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rim Login RAW novel - Chapter 154
#153화
“그러니까…….”
장칠득이 힘겹게 말을 이었다.
“수련 중이셨다고요?”
“네.”
“혹시 벽호공(壁虎功)을 익히고 계셨던 겁니까?”
“저도 잘은 모르겠는데 일단 그런 것 같아요.”
벽호공. 무협 소설에서 많이 봤다.
도마뱀이 벽을 타는 모습에서 창안된 무공이라던가?
현실에 존재하는 스포츠인 클라이밍(Climbing)과 비슷하지만 다른 점이 딱 두 가지가 있다.
첫째, 클라이밍과는 달리 공력을 사용한다.
둘째, 안전장치가 없다.
‘역시 무림이야, 빠꾸가 없지.’
떨어지면 골로 가는, 그야말로 상남자의 무공이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두 사람이 귀신 바라보듯 나를 쳐다봤다.
“이 높이에서요?”
“그게 됩니까?”
“되던데요.”
처음 청풍의 말을 들었을 때는 나도 무슨 미친 소린가 했다. 그런데 하니까 되더라.
지금까지 시도해 보지 않아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을 뿐, 내 육신은 이미 초인의 영역에 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고, 삼공자님. 이러다가 큰일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중년 아재가 호들갑을 떨며 내 몸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 주었다.
한 3분 전까지만 하더라도 태초 마을에서 온 강시 취급 하더니, 지금은 삼대독자 아들 대하듯 조심스럽다.
“자자, 수련은 이쯤 하시고 처소로 돌아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왜요?”
“왜라니요! 이번에는 운이 좋았기에 망정이지, 한 번 더 떨어지셨다가는 정말 돌아가실지도 모릅니다.”
나는 손을 내저었다.
“괜찮아요. 한두 번도 아니고.”
“예?”
“지금이 벌써 다섯 번짼데요. 뭘 새삼스럽게.”
“다섯…… 번이요?”
“네. 다섯 번.”
떨리는 눈빛이 나와 가파른 절벽을 번갈아 바라본다.
“도, 도대체 어떻게 아직 살아 계신 겁니까?”
“괜찮아요. 열 번도 넘게 떨어진 놈도 있으니까.”
“……?”
“……?”
“슬슬 한 번 더 떨어질 때가 됐는데…… 아, 저기 온다.”
나는 높이 솟은 절벽 한군데를 가리켰다. 점점 커져 가는 검은 점 하나와 찢어지는 비명이 뒤를 이었다.
“끼아아아아악! 조오오자아앙!”
두 사람이 입을 딱 벌렸다.
“세상에. 정말 한 명 더 있었네.”
“저건 누굽니까?”
“제 오른팔, 아니 새끼발가락이요.”
“예? 그게 무슨.”
“아니, 그 전에 당장 구해 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구해요? 저걸?”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혁무진도 신체 건장한 성인 남성이다. 저 높이에서 추락하는 녀석을 받아 들었다가는 어디 한군데 부러지는 정도로 안 끝난다.
“그냥 내버려 두세요. 괜히 끼어들었다가 다치지 마시고.”
두 사람이 비명을 내질렀다.
“떨어진다! 떨어진다!”
“이대로 두면 죽을 겁니다!”
“쟤 안 죽어요.”
그랬으면 이미 열 번도 더 죽었지.
하지만 혁무진에게는 동아줄이 있다. 언제나 한 끗 차이로 그를 구해 주는 튼튼한 동아줄이.
“끼아아아악!”
추락하는 혁무진의 비명이 시시각각 가까워져 마침내 경악한 표정조차 생생하게 보인 그 순간, 저 위에서 빛줄기가 번쩍였다.
유성(流星)처럼 빠르게 급강하하는 그것은 은은한 자줏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저, 저게…….”
“뭡니까?”
내가 짤막하게 대답했다.
“자하신공.”
정확히는 자하신공을 끌어 올린 누군가지.
두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겠지만, 내 눈에는 자하신공 특유의 자색 기운에 휩싸인 청풍이 똑똑히 보였다.
녀석은 입이 찢어져라 웃고 있다.
“우와아아아아!”
“…….”
저놈 저거 신난 거 봐라.
그러나 살짝 맛이 간 성격과는 별개로 능력 하나만큼은 넘사벽이다. 나는 이어지는 광경에 혀를 내둘렀다.
‘어떻게 저게 가능하지?’
화살처럼 쏘아진 청풍은 눈 깜짝할 시간 만에 혁무진의 허리를 낚아챘다.
그리고 급속도로 가까워진 지면을 향해 손바닥을 내밀었다.
팡! 퍼버벙!
한 번, 두 번, 세 번…….
압축된 공기가 터져 나가는 소리와 함께 바닥이 푹푹 파인다.
보이지 않는 거인이 주먹으로 내리친다면 이렇게 될까?
청풍이 일장(一掌)을 내지를 때마다 얼어붙은 땅이 뒤집히고 그 반발력으로 추락하던 신형이 허공에 멈춘다. 이내 청풍의 발이 사뿐히 땅을 밟았다.
“휴, 이번에도 재밌었다. 그렇죠?”
이미 혼절한 혁무진이 신음을 내뱉었다.
“흐어, 흐어어어.”
“역시, 좋아하실 줄 알았어요.”
“…….”
도대체 어딜 봐서?
즐겁게 웃으며 혁무진을 내려놓은 청풍이 내게 알은체를 해 왔다.
“엇, 은인! 아직 여기 계셨네요?”
“떨어졌거든요. 누구 덕분에.”
나는 청풍을 지그시 노려봤다.
사실 지금까지 정상에 오를 기회가 몇 번이나 있었다. 문제는 청풍이라는 놈이 보통 정신 상태의 소유자가 아니라는 것이지.
“헤헤, 제 덕분이라고 해 주시니 기분이 좋아지네요.”
“닥쳐! 당신이 위에서 훼방만 안 놨어도 진작 올라왔어!”
“헉! 진정하세요, 은인!”
“진정? 그런 말은 돌 굴리기 전에 했어야지!”
생각해 봐라.
맨손으로 백여 장이 훌쩍 넘는 절벽을 기어오르는 것도 만만치 않은데, 어느 정도 왔다 싶으면 위에서 어린애만 한 돌덩이가 와르르 쏟아진다.
청풍의 천진난만한 외침은 덤이다.
‘은인, 돌 굴러가요!’
이건 당해 본 사람만 안다. 석가모니가 내 입장이었어도 염주로 저놈 목 졸라 죽였다.
‘다시 생각하니까 열받네.’
그냥 확 들이받아 버릴까.
주먹을 움켜쥔 그때, 바닥에 누워 손가락만 움찔거리던 혁무진이 비명과 함께 벌떡 일어났다.
“끼아아아아아!”
“야, 야. 숨 쉬어, 숨. 여기 땅이야.”
“허억, 허어어억. 저 살아 있는 거 맞습니까?”
“그래, 인마. 아직 살아 있어.”
“무, 물 좀.”
청풍이 허리춤에 찬 죽통을 내밀었다.
“여기요.”
“고맙…….”
무심코 죽통을 받아 들던 혁무진의 신형이 우뚝 굳었다.
그리고 곧이어 터져 나오는 사자후.
“야, 이 개새끼야!”
눈이 뒤집혀 날뛰는 혁무진의 모습에 청풍이 기겁했다.
“저, 저한테 갑자기 왜 이러세요!”
“지금 몰라서 묻냐? 조장, 저 새끼 잡아요!”
“저는 할아버지께 배운 그대로 해 드리고 있는 건데.”
“당장 이리 안 와!”
“은인, 이따 위에서 뵐게요!”
혁무진을 피해 후다닥 물러난 청풍이 땅을 박찼다.
쾅! 단번에 십여 미터를 날아오른 녀석은 절벽에 철썩 달라붙더니 벽호공을 펼쳐 절벽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파파파파팍!
역시 고인물.
태어날 때부터 사족보행이었던 것처럼 빠르게 사라지는 청풍의 모습에 혁무진이 주저앉았다.
“저, 저 자식이 저한테 돌을, 돌을…….”
내가 숙연하게 대답했다.
“알아. 아까 너 떨어지는 거 봤어. 눈에 맞았더라.”
“저거 완전히 미친놈이에요. 어린애 머리통만 한 걸 던져요.”
“내 것보다는 작네. 나한텐 흙도 뿌리던데.”
“조장. 저 결심했습니다.”
“뭘?”
“저놈 잡아서 족치기 전까지는 포기 안 합니다. 사나이 혁무진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는 거예요.”
혁무진의 눈동자가 이글이글 타올랐다.
지금처럼 열의에 불타는 모습은 처음 본다. 속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표면적으로는 늘 유쾌하고 설렁설렁한 녀석이었으니까.
‘설마 이걸 노리고?’
이 모든 게 혁무진의 분노를 끌어 올려 최선을 다하게 만들려는 청풍의…….
아니다. 저 화산파 출신 자연인에게는 그런 머리가 없다.
‘뭐, 좋은 게 좋은 거지.’
씩씩거리는 혁무진에게 보퉁이 하나를 던졌다.
“품에 잘 챙겨 놔.”
“이게 뭡니까?”
“벽곡단. 수련 시작 전에 챙겨 놨었지.”
허기와 기력을 보충하는 것에는 저만한 게 없다. 크기가 작고 무게가 가벼우니 휴대도 간편하고.
“올라가다가 힘 딸린다 싶으면 먹어라.”
“사방이 낭떠러지인데 벽곡단을 어디서 먹습니까. 전 당장 올라가서 저놈을 단칼에…….”
“단칼에 죽을걸.”
새로 배운 벽호공으로 북망산을 타고 싶은 모양이다. 나는 혁무진의 뒤통수를 갈겼다.
“악!”
“그리고 절벽이 일직선이냐? 중간중간 깎여 있는 곳도 있으니까 알아서 자리 잡고 먹어. 조급해하다가 떨어지지 말고 천천히, 한 번에 성공하겠다는 생각으로 해.”
“후우.”
“그럼 가자.”
“옛!”
나와 혁무진이 결연한 표정으로 절벽 앞에 섰을 때였다.
“저기…….”
“사, 삼공자님.”
맞다. 이 사람들도 있었지.
장칠득과 중년 아재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소가주님께 보고를 해도 괜찮겠습니까?”
“아무래도 사안이 사안인지라. 공자님께서 부상이라도 입으시면 저희가…….”
손을 들어 그들의 말을 막았다.
뒷말은 듣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직장인들 입장은 내가 더 잘 안다.
“보고하세요, 단.”
“단?”
“근무 끝나고 난 후에. 지금 얼마나 남았죠?”
“이제 세 시진 정도 남았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해요.”
벌써 절벽을 오르기 시작한 지 반나절.
남은 세 시진 안에 이 지긋지긋한 절벽을 정복할 생각이었다.
* * *
높고 가파른 이 이름 모를 절벽은 세월을 고스란히 맞아 어느 부분은 울퉁불퉁하고, 또 어떤 부분은 매끄럽다.
두꺼운 뿌리나 암석이 튀어나와 있어 잡기 쉬운 구간이 있는가 하면 조그마한 틈에 손가락 하나를 끼워 넣어 버텨야 할 때도 있었다.
‘하다못해 공력이나 병장기를 쓰면 편해질 텐데.’
공력을 사용하면 단단한 암석도 두부처럼 으스러진다.
인벤토리에 있는 병장기를 꺼낸다면 단검을 계단처럼 박아가며 올라갈 수 있다.
굳이 손쉬운 방법을 놔두고 이 고생을 하는 이유는 수련이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그렇게 하려고 할 때마다 청풍이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돌을 떨구기 때문이다.
투두두둑.
갑자기 위에서 돌가루가 쏟아진다는 건 불길한 징조다.
나와 혁무진은 황급히 팔로 머리를 가리고 외쳤다.
“안 했어요! 진짜 아무것도 안 했어! 돌 굴리지 마!”
“으어어어!”
저 위에서 희멀건 얼굴이 빼꼼 튀어나왔다.
“진짜요?”
우리는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절반도 못 왔다. 여기서 스톤 샤워를 맞고 떨어지면 올라오기 전 호언장담했던 것이 흑역사가 될 거다.
“믿어 주세요!”
“청풍 소협! 아니, 청풍 대협!”
“할아버지께서 그러셨어요. 수련에는 결코 꼼수가 있어서는 안 된다. 무공은 피와 땀으로 얻어지는 것이다.”
일장 연설을 늘어놓은 청풍이 선심 쓴다는 듯이 한마디를 덧붙였다.
“이번 한 번만 봐드릴게요.”
“…….”
“…….”
아주 상전이 따로 없다. 나와 혁무진은 분통을 참으며 다시 절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아주 사소한 실수 하나만 해도 다시 저 아래로 곤두박질치는 상황.
이렇다 보니 감각이 날카로워지고 손가락, 발가락 하나하나에 엄청난 신경을 기울이게 된다.
‘겨울만 아니었어도 진작 올라갔을 텐데…….’
올라가면 갈수록 경사는 험난했고, 표면은 밋밋해졌다.
가뜩이나 미끄러운 절벽이다. 그런데 심지어 하루가 멀다고 산발적으로 흩날리는 눈발과 북쪽 고원에서 불어온 바람이 절벽을 거대한 얼음으로 만들어 버렸다.
‘막혔다. 도무지 길이 안 보여.’
입술을 잘근잘근 깨무는 내 시선에 문득 뭔가가 눈에 들어왔다. 아직 얼지 않은 눈덩이로 막혀 있는 바위 틈새.
손가락 하나 들어갈까 말까 한 작은 공간이다. 힘들겠지만 지금으로써는 별수 없다.
“흡!”
나는 기합과 함께 몸을 날렸다. 동시에 가장 작은 새끼손가락을 정확히 틈새에 꽂아 넣었다.
푹, 내 예상은 절반만 맞았다. 아직 얼지 않은 눈덩이는 뚫어 낼 수 있었지만, 틈새의 깊이가 생각보다 너무 짧다.
고작 손가락 한 마디. 그것도 새끼손가락으로 0.1t에 달하는 몸무게를 지탱해야 한다.
“끄응.”
아무리 나라고 해도 이건 좀 빡센데?
설상가상으로 틈새에 고인 물기 때문에 손가락이 서서히 미끄러지는 중이다.
‘시간을 지체하면 추락한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호흡을 가다듬고 몸의 긴장을 가라앉혔다. 새끼손가락을 지지대 삼아 전신을 들어 올렸다.
그야말로 초인(超人)이라 불릴 만한 신체 능력.
띠링.
– [근력]이 1 상승했습니다.
– [민첩]이 1 상승했습니다.
– [체력]이 1 상승했습니다.
때마침 스탯 상승까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다음 틈새를 향해 손을 뻗으려던 그때였다.
‘흡!’
“조장!”
이런, 중요한 순간에 호흡이 흐트러졌다. 다시 호흡을 가다듬는데 혁무진의 외침이 이어졌다.
“이! 이!”
“뭐라는 거야! 잘 안 들려!”
세차게 불어오는 눈바람은 시야와 소리를 흩어 놓았다.
내가 다시 입을 떼려는데, 또렷한 고함이 귓가를 후려쳤다.
“위! 위요!”
“위?”
혁무진의 목소리가 들렸다는 것은 맹렬한 바람이 주춤했다는 뜻. 그제야 막혔던 시야가 트이고 귀가 뚫렸다.
나는 혁무진의 손짓을 따라 고개를 들어 마침내 목격했다.
얼굴을 향해 떨어지는 거대한 바위를.
후우우웅!
“아, 시바.”
쾅!
* * *
“와, 그 큰 바위를 맨주먹으로 깨트리실 줄이야.”
청풍의 감탄을 한 귀로 흘리고 털썩 드러누웠다.
아까만 해도 저 자식을 두들겨 패고 싶은 마음뿐이었는데, 지금은 진이 다 빠졌다.
‘올라왔다. 끝났다!’
손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환호를 지르고 있을 때, 푸르딩딩하게 얼어붙은 손이 정상을 짚었다.
“허억. 흐어억.”
“겨우 하루 만에 성공하시다니! 두 분 다 너무 대단해요!”
너만 아니었어도 한 시진 안에 성공했어, 인마.
한바탕 쏘아 주고 싶은데 힘들어서 말이 안 나온다. 성취감과 피로로 헉헉거리는 우리를 보며 청풍이 허리를 꾸벅 숙였다.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한 번 성공한 경험이 있으니 남은 아홉 번은 더 빨리 오르실 수 있을 거예요.”
“……?”
“……?”
얼마나 충격적인 말이었던지, 나와 혁무진은 숨을 몰아쉬는 것도 잊고 청풍을 바라봤다.
‘저게 무슨 말이야.’
설마 지금 내가 생각한 그건가? 아니겠지?
나는 현대 사회의 지식인답게 침착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아홉 번이라니. 그게 무슨 개소리십니까?”
“저희 할아버지께서…….”
이 자식은 자연인이야, 소년 탐정이야.
이 순간만큼은 검성이고 나발이고 눈이 뒤집힐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이걸 아홉 번을 더 하라고요?”
“네!”
“당신은 똑같이 여기서 바위 던지고?”
“네!”
“안 해.”
“네?”
나와 혁무진이 동시에 자리에 드러누웠다.
“안 한다고. 내려갈 힘도 없어. 배 째.”
“내 배도 째라. 이 악랄한 놈아!”
“푸헤헤.”
“……웃어?”
청풍이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죄송해요. 제가 처음 수련 시작했을 때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그만.”
“거봐! 당신도 하기 싫었잖아!”
“아뇨. 전 재밌어서 계속하고 싶었는데 몸이 안 따라 주더라고요.”
혁무진이 내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미친놈인가.”
“그래서 할아버지께 말씀드렸죠. 다리가 말을 안 들으니 내일 이어서 하면 안 되겠냐고.”
행복한 과거를 회상하던 청풍이 돌연 검을 뽑아 들었다. 동시에 자줏빛 검기가 발출됐다.
서걱.
얼음, 흙, 바위. 가릴 것 없이 모두 베어 버린 청풍이 말을 이었다.
“그랬더니 할아버지께서 대답하셨어요. 올라오는 게 어렵지. 내려가는 건 쉽다고. 잠깐만 참으면 금방 내려간다고요.”
쿠구구궁.
딱 나와 혁무진이 누워 있는 3평 남짓한 절벽의 끄트머리가 진동했다.
‘실화냐.’
멍해 있는 우리에게 청풍이 손을 흔들었다.
“아홉 번 남았어요.”
띠링.
– 퀘스트, [검성 수련 간접체험기]가 생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