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97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97)
—아마…… 그들도 그렇게 느꼈을 테지. 자신과 계약한 몬스터, 노예처럼 부려 먹고 있으면서도 자신들의 일부로 여겼을 테니까. 그걸 누군가 뺏으려 하고, 없애려 한다고 느낀 모양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격렬하게 반발했고, 결과는 전쟁이었다. 대부분의 인간에게는 알려지지 않는 치열한 전쟁이었지. 몬스터를 부리는 자, 마법에 대해 눈 뜬 자들 사이에서만 격렬하게 그 공방이 오간 탓도 있었고…… 결국 몬스터 로드를 거치지 않고 세계의 섭리와 조율해서 왜곡된 존재가 아닌, 정명한 존재로서 머물 방식은 찾아졌다. 그것이 드라코눔의 시작이었다.
‘엥?’
투란은 한껏 의아한 기분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 기분 속에 담긴 첫 번째 의문은 대체 드라코눔이 뭔가였고, 그다음에는 그 시작이란 대체 무슨 뜻인가 하는 점이었다.
이에 대한 반문이 바로 이어져 나온다.
—드라코눔에 대해 들은 적 없어? 그럼 대체 키린과 싸운 드라고니아의 이야기에서 그 드라고니아는 어디서 왔다고 들었는데?
‘음, 음…… 어디선가 갑자기?’
투란은 뚱하니 생각하며 대꾸할 수밖에 없었다.
별빛이 잠시 반짝임을 멈추는 듯했고, 뭔가 굳어진 듯한 낌새가 흘렀다.
—뭐, 인마!
격한 드라고니아의 성난 소리가 터졌다!
급한 투란의 설명이 바로 줄줄 쏟아져 나온다.
‘아, 그러니까 몬스터잖아! 몬스터가 어디서 나왔는지, 왜 나타났는지를 어떻게 다 아냐고! 그냥 어디선가 갑자기 툭 튀어나오니까 몬스터잖아!’
매우 인간적이고 어리숙한 이야기였다.
바로 으르렁거리는 분노의 외침이 ‘천칭’의 주변을 폭풍처럼 휘감으며 맴돌았다.
—너희 인간들이란! 그렇게 엉망진창으로 이야기를 전하지 말란 말이야! 도대체가, 툭하면 진실의 파편 하나도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이유가 뭐야! 지성이 있고, 이성을 쓸 줄 안다면 제대로 좀 써먹으라고! 그따위라면 대체 너희가 털 없는 잔나비랑 다른 게 뭐냐고! 아니, 차라리 털투성이 잔나비 중에서 말하는 놈이 너네보다 훨씬 낫겠다!
‘잔나비 중에는 말하는 놈도 있어? 정말?’
투란은 전혀 엉뚱한 대목에 호기심을 반짝거리며 대꾸하고 있었다.
별빛이 조금 요란하게 반짝였고, 색채를 여러 번 바꾸면서 휘황한 춤을 췄다.
잠시 침묵이 내리다가, 차분한 말투로 드라고니아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관두자. 널 붙잡고 그딴 이야기나 할 때가 아니지. 그러니까…….
‘어, 그러네. 그냥 듣고만 있을 때가 아니네.’
돌연 투란은 이렇게 대답했고, 묘하게 일렁이는 별빛에서 마음을 돌렸다.
* * *
크워어어!
소리치는 놈은 분명히 잔나비였다.
투란에게 덤빈 놈과 꼭 닮은 놈이었지만, 훨씬 더 크고 강해 보이며 얼굴 반쪽이 뭔가에 뜯겨 나간 꼴이었다. 뭔가가 그 머리통을 쥐고 강제로 뜯어낸 것처럼, 두개골 절반이 완전히 드러난 채였다. 그런 훼손이라면 일단 죽었어야 할 몰골인데, 놈은 움직이며 덤벼들고 있었다.
‘저건 마수인가?’
투란은 자신을 향해 되뇌듯이 생각했다.
마수라면 저렇게 머리통을 반쯤 찢기고 뜯겨 나간 상태에서 버틸 수 있을까?
확실히 투란이 덤벼든 놈을 해치울 때, 반만 날린 것이 아니라 머리통을 완전히 부숴 놨다. 나머지 잔해는 흙도마뱀이 열심히 뜯어 먹어 버렸고! 만약 투란이 반쯤 날리는 것으로 충분하다 여기고 그리했다면, 먼저 덤볐던 잔나비 마수도 저리되어 움직였을까?
—아니야. 저건 임모그 웜에 오염된 놈이다.
‘응? 임모그 웜?’
—몬스터 벌레야. 놈의 절단된 뇌수를 봐. 두개골이 갈라진 틈새에 꾸물거리는 지렁이처럼 보이는 벌레, 그게 임모그 웜이다.
‘뭐 하는 놈인데?’
—불괴충(不壞蟲)이라고도 하지. 저놈들 중에는 불사충(不死蟲)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그건 임모탈 웜이라고 하지. 간단히 말해서, 기생하는 벌레이고 자신이 둥지를 튼 생명체를 죽음을 넘어선 채로 움직이게 한다. 저렇게 말이야.
‘아, 그러니까…… 저 벌레 괴물에게 오염되어서 이놈이 죽은 다음에도 이렇게 펄떡댄다는 소리야?’
—그렇다. 그리고…… 아무래도 저 잔나비 패거리는 이놈을 무슨 신처럼 섬기는 모양이로군. 최소한의 생각이란 걸 하는 것들이니.
‘에?’
투란의 눈길이 옆으로 돌았다.
굳이 눈으로 보지 않아도 느껴지던 잔나미 무리, 과연 녀석들은 그에게 달려드는 놈을 향해 환호하고 있었다. 소리를 죽인 채로 입만 쩍쩍 벌리면서, 팔을 휘두르며 응원하는 듯한 꼴로!
크아아앙!
더 험악한 소리를 내면서 머리통이 반쯤 뜯겨 나간 녀석이 투란을 향해 뛰어올랐다. 단숨에 몇 미터를 넘어서, 잔뜩 치켜 올린 두툼한 손바닥으로 손톱을 세운 채로 후려치려는 꼴이었다.
바로 투란이 한 발을 올렸고, 디딘 발의 두껍고 굵은 발가락이 땅을 긁으며 튕겨졌다. 그랑츄의 크고 굵은 두 발가락, 그 틈새에 끼인 발가락의 뭉친 힘은 마치 사람이 두 발을 전력으로 구른 만큼이나 투란을 앞으로 내닫는 모습을 만들어 주고, 들어 올린 발끝이 거침없이 날아든 잔나비의 가슴팍을 찌르고 밟듯이 차게 해 줬다.
콰앙!
심장 언저리가 푹 파여 들어가면서 잔나비가 뒤로 튕겨나 구른다.
“오?”
자신이 한 짓을 보며 투란이 놀랐다는 듯한 소리를 냈다.
—그건……?
놀란 것은 투란의 감각을 통해 함께 상황을 겪는 듯한 드라고니아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바로 떠오른 드라고니아의 의문이 곧장 투란의 마음에 드리워졌다.
—키린이 알려 준 육왕의 궁정 무술인가?
‘아마……도?’
애매하게 생각으로 대답하면서 투란은 나뒹군 잔나비가 두개골의 뇌수 사이로 꿈틀거리는 지렁이의 형상을 드러내며 일어서는 것에 주의를 기울였다. 분명히 방금의 걷어차기로 심장이 깊이 파였을 텐데, 녀석은 일어서고 있었다. 그리고 변하고도 있었다.
온몸의 털가죽이 들썩이면서 굵은 힘줄과 핏줄이 툭툭 불거져 나왔고, 얼굴의 멀쩡한 반쪽에도 지렁이처럼 꿈틀거리는 융기를 보였다. 그러면서 몸집이 덩달아 부풀어 올랐다.
“어라?”
조금 전, 걷어차일 때까지만 해도 일어서 봐야 2미터 30센티 정도에 불과했던 키가 3미터를 가볍게 넘어서고 몸집이 좌우로도 굵어지는 광경이 투란을 얼떨떨하게 했다.
‘뭐래, 저건!’
—증폭 증식이로군. 임모그 웜이 숙주의 위험을 인지하면, 더 강한 힘을 위해 근육과 체격을 강제로 키우는 모습이지. 저 증폭 능력 때문에 저놈이 머리통이 뜯겨 나간 다음에 무리의 우두머리가 된 모양이군.
‘대가리가 반이나 뜯겨 나갔는데 우두머리?’
—그런 신기함 때문에 받들어 모시고 섬기는 걸 테지. 말했잖나, 저 녀석들에게도 최소한의 생각이라는 게 있다고.
‘흠.’
투란은, 점점 더 거대해지면서, 파였던 가슴마저 다시 부풀어 그 안에 담긴 심장이 움찔대는 꼴까지 느껴지게 하는 잔나비를 바라봤다. 이제는 거의 4미터는 되지 않을까 의심스러울 정도까지 부풀었다!
‘증폭이라는 거, 심장박동도 강하게 하나?’
—심장 자체가 강화된 셈이다. 심장근육에 임모그 웜이 스며들어 지금은 두 배 이상…… 아니, 세 배 정도 되는 크기가 되었을 테…… 투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히죽이 투란의 입가에 미소가 걸릴 때, 드라고니아는 흠칫한 듯이 묻고 말았다.
“강화라…….”
나직한 중얼거림을 토해 내면서 투란은 천천히 두 손을 들어 올렸다.
붉은 늑대의 팔과 샤머닉 트롤의 짙고 검은 녹색의 팔이 투란의 가슴 정도에서 느릿하게 두 배 가까이 거대해진 잔나비를 겨냥하는 자세로 멈춰졌다. 덤벼들든가 맞이해서 저 잔나비의 가슴팍을 찢어발길 듯이!
여전히 꿈틀거리는 힘줄, 핏줄과 함께 부푼 몸을 거칠게 과시하면서 잔나비가 괴성을 질렀다. 주변을 쩌렁쩌렁 울리는 그 괴성이 사라지기 전에 잔나비가 다시 땅을 박차고 튀어 올랐다.
‘우와!’
투란은 확실하게 자신의 눈높이보다 훨씬 위, 2미터 70센티에 가까웠던 잿빛바위 그랑츄의 형상보다도 더 높이 튀어 오른 4미터 가까운 잔나비를 바라봤다. 확실히 유연하고 탄력이 있으면서 무시무시한 괴력을 지녔다고 증명하는 몸놀림이잖은가.
그 괴력을 한가득 실은 손바닥이 시커멓고 빳빳해진 도톰한 살가죽으로 투란을 찍으려 했다.
“으차!”
짧은 기합과 함께, 투란의 왼손이 잔나비의 굵고 크고 긴 팔뚝을 찍었다. 늑대의 날카로운 손톱이 단단하게 잔나비의 팔뚝을 파고들었고, 투란의 몸은 어느새 그 팔에 안긴 것처럼 파고들면서 왼편으로 맹렬하게 회전하고 있었다.
쿠웅! 콰직!
다음 순간, 투란의 손에 잔나비의 거체가 휘두르던 팔을 축으로 뒤집어지며 머리부터 내리꽂혔고, 큰 울림을 내며 땅에 반쯤 뭉개지듯이 처박힌 잔나비의 머리통을 투란이 내지른 그랑츄의 발이 확실하게 짓밟아 박살 냈다.
쾅, 콰득!
거대한 몸이 완전히 땅에 누운 후에도, 잿빛바위 그랑츄의 단단하고 강인한 발은 두어 번 더 잔나비의 머리통을 깔끔하게 밟아 뭉갰다.
“오호? 짓이겨도 이 벌레는 꿈틀거리네?”
투란은 발끝에 부서져 내린 잔나비의 두개골, 뇌수의 틈새에서 꾸물거리면서 진흙 속의 지렁이처럼 움직이는 괴물 벌레를 볼 수 있었다. 과연 이 정도로 밟아 뭉갠 정도로는 잔나비의 목 줄기 속으로 길게 이어진 끈과 같은 벌레를 완전히 제압하지는 못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머리통이 사라진 다음, 잔나비의 거대한 몸은 꿈틀거리기는 해도 일어서거나 하지는 못했다. 몸을 움직여야 할 중요한 부분이 없어진 탓에, 그 몸을 누비는 벌레가 제멋대로 꿈틀거리기만 하는 듯했다.
드라고니아가 이 부분을 명확하게 짚어 준다.
—숙주를 움직이기 위해서 임모그 웜은 숙주의 제어 기관을 필요로 한다. 머리를 그렇게 밟아 놨으니 잔나비의 뒷골이 완전히 부서져서 얼마 동안은 몸을 움직이지 못할 거야.
‘얼마 후에는?’
—필요한 만큼, 숙주에 깃들여 파악하고 기억하는 만큼 뇌수를 복원시킬 거다. 임모그 웜이니까, 그저 쪼개진 머리 반쪽을 울퉁불퉁하게 짜 맞추는 정도겠지.
‘헤? 아! 그보다 나은 거야, 임모탈 웜은?’
—그 경우에는 완전하게 숙주의 생체 정보를 습득해서 전체를 복구할 거다.
단호한, 그러면서도 혹시나 잔나비 속에 임모탈 웜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드라고니아의 우려가 은근하게 투란의 마음에 전달되었다. 이는 투란에게 바로 물음을 던지게 했다.
‘임모그 웜이 임모탈 웜이 되는 거였어?’
—정확한 과정은 밝혀내지 못했지. 하지만 임모그 웜이 특정한 상황에서 임모탈 웜으로 진화, 변이하는 것만은 분명하게 파악했다. 야! 뭐 하는 거냐, 투란?
설명하던 드라고니아가 돌연 놀란 소리를 냈다.
마음속을 울리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투란은 잔나비의 거체 위에 올라섰고, 그 가슴팍을 향해 오른손을 내밀었다. 손아귀 틈새로 길게 뻗은 샤벨투스의 이빨이 번들거리고 있었다.
‘뭐 하냐니, 나 몬스터 로드야.’
—뭐?
잠시 드라고니아의 당혹한 느낌이 전해졌지만, 투란의 손은 멈춰지지 않았다.
잔나비의 거대한 가슴이 샤벨투스의 이빨에 갈비뼈째로 갈라졌고, 투란은 바로 늑대의 손으로 갈라진 틈새를 비집어서 열었다. 잔나비의 살과 뼈가 통으로 뜯겨 나오면서, 그 속에 감춰진 심장이 붉은 색채 사이로 갈색의 힘줄과 핏줄을 불끈거리며 드러났다.
서걱, 서걱.
투란은 잔나비의 숨결과 함께, 다시 덮이려는 가슴팍을 그대로 잘라 냈다.
마치 뚜껑을 따 버린 상자처럼 잔나비의 심장과 그 주변이 훤히 드러났다.
꿈틀거리는 벌레 괴물이 바쁘고 분주하게 잃어버린 가슴팍의 껍질을 찾으려는 듯이 촉수처럼 더듬으며 헤매는 꼴이 보였다. 피와 살의 틈새로 보이는 벌레는 여전히 힘줄이나 핏줄 같았다.
“뭐, 이놈도 비슷하군.”
중얼거리면서 투란은 그 심장의 한구석을 오른손으로 쥐었다.
샤벨투스의 이빨이 갈무리된 연녹색 손바닥 위로 잔나비의 꿈틀거리는 심장 조각이 고스란히 떼어져 나왔다. 세심하게 그 속에 반쯤 뭉개지고 잘린 채로 꿈틀대는 벌레 괴물의 조각이 섞인 것을 확인한 다음, 투란은 그것을 가슴에 갖다 붙였다.
—이봐, 그거 위험하다고! 하지 말…….
‘이 정도는 괜찮다고!’
아늑하게 멀어진 듯한 드라고니아의 소리에 투란은 자신 있게 대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