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958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949)
계획은 장황하게 설명되었지만, 역시 그 요점은 간단했다.
포식자, 그중에서 용족을 삼킨 몬스터 로드를 찾아내서 생포하고 영혼 감옥을 이용해 용족의 혼이 그 몸을 지배하게 한다. 그렇게 모은 몬스터 로드, 포식자들에게 강력한 몬스터를 삼키게 해서 한층 더 강력한 힘을 부여한 다음에 이 도시로 모은다.
이것이 계획의 첫 부분이었고, 드리츠람과 코르티알…… 그리고 굴디아드가 이미 실행해서 완료한 부분이기도 했다.
얼핏 들으면 칼리투람이 혐오감을 드러내면서 말한 것을 전혀 어기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게 이미 벌어진 상황을 이용한 것처럼 여겨지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투란은 칼리투람이 입을 다물기는 했지만 여전히 의심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 의혹대로 일이 벌어졌다고 확신했다.
아마 굴디아드는 전멸했다는 군단을 이용해서 몬스터 로드를 유인하고 일부러 삼켜지게 했을 터였다. 그리고 곧바로 몬스터 로드를, 포식자를 생포하고 영혼 감옥을 사용했을 것이다.
코르티알이 거기에 동참했는가는 애매했지만, 드리츠람은 그 과정에 분명히 개입했다는 단서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이 밀실에서 데저트 데몬이 꾸미고 들어온 몬스터 로드, 포식자의 영혼 감옥을 확인한 것처럼 모아 둔 이들을 모두 직접 확인했다고 했으니까.
칼리투람은 그런 드리츠람을 굉장히 불편한 눈길로 노려봤지만, 깊이 파고들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혐오감을 억누르고, 직접적인 증거가 전혀 없는 바를 추궁하기보다는 그림 투아란을 어찌하고 싶다는 갈망이 더 강한 듯했다.
그래서 결국 칼리투람도 침묵 속에 동의한 계획의 다음 단계는…….
“앙트의 주변으로 괴물을, 괴수를 몰아왔습니다. 포식자들은 괴물 사냥을 명분 삼으면 자연스럽게 모일 수가 있는 상황이지요. 거기에 우리 동포의 정신을 지닌 이들을 모으고, 은닉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공을 세우면, 앙트의 지배층에서 포상을 위해 궁성에 들일 겁니다. 거기서부터가 그림 투아란의 탐지 범위이지요. 포식자의 몸을 하지 못한 동포가 그 범위 안에 들어간다면 그림 투아란이 간파하겠지만, 포식자의 몸을 한 동포라면 그 탐지에 포착되지 않고 움직일 수 있습니다.”
코르티알이 마무리 짓듯이 말했다.
굴디아드가 여기에 보태듯, 적은 의혹이라도 덜어내겠다는 듯이 묻는 듯이 말한다.
“영혼 감옥이 탐지되지 않는 것은 분명하겠지?”
드리츠람이 입술을 축이는 코르티알을 대신하듯 대답한다.
“몬스터 엠블럼, 그 문장의 마력은 그림 투아란의 탐지술을 방어해 낼 수 있소. 우리가 그림 투아란이 어떤 마법으로 보호받고 있는가를 간파하지 못하고 직접 공격을 해서 나온 반응으로 겨우 판단하듯, 그림 투아란 또한 문장의 마력이 보호하는 영혼 감옥을 탐지하지 못하지. 하물며 영혼 감옥은 전투나 보호의 마법처럼 외부로 노출되는 것이 아니기도 한 상황이오. 영혼 감옥을 알아내려면, 아예 작정하고 몬스터 엠블럼을 봉쇄한 다음에 영혼 탐색의 주문을 걸어야 하지. 그런 시도는 자기 보호란 명목으로 당연히 방어하며 싸울 수가 있소. 이 나라에 우호적인 그림 투아란이 그런 난폭한 방법을, 증거 없이 의심만으로 시도할 리는 없소. 만약 의심하고 움직인다면…… 그 또한 우리에게 유리한 상황이 될 것이오.”
확신을 품은 이야기에 굴디아드는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림 투아란이 다시 인간과 거리를 두고 격리된 상태가 되겠군. 나는 이해했소. 아직 의문이 남은 동포가 있다면, 말해 보는 것이 어떻소?”
노골적으로 칼리투람을 노리는 듯이 나온 말이었다.
이런 굴디아드를 보며 칼리투람이 용갑의 입술을 구기면서, 묻지 않은 말이지만 들었다는 듯이 대답하고 있었다.
“이해했다. 최소한 그림 투아란을, 반역자를 인간의 나라에서 떼어 낸다는 계획. 어떤 경우라도 완전한 실패는 없는 음모. 확실하게 납득했다. 그러면…… 앞으로의 일정은 어찌 되는가? 여기 모인 우리는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이지?”
굴디아드가 가볍게 비늘에 돋힌 가시를 흔들며 드리츠람을 바라봤고, 그 뱀의 눈길에 재촉받은 드리츠람이 칼리투람을 시작으로 밀실을 둘러보면서 대답을 한다.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일 수 있던 까닭은 간단하오. 우리는 위대한 지배자의 명을 따랐고, 이 세계를 주도하는 종인 인간의 계층 속에 숨어들어 있었기 때문이오. 우리와 같은 임무를 수행하던 동포 중에서는 매우 높은 계층까지 파고든 경우도 있었지만, 다들 알다시피 그림 투아란에게 포착되어 살해당하고 말았소. 정체가 드러나면서 인간의 지배층에게 완전히 외면당한 채로 비참하게! 그 일련의 사건이 그림 투아란을 인간의 지배층이 신뢰하게 된 까닭이기도 하오. 하지만 여기 있는 우리는 너무 높지 않게, 너무 낮지 않게 인간 계층 속에 자리 잡았기에 건재했소. 그 유리한 점을 이제 더 강력하게 이용할 때가 온 것이오. 우리는 괴물과 괴수를 사냥하는 틈에 끼어 높은 공적을 세우고, 인간들이 그림 투아란에게 품은 신뢰를 깎아 내릴 터전을 마련할 수 있소. 다른 누구도, 무엇도 아닌 인간들이 그림 투아란을 적으로 여기게 할 수 있는 것이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오. 인간들은…… 그 지배층은 그림 투아란을 신뢰하는 만큼 두려워하고 의심하니까!”
열렬한 웅변이었다.
하지만 가만히 지켜보던 투란은 느낄 수 있었다.
칼리투람뿐 아니라 한 패거리로 협력하는 굴디아드조차도 이 웅변에 뭔가 불편한 분위기를 띠고 있다는 것.
‘왜……?’
갸웃하는 투란에게 드라고니아가 쓴웃음을 머금은 대답을 해 준다.
―용족의 자존심 때문이지. 드라코니스를 정점으로 하며 용족이라 자부하는 녀석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못 할 일이 없다고, 그게 당연한 일이라 여기고 있었다니까. 그림 투아란을 순수하게 자신들의 힘으로 어쩌지 못한다는 상황이 굉장히 불편한 거야. 비록 드래곤의…… 이 녀석들에게 반역자라 불리는 존재에게서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후원을 잔뜩 받고 있다고는 해도 그림 투아란은 혼자니까. 자신들이야말로 진정한 드래곤을 섬기는 강력한 권세라 여겼는데 그림 투아란 하나를 어쩌지 못한다는 현실이 정말로 싫으니까. 인간의 도움까지 받는 상황이란 것이 이 녀석들에게는 더 내려갈 곳이 없는 바닥인 거야.
‘흐흠, 자존심 때문에 기분은 상했어도 계획에 빠지는 일은 없네? 냉정하구먼.’
―그렇기는 하지.
드라고니아가 한층 더 씁쓸한 듯이 대꾸했다.
투란은 이 상황을 드라고니아는, 드라코눔의 아칸은 대체 어떤 기분으로 지켜보고 있는가 궁금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져 물을 때가 아니었다. 데저트 데몬이, 투란의 입을 열어 말하고 있었는데…….
“나는 도시 외곽으로 나가 있겠소. 그곳에서 다른…… 나와 같은 처지인 동포들과 합류하겠소.”
애써 앙트 안으로 들어왔다 싶은 투란이 원하는 일과 전혀 다른 짓을 하겠노라 고백하고 있잖은가!
‘우어엇? 이놈, 나가면 안 돼! 이대로 끌려 나갈 수는 없어! 야, 이거 어떻게 할 수 없나?’
―뭘 어떻게 할 수 있냐는 거냐?
당황하는 투란에게 드라고니아가 바로 냉혹하게 핀잔했다.
‘그니까…….’
막상 뭔가 생각해 보니 투란도 자신이 데저트 데몬을 움직일 경우, 이 밀실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데저트 데몬을 껍질 삼아, 그 역할을 충실히 맡고 움직이도록 했기에 여태까지 많은 이야기를…… 모래 망령이 품고 있는 과거의 환영을 엿볼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제멋대로 움직인다면, 모래 망령이 거기에 맞춰 과거의 환영을 그대로 유지한 채로 지켜봐 줄 것인가? 아니면 그 어긋남에 데저트 데몬에 쌓인 투란의 정체를 간파하고 망령의 본성을 드러내서 덤빌까?
‘어쩌냐?’
맹하니 되묻는 투란이었다.
―가장 좋은 길이라면, 안으로 들어가는 놈의 역할을 데저트 데몬이 맡는 것이기는 하다만…….
곧바로 드라고니아가 차분하게, 이미 생각해 둔 것처럼 대답했다.
투란은 그 대답 속에 담긴 난관을 금방 알아차렸다.
‘데저트 데몬을 어떻게……?’
모래왕이 주는 대로 덜렁 받아들인 채로 갑작스럽게 몰아닥친 환영에 휩쓸린 것이 전부, 투란이 데저트 데몬을 직접 다루는 상황이 아니었다. 드라고니아가 제안한 것은 데저트 데몬을 투란이 직접 제어할 수 있을 때나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아예 처음부터 데저트 데몬을, 이 정령이 깃들고 변했다는 아티팩트를 사용하는 방법을 따로 알려 줬다면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을 텐데…… 투란으로서는 당장이라도 갈라져서 따로 움직일 듯한 밀실의 분위기를 느끼면서 한층 더 답답해졌고 뭐라도 어떻게 시도해 보자는 충동을 느꼈다.
그래서 그 충동에 따라서 바로 의지를, 의지의 마력을 움직이며 데저트 데몬에게 소리 없이 강력하게 원하는 바를 전하는 마음을 품어 보는데…….
―응? 뭐야, 어떻게 한 거냐?
이렇게 드라고니아가 놀랄 정도의 반응을 데저트 데몬이 확실하게 드러내 주고 있었다.
‘잠깐만, 잠깐 기다려!’
갑작스럽게 주변을, 그중에서 코르티알과 드리츠람…… 우선 가까이 있는 둘에게 밝은 노란빛을 덧씌우고 조금 떨어진 굴디아드에게 더욱 흐린 노란빛을 바탕으로 녹색의 테를 씌운 풍경이 투란에게 비치고 있었다.
그 의미가 무엇인가 깊이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투란 자신, 데저트 데몬이 휘감은 투란의 몸 또한 밝은 노란빛을 두른 채였으니까.
굴디아드를 둘러싼 녹색의 테는 더욱 넓게 밀실 곳곳을 누비면서 여럿을 두르고 있었다.
조금 먼 칼리투람은 아예 노란빛이 없이 녹색빛을 머금은 채였고.
투란은 곧바로 데저트 데몬이 비춰 주는 이 광경, 순식간에 마음에 채워진 그 의미에 따라 바로 ‘움직인다’라고 마음을 정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투란은 자신의 길쭉한 입이 열리면서 코르티알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이 지도를 받아들이세요, 동포들이여. 앞으로 우리가 얻을 정보를 교환하고, 계획에 새로 첨가될 소식을 전하기 위해 필요한 지도입니다. 나의 탐색대가 정보의 핏줄이 되어 줄 것입니다, 이 지도에 표시된 것처럼 여러분은 우리를 도시의 외부 경계 쪽에서 찾아올 수 있을 겁니다. 안에 있든 밖에 있든, 우리가 그 중간이 되어 정보를, 새로운 소식을 관리할 겁니다. 더 나은, 또 다른 방법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니.”
지도는 빛으로 허공에 그려졌고 가지를 치며 밀실 곳곳으로 뻗어 나갔다.
드리츠람은 물론이고 여전히 구석에 웅크린 칼리투람까지 빛의 가지를 손에 쥐는 시늉을 하며 받아들이고 있을 때, 투란은 데저트 데몬이 지도를 코르티알의 시각으로 지켜보는 광경을 체험하는 중이었다.
‘흐음? 이 마법, 왠지 낯익은데?’
섬세하게 뻗어 나가는 코르티일의 손은 투란 자신의 손이었고, 그 손에 깃들며 지도를 그려 내고 전하는 마력의 흐름은 분명하게 느껴 알 수가 있었다. 한데 어째서 낯익으면서 미묘하게 어긋난 느낌을 주는 것인가?
거기까지 확실하게 알 수 없어 갸웃하는 투란에게 드라고니아가 바로 답해 준다.
―프로브로 내가 너에게 보여 주는 지도랑 본질적으로 동일한 거니까. 이건 용족이 이 세상에 공개한 마법이라 상아탑의 지도 생성 마법에도 그 흔적이 짙게 남아 있을 거야. 마력을 활용할 수 있다면, 그 마력에 의지를 담아 형태를 갖추게 할 수 있는 정도라면 누구나 쓸 수 있는 마법이지.
‘그러냐…….’
자신은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저절로 불쑥 치솟는 것을 느꼈지만 투란은 그냥저냥 납득한 척 넘어가기로 했다. 당장 이 마법에 대해 호기심을 느끼며 파고들어 갈 생각이 없기도 했지만, 지도 안에 드러난 코르티알의 동선(動線)…… 그 탐색대가 자리 잡고 움직이는 경로가 더 중요하게 봐야 할 부분이었으니까.
‘얘도 아닌가 보다. 궁정 안이었지? 가 봐야 할 곳이…….’
코르티알이 직접 지도에 표시한 경로, 코르티알과 탐색대는 도시 안팎의 경계선을 중심으로 활동할 계획을 드러내고 있었다.
궁정과는 거리가 꽤 있는 셈이었고, 이 밀실까지 덮어쓰고 들어온 녀석이 가서 자리 잡는다는 쪽에 더 가까웠다.
그렇다면 어떤 놈이 궁정 쪽으로 가까이 가는가를 알아내야 하는데, 문득 투란의 귓가로…… 코르티알을 향해서 굴디아드가 말을 하고 있었다.
“나의 군단은 용병단을 꾸미고 있다. 보수를 받으면 어디든 가겠지만, 일단 흥정 중이니 외곽보다는 도시 안쪽의 여관 지역, 시장 부근에 자리 잡는 것이 자연스럽겠지. 괴물을 두려워 않는 용병을 고용할 자들에게 가능한 한 가깝게 있을 참이다. 탐색대와 교차하는 부분이 적은 편이야. 내 쪽으로 따로 전언을 담당할 자를 부탁하겠다.”
코르티알이 바로 고개를 끄덕여 보이더니 드리츠람을 향해 묻고 있었다.
“성전(聖殿)은 궁정의 일부이면서도 외부와 직접 통한다고 확인했습니다만, 외부인이 마음대로 들고 날 수 있지는 않더군요. 드리츠람, 그대처럼 궁정 안팎을 마음대로 오갈 수 있는…… 최소한 성전을 출입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자유로운 동포가 또 있습니까?”
이 물음에 투란은 곧바로 마음을 정했다.
밝은 노란빛이 가득한 드리츠람을 향해, 데저트 데몬에게 강한 의지를 전하니 금방 투란의 시야에 코르티알의 모습이 보였다. 늑대와 여우가 섞인 채로 목 아래는 인간 여자인 그 모습을 향해 투란의 입이 움직이며 드리츠람의 목소리를 흘려 내는 중이기도 했다.
“동포는 없지만, 전언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오. 알다시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