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957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948)
‘얼레? 이게 뭔 얘기야!’
―역시…….
투란은 당황했고, 드라고니아는 납득했다.
때문에 투란은 한층 더 발끈해서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뭔 얘기냐고! 여태 모르는 척하더니…… 몰랐다가 알아낸 거면 나도 좀 알잔 말이야! 뭔지 알아야 뭘 하든 말든 하지!’
투덜거림이 깊이 마음속을 메아리칠 듯한 낌새 탓인가, 혹은 이제 제대로 알릴 때가 되었다고 결정한 것인가 알 수 없는 드라고니아의 대답이 침착하게…… 하지만 투란의 마음을 깊이 울리며 몇 배나 빠른 시간의 흐름에 올라탄 것처럼 퍼져 나왔다.
―나도 많이 헷갈려서 착각부터 하고 있었어. 애매모호한 점이 많았으니까. 솔직히 용종이라 할 녀석들이 용족이라고 하는 꼴을 보고 이 녀석들이 용의 신전, 드래곤을 숭배하는 교단 소속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다. 그림 투아란 시절 이후에 우리 일족이 이 세계에 불려 와 정착하기 이전부터 존재했다는 교단인데, 이런 다양한 모습의 신도가 가득했다더군. 하지만…… 드라코니스의 존재가 줄어들고 사라지면서 용의 신전은 덩달아 위축되었고, 우리 일족과 만났을 때는 고작해야 한둘 정도의 드라코니스가 희귀종처럼 남아 있을 무렵이었다. 그 드라코니스에 대해서는 확실한 기록이 있지만, 여기서 보는 저런 녀석이랑은 완전히 달라. 우선 그림 투아란을 저리 여기는 태도가 전혀 없는 것부터 말이다. 아무튼…… 지금 이 모임은 용의 신전에 기록된 부분이 있고, 그 기록이 우리에게 전해져 있다. 뭐, 이렇게 현장에 직접 참석해서 지켜보는 정도로 자세한 기록은 아니다만…… 알았어, 알았으니까 잠깐 더 들어! 하아…… 투란, 이 녀석들이 꾸미고 있는 음모, 이거 어쩌면 그림 투아란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에 엮인 것일 수도 있어.
‘마지막이면……?’
―배신과 죽음. 돌이켜 보면, 아귀가 맞는 이야기이기는 해. 세부적으로 전승된 기록이나 떠도는 이야기랑 꼭 맞지는 않지만…… 애초에 그림 투아란의 몰락과 드래곤의 저주, 심판에 대한 부분에서 이런 녀석들이 나오지도 않는다만, 지금 보는 광경이 반만 사실이더라도 상당히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할 수밖에 없거든.
‘그림 투아란을 배신한 부분에서 얘네가 끼어들면, 인간은 여태 누명이라도 쓴 꼴인데? 이러면 굉장히 억울한 거라고!’
―꼭 그렇지는 않을걸? 투란, 자세히 봐라. 여기 있는 녀석들, 모습을 드러내고는 있다만 차림새는 완전히 앙트의 도시 속을 거니는 사람들이랑 일치해.
‘어?’
투란은 자신의 가속된 사고 덕분에 거의 정지된 것처럼 보이는 광경을 다시 되새기며 살펴봤다. 분명히 두건을 쓰고 얼굴도 가리고 했지만, 드라고니아의 말처럼 이들의 차림새는 앙트의 풍경에 어울리는 것이 맞았다.
저런 외모를 조금이라도 드러내는 순간부터 전혀 의미가 없는 차림새이기는 했지만 어쨌든 멀쩡한 사람 시늉이라도 한 듯한 모습을 꾸미고 있었다. 한데 대체 이런 모습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투란, 이놈들 변신한다.
불쑥 드라고니아가 투란의 의혹을 끊어 준다는 듯이 말했다.
투란의 의혹은 끊어지지 않았다.
‘뭔 말이야?’
―웨어울프처럼 변신한다고! 지금 드러낸 외모랑 상관없이 인간의 형상으로 변신할 수 있단 말이야!
‘헉? 진짜? 이놈들, 무슨 악마종이었나?’
―악마종은 무슨! 셰이프시프터라고, 셰이프시프터! 타고난 변신 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마법, 마법 못 쓰는 놈은 변신하게 해 주는 마도구를 갖추고 있단 이야기야! 용의 신전에 다양한 종족이 신도로 들락거리지만, 인간의 도시나 마을에 자리 잡은 경우에는 인간만이 들락거리는 것처럼 꾸밀 수도 있었다고 했지. 그게 모두 변신이 가능해서 된 일이라고…….
‘워어, 눈으로 봐도 믿을 놈, 믿을 년 없단 얘기잖아! 그게 그렇게 흔한 능력도 아닌데! 이 무서운 것들!’
투란은 경악을 고스란히 토해 내듯, 입은 데저트 데몬에게 맡긴 채로 소리 없이 으르렁거렸다. 그사이 가속화된 사고 속에서 드라고니아가 한숨을 섞어 끊긴 말을 넘기듯이 이야기를 잇고 있었다.
―확실히, 저렇게 특징이 분명한 종족을 완벽하게 바꿔 주는 변신은 흔한 짓이 아니지. 그렇게 해 주는 마도구이든 뭐든, 역시 흔할 리가 없고. 하지만 이 녀석들이 그림 투아란을 노릴 정도라면, 지금은 거의 잊힌 드라코니스까지 가담한 패거리라면…… 영혼 감옥을 알려 줬다는 드래곤에게서 기본적으로 배우거나 하사받는 물품이 변신 마법이거나 도구였을 거야. 인간 세상으로…… 아니, 이 세상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기 위해서 필수적이었을 테니까.
‘그게 뭐야, 무섭잖아!’
―뭐가 무서워? 그런 도구, 마법이 있어도 지금은 이야기 속에서도 나오지 않는 패거리인데…….
‘어? 그건…… 그런가?’
―아무튼, 투란! 지금 집중해야 하는 일이 뭔지 알겠어?
‘응? 집중? 아, 이 녀석들 음모에 열심히…… 끼어들어야 하나? 아니면 그냥 이대로 끼어드는 꼴을 구경만 하고 있으면 되나?’
―그림 투아란이다, 그림 투아란!
‘어? 야, 왜 갑자기 그림 투…… 우아악! 얘네들 지금 그림 투아란을 노리고 있는 거였지?’
―그래, 다시 잘 기억해 봐라. 내가 뭐라고 했지? 이놈들이 뭐라고 했지? 지금 넌 무얼 구경하고 있는 것인지, 생각하고 집중해!
‘그, 그래. 집중, 집중!’
심호흡을 하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투란은 그 대신에 데저트 데몬이 움직이는 자신의 몸을 한 걸음 더 뒤로 물러서서 관찰하고 지켜보는 일에 집중했다. 주변의 움직임, 비록 모래 미궁의 망령들을 기반으로 비치는 환영일 뿐이더라도 이를 분명하게 오감을 통해서 실체처럼 느끼게 해 주었으니…… 집중과 함께 투란은 이제까지 그냥 그러려니 넘겼던 이 패거리, 밀실의 묘한 위화감을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이 녀석들…… 마도구만 잔뜩 걸치고 있는 거 아냐?’
―그걸 이제 알았냐?
‘어? 아니, 뭐…….’
―내가 지금 보고 듣고 느끼는 이 환영의 모든 것은 너의 감각을 기반으로 삼거든? 그런 내가 바로 파악했는데 어째서 이제 막 눈치챘다고 하는 거냐! 정신 똑바로 차리지 못해!
드라고니아의 으르렁거리는 꾸짖음이 깊이 투란의 마음을 할퀴었다.
데저트 데몬이 왜곡하는 감각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지금 보이는 모든 것이 모래 미궁 속의 모래 망령들이 꿈틀거리는 것에 불과할 뿐이라는 점을 투란은 다시 한번 되새길 수밖에 없는 꾸짖음이었다.
하지만 어째서 드라고니아가 바로 엿보는 상황을 투란 자신은 보면서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었을까?
‘왜지?’
진지하게, 짧게 되묻는 투란에게 으르렁거리던 드라고니아가 한숨을 참으면서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대답을 해 준다.
―환영이라도 의지를 머금는다면, 마력을 품을 수 있지. 프로브를 생각해 봐라, 현실의 모든 감각을 활용하지만 실체를 지니지 않은 마력의 환영이나 다름없잖아. 투란 너는 드라코눔의 마법, 그 시작과 끝이라는 윌 라이트를 지녔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했지? 데저트 데몬이 왜곡해 보여 주는 것이든 뭐든, 그에게서 네가 보고 듣는 모든 것에 담겨 있는 바를 너는 의지를 바탕으로 한 마력으로 되새기며 걸러 낼 수 있어. 거기에 너의 오러, 네 감각을 단련해 주는 오러의 특성을 덧붙여 봐라. 지금 환영으로 보이는 모든 것을 너는 더 깊이, 더 자세히 알 수 있단 말이다. 방금 전에 네가 마도구를 느낀 것처럼!
‘그렇구나.’
긴 듯하지만 빠르기에 짧게 마음에 파고든 설명이 투란을 어느 정도 납득시켰다.
새삼스럽게 감각을 예리하게 갈고닦으며 주변을 둘러보려 했던 것, 그제서야 투란은 데저트 데몬이 감싼 몸의 오러가 뒤틀린 환영에서 받아들이는 정보를 파악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드라고니아는 이미 이 환영과 실체 사이를 넘나들면서 투란이 데저트 데몬이 감싼 안쪽에 품고 있는 마력, 드라코눔의 비전 마력을 바탕으로 뒤틀린 감각을 이리저리 걸러 내고 조합하면서 투란의 감각과 교차해 비교하고 있었다. 그러니 훨씬 빨리 간파해 낸 것이고, 당연히 투란도 알겠거니 하고 있던 것.
―마력으로 탐색하고 감지하는 일은 이제 생각 없이도 바로바로 해내야 하는 것 아니냐?
슬그머니 덧붙여지는 드라고니아의 핀잔이었다.
이를 못 들은 척하면서 투란은 잠깐 사이에 이어진 밀실의 음모를 되새김질하면서 상황을 둘러보는 시늉을 했다.
투란이 마도구를 탐지하고 드라고니아와 이러쿵저러쿵하는 사이에 밀실에서 오고 간 이야기는 장황했지만 간단한 내용이었다.
그림 투아란을 어떻게 하고 싶다, 하지만 접근할 수가 없다.
그림 투아란이 주변에 용족이 가까이 다가서면 곧바로 알아채니까.
용족이 아니라 용족이 간섭한 마도구라도 그림 투아란은 금방 탐지해 내니, 이들로서는 도저히 가까이 다가설 방법이 없었다.
때문에 칼리투람은 이렇게 모여서 떠드는 것을 무슨 쓸모가 있냐면서 그 유용성에 심한 의문을 품은 상태였고, 드리츠람도 거의 비슷한 견해를 지닌 채였다고 고백했다. 거기에 코르티알이 가져온 정보가 끼어들었고, 데저트 데몬이 꾸미고 들어온 모습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는 것이다.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입니다.”
코르티알이 단호하게 강조했다.
칼리투람은 용갑이 덮인 얼굴이 찌푸려진 채로 굳어진 표정을 드러내면서 불신 가득하게 되물었다.
“영혼 감옥이 각인되어 있는데도 용족으로 분별해 내지 못한다고? 진심으로 그렇게 말하고자 하는가? 아무리 반역자라 해도 그 지닌 마법은…….”
“분명히 우리가 느끼기에는 위대한 지배자와 차이가 없소. 하지만 반역자는 반역자, 위대한 지배자와 명확한 격차가 있소이다. 그 차이를 확실하게 드러나게 해 주는 것이 바로 몬스터 엠블럼! 포식자를 만들어 내는 저 각인이오.”
드리츠람이 코르티알보다 한층 더 단호하게 칼리투람의 의혹을 걷어 내겠다는 의지를 가득 담아 말하고 있었다.
곧바로 코르티알이 살짝 혼란스러워하는 칼리투람과 거기에 동조하는 듯한 밀실 곳곳의 분위기를 완전히 치워 버리겠다는 듯이 드리츠람의 말을 잇는다.
“반역자는 몬스터 엠블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요, 그림 투아란을 통해서요. 단순한 도구로서 인간을 활용한다, 처음에는 그리 생각하고 그 점을 파고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림 투아란의 몬스터 엠블럼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위력을 드러냈지요. 때문에 여러 차례 우리 동포가 좌절해야 했습니다. 그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우리도 몬스터 엠블럼을 분석할 필요가 있었어요. 한데 그 분석의 결과, 예상치 못한 성과가 나온 겁니다. 몬스터 엠블럼이 영혼 감옥을 은폐할 수 있다는 것, 그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지요.”
이 이야기는 분위기를 조금 이상하게 뒤튼 모양이었다.
칼리투람이 그 뒤틀린 분위기의 주역인 듯이 다시 말문을 여는데, 이전처럼 묵직한 힘이 서린 말투가 사납고 포악한 낌새를 은은하게 머금고 있었다.
“다음에 나올 말을 듣고 싶지가 않군. 포식자에게 삼켜진 채로 그림 투아란에게 접근하겠다는 계획이라면, 말하지 마라. 아무리 영혼 감옥으로 그 몸의 주도권을 강탈해 낸다 해도, 그 몸은 더 이상 용족의 동포라 할 수 없다! 심지어 불완전한 우리의 영혼 감옥이 잘못된다면, 그때는 완전히 포식자의 노리개로 전락하는 꼴! 그런 위험한 시도를 동포에게 맡기려 하지 마라!”
투란은 문득 데저트 데몬이 덮인 몸이 부르르 떤다는 것을 느꼈다.
더 이상 동포라 할 수 없다는 부분에서 민감하게 반응한 것처럼.
‘아, 몬스터 로드에게 삼켜진…… 용족인 거였지?’
―영혼 감옥을 이용해서 인격을 파묻은 채로 용혈의 일족으로 활동하는 신세였겠지. 하지만 드라코니스의 순혈주의라면, 확실히 조직 안에서 고립시킬 거야. 다양한 형태를 지닌 용족이라지만, 그게 용혈로 인한 결과가 아니라면 금기…… 인간의 표현을 그대로 빌려 말하자면, 망가진 병신 취급일 테니까.
‘내가 그 병신이 된 셈이냐?’
투란은 투덜거리고 싶었다.
하지만 코르티알이 칼리투람의 사나운 말, 거의 경고나 다름없는 말에 차분히 대응하는 것이 금방 데저트 데몬이 꾸민 몸을 진정하고 있었고 투란의 관심도 끌어내고 있었다.
“칼리투람, 우리 중 누구도 포식자에게 잡아 먹히는 일을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세운 계획 어디에도 그런 짓을 동포에게 떠넘기는 부분은 없습니다. 다만 우리는…….”
“이미 포식자와 격돌해서 패배하고 포식당했지만, 최후의 수단으로 영혼 감옥을 이용해 오히려 포식자의 몸을 자신의 의지 아래에 둔 동포를 모으고 있소.”
드리츠람이 코르티알을 한층 더 사납게 노려보는 칼리투람 앞으로 나서면서 이야기를 맺고 있었다. 칼리투람이 코르티알이 하는 이야기가 뭐든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강렬한 눈빛으로 위압하며 그 입을 다물게 하려는 듯한 낌새를 드러낸 때문이었다.
어딘가 완강한 드리츠람의 말은 칼리투람의 사나움을 어느 정도 가라앉게 한 모양이었다. 그래도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말투였지만, 칼리투람은 눈길을 어느새 투란에게, 투란을 덮은 데저트 데몬에게 쏘아 내는 채로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영혼 감옥을 확인시켜줬군. 그래, 나 또한 확인한 바를 부정할 수는 없지. 계획을 말해라, 포식당한 채로 긍지를 간직한 동포를 몇이나 모았는가부터 확실하게 밝히고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