정도로 당혹스러운 소리를 내고 마는 투란이었다. 덕분에 주변의 새들이 째짹거리면서 ‘뭐래?’라고 오히려 투란을 흘깃거리기까지 했다.
허공을 보고 맹한 소리를 낸 탓에 갸우뚱거리는 새대가리들 보기 민망한 기분을 뒤로하고 투란은 여태 말리던 시늉을 했던 녀석이 누구냐고 따져볼 수밖에 없잖은가.
‘뭔 뜬금없는 소리야!’
어쩔 수 없는 황당함을 가득 담은 물음이었다.
이에 대해 드라고니아는 완강하고 단호하게 말했다.
―메듀시아를 감금한 것이 카엘이라면, 카엘이 유렐리아에게까지 간섭한 것이 분명하다면 스테노아와 메듀시아를 잡아 삼킨 상황에서 그냥 알드바인으로 돌아가면 안 된다는 말이다. 아무 간섭없이 제멋대로 다른 곳에서 세 자매가 움직인다는 거랑 대마도사가 개입했다는 거랑은…….
‘야, 잠깐만! 그 희미한 지팡이 한 자루 때문에 이렇게 흥분해야 하는 거냐?’
투란은 끼어들어 말을 끊으며 다시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살짝 광분(狂奔)한 듯이 떠들던 드라고니아가 너무 황당해하는 투란의 기분을 겨우 알아차린 듯, 잠시 침묵했다.
투란은 가만히 주변의 새떼들과 눈을 마주치면서 ‘딴 데 봐라! 나 멀쩡한 사람이시다!’라는 의지를 불태우는 눈길을 보내주는 채로 기다렸다.
잠시 후 조금 진정한 듯한, 여전히 열띤 낌새가 가득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까보다는 차분하게 드라고니아가 금방 다시 말문을 연다.
―도감에 유렐리아가 활동하는 지역에 대해 써 있었지?
‘어? 어, 아마…… 있었지? 꽤 넓었잖아?’
―찾기 쉬울 거다.
‘뭐? 야, 갑자기 그게 무슨…….’
투란은 흠칫하면서 따지려다가 뇌리 한구석을 징징 울리며 손가락 발가락 사이로 뱀 비늘이 돋아나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황금모피의 낌새가 몸 곳곳에서 피어나는 것도!
그 원인은 따질 필요가 없었다.
드라고니아가 한 말, 명백하게 마지막 한 자매의 행방을 특정(特定)해버린 그 말이 단숨에 고르고니아 두 자매의 본능을 후벼 판 것이니!
새삼 마지막 남은 자매를 향해 둘이 뿜어내는 열망이 얼마나 강렬한가를 느끼면서 투란은 으득 이를 가는 채로 묻는 말을 이어야 했다.
‘제대로 말해. 근거가 뭐야? 가서 보고 없네 하고 돌아올 일이 아니라고!’
스테노아와 메듀시아가 본능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유렐리아가 있다는 곳에서 유렐리아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그 주변은 별빛뿔이 휩쓸고 다니면서 부숴버린 수많은 석상(石像)의 파편이 남겨질 터였다. 충족하지 못한 분통함을 풀기 위해서, 투란이 그리 할 터이고 그 분풀이로 간신히 두 자매가 남은 한 자매를 찾지 못한 서운함을 살짝 잊을 테니까!
드라고니아도 투란이 하는 말의 의미를 바로 알아듣고 있었다.
그 상황이 되면 억지로 스테노아나 메듀시아를 억누르기보다는 투란이 먼저 그 서운함에 동참해서 마음대로 힘을 휘두르며 성질부리는 것으로 해소할 것이란 이야기. 어찌 보면 몬스터 로드에게는 보다 정상적인 대처인 셈이었다. 그렇게 마음껏 날뛴다면 문장의 몬스터는 한동안, 대부분 상당히 오랫동안이라 할 만큼 얌전해지니까.
―카엘이라도 유렐리아를 작은 감옥 안에 가두지는 못하지. 그건 유렐리아의 폭풍을 오히려 더 자극하고 광폭하게 응축시킬 테니까. 하지만 카엘이 작정했다면 커다란 울타리를 세우고 유렐리아를 그 안에 풀어놓는 정도는 가능할 거다. 도감에 기재된 곳, 유렐리아를 목격했다는 곳은 넓다 해도 결국 한정된…… 커봐야 수백 킬로미터의 범위 안쪽일 거란 말이야. 그 정도라면 충분히 유렐리아를 찾아낼 수 있다. 그 안에서 마음껏 움직인다고 해도 찾기 어렵지 않아. 하물며 두 자매의 특성을 한꺼번에 지닌 너라면, 그 울타리 안에 들어서자마자 알아낼 수도 있을 거란 이야기야. 그러니까, 가란 말이다.
‘야, 갑자기 가라고 보채는 이유가 정확하게 뭐야? 어째서 카엘이 끼어들었다는 낌새가 보이자마자 그러는 건데?’
거부할 수 없는 일이라고 느끼면서도 투란은 다시 짚어보겠다는 듯, 나름대로 침착하게 상황을 보자는 듯이 물었다.
드라고니아는 머뭇거리지도 않고 대답하는데…….
―가지 않으면 유렐리아가 널 찾아 나설 수도 있으니까. 산을 뭉개고…… 아니, 산맥을 뭉개고 그 잔해를 공중에 띄운 폭풍을 이끌고 너를 찾아 춤추는 산맥 곳곳을 파헤치듯이 추격을 할 수 있단 말이다.
‘왜 그렇게 되는데!’
투란으로서는 황당함에 두통이 생길 지경이었다.
투란의 이런 기분에 드라고니아는 보다 냉정한 말투로 이야기한다.
―스테노아는 왜 산맥 깊은 곳에서 헤매고 있었을까? 메듀시아처럼 가둬놓지 않은 이유가 뭘까?
‘뭐?’
묻는 말인가 해서 투란이 멈칫하며 생각하려 할 때, 드라고니아가 바로 말을 이어나간다.
―미궁이고 뭐고 스테노아를 가둬둘 것은 거의…… 알려진 것 중에는 아예 없다고 해야 할 거야. 죽이지도 못하고 가두지도 못하는 점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다른 본보기를 들 필요가 없는 것이 바로 고르고니아의 맏이 스테노이란 말이다. 하지만 스테노아는 느리고 게으르며 어딜 부지런히 들락거리거나 찾아다니는 성격이 아니지. 강력하고 튼튼해서 대책이 없지만 이런 경우라면 흔하게 쓰는 방법이 있잖아?
‘추방…….’
눈살을 잔뜩 찌푸린 채로, 여전히 두통이 세진다는 표정으로 투란이 짧게 읊조렸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는 일이었다. 소용돌이 늪에 몬스터 처박기, 다른 방법을 동원한다 하더라도 춤추는 산맥 깊은 곳에 처박아서 다른 몬스터랑 어울려 놀라 하고 관심 끊는 것은 격살할 수 없는 경우에는 아주 쉽게 선택할 수단이니까.
스테노아의 경우라면 오히려 쉬웠을 수도 있었다.
대마도사라면 딛고 있는 땅을 통째로 들어 올려 멀리 날려 보낼 수 있을 테니까.
‘어라?’
문득 투란은 스테노아가 한없이 산맥 깊은 곳으로 흘러가는 섬…… 사실은 거대한 몬스터 등짝에서 꾸물거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되새겼다. 그 위에서 아주 부지런히, 스테노아 나름대로 부지런히 꾸물거렸지만 거의 제자리걸음이나 다름없는 ‘산보’만 하고 있었다. 그 상황은 그냥 거기 갇혀 있던 상태라 말해도 별 차이가 없잖은가?
―유렐리아를 그런 곳에 던져놓으면 날개를 활짝 펴고 폭풍을 일으켜서 그 주변의 몬스터까지 이끌고 산맥 바깥쪽으로 움직일 수 있지. 그러니까 유렐리아는 산맥의 경계 밖 지역, 거대한 울타리 안에 몰아넣고 스스로 알지 못하는 족쇄라도 걸어두는 것이 가장 적당한 방법이다. 그런 울타리, 족쇄를 만들 수 있다면 말이야.
‘대마도사 카엘이라면 만들 수 있다고?’
―메듀시아를 감금하기도 했지. 생각해보면, 그 미궁 전체를 뜯어고치듯이 손대고 환마를 풀어놓는 것도 카엘에게는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야. 왜 그랬냐고 따져보자면 이미 갈가리 찢어진 세 자매를 다시 한자리에 모을 까닭이 없으니까 그런 것 같다만…… 정확하게 대마도사의 심중을 추측할 근거도 방법도 없어. 지금 중요한 것도 아니지. 중요한 것은 스테노아에게는 스테노아에게 어울리는 추방을, 메듀시아에게도 그에 어울리는 감금을 한 것처럼 유렐리아에게도 비슷한 조치를 취해놨을 거란 이야기다. 그리고 그 셋 중 둘을 네가 거둬들였어. 그렇다면 남은 하나를 일정 시간 내에 정리하지 않을 경우, 그게 널 찾아가게 할 거다. 대마도사 카엘이 일을 처리하는 방식은 늘 그런 식이니까. 끼어든 걸 몰랐다면 나도 권할 생각을 안 했겠다만, 이미 이게 대마도사 카엘이 끼어든 것이 확실하다면 하루라도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말이다.
‘대체 뭔 놈의 일을 그딴 식으로 처리해? 몬스터 자매 찢어놓고 방치해뒀다가 둘이 해결되면 나머지 하나도 해결하라고 떠넘긴다는 말이야? 정말 그럴 수가 있기는 하고? 아니, 그럴 수 있었으면 그냥 자기가 알아서 처리하면 되잖아! 왜 남한테 떠넘길 궁리를 해!’
투란은 어처구니없기에 다시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묻다 보니 한층 더 어이없어서 울컥하는 기분이 모락모락 피어나기도 하는데…….
―처리할 수 없었겠지. 그래서 처리할 수 있는 누군가가 나타나길 기다릴 궁리를 하면서 나름대로 처리하기 쉽게 준비를 해둔 셈일 거야. 그 누군가가 나타났을 때는 가차 없이 떠넘길 작정도 하고 말이지.
드라고니아도 어딘가 한숨을 쉬듯이 말하는 꼴이 심하게 당해봐서 질릴 대로 질리다가 아예 포기한 듯한 분위기가 한가득이었다.
이는 투란에게 문득 홀시딘과 몰튼노트의 경우를 회상하게 했다.
홀시딘 역시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몰튼노트의 영역을 수십 년 동안 연구했지만 위험한 대책만 잔뜩 세워놓고 일이 터지지 않기를 기대하면서 버티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다 투란이 보이자마자, 투란의 능력을 확인하자마자 뒤돌아보는 시늉도 없이 투란을 끌고 갔었잖나.
몰튼노트 이후로도 난제를 둘이나 더 떠넘겼고!
그게 딱히 투란에게 손해를 끼친 것은 물론 아니기는 했다.
까탈스럽고 복잡한 녀석들이기는 했지만, 나름 투란이 얻은 바도 컸었잖은가?
‘아니, 잠깐! 금전 수만 닢이 날아갔었지!’
퍼뜩 고개를 저으면서 투란은 자연스럽게 무마되려는 기억을 바로잡았다!
동시에 드라고니아가 열정적으로 떠들어댄 이야기를 재빨리 되새겼고, 금방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일단 두 자매가 자극받아 성화 부리는 본능을 억누르기에는 늦었다.
자매를 찾는 스테노아의 본능을 적당히 눌러놓을 수 있었다면 메듀시아의 미궁을 찾는 일은 좀 더 나중으로 미뤄뒀을 것이다. 한데 이제는 하나도 아닌 둘이 본능적인 성화, 난동을 부리고 있다. 거칠고 사납지는 않지만 순간순간 긴장을 풀 수 없는 상황이란 저절로 사람을 곤두서게 만들고 미쳐 돌게 할 터이니 두고 볼 일이 아니다!
만약 투란이 괜히 보이드의 비전으로 당당히 찍어누른다고 하면, 그래서 보다 완벽하게 둘의 본능을 억누르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유렐리아가 그 ‘범람하는 날개’를 펼치고 투란을 찾아 날아오면, 알드바인이 버텨낼 수 있을까?
홀시딘이 알면 먼저 투란을 쳐죽이겠다고 미쳐 날뛰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가장 온건한 대책은 드라고니아의 장황한 이야기가 헛된 것이라고 뭉갤 수 있는 근거…… 이야기가 몽땅 헛소리라고 납득할 수만 있다면 문장 속의 두 자매는 시무룩해지기는 해도 얌전히 기다릴 터였다.
유렐리아의 진짜 행방을 찾을 때까지는.
‘근데 이게 그 행방의 근거가 나름 착실하잖아?’
몇 차례 더듬어 봐도 유렐리아의 활동지역, 실제로 울타리 안에 가둬진 것인가 아닌가를 떠나서 그 활동지역의 범위가 수백 킬로미터 안팎이라면 정말로 투란이 찾기에 그리 넓고 막막한 상황이 아니었다.
일단 프로브를 수십 킬로 간격으로 수십 기 뿌려놓고 그물질하듯 쓸어가는 식으로 탐색하면 수백 킬로미터 정도의 범위는 문제가 아니고, 유렐리아랑 만나서 어떻게 대처할까부터 궁리할 일이다.
‘이거…… 몰렸네?’
투란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빠르게 미궁의 메듀시아를 정리해냈지만, 생각만큼 여행은 길어질 수가 있게 된 상황.
마도사의 유산이 숨겨진 곳에서 원하던 오러 몽거를 찾아내고 얻은 바가 크기는 했지만 어디가 자랑할 겨를도 없이 바로 유렐리아를 찾아가야 한다는 것.
정보가 잘못되어 없다고 해도, 투란은 일단 찾아가서 그 지역을 한바탕 뒤져봐야 하는 처지가 된 셈이었다.
‘대체 왜 이렇게 된 거야?’
뭔가 억울한 기분에 투란이 이리 투덜거리니…….
―지나간 일에 대해서 되는대로 헛소리하다가 잘못 걸린 거라고 해둬.
드라고니아가 태연하게 대꾸하고 있었다.
‘그냥 헷갈려서 한 말을 헛소리라고 하지 마! 아으으으읏!’
으르렁거리는 투덜거림과 함께 투란은 일단 도감을 꺼내 펼쳐야 했다.
서서히 개어가는 먹구름의 틈새로 잔잔한 햇살이 비치며 도감의 색채를 아주 영롱하게 밝혀주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