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888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884)
꺄아아아! 까흑!
박쥐의 입에서 나오던 소리가 꼬였다.
들이쉬던 숨결을 억지로 토해내려는 듯이 칵칵거리는 기침이 이어졌다.
활짝 펼쳐있던 날개가 바로 구부러졌고, 스쳐 지나려던 로튼 웜의 가죽에 날개에서 돋아난 발톱이 걸렸다.
끄으으, 갸악, 칵칵!
가죽 위에 올라서면서 박쥐의 머리가 좀 더 세차게, 입이 좀 더 사납게 숨을 토해내는 시늉을 했다. 숨이 조금만 더 심하게 곤란하면 그야말로 손으로 입안을 쑤셔서 토하는 짓이라도 했을 듯한 모습, 그런 스톰라이더를 향해 걸쭉한 뭔가가 훌쩍 날아들었다.
펄럭, 파악. 빠악!
꺄흐읏!
날개 끝으로 날아든 것을 쳐냈지만 연이어 날아든 다른 덩어리를 피하지 못해 맞은 스톰라이더가 박쥐 주둥이를 오므리면서 초점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눈알을 열심히 움직였다.
가죽 속에서 느릿하니 가죽으로 만들어진 인형이 일어서고 있었다.
골짜기에 걸쳐진 커다란 로튼 웜은 부식액을 이슬처럼 뚝뚝 떨구는 가죽으로 된 구름다리였고, 그 위에 스톰라이더와 가죽 인형 하나가 마주보며 떨어지지 않으려 매달린 채로 서로를 노려보고 싸울 자세를 갖추고 노려보는 꼴이었다.
이 상황을 한번 더 검토하면서 투란은 짜증이 났다.
‘이게 대체 뭔 꼴이야, 저런 놈이랑 눈치 보고 싸워야 한다니!’
―약골이 된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냉정해라!
드라고니아는 짜증 섞인 투란의 심사(心思)가 짜증난다는 듯이 잔소리했다.
스톰라이더는 잠깐씩 움찔하며 틈을 보다가 한숨이라도 쉴 듯한 인형, 투란을 향해 날개 한쪽을 휘두르면서 재빨리 자기 목구멍 속으로 들고 있든 몽둥이를 쑤셔넣고 있었다.
날개에 맞고 떨어져나가지 않으려고 살짝 뒤로 물러나고 몸을 젖히며 피해낸 투란은 뜬금없이 스톰라이더가 하는 짓에 어리둥절해서 다른 짓하지 않고 지켜봤다. 저 몽둥이가 뭐길래 목구멍 속에 저리 통으로 쑤셔넣는가, 그 결과로 대체 무슨 변이를 일으키려는가.
웨엑!
스톰라이더가 피가 섞인 덩어리를 토해냈다.
어설프게 손으로 쑤시는 대신에 몽둥이째로 목구멍 깊이 들쑤셔서 구토에 성공한 것이다.
“대, 대단하다?”
―야, 부식액을 토해낸 거잖아!
드라고니아가 투란의 감탄에 딴지 걸듯이 짚었다.
‘아, 그런 거냐? 쓸모없는 짓을!’
다시 날개를 휘두르는 스톰라이더에게 뛰어들면서 투란이 가죽으로 가린 입가에 웃음을 뗬다.
방금 전, 로튼 웜의 주변에 퍼진 안개를 들이쉰 스톰라이더는 배가 꼬이고 몸이 저려서 어쩔 수 없이 로튼 웜의 가죽에 매달려야 했다. 그 안개는 투란이 로튼 웜의 내장 일부를 형성하고 배출한 옅은 부식액과 로튼 웜 몸통 안에 아직 남아있는 부식액의 잔재를 에어로를 시켜 뿌려놓은 것!
웬만하면 날개가 저절로 삭을 텐데 스톰라이더는 그 기묘한 음향으로 어느 정도 안개를 밀쳐내며 몸에 닿게 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소리를 내기 위해 숨을 들이쉬는 사이에 몸속으로 스며든 것까지는 어쩌지 못했다.
그래서 그것을 억지로 몽둥이로 쑤셔서 배 속에 엉긴 것을 토해낸 듯한데…….
―저 녀석은 허파랑 위장이랑 별 구분이 안 되거든? 몬스터가 무슨 짐승처럼 숨으로 들이쉬는 거랑 음식으로 먹은 거랑 구별할 것 같냐!
‘어? 에잇, 상관없어! 때려잡으면 돼!’
숨으로 들이쉰 것을 토해낼 수 있겠느냐고 여유롭던 투란이었지만 드라고니아의 비꼬는 말투가 가득 담긴 말에 스톰라이더가 제대로 대처한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뒤돌아 도망칠 수도 없으니, 돌격하는 투란이었다.
스톰라이더 역시 억지로 숨을 통해 들어와 몸을 망가뜨린 독을 토해냈지만 바로 다시 날아오를 정도까지 회복하지는 못한 듯, 목구멍을 쑤셨던 몽둥이를 내밀며 투란을 경계하고 날개를 휘둘러 때리려 했다.
냉큼 그 날개로 엉겨붙고 올라타면서 투란이 의지를 통해 말한다.
‘무장생성, 대거!’
윌 라이트의 마력이 즉각 투란의 손에 단검을 쥐어줬다.
팍.
날개를 찔렀지만, 스톰라이더의 날개는 투란의 예상을 훨씬 웃도는 강도로 마법으로 생성된 단검을 퉁겨내고 있었다.
―야, 폭풍 속에 뭉쳐서 날개로 둥지를 틀고 사는 놈들이다! 어지간히 강화한 마법의 단검도 웬만해서는 이 녀석들 날개에 손상을 입히지 못해!
‘아읏! 그런 건 빨리 말해달라고!’
―마력 공명으로 이야기하는 중이고, 너 지금 싸우는 중이잖아. 이야기 들려주고 들을 때가 아니지! 아무튼 날개를 더 꽉 붙들고 달라붙어! 그래도 날개보다 대가리랑 몸통이 약하니까, 테라트가 깃들어 강화하면 그 단검도 상처 입힐 정도는 될 거다.
날개에 매달려서, 새롭게 밧줄을 생성시켜 그 날개를 휘감아 겨우 매달린 몰골이면서 투란은 오늘 여러 가지 새로운 약점을 깨달은 것을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살짝 고민했다. ‘천칭’이었다면 드라고니아는 사고가속(思考加速)을 기반으로 문장의 풍경 속에서 아주 길고 자세하게 스톰라이더라는 이 몬스터에 대해서 떠들었을 터인데, 황금매였더라도 지금보다 정교한 마력제어를 통해 할 말 다 했을 텐데!
늑대의 문장을 투란이 제법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윌 라이트와 연계가 너무 약해서 드라고니아가 제대로 잔소리도 못하다니…….
‘이런 날이 올 줄이야!’
―딴생각 말고 전투에 집중해라!
그래도 잔소리는 지장이 없다는 듯, 드라고니아가 으르렁거렸다.
꺄아아아!
투란이 매달린 날개를 향해 스톰라이더가 목젖을 울리며 소리를 토해냈다.
들리는 소리보다 몸을 두드리는 소리가 더 강한 자극인 것을 느끼면서 투란은 밧줄이 으스러져 사라진 꼴을 봤고, 날개를 짓누르고 걷어차듯 밟으면서 스톰라이더의 몸통에 엉겨 붙었다.
로튼 웜의 가죽으로 몸을 감싸 인형 몰골이 되었기에 스톰라이더의 음향이 갖는 파괴력으로부터는 면역인 상태였지만 날개와 몽둥이, 팔다리가 엮인 싸움에서는 오로지 무투술로 싸워야 하는 상황…….
‘……이 아닌가?’
가죽으로 쌓인 주먹, 발을 내밀고 머리로 들이박으면서 투란은 자신이 로튼 웜의 가죽을 너무 얕봤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톰라이더의 몸뚱이는 너무 높이 평가했고!
단순한 주먹질에 스톰라이더의 눈눈두덩이 한순간에 반쯤 으깨진 몰골로 부풀어 올랐고, 몽둥이를 든 손 쪽은 팔뚝 째로 부러져버렸다. 걷어찬 정강이, 무릎을 밟으며 스톰라이더의 목을 감으며 그 등 뒤로 넘어가는 자세 속에 아예 목을 부러뜨리면서 느낀 바가 증명해주고 있었다.
로튼 웜의 가죽, 그것만으로도 어지간한 강철 갑옷에 버금간다!
덤으로 그 강철 갑옷을 움직이기 위해 발휘된 가죽 아래 근력은 곰이나 사자라도 쥐어패서 뼈까지 으스러뜨릴 정도!
무투술이 살짝 더해진 것만으로도 스톰라이더를 단숨에 제압해버린 것이다.
―으스댈 때가 아니야, 얼른 스톰라이더의 날개를 삼켜! 다음에 또 뭐가 나올지 모른다고!
‘어, 그래. 그렇지.’
순순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흑요석 괴물을 잡자마자 로튼 웜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로튼 웜을 갈아 없앨 수 있을 듯하자 바로 이 골짜기에 기어와 몸을 던졌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파괴력을 뿜어내는, 하지만 로튼 웜의 가죽 껍질에는 막힌다는 약점을 지닌 괴성을 질러대는 스톰라이더가 날아왔다. 이런 상황이면 스톰라이더를 잡은 지금, 바로 또 뭐가 어디선가 대기하고 있다가 투란을 향해 쳐들어올 수 있는 것!
곧바로 부러뜨린 스톰라이더의 목을 더 세게 조르듯이 팔로 휘감고, 날개가 늘어진 채로 경직되는 위로 바로 다리를 갈고리처럼 걸면서 투란은 에어로를 불러 세심하게 몸을 한번 씻어내는 바람결까지 일으키고 나서야 늑대의 문장으로 삼키기를 시작했다.
으적, 와득와득.
역시나 다른 몬스터 엠블럼과는 완전히 다른, 이질적이다 못해 은근히 엽기적이기까지 한 삼키기가 끝났다. 곧바로 투란은 스톰라이더의 감각을 더듬어갔고…….
‘음? 저 굴, 저거 계속 저기 있었나?’
은은한 메아리를 품고 있는 괴상한 굴이 로튼 웜이 걸친 절벽 한편에 불쑥 뚫려 있었다.
―지금 열린 것 같은데? 이건 들어가 보라고 꼬드……기는 게 아냐! 강요하는 거다! 젠장, 투란 얼른 들어가! 스톰라이더 무리가 몰려온다!
드라고니아가 침착하게 말하다가 화들짝 놀란 듯이 서두르며 재촉했다.
투란은 따지는 것보다 먼저 재빨리 골짜기를 스쳐가는 바람결을 가늠했고, 로튼 웜을 모양 그대로 구름다리처럼 밟으면서 굴을 향해 뛰었다.
‘친절하기도 하네!’
굴로 이어진 절벽의 굴곡은 계단이나 사다리라도 된 것처럼 밟기 편했고, 딱 로튼 웜에서 굴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투란이 느끼기에 굉장히 심술궂기도 하지만, 늑대의 문장에서 시작해 연이어 나타나는 몬스터의 상호관계를 떠올리면 나름대로 철저하게 계획을 짜둔 흔적일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과연 굴 안에는 뭐가 기다리고 있는가 궁금한 투란이 안으로 한 걸음 딛자마자 끼륵거리는 소리가 큰 호통처럼 울리며 귀를 찢을 듯이 덮쳐왔다. 이에 어떤 대응책을 생각하기도 전에 투란은 냅다 숨을 토하며 마주 소리를 질렀다.
꺄아아아!
그 순간 투란의 목젖은 사람의 것이 아니라 스톰라이더의 형상을 이룬 채였고, 덮쳐오는 메아리를 완전히 역류시키며 굴 안쪽으로 되돌려 쏟아넣는 음향을 토해내고 있었다.
비록 문장은 바뀌었으나 몬스터 로드로서 몬스터 에센스를 다루는 기량만큼은 투란의 마음 깊은 곳에 맺혀 있다는 증거처럼, 단숨에 굴 안에 있던 무엇인가가 제압돼버린 듯했다.
하지만 헐떡거리면서 끼륵거리는 듯하니, 완전히 죽어버린 것은 아니었다.
다음 반응을 기다리지 않고 투란은 바로 안으로 내달렸다.
파이로가 작은 불꽃을 튕기면서 안쪽의 풍경을 훤히 밝혔다.
이전처럼 단숨에 어둠을 관통하는 시각을 형성하지 못한 것을 대신한 것이었고, 투란에게 꽤나 도움이 되었다. 굴 깊은 곳에 어둠과 함께 감춰져 있던 녀석이 갑작스럽게 밝혀진 풍경에 적응을 못한 채로 허둥지둥하며 파닥대느라 투란에게 아무런 반격도 못하는 꼴이었으니.
‘얘, 스톰라이더…… 할배?’
허우적거리는 날개를 피해 다가가면서 투란은 폭삭 늙은 스톰라이더처럼 보이는 박쥐와 인간의 혼합된 몰골을 다시 살폈다.
―벌레 먹은 놈이군.
‘응? 벌레한테 파먹히고 있잖아?’
드라고니아의 말에 투란은 눈앞에 훤히 보이는 광경이 어째 잘못되었는가를 따지듯이 중얼거렸다.
―아니, 얘가 벌레를 먹는 게 아니라 벌레한테 먹힌 과일 꼴이란 말이야!
‘아, 그 말이구나. 그래서 이 할배 스톰라이더가 왜 먹히는 꼴이 되어서 여기 처박혀 있는 거야? 소리 내는 거는 조금 약했지만 날개는 멀쩡하다못해 더 튼튼해 보이잖아?’
―더 튼튼한 거 맞아. 스톰라이더는 소용돌이 군도에 가까운 재난의 바다에서 무리지어 사는데…….
‘뭐? 바다!’
―춤추는 산맥에서도, 드라코눔에서도 거의 볼 수 없는 몬스터야. 아무튼, 닥치고 들어! 시간이 지날수록 날개만 더 강하고 튼튼해진다. 몸뚱이는 저리 늙어서 기생당하는…… 야, 저거 보통 벌레가 아닌데? 바깥에 날고 있는 무리가 여기 찾기 전에 재빨리 저놈 날개랑 벌레, 다 챙겨야 하는 모양이다. 서둘러.
‘아, 진짜!’
모처럼 은밀하게, 테라트에게 슬그머니 먼지 장막부터 두르게 하고 바닥에서 돌멩이를 끌어올려 아예 굴 입구를 막아버리게 하며 여유를 갖으려 했다. 하지만 이런 투란의 바람을 드라고니아가 바깥에서 몰려다니는 스톰라이더 떼가 쏟아내는 괴성의 합창에 프로브까지 버티지 못하고 깨져나가는 광경을 엿보게 해주며 뭉개버렸다.
그러니 투란으로서는 한껏 투덜거리면서 일단 누군가가 준비해놓은 과정을 빠르게 밟으며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무슨 벌레인지, 할배 스톰라이더의 날개가 얼마나 튼튼한지 따지지도 않고 달려들어야 하다니!
우득, 퍼억.
스톰라이더 할배가 머리부터 몸통까지 단박에 짓이겨졌다.
투란이 냉큼 늑대의 형체를 두른 다음 손으로 벌레부터 일단 움켜쥐고 긴 입에 담아넣었는데.
‘이거 뭔 벌레야? 야들야들 잘 씹히네?’
몬스터인 스톰라이더를 파고들어 서식하는 것이 묘한 식감을 자극하고 있었다.
덕분에 드라고니아는 황당해 했고.
―배 속으로 삼키는 거냐? 야, 정신 차려!
‘누가 배 속으로 삼켜! 늑대 입으로 들어가고 있구만!’
투란은 때아닌 변명을 해야 했다.
하지만 드라고니아가 하는 말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배 속 어딘가에서 벌레가 꿈틀거리는 감각이 느껴졌고, 투란은 자신의 손발 언저리에서 야들야들한 벌레가 살갗과 닿으며 그대로 속살로 파고드는 것을 알아차렸다. 스톰라이더 할배를 짓이길 때, 냉큼 숙주(宿主)를 갈아타기 위해 벌레 무리가 움직인 것이다.
‘호오? 제법인데?’
심상 속 황무지 한복판에서 늑대가 벌레를 이빨로 씹는 풍경을 지켜보면서 투란은 살짝 감탄했다.
곧바로 투란의 몸에서 몬스터 로드의 고유마력이 맥동하기 시작했고, 작은 솜털 사이로 움찔거리는 살결 속에서 형성된 벌레의 형상이 영역을 선포하듯이 몸 안팎을 헤집고 다니며 침입자를 잡아먹기 시작했다.
마치 같은 품종끼리 하나의 영토를 두고 경쟁하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