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905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901)
Chapter 181. 사막의 마녀
저물지 않는 해를 확인하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가.
투란은 대강 사흘째라고 파악하고 있었다.
자신의 감각에 의해서가 아니라, 가까이 끌고 다니는 프로브에게 아예 시간 계측을 시켜 놓은 덕분에 꽤 정확하게 헤아리는 셈이었다.
하지만 그 정확한 시간 계산이 별 의미가 없었다.
아무것도 없는…… 굳이 있는 것을 따져 보면 모래, 모래, 모래의 연속과 함께 바람, 햇살, 그 사이를 누비는 티끌 모래, 모래, 모래…….
모래 미궁에서 벗어났던 때에 바로 덮쳐 왔던 사막 바이퍼도 다시 보지 못했다.
분명히 어딘가 있을 터인 사막의 몬스터, 마수…… 적응했다는 녀석들이 정말 털끝 하나 비늘 하나 보이지 않은 채로 모래와 바람, 햇살뿐인 사막을 투란은 사흘째 헤매는 상태!
때문에 수 킬로미터 밖에서 뭔가 모래 속에서 뻐금거리며 살짝 그 입가를 드러냈다는 것을 프로브가 포착해서 알려 온 순간, 투란은 앞뒤 가리지 않고 내달리기 시작했다. 한 점 부끄러움도, 민망함도 없이!
뭐라도 거기 있을 거라는 기대를 했지만 그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은 덕분에 투란은 세모꼴 지느러미를 모래 위에 불룩 세워 놓고 모래 아래에서 꿈틀거리며 치닫고 있는 몰골을 나름대로 괜찮은 새로운 것으로 볼 수 있었다.
‘저게 뭐야?’
그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바로 물음으로 바꿀 수도 있었고, 드라고니아는 잠시 기억을 더듬는 듯하다가 대답한다.
―모래 상어인가 본데? 바다에 사는 상어가 모래에 적응했다고 보기도 하지만, 모래 망령이 상어의 형태로 고정되면서 마수화를 일으켰다는 추정 쪽이 더 그럴듯하다고 생각한다만…… 마수는 아니고, 몬스터이기는 하지.
‘직접 본 적 없어? 드라코눔의 기록에 제대로 없는 거야?’
―이 안에서 나돌아다니는 녀석들에 대한 기록은 대부분 상아탑에서 끌어모은 정보에 기반을 두고 있지. 드라코눔에서 직접 조사했다면 지도가 윤곽뿐이겠냐?
‘음…… 그래서 쟤가 지금 날 잡아먹으려는 거야, 아니면 저렇게 모래 속에서 구경만 하다 그냥 가는 거야?’
투란은 모래 상어란 녀석이 모래 안에 그 몸통 대부분을 담가 놓고 물고기 지느러미 비슷한 세모꼴 모래판만 내민 채로 가까이 오지 않는 것을 보며 묻고 있었다. 보통 몬스터라면 이 정도 거리에서 영영 침범자에게 공격을 하든가 최소한의 위협을 하든가 할 텐데 저건 멀리서 봤을 때부터 계속 제자리에서 빙빙 맴돌기만 할 뿐이었다. 마치 뭔가를 기다리는 듯도 하고, 뭔가를 노리는 것 같기도 한데…… 자신을 기다리거나 노리는 것은 아니니 의아한 투란이었다.
―모래 속에서 벙긋거리던 녀석이랑 서로 견제하는 모양인가 보다만.
‘어? 아, 저게 벙긋거리고 있던 거 아니야?’
―프로브로 봐라. 저 모래 상어보다 더 깊은 아래에 있는…… 다른 모래 어종(魚種)인가? 아니, 어종은 아닌가?
‘아, 가라앉았네?’
드라고니아가 부족한 정보로 조금 곤혹스러워 중얼거릴 때, 투란은 세모꼴 지느러미가 모래 속으로 사라지는 광경을 보며 아쉬워했다. 이제 다시 햇살 아래에 모래, 모래, 모래로 이어지는 풍경이 언덕을 이루고 골짜기를 이루려는 풍경이 되고 말았으니까. 차라리 덤빌지도 모르는 모래 상어가 오락가락하는 꼴을 보는 것이 마음에 위안이 될 지경이잖나.
―야, 널 먹잇감으로 노리는 모양이다?
‘응? 모래 상어…… 아닌가?’
갑작스러운 드라고니아의 말에 투란은 프로브가 보여 주는 모래 아래 속의 상황을 보다가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뭔가 투란을 노리고 치솟고 있었다.
한데 모래 상어는 그 치솟는 것을 노리며 움직이는 중, 어쩐지 투란에게는 별 흥미가 없는 모양이었다.
―뭐가 노리든, 너까지 휩쓸리겠는데?
모래 속에서 더욱 빠르게 다가오는 것의 형체를 제대로 그려 내려 애쓰며 드라고니아가 말했다. 다른 곳이라면 벌써 프로브로 그 세심한 형태를 파악했겠지만, 이 사막의 권세 아래에서는 모래 안에서 움직이는 것을 그저 흐릿한 그림자처럼 엿보는 것이 고작이라 답답해하는 말투였다.
그게 뭐든 그대로 멀뚱거리며 맞이할 수는 없는 일.
투란은 곧바로 옆으로 뛰고 뒤로 뛰면서 겨냥을 회피하는 채로 모래의 율동을 관찰했다.
마치 물결처럼 출렁이는 듯하다가 불룩 모래가 부풀면서 거품처럼 터지며 모래 상어에게 쫓기면서도 투란을 노리는 녀석이 튀어나왔다. 그 자태는…….
‘물고기? 가재? 아니, 전갈? 대체 뭐야?’
투란이 아는 것들이 적당히 섞인 꼴이었다.
머리는 물고기, 한데 그 뒤로는 가재나 전갈을 닮은 몸통이었고 당당하게 집게손까지 한 쌍 머리 옆으로 꽂고 있었다. 어떻게 생겨 먹은 집게손인지, 손목 언저리부터 맹렬하게 집게가 회전하는 꼴이 어처구니없다. 게다가 꼬리는 가재처럼 두 갈래로 갈라졌는가 싶은데, 그 중심에서 불쑥 솟아나 있는 바늘은 전갈의 것이 아닌가!
그 괴상한 물고기 가재 전갈이 골고루 섞인 녀석이 입을 크게 벌리고 송곳처럼 회전하는 집게손을 휘둘러 투란을 찍고 깨물어 삼키려 덤비는 중이었다.
투란은 괴상한 몰골을 다시 둘러보면서도 대응하지 않고 좀 더 거리를 두며 뒤로 멀찍이 뛰기만 했다.
그리고 모래 상어가 모래를 흡입하듯 가라앉히며 튀어나왔다.
거의 3, 4미터의 모래 구덩이가 둥글게 패어 들어가는 듯했는데 그 테두리가 떡 벌어진 입, 뾰족한 주둥이를 내밀면서 공중으로 치솟는 광경은 거의 웜을 연상시키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치솟은 모래 상어는 굉장히 빨라서, 전체 길이가 거의 이십여 미터에 달하는 형체가 드러났다 싶은 순간에 훌쩍 사라진 것은 순식간!
투란을 향해 달려들던 골고루 섞인 몰골이 비명이고 뭐고 없이 단숨에 모래 상어의 입, 구덩이 속으로 빨려들어 가며 모래 속으로 함께 사라진 것도 한순간!
아주 짧은 동안이었지만 투란은 머리 위를 넘어가는 모래 상어의 전체 형태를 볼 수 있었다.
‘우와, 등짝에 톱니 달고 있었어? 그런데 모래 위로는 제일 큰 톱니 끄트머리만 그렇게 내밀고 있었다고? 덩치랑 다르게 엄청 교활한 놈이잖아!’
모래 상어가 모래 위로 드러냈던 세모꼴 지느러미, 제법 컸지만 고작해야 1미터에도 닿지 않는 끄트머리였다. 하지만 그 몸통과 함께 드러난 지느러미는 가볍게 2, 3미터의 길이와 폭을 지닌 것을 맨 앞으로 해서, 적어도 1미터는 훌쩍 넘는 것이 등골을 타고 꼬리까지 이어지며 돋아나 있었다. 옆구리 쪽으로 길게 돋아난 지느러미, 몸 중간에 한 쌍, 꼬리로 이어지면서 또 한 쌍, 꼬리는 수직으로 선 채로 위아래로 돋아난 세모꼴의 지느러미 형태…… 하나같이 투란에게는 낯설면서도 모래 아래를 자유롭게 움직이기에는 굉장히 적합하다고 직관적으로 느끼게 해 주는 모습이었다.
‘바다에는 이런 놈들이 잔뜩 사는 거야?’
감탄하다가 문득 모래 상어가 자신에게 전혀 다가올 낌새가 없이 가라앉아 멀어지는 것을 알아차리며 투란이 신기해서 물었다.
―아니, 닮기는 했지만 이렇게 생기지는 않았지. 상어도 품종이 꽤 많아서…… 어쨌든 멀쩡한 상어가 몸길이 십 미터를 넘는 경우는 거의 없어. 그나저나 프로브의 탐지를 느끼고 방해하는 능력은 꽤 귀찮네.
드라고니아가 투덜거렸다.
투란은 키득거렸다.
‘그래도 모래 망령처럼 잡아먹거나 때리지는 않잖아.’
―가까이 갔으면 비슷한 영향을 받았겠지. 아무튼…… 어떤 과정인가 모르겠다만, 이 사막에는 바닷속 생물의 형상을 본뜬 것 같은 녀석들이 많아. 순수하게 한 종의 형태만 갖춘 것도 아닌 듯하고…… 방금 상어처럼 널 가늠하고 물러선 경우보다는 상어가 노리는데도 널 덮치려 한 놈처럼 앞뒤 잴 줄 모르는 놈이 더 많을걸? 주의해라.
‘그래, 방심은 나쁘지…… 나쁜데, 모래만 가득하잖아! 상어 깊이 가라앉아 버렸고! 이제 어디로 가냐고!’
털썩, 투란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말랑거리면서도 선명하게 쏟아지는 햇살이 살갗을 간지럽히고, 소동 뒤에 가라앉아 가는 잔잔한 모래 티끌이 살갗에 엉겨 붙으려 했다. 땀이 조금이라도 살갗 언저리에 배어 있었다면 바로 모래 티끌로 얇은 옷을 한 겹 살에 덧붙이는 꼴이 되기 딱 좋은 환경이었다.
그러나 투란의 살갗은 바싹 마른 채로 물기 없는 나무껍질처럼 섬세하게 엮여 있을 뿐이었다. 살색만 남긴 채, 피부의 구조는 완전히 다른 형상!
헤매고 있기는 하지만 사막에서 쓸모없이 방출되는 수분(水分)은 몸의 어느 구멍으로도 용납하지 않는 모습인 셈.
다시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망상하며 투란이 멍하니 잠시 앉아 있는 사이, 이리저리 프로브를 움직여 보며 관찰과 탐지를 이어 가던 드라고니아가 다시 말문을 연다.
―생각해 봤는데…… 이런 상황이면 전부터 궁리하던 것을 해 봐도 될 것 같다만, 할래?
‘응? 뭘?’
맹하니 아무 생각 없는 투란의 대꾸였다.
드라고니아는 한숨과 함께 혀를 차는 말투로 말한다.
―프로브에 섀도우 하트, 악마의 심장 줄기를 섞는 것 말이다. 물질적인 형태를 갖춰야 하는 점이 아쉽다만, 프로브에 상아탑의 드론 형태를 부여해서도 운영 가능하니까. 그거라면 몬스터 로드의 마력을 실어 움직일 수 있잖아. 그러면 이 사막의 권세가 드리운 영향력도 어느 정도 저항해서 탐지 범위를 확대할 수 있잖을까 싶다만…… 어쨌든 몬스터 로드의 고유 마력이라면 환경, 조건의 비정상적인 영향에 강하니까 말이다.
‘아, 그거…… 역병 숲에서는 별로 나은 점이 없었잖아. 여기서는…… 아예 프로브가 제약을 받으니 훨씬 나은 건가?’
―그래, 그리고 드론 형태라면 모래 망령이 갑자기 모래 속에서 튀어나와도 오히려 순수한 마력 구성체인 프로브보다는 더 쉽고 강하게 버틸 수 있지.
‘음, 그것도 있구나. 해볼 만하겠네?’
―그래, 그러니까 하자고!
맹하고 멀뚱멀뚱한 투란의 태도에 드라고니아가 답답하다는 듯이 으르렁거리며 보챘다. 그 태도는 어딘가 모래와 햇살에 지친 투란의 기분을 고스란히 흉내 내는 듯한 분위기가 가득했기에 투란은 배시시 웃으면서 정신을 집중했다.
드러난 손발 언저리에서 곧바로 또렷한 나무껍질의 반점이 생겨났고, 뿌리가 허공으로 가지를 뻗어 내듯이 ‘악마의 심장’ 가닥이 실그물처럼 돋아났다. 실그물은 허공에서 엉기며 이리저리 균형을 잡고 다면체(多面體)의 형태를 꾸며 나갔다. 그 안에 ‘투란’의 의지가 심어지는 순간, 윌 라이트의 마력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새끼손톱만 한 실그물의 거품 방울이 투란에게서 분리되며 꽃씨처럼 허공으로 날려갔다.
―달랑 하나?
드라고니아가 한 방향으로 한 조각만 날리는 투란에게 불만스러운 듯이 중얼거렸다.
‘잘못되면 바로 가서 주워야 하잖아. 일단…… 어느 정도 버티고 움직이나, 따로 뭐 나오지 않나부터 보자고. 주의하자며?’
투란이 툴툴거리며 말했다.
작지만 이 모래 어딘가에 그 작은 것에 반응하는 녀석이 나올 수도 있다는 점, 프로브처럼 10킬로미터를 넘어섰을 때 부서지는가에 대한 실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왜 드라고니아가 아닌 자신이 먼저 짚어 줘야 하냐고 투덜거려 보는 셈이었다.
―쯧! 닥치는 대로 저질러 보고 생각하는 녀석이 새삼스럽기는…….
드라고니아는 그래도 핀잔하듯 투덜거렸다.
‘야, 계획대로 안 돼서 그렇지 나도 계획적으로 생각하고 움직인다고! 몬스터 사냥의 기본이 바로 사냥 전의 치밀한 준비야! 이래 봬도 내가 알드바인에서 한 달 넘게 혼자 사냥도 했던…….’
―뭐냐, 저건?
‘말하는데 끊지 마! 근데 뭐래?’
불쑥 투란의 자화자찬하려는 시도에 한마디 던진 드라고니아, 거기에 반발하려던 투란도 정말로 새로 포착된 사막의 이질적인 존재에 대해서 함께 궁금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럭저럭 10킬로미터 경계로 잠깐 사이에 도달했고, 그 너머로 거침없이 감각 범위를 확대할 수 있었던 프로브-드론이 찾아낸 무언가…… 그런데 그 모습이 어딘가 사막의 상황에서 벗어난 이상한 것인 탓이었다.
―거리는…… 대략 32킬로미터 너머로군. 과연 고유 마력의 드론 타입이면 사막의 권세로부터 상당히 자유롭잖아. 야, 달려…… 아니, 날아갈래?
‘닥치세요! 내가 무슨 짐말이냐!’
왠지 태평하게 보채는 드라고니아에게 투란은 으르렁거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누워서 잠시 지켜보는 짓을 할 때는 아니었다.
투란은 일단 발딱 일어났고, 자신의 차림새를 다시 점검부터 했다.
빨리 뜨거워진다는 사막 재규어의 검은 가죽, 그 가죽을 기반으로 몸에 두른 가죽 갑주의 형태는…… 투란을 짐승처럼 꾸며 놓고 있었다.
살짝 저편에 감지된 이상한 존재의 형태를 다시 가늠해 본 투란은 혀를 차며 먼저 자신의 차림새부터 바꾸기 시작했다.
우선 마법 배낭에서 회색을 입힌 가죽 갑옷과 질긴 실로 짠 배낭, 기본적인 검 두 자루를 그 배낭에 꿰듯이 걸고 적당히 육포와 물통을 옮겨 담았다.
―뭐 하는 거냐?
갑작스럽게 알드바인의 초보 몬스터 헌터 차림새를 흉내 낸 듯한 투란을 보며 드라고니아가 ‘이놈이 미쳤나?’ 하는 말투로 묻고 있었다. 이 사막에서 전혀 쓸모없는 모습이 되는 중이니까!
픽, 웃음과 함께 투란이 대답한다.
‘사람인가 아닌가 애매하지만, 사람이면 나도 사람처럼 보여야지! 첫인상이 짐승 같은 놈이면 곤란해!’
저 너머의 뭔가가 누구일 경우에 대비한다고 으스대는 말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