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rim Login RAW novel - Chapter 303
#302화
구조대가 투입된 지 30분이 훌쩍 넘었다.
미연의 사태를 대비해 외부 경비를 맡게 된 타 길드의 헌터들은 이미 무기를 빼 든 상태였고, 방송국 관계자들은 마이크와 카메라로 현재 상황을 전하고 있었다.
분주한 것은 지상뿐만이 아니었다.
하늘에는 수십 대의 전투 헬기가 날아다녔고, 렌즈가 장착된 무수한 드론들은 허공을 배회하며 이 모든 광경을 전국에 송출하고 있었다.
“넌 뭘 그렇게 열심히 보냐?”
“뉴스 생중계.”
“뉴스? 예능도 잘 안 보는 놈이 무슨 바람이 불어서 뉴스를 봐? 무슨 일 있어?”
“핸드폰은 장식으로 들고 다니냐. 네임드 몬스터 때문에 난리 난 지 두 시간이 넘었다, 새꺄. 인터넷 좀 보고 살아.”
“헐, 네임드 몬스터 출현…… 진태경 사망 추정? 이거 진짜냐?”
“몰라. 소리 안 들리니까 말 걸지 마.”
집, 학교, 회사, 퇴근길 혼잡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까지. 모두가 TV 혹은 손에 쥔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실시간 스트리밍을 진행 중인 헌터TV 아이튜브 채널은 이미 동시 접속자 수가 10만 명이 넘은 지 오래였다.
시벌좌 진짜 죽었을까.
재수 없는 소리 좀 하지 마라.
재수 없는 소리가 아니라, 솔직히 이 정도면 생존 확률 희박함. 구조 작전 골든타임이 15분인데 한 시간 넘게 감감무소식이었잖아. 거기다가 상대는 네임드 몬스터고.
그래도 구조대 보니까 장난 아니던데. A급 헌터가 한 자리에 그렇게 많이 모인 건 처음 봤다.
아니 그러니까 뭘 구조하냐고. 시체 구조하면 그게 구조냐, 수습이지. 아까 평화 길드 팀장이 괜히 개1새끼들이라고 소리 지른 게 아님. 안전이 중요한 건 맞지만 사람부터 살려야지.
팩트 정리) 이미 시벌좌는 사망 확실시되는 분위기. 투입된 헌터들의 목표는 구조보다는 네임드 몬스터 레이드에 집중되어 있음. 구조대에서도 감감무소식인 걸 보면 이미 전투가 시작됐거나 전멸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 전멸? 걔들까지 전멸하면 어떻게 되냐?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돼. 네임드 몬스터 맛집 탐방 시작하는 거지. 지금 밖에서 대기 중인 사람들부터 에피타이저로 잡아먹고 시작할 듯. 이미 인근에는 비상 대피령 떨어졌다.
시발 나는 지방층 두꺼워서 맛도 없는데. 그냥 라면 끓여 주면 안 되냐;
병1신 새1끼냐? 그거 먹고 배부르다고 게이트 돌아가겠음?
님들 네임드 몬스터 정도면 사최몇?
사최몇은 또 뭐야.
사람 최대 몇 명까지 가능?
병1신이 하나 더 늘었네.
지금 드립 치는 놈들은 뇌에 우동 사리만 들었냐. 다음에 게이트 열렸을 때 사람이 아니라 몬스터가 나오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봄?
누군가의 일침처럼 분위기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막강한 전력의 헌터들이 투입되었다고는 하나 상대는 네임드 몬스터.
만약 놈이 상상 이상으로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면 엄청난 참사가 일어날 것이다.
강력한 네임드 몬스터 하나가 수만의 인명피해를 입히고 도시를 파괴한 전례도 있었으니까.
시간이 흐를수록 채팅창에도 긴장감이 감돌았다.
진짜 아무 소식 없네. 지금쯤 누구 하나쯤은 밖으로 나와야 하는데.
구조 작전이 원래 이런 거 아님?
ㄴㄴ 게이트 안에서는 통신 기기 먹통이라 30분 간격으로 살아 있다고 사람 보내서 알려야 정상임.
근데 왜 아무도 안 와. 전투지도 게이트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라며.
네임드 몹이랑 전투 중인가? 중원 병력 투입해야 하는 거 아님?
바로 그때, 송출되던 화면에 파도치듯 꿀렁거리는 게이트 마력장이 잡혔다.
동시에 갑론을박이 팽배하던 채팅방의 스크롤이 미친 듯한 속도로 솟구쳤다.
나온다!!!
방금 마력장ㅇㅇㅇㅇ
ㄱㄱㄱㄱㄱㄱㄱ
제발 사람 나와라.
시벌좌 보고 싶다. 살아 있었으면.
인터넷, TV, 현장에 있는 사람들까지.
대한민국 국민 절반에 해당하는 무수한 이들의 이목이 게이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쏴아아악!
소용돌이치던 게이트 마력장이 어떤 물체들을 토해 내기 시작했다.
인간의 팔과 다리. 번쩍이는 갑옷과 무기로 무장한 채 오와 열을 맞춰 걸어 나오는 그들은, 몬스터가 아닌 앞서 투입된 헌터들이었다.
“우와아아아아!”
폭발하듯 터져 나온 현장의 함성에 선두에 서 있던 양복 차림의 중년인이 흠칫 놀랐다.
그러나 이내 턱살이 접히도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예. 제가 돌아왔습니다. 여러분! 우리 모두 무사합니다!”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저 사람 누구?
이우중. 서울 중앙 협회장이라고 쓰고 병1신이라고 읽음. 이미 무능력한 거 다 소문남.
이우중 저 새낀 왜 나대냐.
구조 작전 하러 들어간 인간이 혼자서만 양복ㅋㅋㅋㅋㅋ
이우중이건 여유증이건 화면 가리지 말고 비켜라. 좀.
비난이 빗발치는 채팅방.
드론에 설치된 카메라는 이우중을 피해 뒤이어 나오는 헌터들을 찍었다.
정부 소속이자 이번 작전을 주도한 협회 소속 헌터들. 그리고 뒤를 이어 굳은 얼굴로 걸어 나오는 아레스 길드원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들의 손에는 커다란 천에 덮인 들것이 들려 있었다. 걸음에 들것이 흔들리자 피에 젖은 손 하나가 천 밖으로 툭 밀려 나왔다.
파파팟! 찰칵, 찰칵!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카메라 플래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 사이로 애도의 물결이 퍼졌다.
아…… 이렇게 안 되기를 바랐는데.
진태경 결국 죽었구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하늘에서는 부디 평안하시길.
모두가 비통한 분위기에 휩싸인 그 순간이었다.
“깜짝이야. 뭐가 이렇게 많아?”
“……!”
슬픈 목소리로 진태경의 사망 소식을 전하던 아나운서, 쉬지 않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던 사진 기사,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말로 도배되던 채팅방까지.
모두가 하던 일을 멈추고 눈을 부릅뜬 채 한 사람을 바라봤다.
“와, 카메라 많은 것 보소. 그나저나 이런 거 이렇게 생중계로 보내도 되는 거야?”
신기하다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청년.
간편한 가죽 갑옷 차림에 등에 창 한 자루를 찬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쟤 진태경 아님?
어?
?????
형이 거기서 왜 나와……?
지금 나만 귀신 보이냐.
모두가 혼란의 구렁텅이에서 허우적거리던 그때,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현장 리포터 하나가 진태경에게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지, 진태경 씨 맞으십니까?”
“아뇨. 뚱인데요.”
“네?”
“장난이에요. 저 맞아요.”
이 새끼가 장난을 쳐? 그것도 생방송 중에?
생각지도 못했던 개드립에 혼미해진 리포터가 정신을 다잡고 물었다.
“돌아가신 게 아니었군요.”
“여기서 이렇게 인터뷰하는 걸 보니 죽지는 않은 모양인데요.”
“그렇다면 앞서 나온 들것에 실린 분은 누굽니까?”
“아, 그거요.”
목을 긁적이던 진태경이 대답했다.
“그, 뭐랄까. 용감히 싸우다가 다치신 헌터님이십니다. 그렇게 큰 부상은 아니니까 금방 회복하실 거예요.”
“그럼 네임드 몬스터는 어디 있습니까?”
“네임드 몬스터요? 없어요.”
“네? 그 말씀은 애초에 네임드 몬스터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겁니까?”
“아뇨, 있었는데요.”
진태경이 태연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이제 없습니다.”
전설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 * *
“궁금한 게 있는데…….”
꼬부랑 글씨가 가득 적힌 신문을 읽고 있던 최 팀장이 문득 고개를 들고 물었다.
“도대체 왜 제 사무실에 진태경 씨가 있는 겁니까?”
“왜요? 놀러 오면 안 돼요?”
“방 주인인 저보다 더 자주 오시니까 드리는 말씀입니다.”
“에이, 그럴 수도 있죠. 그냥 팀장님 얼굴 보러 왔다가 잠깐 들른 거였어요.”
“문을 잠가 놨었는데요.”
“열려 있던데.”
“잠금장치를 부숴 놓으셨더군요.”
“그래요? 희한하네.”
“혹시, 정말 혹시 싶어서 여쭤보는 겁니다만.”
최 팀장이 잠시 썼던 안경을 벗으며 차분하게 물었다.
“러시아의 가구 명인 소르코바체가 제작한 17세기 풍 러시아 황실 소파 때문에 오시는 겁니까?”
소파에 드러누워 있던 내가 대답했다.
“절대 아닌데요.”
“……그런 모습으로 말씀하시면 설득력이 없다는 거, 알고 계십니까?”
“몰라요. 아, 편안하다.”
가격이 불편해서 그렇지, 한 번 등을 대면 도무지 뗄 수가 없다.
역시 재벌, 아니 영웅 3세답게 최 팀장의 사무실에는 이런 물건들로 꽉꽉 채워져 있었다.
끝내주는 화질의 최신형 홀로그램 TV도 그중 하나였다.
– 이번에 소개해 드릴 영상은 지난 일주일을 뜨겁게 달군 화제의 영상입니다. 존슨, 이 영상 보셨나요?
화면 속, 코가 길쭉한 백인 아저씨의 말에 왜 이름이 존슨인지 궁금해지는 흑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 물론이죠, 코난. 벌써 대사도 다 외웠어요.
– 어떤 대사요?
– 그가 한 마지막 대사 있잖아요.
나도 이름을 들어 봤을 정도로 유명한 미국의 인기 토크 쇼.
보조 진행자인 존슨이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 이쏬는데요. 이제 옶솝뉘다.
– 으하하! 똑같네요.
“…….”
똑같긴 뭐가 똑같아. 귀에 달팽이관이 아니라 진짜 달팽이가 있나.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TV를 껐다.
자료 화면이랍시고 또 ‘그 인터뷰’가 나올 테니 이쯤에서 알아서 꺼 주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인기가 사그라들 줄 모르는군요.”
“그러게요. 별생각 없이 한 말인데, 그게 이렇게까지 화제가 될 줄 몰랐어요.”
“글쎄요. 제 생각은 다릅니다만.”
어느새 커피 한 잔을 뚝딱 타 온 최 팀장이 맞은편에 앉으며 말을 이었다.
“화제가 된 건 말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네임드 몬스터를 두 마리씩이나, 그것도 혼자서 사냥했으니 전 세계에서 주목하는 건 당연하죠.”
벌써 일주일이 지났지만 그날의 여파는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미친 듯이 활활 타오르는 중이다.
아이튜브에 실린 내 공식 인터뷰 영상은 24시간 만에 2억 뷰를 돌파하며 아이돌 가수가 갖고 있던 신기록을 갈아엎었고, 해외 각지에서 합성물과 각종 밈이 넘쳐났다.
심지어…….
“미국 방송사인 CNM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 왔습니다.”
“또요?”
“영국 BCC에서 오퍼가 들어왔단 이야기는 이미 드렸고요. 그쪽은 스폐셜 게스트로 초청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생중계 인터뷰를 20분까지 할당하겠답니다.”
“스폐셜하네. 진짜.”
이름만 들으면 아는 주요 국가의 대표 방송사에서 인터뷰가 쇄도하고 있었다.
물론 그중 어느 것도 수락하지 않은 상태고, 이제는 듣기만 해도 골머리가 지끈거린다.
“아직 고민 중이십니까?”
“네. 평화 길드의 성장을 위해서라면 할 수 있는 건 전부 해야 하는 게 맞는데…….”
나는 최 팀장만 들릴 만큼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이거 전부, 구라잖아요.”
맞다. 이게 제일 중요하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진짜 사실이 아니라는 것.
최 팀장도 긴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거…… 오늘도 가져오셨습니까?”
“물론이죠.”
나는 신을 소환하는 제사장처럼 엄숙한 얼굴로 주문을 외웠다.
“나와라, 워로드몬!”
인벤토리. 소환.
마음속으로 외친 명령어에 검은 광택을 흘리는 해골이 손바닥 위에 나타났다.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 누가 워로드몬이냐! 나는 검은 숲의 주인이자 위대한 망자 군단의 사령관, 스켈레톤 워로드란 말이다!
“워로드몬, 앞구르기!”
– 이 미친 인간아!
“워로드몬, 전광 석화!”
파파파파팟!
워로드의 두개골을 붙잡고 미친 듯한 속도로 흔드는 날 보며 최 팀장이 해탈한 듯 중얼거렸다.
“저건 도대체 왜 잡아 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