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909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905)
“너…… 너, 이게 무슨…… 짓이야!”
찰싹, 투란의 볼을 꽉 움켜쥐면서 소녀가 하는 말이었다.
―뭔가 잘못된 것 같다, 투란.
드라고니아가 빠르게 마녀의 반응을 포착했다는 듯이 말했다.
붙잡힌 볼이 거의 쥐어뜯길 것 같다고 느끼면서도 투란은 어리둥절해서, 한쪽 뺨이 뒤틀린 채로 소녀, 마녀를 향해 대답하고 있었다.
“어, 기운 나게 해 주는 팽팽한 바지라고 했는데?”
파르르.
마녀, 소녀의 얼굴이 붉게 물든 채로 떨렸다.
이는 목 아래에서 올라온 경련(痙攣)이었고, 바싹 조이듯이 오므린 다리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무릎부터 허벅지까지…… 이제는 검은 가죽이 탱탱하고 팽팽하게 광택을 드러내면서 덮인 소녀의 두 다리가 버티고 서 있기를 어려워하듯 떨리며 소녀의 온몸을 바들거리게 하는 셈!
“누, 누가! 어떤……!”
“용병 누나가 그랬어! 진짜라고!”
투란의 황급한 대답은 많이 헝클어진 채였다.
마녀가, 소녀의 두 손이 이제 모두 투란의 두 쪽 뺨을 꽉 움켜쥐고 쥐어뜯을 것처럼 당기는 중이었고 격렬하게 붉어진 눈가와 뺨이 왠지 격노(激怒)를 드러내는 듯했으니까.
―음, 심각하게 잘못된 것 같은데?
드라고니아가 한층 더 심각해진 말투로 속삭였다.
‘프, 프로브! 프로브로 어디가 이상해졌나 좀 살펴보라고!’
―재조정 중이잖아. 이 사막에서 헝클어진 네 감각처럼 뒤틀린 채니까. 생각보다 까다로워서…… 이렇게 산만한 상황에서는 프로브 재조정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군. 아니, 다시 만들어도 이 마녀의 상태를 살피는 것은 무리야. 대체 무슨 상태냐고 그냥 물어봐.
‘야, 이 썩을……!’
요청을 깨끗하게 튕겨 내는, 멀찍이서 불구경하는 듯한 드라고니아에게 으르렁거리고 싶은 생각도 튀어나올 듯하다가 금방 투란의 마음속에서 한구석으로 밀려났다. 그보다는 소녀의 이글거리는 듯한 눈빛에 말을 보태는 쪽이 더 안전한 대책이라 느끼는 탓이었다.
“정말이라고! 용병 누나가…… 다리를 꽉 조이고 움직일 때마다 가랑이 사이를 꼭꼭 눌러 긁어 주는 가죽 바지는 남자는 죽이겠지만 여자한테는 엄청 힘을 준다고 했는데! 진짜야!”
“이 미친놈! 얼른 풀어, 빨리! 그만 조여! 그, 그만!”
가능한 한 상세하게 설명하는 투란을 향해 점점 더 붉어지는 얼굴로 소녀가 신음 반, 격노 반을 섞어 외치면서 악착같이 두 손에 힘을 줘서 볼을 찢을 듯이 사납게 당기고 있었다.
말하는 대로 듣지 않으면 이대로 투란의 볼이 뼈만 남기고 뜯겨 나갈 상황!
“알았…… 손 좀, 손을 좀 대야 해!”
완전히 생성이 끝난 가죽이었기에 수정하려면 다시 접촉이 필요했다.
해서 투란은 허우적거리는 손짓으로 다시 소녀의 다리를 잡으려 했지만…….
떨리는 몸으로 간신히 서 있는 듯한 소녀였기에 투란의 두 손은 그대로 허리춤을, 그 옆으로 내려가며 주저앉는 몸을 받쳐 주기 위해 엉덩이를 잡아 올려 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정성껏 꾸며 놨던 조임새를 투란이 풀어 놓기가 무섭게, 소녀의 무릎이 투란의 턱을 무찔렀다.
뻐걱.
“껙!”
투란은 뒤로 벌러덩 넘어졌고, 소녀의 가죽 바지는 격한 움직임과 사나운 충격에 조임이 풀려 헐렁해진 엉덩이 쪽이 맨살을 드러내는 꼴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이어진 소녀의 외침.
“이 멍청아, 차라리 거짓말이었으면…… 도대체 열 살 먹은 애도 아닌 녀석이 어디 살다 왔기에 그런 말을 고스란히 믿고 사냐고!”
억울한 투란은 모래 위에서 버둥거리며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
“그 누나! 날 속였던 거야! 그럴 수가!”
―야, 어린 너한테 그냥 농담한 걸 진담이라고 착각했던 거 아니냐?
‘아냐! 진담이었다고! 나중에 힘들어 보이는 여자 보면 북돋워 줄 수 있다고! 근데 그게 공갈이었다니! 거짓말이었다니! 이럴 수가!’
―속은 것 같은데? 마녀가…… 저리 평정심을 잃게 하는 짓을 그리 알려 준 것을 보면 말이야. 아, 얼마나 심한 짓이었기에 탈진해서 쓰러지는 거냐?
‘뭐?’
징징거리던 투란은 억울함을 억누르고 누운 채로 고개를 쳐들며 소녀 쪽을 봐야 했다. 힘차게 무릎 차기를 날려 턱뼈를 부술 듯한, 투란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으면 분명히 부서졌을 강타(强打)를 날린 마녀가 왜 쓰러진단 말인가?
투란의 의아해하거나 말거나 현실은 드라고니아의 말대로였다.
큰소리까지 쳤던 소녀는 풀썩 쓰러졌고 모래가 티끌을 휘날리면서 그 몸을 받아 바로 파묻겠다는 듯이 벌써 반이나 덮고 있었으니까. 원래 푹푹 빠지던 모래이기는 하지만, 투란과 달리 가볍게 그 모래를 밟고 다녔으면서도 지금은 전혀 그런 낌새 없이 모래에 떨궈져 스며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 진짜!”
투란이 억울한 사정을 더 떠들기도 전에, 들을 생각이 전혀 없다는 듯이 저리 쓰러지다니!
한층 더 억울한 표정으로 투란은 턱을 어루만지는 채로 일어서려 했다.
그 와중에 엉거주춤하니 다리와 엉덩이에 힘을 준 탓인가, 모래가 한층 더 빨리 투란을 삼키려는 듯했고 금방 허리까지 잠겼다.
소녀 또한 벌써 모래에 누인 얼굴이, 몸과 함께 거의 사라질 듯이 보였다.
‘왜 이래, 이거?’
―가라앉지 마! 여기서 이대로 가라앉아 모래 속을 헤매면 갈 곳은 모래 미궁뿐이라고!
짜증 내려는 투란에게 드라고니아가 한층 더 격앙된 외침을 터뜨려 줬다.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겹쳐지는 것을 느끼면서 투란은 일단 소녀, 마녀와 자신이 모래에 더 이상 빠져들지 않도록 만들어야 했다.
곧바로 투란의 손이 모래를 짚었고, 시커먼 잉크빛이 콸콸거리고 흘러나가며 부드럽게 모래를 덮는 융단을 자아냈다. 그 융단에서 가지가 뻗어 나오고 줄기가 되어 소녀의 몸 아래로 파고들었고, 곧바로 소녀를 끌어냈다.
투란도 냉큼 융단에 손을 짚고 모래에서 몸을 빼 올려 얹었다.
모래 위에 느닷없이 깔린 시커먼 융단은 금방 햇살에 달아오르듯이 뜨거워져 갔다.
낯을 구기면서 투란은 배낭을 융단 위에 내려놓고 검을 작은 기둥 삼아 세우고, 여리고 검은 실 가닥으로 엮인 천을 자아내어 걸었다.
펼쳐진 채로 칼자루에 걸린 천의 그늘이 융단 위를 덮었다.
그리 높지는 않지만 앉고 눕는 데는 적당한 높이를 유지하도록 고정하고 투란은 한숨을 쉬며 소녀, 마녀를 바라봤다.
‘죽었나?’
―숨 쉬는 중이다만, 곧 죽을지도 모르겠는걸? 마력이고 체력이고 멀쩡한 구석이 없어 보이니까…… 물이라도 좀 더 먹여야 할 것 같은데? 셀레스티얼 가드가 있으니까, 그냥 대충 몸에다 뿌려도 괜찮을 거야.
‘그래?’
투란은 잠시 소녀를 훑어봤다.
모래 티끌이 가득 묻은 상태지만, 여전히 가죽 바지는 입고 있……다고 하기 애매한 상태였다. 투란을 걷어차다가 엉덩이가 벗겨진 그대로 쓰러진 탓이었고, 그렇게 모래에 빠져들던 몸을 아무 생각 없이 투란이 걷어 올려 융단 위에 올려놨으니 어쩔 수 없는 모습이었다.
‘거참, 티아라 생각나게 하네.’
샤와콴 마을에서 옆질 살던 사납고 제멋대로였던 꼬마 여자애를 떠올리면서 투란은 한숨을 쉬었다. 뭘 잘못 듣고 왔는지 아랫도리를 까고 ‘돈 내놔!’를 외치던 그 엉뚱했던 꼬마…… 좀 큰 다음에는 그런 이야기를 누가 꺼내려 하면 돌멩이 들고 내리찍어 버리는 험악한 소녀가 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그 난장판의 곁을 지나가던 투란도 그 돌에 목덜미를 맞은 적이 있잖은가.
뭔가 더 이어질 듯한 추억에 오래 잠겨 있을 틈이 투란에게는 없었다.
스스슥, 수상할 정도로 빠르게 잠겨 들던 모래가 흐르며 요동치기 시작한 것이다.
“또 이거냐.”
사흘 동안 걷다가 몇 번 봤기에 투란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이렇게 요동치다가 갑자기 푹 꺼지면서 소용돌이치며 가라앉아 버리는 모래 구덩이가 뚫렸다. 그리고 금세 메워지기는 했지만, 어정쩡하니 있다가는 함께 휩쓸려 모래 아래로 잠겨 버릴 터였다.
투덜거리면서도 투란은 다시 융단에 손을 댔고, 모래 티끌을 밟고 달릴 수 있는 실 가닥의 다리를 잔털처럼 잔뜩 돋아나게 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융단 아래에 실벌레가 잔뜩 꿈틀거리면서 모래를 밟고 미끄러지는 것으로 보일 광경이었다.
그런 채로 투란은 가라앉은 모래 구덩이 자리를 멀찍이 피해 냈다.
흔들거리는 소녀의 엉덩이가 그사이에 투란의 눈가 한 귀퉁이에 고스란히 비쳤고, 여리지만 아직 끊어지지 않은 숨결 또한 분명히 파악할 수 있었다. 더불어 소녀의 살갗에 계속 아롱거리는 기묘한 빛의 파문을 통해 아직 셀레스티얼 가드가 활동 중인 것도…….
‘어쨌든 살려는 놔야겠네.’
오해를 풀기 위해서도, 길 찾는 법을 마저 배우기 위해서도 아직 마녀의 지식이 필요한 투란이었다. 어설프게 감각을 흔들어 대는 것만으로는 그리 멀리 갈 수 없다는 것을 느꼈으니까.
그래서 투란은 물통을 꺼냈고, 드라고니아의 말을 기억하며 소녀에게 부었다.
촬촬촬.
―야, 기왕 물을 먹일 거면 제대로 눕혀 놓고 입에다 부어 주지!
‘뭐? 그냥 몸에 뿌리면 된다며? 맨살에 뿌리고 있는데 왜?’
―맨살이기는 하다만, 엉덩이 위에 그리 뿌려 놓으면…… 글쎄다, 이제까지 내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인간의 관습상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데?
‘어? 그건 오줌싸개로 착각할까 봐 그런 거고. 여기서 누가 그런 착각을 해? 괜찮아, 괜찮…… 우와, 물 사라지는 것 봐라!’
넉살 좋게, 소리 없이 대꾸하다가 투란은 붓는 물이 금방 소녀의 엉덩이에서부터 번지며 소녀의 몸에 묻었던 티끌을 벗겨내며 깔끔하게 말라 없어지는 것을 보고 감탄했다.
―넌 역시 아직 정상적인 인간관계에 대한 학습이 부족해! 알드바인에서 너무 빨리 나왔어! 거기서 정상적인 인간의 활동을 좀 더 지켜봤어야 했어!
드라고니아가 투덜거렸다.
‘헛소리 그만하고, 프로브의 재조정에 대해서 말해 봐. 이제 주변 탐색이 멀쩡하게 되는 거야?’
―힘들 것 같다. 아무래도 바람의 미로가 내가 아는 바람의 미로보다 한층 더 복잡하고 정교해. 뭔가 다른 요소가 잔뜩 개입된 데다가…… 어쩐지 지금 부여되고 있는 광역 환각이 프로브랑 마법적인 측면에서 비슷한, 거의 동일한 형태를 이용하는 것 같거든.
‘비슷? 동일? 게다가 복잡?’
―너 싫어하는 복잡한 부분 빼고 간단히 말하자면, 프로브의 구성 원리를 이용한 광범위 환각이라서 프로브가 멀쩡할 수가 없다고. 이건 기초 단계부터 구성 설계를 다시 해야 하는데, 그러면 완전히 새로운 마법이니까. 당장 어찌할 수가 없어.
‘쳇, 어쨌든 마녀의 도움이 필요하겠네. 그런데…… 물만 삼키고 죽는 거는 아니지?’
투란은 물통이 텅 빈 다음에도 물방울이 모두 마른 채로 일어나지 않는 마녀, 소녀의 모습을 살피며 갸웃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정말 이상한 소녀, 마녀였다.
헐렁한 옷 한 벌…… 위아래 합쳐서 겨우 윗몸을 가린 몰골로 이 사막을 헤매고 있다는 시점에서 이미 잔뜩 이상하기는 했다. 그래도 기묘한 것을 지닌 마녀라니까 그러려니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샌드 드래곤이니 뭐니 할 때부터는 이제 그 차림새나 정체보다 정신 상태가 수상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길 찾는 방법만 얻고 나면 잘 가라고 보낼 수 있으니까, 그때까지만 대충 넘기면 될 테니까 상관없었다.
이런 판단을 부추기듯, 이 마녀는 아무런 감정도 내보이지 않으며 투란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이름도, 어째서 이렇게 사막을 헤매는가도, 몬스터 로드이면서 뭘 아닌 척하고 나타났느냐고 따지지도 않았다.
그저 날개가 있는가, 날 수 있는가만을 중요하게 여겼을 뿐.
때문에 투란도 아주 잠깐의 동행이겠거니 여겼고, 그 잠깐 동안이라도 마력 고갈과 함께 체력 저하된 상태를 좋게 해 주겠노라고…… 나름대로 배려했는데 사기당한 꼴이 되고 말았다!
‘젠장, 생각하니까 더 억울하네! 여자도 가랑이 걷어차이고 조여지만 남자처럼 아플 줄이야! 그 누나, 술집 아저씨도 아니고 나한테 왜 그런 거짓말을 한 거야! 아으, 알드바인에서 제대로 확인 좀 해 둘걸!’
―거기서 이런 상황이었으면 칼부림 났을 수도 있어 보였다만.
‘크엉! 시끄러워! 암튼…… 정리는 좀 해야지.’
물로 씻겨 낸 꼴인 탓인가, 혹은 셀레스티얼 가드 탓인가 그늘 속에서 반짝반짝하는 엉덩이 살결을 보다가 투란은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 다리 옆을 가죽을 손끝으로 찔렀다.
가죽 안으로 다시 한번 시커먼 잉크빛이 맴돌았고, 엉덩이가 가려지며 소녀의 허리까지 휘감은 차림새가 완성되었다. 이번에는 팍팍 들러붙어 조이지 않고 적당히 간격을 두었지만, 흘러내리지 않게 찰싹 달라붙는 가죽 바지였다.
―음, 왠지 더 화낼 것 같은데? 아까 한 짓이 더 수상해지잖아?
‘닥쳐!’
발끈하면서도 투란은 깊이 숨을 골라 후욱 내쉬었다.
도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사막에 떨어져서 이런 소녀, 마녀를 만났는가.
그리고 이 무슨 억울한 일인가!
‘아, 시알라도 꽤 꽉꽉 조이는 바지를 입었는데…….’
―글쎄, 시알라는 가랑이를 조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만.
‘약 올리지 말라고!’
후욱, 다시 숨을 고르던 투란은 문득 소녀의 눈동자를 봤다.
“어, 깨어났…….”
부스스, 힘들게 팔로 융단을 짚으며 소녀, 마녀가 몸을 일으켜 앉았다.
이어 엄격한 소녀의 눈빛이 투란을 겨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