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rim Login RAW novel - Chapter 247
#246화
퀘스트
[성라대연]그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거침없이 나아가십시오. 천하가 주목하는 이 연회의 우승자가 되어, 무림에 족적을 남기고 영광을 누리십시오!
등급 : 초절정
제한 : 진태경
임무 : 성라대연 우승 (미완료)
보상 : ???
실패 : 화왕의 분노
“…….”
실패 시 받는 패널티에서 멈칫했다.
아니, 성라대연 우승 못 할 수도 있지. 이걸로 화까지 내나.
길길이 날뛸 적천강의 모습을 상상하니 내심 억울해진다.
‘그것도 겨우 1년 가르쳐 놓고.’
물론 나 같은 경우는 매우 특이 케이스긴 하다.
그럼에도 굳이 퀘스트창으로도 알려 주는 걸 보니 적천강이 품는 기대감이 대단한 모양이었다.
“태원진가의 진태경. 어디 있소?”
“아, 여기요.”
감독관의 말에 퀘스트창을 닫고 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고 그와 함께 술렁이는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태원진가의 진태경이라면…….”
“산서잠룡?”
“저 청년이 그자인가? 그, 화왕이 들인 제자라는.”
“맞아. 확실해.”
앞서 한 번 들어 본 노르웨이의 퉁명스러운 목소리도 들렸다.
“흥. 믿는 구석이 있었군. 그래 봤자 허우대만 멀쩡한 약골이지만.”
그렇게 사방에서 수군대는 말들을 흘려넘기고 절벽 앞에 섰다.
뜻밖이라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던 감독관이 공손해진 어투로 입을 열었다.
“깊이가 세 치(寸) 이상이면 합격. 그 밑으로는 불합격입니다.”
“예.”
세 치라면 약 10cm 정도의 길이.
권법을 꾸준히 연마해 온 평범한 일류 고수라면 무난하게 합격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막상 하려고 하니 긴장감이 몰려왔다.
‘쓰읍. 도통 감이 안 잡히네.’
정말 모르겠다. 여기에 세 치 깊이의 흔적을 남기려면 도대체 어느 정도의 힘을 줘야 하는지.
가만히 절벽을 바라보고 있던 나는 도움말 기능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저기, 감독관님.”
“예?”
“이거 어떻게든 깊이가 세 치 이상만 되면 합격인 거죠?”
“그렇습니다. 단, 한 번 주먹이 떨어지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아, 그렇군요.”
그렇다면야 쉽지. 고개를 끄덕인 나는 곧바로 절벽에 주먹을 댔다. 그리고 살짝 밀었다.
푹! 투두두둑.
두부처럼 부드럽게 갈라지는 절벽 표면. 부스러진 암석 쪼가리와 흙이 쏟아진다.
나는 팔꿈치까지 박아 넣은 채 감독관을 바라봤다.
“합격. 오케이?”
“…….”
감독관의 표정은 볼만했다.
입을 떡 벌린 채 내 얼굴과 절벽에 박힌 팔을 번갈아 보던 그가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 어떻게 하신 겁니까?”
“밀었는데요.”
“그러니까 어떻게…….”
“그냥 힘줘서 밀었는데요.”
“…….”
“어쨌든 합격 맞죠? 주먹도 안 떨어졌고 깊이도 많이 들어갔으니까.”
“그, 그게.”
감독관의 동공이 흔들렸다.
“자, 잘은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이랬던 적이 없어서.”
“그럼 됐네요. 지금부터 이러면 되니까.”
“지, 진 소협. 죄송합니다만 조금 더 평범하게 안 되겠습니까? 저로서는 판단을 내리기가 좀…….”
“평범하게요?”
그게 잘 안 될 것 같아서 이렇게 한 거 아니야. 이 양반아.
그냥 적당히 한 방 질러 봐야 하나, 고민하던 그때였다.
“푸하하!”
난데없이 튀어나온 폭소에 나를 포함한 모두의 고개가 저절로 돌아갔다.
단연 눈에 띄는 거한, 노르웨이가 만면에 비웃음을 머금은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튀고 싶어서 안달이 난 놈이로군.”
난 턱을 긁적이며 대꾸했다.
“딱히 그런 건 아니고. 근데 너는 왜 그렇게 시비를 못 걸어서 안달이 났냐?”
“너?”
“응. 너.”
노르웨이의 마빡에 핏줄이 솟았다.
“내 듣기로 화왕의 제자가 이제 겨우 약관을 넘겼다던데.”
“스물둘이지. 다 컸어.”
“나는 이립이다.”
“서른? 나랑 비슷하네. 친구 할래?”
“이 새파랗게 어린놈이 감히…….”
존댓말 페티쉬라도 있는 건가.
눈을 부릅뜬 채 한 걸음 나서는 그를 감독관이 만류했다.
“자중하시오!”
“자중은 염병할. 나한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사부님뿐이시다.”
나는 느긋하게 팔짱을 끼며 물었다.
“그래, 여태까지 그거 말하고 싶었나 본데. 네 사부님이 누군지 들어나 보자.”
“해상왕(海上王).”
해상왕이라면 혹시……?
나는 경악에 찬 음성을 토해 냈다.
“장보고!”
“뭔 개소리냐! 사부님의 성함은 파륜이다! 해상왕 파륜!”
“아, 하긴. 그럴 리가 없지.”
실망한 나와는 달리 노르웨이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름은 대단한 파급력을 지니고 있었다.
같은 조에 속한 지원자들과 감독관, 심지어 십여 장 떨어진 곳에서 심사를 진행 중이던 이들 사이에서도 웅성거림이 일었다.
“해, 해상왕 파륜!”
“장강수로맹(長江水路盟)의 맹주이자 십왕 중 한 명인 그 파륜?”
“그럼 저 청년이 철수신룡이겠군. 어쩐지 화왕의 제자에게 겁도 없이 시비를 거나 싶더니.”
“저쪽은 어떻게 되먹은 거야? 십왕의 제자가 둘씩이나…….”
그런 반응에 노르웨이, 아니 철수신룡은 코웃음을 쳤다.
대단한 사부를 둔 자랑스러움도 있겠지만,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서 묻어 나왔다.
‘뭐, 저 정도면 확실히 강하긴 하지.’
십왕의 제자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가?
심지어 나와 달리 저쪽은 어릴 때부터 해상왕 파륜의 지도를 받아 온 듯했다.
장강수로맹이 얼마나 대단한 곳인지는 모르지만 무공에 영약에, 아낌없는 지원을 받았을 것이 분명하다.
내가 팔짱을 낀 채 흥미롭게 바라보자 철수신룡이 피식 웃었다.
“화왕의 제자라고 했나? 변방 무가 출신인 주제에 고작 일 년 가르침을 받았다고 어쭙잖게 나대지 마라.”
아니 뭐, 틀린 말은 아니다. 산서성은 중원에서 떨어진 변방이고 태원진가도 변방의 무가가 맞다.
그렇긴 한데…….
“넌 해적이잖아. 너희 사부는 해적 두목이고.”
“해적이라니! 네놈이 지금 장강수로맹을 모욕하는가! 우리는 강과 대해를 누비는 영웅들이다!”
“그래. 근데 그걸 두 글자로 줄이면 해적 아니냐?”
“놈! 무슨 망발이냐! 본 맹의 영웅들은 그따위 놈들과는 천지 차이다!”
“천지 차이? 그럼 혹시 너네도 그 뭐야, 이상하게 생긴 열매 먹고 그러냐? 그거 먹으면 헤엄 못 치고 그래?”
“노옴-!”
“너는 놈놈 열매를 먹었구나.”
우두두둑.
철수신룡의 거대한 주먹에서 살벌한 소리가 들렸다.
살기 어린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던 녀석이 발을 내딛자, 감독관이 황급히 나와 그 사이를 가로막았다.
“잠깐! 여기서 싸우면 실격……!”
“비켜.”
“헉!”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심사를 통제하는 감독관도 하나같이 상당한 실력자들이다. 최소 초일류에서 절정까지.
내가 속해 있는 조의 감독관은 초일류의 경지였지만, 철수신룡의 손이 어깨를 움켜쥐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이, 이게 무슨.”
“막을 필요 없다. 이쪽도 성라대연에서 우승하라는 사부님의 엄명을 받아서 말이야.”
“그, 그럼…….”
“안 싸워. 저 애송이에게 한 수 보여 주려는 것뿐이다.”
감독관을 놓아준 철수신룡은 성큼성큼 절벽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절벽을 향해 주먹을 밀어 넣었다.
쩌저저적!
단단한 암반을 부수며 팔뚝까지 꽂아 넣은 그가 나를 보며 혀를 찼다.
“고작 이 정도다. 네가 한 것이.”
처음 봤을 때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철수신룡은 매우 뛰어난 수준의 외공(外功)을 익힌 고수였다.
저 정도의 덩치와 근력은 단순히 타고났다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무공. 그것도 극상승의 외가기공으로 단련된 것이 분명했다.
오오……!”
“과연 철수신룡!”
가히 신력(神力)이라 부를 만한 힘에 탄성이 쏟아졌다.
어지간한 절정 고수도 공력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 그러나 철수신룡은 마치 숨 쉬는 것처럼 쉽게 해냈다.
그것도 보란 듯이 나보다 훨씬 깊은 구멍을 만들어 내면서.
“화왕의 제자도 대단하긴 하지만, 역시 아직은 역부족인가?”
“그럴 수 있지. 나이도 한참 어린 데다가 화왕이 제자로 들인지 일 년밖에 안 되지 않았나.”
“산서잠룡도 나름대로 우승을 노리고 있었을 텐데…… 이번에는 어렵겠군.”
주위 사람들이 뭐라 수군거리건 말건, 확실히 대단하긴 하다.
이 정도면 사부가 누구인지를 떠나 무림 어디를 가도 큰소리칠 만한 고수임에는 이견이 없다.
짝짝짝.
“역시 힘이 장사네. 합격 축하한다.”
“추하군. 억지로 태연한 척할 필요 없다.”
“진심인데.”
내 박수에 코웃음을 친 철수신룡이 감독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연이어 벌어진 이변에 감독관은 얼이 빠져 있었다.
“합격인가?”
“아. 그, 그게…….”
“상관없다. 어차피 이 정도로 끝낼 생각도 없었으니.”
투두두둑.
어이가 없을 정도로 쉽게 팔뚝을 빼낸 철수신룡이 주위를 둘러봤다.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시선에서 강자를 바라보는 부러움과 질투, 그리고 절망감을 읽어 낸 그가 나를 향해 이빨을 드러냈다.
“애송아, 파선권(破船拳)를 견식 하는 것을 영광으로 여겨라.”
“파선권?”
대답은 없었다. 그 대신 철수신룡의 전신에서 대해(大海)와도 같은 공력이 파도처럼 일어났다.
곰보다 두꺼운 허리와 기둥 같은 팔이 뒤로 한껏 젖혀졌다. 그의 주먹에는 이미 강물처럼 푸른 공력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고오옹.
주위의 공기가 요동친 다음 순간.
콰아아아아앙!
파선권.
범선을 쪼개는 일 권이 절벽에 작렬했다.
귀가 먹먹해지는 굉음과 함께 폭풍이 몰아쳤다. 쏟아지는 흙먼지와 암석의 파편에 사람들이 두 팔로 얼굴을 가리며 신음을 토해 냈다.
“헉!”
“크윽!”
혼란스러운 상황 속.
나는 우뚝 선 채 그 광경을 빠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기에 잠시 후, 먼지구름이 가라앉은 후 터져 나온 경악성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야…….’
가로세로 길이만 각각 백여 장에 이르는 절벽.
오랜 세월 자리를 지키고 있던 자연의 산물에 조금 전까지 보지 못했던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아니, 그것은 작은 동굴이라고 부르는 것이 옳았다.
상하좌우 폭이 십여 장에 달했고, 그 깊이도 다섯 장에 이르렀으니까.
“이, 이럴 수가.”
“이것이 바로 해상왕의 독문 무공……!”
좌중들 사이로 숨길 수 없는 전율이 흘렀다.
이 자리의 모두는 천하의 누구보다 무(武)를 숭상하고 강해지기를 열망하는 이들이다.
자신들로서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무공을 선보인 무인을 향해 경외 어린 시선이 쏠렸다.
“훅. 후욱.”
들썩이는 넓은 등. 찢어질 듯 부풀어 오른 근육이 꿈틀거린다.
한동안 숨을 고르던 철수신룡이 가라앉은 얼굴로 돌아섰다. 두툼한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짧은 한마디.
“결과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감독관이 간신히 목소리를 끄집어 냈다.
“합격, 합격입니다.”
“그렇군.”
입꼬리를 끌어 올린 철수신룡이 좌중을 쓸어 보았다.
아직 열기가 가라앉지 않은 눈동자가 멈춘 곳은 내 얼굴이었다.
“보았느냐?”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더냐?”
“대단하던데.”
“그리고?”
“음. 합격 축하한다.”
“그게 전부냐?”
“그럼 뭐. 엉덩이라도 두드려 줘?”
으드득.
이를 가는 철수신룡의 모습에 고개가 절로 가로저어졌다.
대단하다고 해 줬으면 됐지. 여기서 뭘 더 어쩌라고?
‘애새낀가.’
해적 놈이라 그런지 단순무식하기 짝이 없다. 예선 때부터 숨이 찰 정도로 힘을 쏟아붓는 것도 마찬가지고.
나는 내심 혀를 차며 감독관에게 말했다.
“이제 빨리빨리 진행하시죠. 벌써 시간 많이 잡아먹은 것 같은데.”
“아,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
감독관의 호명을 들으며 돌아서려던 그때였다.
“네놈을 보아하니 열화문의 수준도 알 만하군.”
“뭐?”
나도 모르게 몸이 멈칫했다. 철수신룡이 비웃음이 담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일인전승 비인부전. 말만 번드르르하지, 결국 나를 피해 꼬리 내린 개새끼처럼 도망치는 꼴이 아니냐?”
“그건 네 생각이고.”
“나만의 생각일까?”
“뭐?”
불현듯 주위를 둘러봤다.
나와 철수신룡을 둘러싼 수많은 시선.
그들의 눈빛에 담긴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실망. 경멸.’
삐빅.
– 겁에 질린 듯한 당신의 모습에 사람들이 수군거립니다!
– [열화문]의 평판에 대해 사람들이 의심합니다.
– [적천강]의 평판에 대해 사람들이 의심합니다.
– 명성이 18 하락했습니다!
– 명성이 20 하락했습니다!
– 명성이…….
귓가를 파고드는 시스템 알림.
그 순간, 긴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정신이 들었다.
‘그렇구나.’
잠시 잊고 있었다. 아니, 알면서도 그 의미를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성라대연, 천하의 무림인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 웅장하고도 화려한 무대의 막이 올랐음에도.
‘이곳이 바로 중원이고 천하다.’
오직 힘으로 증명하는 세상. 승자와 패자. 두 종류의 사람으로 나뉘는 세계. 그것이 바로 무림(武林)이다.
“후우.”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는 내 모습을 본 철수신룡이 이죽거렸다.
“이제 좀 해 볼 마음이 들었나 보지?”
“어, 그래. 고맙다. 정신이 확 드네.”
“창을 제법 다룬다고 들었다. 내 특별히 허락해 줄 터이니…….”
“파선권이랬지?”
“응?”
“그거, 배는 쪼개도 절벽은 무리야.”
후욱.
단 한 걸음. 다섯 장의 거리를 지웠다. 잠시 떨어졌던 발이 땅에 닿았을 때는 이미 철수신룡을 지나친 후였다.
뒤늦게 등 뒤에서 경악한 외침이 흘러나왔다.
“너-!”
나는 대답 대신 눈 앞에 펼쳐진 절벽을 올려다보았다.
단전에 잠들어 있던 화룡이 깨어나 전신 사지백해로 뻗어 나간다. 수백 개의 혈도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진태경!”
“좆밥아. 멸염신권(滅炎神拳)을 견식 하는 것을 영광으로 알아라.”
푸른 화염이 눈앞을 가득 메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