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956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947)
투란은 머리를 긁적이고 싶었다.
하지만 투란의 두 손은 다소곳하니 모여 앞섶을 가리는 꼴이었고, 표정과 태도는 코르티알의 말에 훌렁 넘어간 채였다. 박수 치고 두 팔을 들어 올려 환호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상할 지경.
‘이게 대체 뭔 상황인 거지?’
―글쎄다…… 지배자란 것은 아무래도 드래곤 같다만…… 반역자도 드래곤인 것 같거든? 무슨 상황인지 짐작이 안 되는걸?
‘그러고 보니, 무슨 샌드웜을 용의 화신 어쩌고 했지?’
―응?
‘셋 중에 제일 약한 용의 화신이 샌드웜이라고, 저기 가시뱀 아저씨가 그랬잖아.’
―어?
‘야, 왜 그래?’
―설마……?
‘뭐야, 뭐가 그리 믿기지 않아서 그러는데?’
투란은 드라고니아가 전혀 생각지 못한 부분을 겨우 깨닫고 당황해서 한마디씩 털어 낸다는 것을 깨닫고 물었다. 하지만 드라고니아의 대답이 나오기 전, 차분히 따져 보기 전에 늑대처럼 울부짖는 외침을 터뜨리는 코르티알의 이야기가 먼저 투란의 귓가에 사박사박 채워지듯 꽂혀 들고 있었다.
“반역자는 강합니다, 몇 번을 말해도 분하지만 현재 그 사실을 뒤집을 방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반역자에게는 분명한 약점 또한 존재합니다. 반역자가 힘을 얻은 그 방식으로 인해, 반역자에게는 치명적이며 수정할 수 없는 약점이 있습니다! 네, 여러분 모두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약점입니다. 그럼에도 어떻게 할 수 없었던 약점이며, 이제는 아무도 약점이라 부르지 않지요. 대신 이렇게들 부르더군요. 그림 투아란!”
‘에? 뭐?’
당황해서 투란은 여우 같은 표정으로 늑대처럼 포효하는 코르티알을 훑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너무 감정적인 반응이었는지, 데저트 데몬이 투란의 고갯짓과 눈짓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었다. 누가 보면 목 위는 관심이 가지 않지만 목 아래의 몸매는 볼만해서 본다고 착각하기 쉬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코르티알은 빙빙 돌고 있었고, 모두의 관심은 코르티알에게 바싹 뭉쳐 있는 듯이 아무도 미묘한 투란의 태도나 자세에 주목하지 않았다.
드라고니아도 이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몸짓을 한 투란보다는 갑작스럽게 나온 이름에 흠칫하면서, 겨우 이 상황의 사연을 알아차렸다는 듯이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거 그거였나?
‘그거? 뭔 그거? 이게 뭔데?’
투란이 바쁘게 물었다.
―그러니까…… 야, 힘 빼고 좀 더 지켜봐라.
대답하려던 드라고니아가 퍼뜩 정신 차렸다는 듯이 말했다.
투란은 저절로 튀어 나가려던 표정을 억누르면서 데저트 데몬이 꾸미는 몸짓, 태도에 주의하면서 상황을 더 지켜보기로 했다.
마침 코르티알의 웅변을 잇기라도 하듯, 드리츠람이 말하고 있었다.
“그림 투아란! 그 인간을 약점이라 부르는 것이 거북한가? 약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강하다는 것을 이미 증명했으니까, 거북한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잖나? 그림 투아란이, 그저 투아란이란 어린 소년의 모습을 한 그것이 반역자의 앵커였고, 반역자가 그에게서 거짓된 자아를 유지할 방법을 얻어서 지배자의 위엄에서 벗어났다는 것! 우리는 이미 모두 알고 있잖은가! 코르티알, 이야기하라! 약점이라기에는 너무 강해져 있지만, 여전히 반역자의 약점인 그림 투아란에 대해 어떤 계책을 꾸몄는가를!”
“네, 여러분 이제 할 이야기는 드리츠람에게는 이미 말했던 것이고, 그에게서 인정받은 계획입니다. 그 계획에는 이 자리에 모여 준 동포 여러분, 모두의 힘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아, 그림 투아란을 대상으로 삼은 일이 불편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으십니까? 아니면 그림 투아란을 대상으로 삼은 것부터가 잘못되었다고 여기는 점이라도 있습니까? 있다면 말해 주세요. 계획의 시작에는 작은 어긋남일지라도, 그 끝에 이르렀을 때 잘못된 방향은 원치 않는 결과만을 안겨 주니 미리 검토해야 하잖습니까?”
코르티알의 눈길이 다시 한번 지하 밀실의 곳곳을 훑어 갔다.
누구라도 반발해 주기를, 반박의 한마디를 반갑게 기다린다는 듯한 태도가 여우와 늑대가 섞인 기묘한 얼굴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이에 마지못한 듯, 밀실 구석에서 덩치가 큰 누군가가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한숨과 함께 말문을 열어 묻는다.
“그림 투아란을, 그 이름이 아직 투아란이었고 반역자의 존재조차 이 세상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무렵부터 우리는 알았고 표적으로 삼았다. 드리츠람, 너 역시 여러 번 시도했잖은가? 이제 와서 성공한다고 확신하는 까닭이 뭐지?”
투란은 자신의 눈길이 그에게 빠르게 고정되는 것을 느꼈다.
데저트 데몬이 흉내 내는 몬스터 로드, 과거의 환영이 저 덩치에게서 뭔가를 느낀 듯했다.
금방 투란도 공감했다.
‘으와아, 저가 뭐지?’
말을 하기 전에는 그냥 구석에 커다랗게 놓인 덩어리인 줄 알았다.
하지만 말을 하고, 그 주변이 더욱 명확하게 시야에 담기면서 파악한 덩치는 온몸이 단단한 껍질이었고 팔다리가 짧고 굵으면서도 그 몸통과 묘한 균형을 이룬 기괴한 형태, 실로 투란에게 낯선 이형의 존재였다.
―용갑거북이야.
‘……거북이? 어딜 봐서 거북이야? 좀 묘하게 생긴 껍질 두른 오우거 같은데!’
드라고니아의 짧은 말에 투란이 슬그머니 반박했다.
팔다리가 짧기는 하지만 거북이처럼 몸통 속에 숨겼다 뺐다 할 정도로 짧지는 않았고 불퉁거리는 몸의 굴곡은 웅크린 탓에 큰 덩어리로 보였을 뿐이지 펼치게 된다면 온몸에 각잡힌 근육이 껍질을 찢고 튀어나올 기색이었다.
어딜 봐도 거북이란 품종과 다르다!
―용갑(龍甲), 용의 갑각을 지닌 거북이라고. 터틀만(Turtle-Man)의 계열에서 아주 드물게 출현하는 돌연변이 종이야. 그 돌연변이에 드라코니스의 혈통까지 섞이면 드래고닉 캐러페이스(Carapace)가 갖춰진 저런 형태가 된다고 했어. 육체적인 힘만으로 어지간한 것은 모조리 붕괴시킬 충격파를 발생시키는 특기를 지녔다더군. 야, 지금은 멸종된 채거든? 비슷한 몬스터도 없어!
‘모래 망령인 것 알아. 근데 저 무거운 몸의 무게가 완전히 인정받는 모양인데?’
투란은 드리츠람이 용갑거북이란 덩치를 향해 두어 걸음 내딛고 매우 진지하면서도 정중한 자세로 답하려는 것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 음침하고 어둑한 곳에 모인 모두가 인정하는 듯한 저 이형의 용족에게 투란은 저절로 관심이 가고 호기심이 생기고 있었다.
“칼리투람, 그대가 말한 바 그대로였소. 처음에는 반역자를 토벌하라는 명령을 받았기에, 나중에는 반역자의 문제가 우리 모두에게 치명적이었기에! 우리는 반역자가 영혼 감옥을 응용해서, 변형해서 이 세계의 어리고 나약한 존재를 강제로 앵커로 만들어서 자신의 거짓된 자아를 결속시켰다고 판단했지. 그래서 그가 보여 주는 신체 변형을 드래고닉 모프(Morph)이거나 드래고닉 시프트(Shift)로 여기기도 했소. 순수하게 반역자의 영향 아래에서, 그로 인해 부여받은 능력이라고 착각하고 오판했던 것이었소. 그러했기에 영혼 감옥이 새겨진 앵커, 그 존재만 제거하면 된다고 믿고 행동했던 것이오.”
“영혼 감옥도 아니었지.”
칼리투람은 나직하게 속삭였다.
하지만 그 나직함은 중후하게 밀실을 장악하듯 퍼져 나갔다.
그 무거움에 투란은 감탄했다.
‘와, 그냥 덩치만 크고 무거운 게 아닌데?’
―그렇군…….
드라고니아도 놀란 듯이 중얼거렸다.
코르티알이 한 발짝 칼리투람를 향해, 조심스럽게 발끝부터 짚어 나서면서 그 중후한 한마디를 받아 내고 있었다.
“맞아요, 반역자는 그것을 영혼뢰라고 부른다더군요.”
이는 투란을 흠칫하게 했다.
‘응? 저 말은…….’
―다르단 말은 들었다만, 본질적으로는 동일할 텐데 말이지.
왠지 한숨을 쉬는 듯한 드라고니아의 말이었다.
고대의 어떤 마법, 드래곤을 지배자라 부르는 듯한 녀석들이 반복해서 떠들며 확인까지 하는 것이 영혼 감옥.
드라고니아는 그 낱말을 듣자마자 ‘영혼뢰’라는 말을 홀로 되뇌었다.
그리고 거기에 대해 투란이 빠르게 묻기도 전에 칼리투람이 저편에서 묵직한 눈빛을 흘리면서 하는 말이 밀실을 울려 퍼지는 중이었다.
“단순히 다르게 부르는 말이 아니다. 우리가 하사받은 영혼 감옥과 반역자의 영혼뢰는 그 효과, 그 결과만이 비슷하거나 같을 뿐이고 기초적인 설계부터가 다른 종류의 마법이다. 혹시 반역자라 부르며 우습게 생각한다면, 자결하는 것이 나을 거야. 위대한 지배자의 권속으로서 수치스러운 일이니.”
무겁게 주변을 돌아보는 눈빛에 다들 슬그머니 피하는 낌새였다.
투란은 그 광경을 살피면서 드라고니아를 가차 없이 놀리고 있었다.
‘야, 자결이 자살이지? 너더러 죽으란 것 같다?’
―본질적으로 동일한 거 맞거든? 저 용갑거북이도 그렇게 말하는 거잖아! 결과가 같거나 비슷하다고! 마법이 그 목적이 동일하다면 본질적으로 같다고 하는 거 맞거든? 난 전혀 부끄럽지도 않지만, 저 녀석들처럼 무슨 권속 따위는 더욱 아니지! 난 그저, 너란 놈에게 감금당한 드라코눔의 일족일 뿐이야!
꽤 억울한 듯, 드라고니아는 열심히 변명했다.
그리고 드리츠람도 드라고니아랑 비슷한 말투로 대꾸하고 있었다.
“칼티투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이는 그대뿐이오. 한때, 한정적이나마 위대한 화신으로서 활약했던 그대이기에 그 경험을 바탕으로 그리 말할 수 있소. 하지만 나머지 우리는 그렇게 확신하여 말할 수가 없소. 수많은 실패, 시도와 좌절을 겪고서도 여전히 우리는 위대한 지배자의 영혼 감옥과 반역자의 영혼뢰가 어떤 차이를 둔 것인가, 제대로 말할 수가 없소. 그리고 그건 지금 중요하지도 않지. 코르티알, 이야기를 계속해 주겠나? 칼리투람, 그대도 일단 들어 보시오.”
코르티알은 이야기를 다시 잇기 전에 칼리투람부터 쳐다봤다.
칼리투람은 묵직한 태도로 듣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다음에야 코르티알의 이야기가 이어져 나왔다.
“우리의 수많은 시도가 실패하고 좌절했던 까닭, 그 원인은 반역자가 지닌 마법에 대한 소양…… 우리로서는 분별이 불가능한 영혼 감옥과 영혼뢰의 결과를 만들어 낸 그 마법적인 지식 때문이었지요. 반역자는 원래 위대한 지배자의 화신으로서 기억해야 할 것을 물려받은 탓에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광대한 마법의 지식을 지녔습니다, 이를 강조하는 까닭은 그림 투아란이 그 수혜자이기 때문이지요. 네, 우리가 착각했던 부분, 여전히 그림 투아란이 반역자의 약점인 까닭도 바로 그 점입니다. 아, 조금 더 들어 주세요. 아니, 그 전에 확인하는 편이 좋겠군요. 칼리투람, 몬스터 엠블럼이라 불리는 마법 낙인(烙印)에 대해서 얼마나 파악하고 있습니까?”
무거운 태도가 한층 더 무거워진 듯, 칼리투람은 용갑을 꾸득뿌득 하는 작은 몸짓이 얼마나 강한 힘을 담았는가를 살짝 드러내면서 잠시 생각을 더듬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대답을 꺼내고 있었다.
“그 낙인은 위대한 지배자께서 이 세상에 풀어놓은 심연의 지식, 거기서 비롯된 각인에서 기원하고 있다. 애초의 목적은 소멸(消滅)과 소거(消去), 세계의 틈새를 찢고 나온 혼돈의 위세를 입은 존재를 말살, 멸살하기 위한 각인이었지. 심연의 지식은 늘 그렇듯이 존재를 근본부터 제거하는 위험한 부분이 많으니까, 인간의 박약한 정신으로는 그런 목적 말고는 달리 쓸 곳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 점 때문에 위대한 지배자께서도 그 지식에서 파생된 마법의 파괴성에 대해서만 우리에게 경고하셨다. 하지만…… 인간 중에서도 기괴한 돌연변이라 할 수밖에 없는 자들이 있었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을 물려주고 물려받으면서 그들은 심연의 지식을 탐색했고…… 아주 기괴한 발상을 시작했다. 그 결과가 바로 몬스터 엠블럼이라는 마법의 낙인. 그 효과는…… 우리 같은 권속은 물론이고 세계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선 모든 존재를 포식(捕食)하고 세계에서 말살하며…… 자신이 포식한 존재의 형태를 빌려 쓰는 것…… 정리는 이 정도면 충분할 테지?”
코르티알이 냉큼 고개를 끄덕이면서, 주변을 주욱 둘러보는 태도로 대답하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네, 충분합니다. 굳이 덧붙이자면, 몬스터 엠블럼은 이 세상의 인간이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받쳐서 만들어 낸 궁극의 대마법이 분명하다는 것이겠지요. 네, 그렇습니다. 자신이 포식한 존재에게 영혼을 감금당한다는 우스운 결과까지 나오는 마법이며, 조심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발상으로 제작된 허튼수작처럼 보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여러분, 우리는 조금 전에 동포의 마음을 비추고, 그 영혼 감옥을 탐색해야 했습니다. 전혀 우리 동포의 피가 흐르지 않는 인간에게서 말이지요! 우리의 위대한 지배자가 전수해 주신 마법을, 그 권속인 우리가 의심하고 탐색해야 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굳이 말을 할 필요가 없겠지만, 그래도 분명히 말하겠습니다. 영혼 감옥의 비전을 지닌 채로 포식당하고, 그 감옥을 피신처 삼아 간신히 버티고 있는 동포의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고작해야 인간, 그들을 소재로 삼는 마법에 불과하다고 비웃었지만 몬스터 엠블럼은 우리가 섣불리 판단할 수 없는 대마법, 심지어 저 반역자조차 받아들이고 고스란히 이용하는 궁극의 대마법이란 겁니다! 바로 그 점이 우리에게 반격의 기회를 줍니다! 그림 투아란을 이용해서, 반역자를…… 스스로 드래곤이라 참칭(僭稱)하는 반역자를 처단할 기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