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rim Login RAW novel - Chapter 423
#422화
띠링. 띠링. 띠링.
– 위기 속에 기회가 있는 법. 당신은 생사가 오가는 전투 속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 [중단전(中丹田)]이 개방되었습니다!
– [중단전]의 개방으로 모든 능력치가 20씩 상승합니다!
– [운기조식]의 효과가 대폭 향상되었습니다!
– 기의 흐름을 파악하고 운용하는 능력이 대폭 향상되었습니다!
– 근골과 근맥이 상승했습니다!
.
.
.
쉼 없이 귓가를 파고드는 시스템 알림.
한 줄기 바람이 땀에 젖은 머리칼을 흔들었고, 나는 전신에 스며드는 새로운 힘과 변화를 느꼈다.
마지막에 울려 퍼진 맑은 종소리까지도.
띠링.
– 깨달음에 대한 보상으로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 깨달음에 대한 보상으로 5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레벨 업!
– 레벨 업의 효과로 모든 상태 이상과 피로, 일부 부상이 회복됩니다!
– 상태 이상, [저주]가 해제되었습니다!
– 일시적으로 하락했던 능력치가 원상복구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변화를 느낀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손이 하는 일을 주인이 모를 수는 없는 법. 자신의 저주 마법이 풀린 것을 깨달은 아크 리치가 불신 어린 음성으로 물었다.
– 도대체 어떻게?
놈이 현재 느끼는 모든 의문이 함축된 한마디에, 나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잘.”
– 잘?
“그래, 잘.”
– 그것으로 설명이 된다고 생각하나?
“당연히 아니지. 그런데 내가 그것까지 설명해 줘야 하나?”
잘게 흔들리는 안광으로부터 어처구니없어하는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 분명 넌 마법사가 아닐 텐데?
“마법사가 되고 싶긴 했지. 걔들 수당이 더 높거든. 그런데 재능이 없더라고. 머리도 안 좋고.”
– 너희가 대마도사라 부르는 그 인간들조차 내 마법을 이리 쉽게 파훼할 수는 없다.
“없는데요, 됐습니다.”
–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인정한다.
아크 리치의 마법은, 아니 실력은 나보다 확실히 우위에 있었다.
이미 일반적인 헌터의 한계를 아득하게 뛰어넘은 나조차 놈의 저주 마법을 피할 수 없었고, 본 스피어를 이용한 대규모 환영 마법은 정말이지 위험했다.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면, 어쩌면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지도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 니가 어쩔 건데.”
– ……!
내게는 시스템이 있고, 나는 내게 주어진 힘과 노력으로 최선을 다하여 위기를 타파했을 뿐이다.
억울하면 자기도 시스템 쓰든가.
“세상일이 원래 다 이런 거야. 기분 더럽고 짜증 나도 적당히 참고 넘어가야지 어쩌겠어. 이미 벌어진 일인데. 안 그래?”
조금 전까지만 해도 비명을 지르고 있던 스켈레톤 워로드가 중얼거렸다.
– 와, 말 진짜 예쁘게 한다.
내가 좀 그런 편이지.
– 그런데 간악한 인간이여. 저놈은 적당히 참고 넘어갈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
스켈레톤 워로드의 말이 맞았다.
다음 순간, 엄청난 마력의 회오리와 함께 스산한 음성이 울려 퍼졌으니까.
– 터트려라. 소닉 바스터(Sonic Buster).
그리고 동시에.
쏴아아악, 퍼엉!
고도로 응축된 바람이 일시에 터져 나갔다.
음속의 속도로 쏘아진 바람의 구(球)에 스치는 것만으로 콘크리트가 가루가 되고 철근이 끊어졌다.
여파를 이기지 못한 고층 빌딩의 창문이 모조리 깨져 나가며 수없이 많은 유리 조각이 바람에 휘감겼다.
단 한 번. 눈을 깜빡이기도 전에 거대한 바람은 내 코앞에 들이닥쳐 있었다.
– 인간!
스켈레톤 워로드가 인벤토리에서 내지르는 비명이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저놈은 자기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는 걸까, 아니면 날 걱정하는 걸까.
하긴, 둘 중 진짜 이유가 뭐건 간에 상관없다.
몇 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큰 차이가 있으니까.
‘아.’
가슴 어림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무림인들이 단중혈(膻中穴), 혹은 중단전(中丹田)이라 불리는 그곳이 활짝 열렸다.
나를 둘러싼 모든 상황을 받아들여, 피부로 느끼고 눈으로 보게끔 만들었다.
‘그런 거였구나.’
세상이 느려지고,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이고 읽힌다.
칼날처럼 휘몰아치는 바람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구.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만든 마력의 흐름이.
쉬쉬쉬쉬쉭!
모든 것에는 중심이 있는 법. 그것은 마법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지금 내 눈에는 그 중심이 보였다.
‘지금.’
나는 느려진 세상 속에서 창을 휘둘렀다. 모든 것을 쓸어 버릴 것 같던 바람의 구가 백염의 창날을 따라 반으로 쪼개졌다.
거대한 하나에서 수백, 수천 개로 갈라진 바람의 칼날이 마력의 통제를 벗어나 좌우로 갈라져 사방을 찢었다.
서걱, 콰과과과과!
휘몰아치는 바람에 옷과 머리칼이 흩날렸다. 나는 희미한 미소를 띤 채 아크 리치를 올려다보았다.
“내려와. 목 아파.”
– 네놈……!
“싫으면, 내가 간다.”
콰지지직, 쾅!
단 한 번의 발 구름.
단단한 지면이 주저앉았고, 나는 잿빛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 * *
콰앙!
진태경이 지상으로부터 솟구친 그 순간, 아크 리치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달았다.
‘저 인간이 다가오게 두어서는 안 된다.’
근접전을 피할 것. 마법사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아크 리치에게는 그 의미가 남달랐다.
‘이 몸이 한낱 인간 따위에게 위협을 느끼다니.’
이미 흑마법의 극의(極意)에 달했다고 자부하는 그였다.
비록 아크 리치로 부활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힘을 잃어버렸지만, 그런 지금조차 대마도사를 한 수 아래로 보는 마력을 지녔다.
하지만 지금 자신을 향해 쏘아지는 저 인간은…… 위험하다.
‘그래, 마치 그때 그놈처럼.’
두 번 다시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다. 아크 리치는 아직 썩지 않은 이를 악물며 마법을 펼쳤다.
– 그래비티(Gravity)!
지금까지와는 달리 힘이 실린 외침과 함께, 보이지 않는 무형의 중력이 반경 수십 미터를 짓눌렀다.
설령 S급 헌터라 해도 거스를 수 없는 압력이 진태경의 전신을 덮치려던 그 순간.
팡-!
진태경의 발끝에서 압축된 공기가 터져 나갔다. 허공답보(虛空踏步)로 중력 마법의 범위를 벗어난 신형이 재차 허공을 밟았다.
그가 보이는 표횰한 움직임은 한 마리의 매를 닮아 있었지만, 그 속도는 한낱 날짐승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이 무슨.’
쾌속하게 허공을 누비며 다가오는 진태경의 모습에, 아크 리치의 안광이 깊게 가라앉았다.
지금 진태경은 중력 마법의 범위를 정확히 파악했을 뿐만 아니라, 기이한 수법으로 피하기까지 했다.
‘역시. 단순한 운으로 환영 마법을 파훼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후우우우웅!
아크 리치의 전신에서 흘러나온 마력이 공간을 뒤흔들었다.
– 그래비티. 그래비티. 그래비티.
어지간한 상급 마법사조차 한참 동안 스펠(Spell)을 읊어야 한다는 고위 마법이 쉴 새 없이 쏟아진다. 아크 리치는 이번에야말로 진태경을 떨어트릴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너, 인간이여. 추락하라.’
이번에는 중력 마법의 힘을 줄이는 대신 범위를 늘렸다. 반경 수백 미터를 짓누르는 중력을 어찌 피할 수 있…….
서걱!
아크 리치의 안광이 흔들렸다.
동시에 진태경을 짓누르려던 중력 마법이 흩어지고, 자신과 이어져 있던 마력이 실처럼 끊기는 것이 느껴졌다.
자신의 마법이 파훼 당했다는 사실에 순간 굳어 버린 아크 리치를 향해, 다시 한번 허공을 밟고 포탄처럼 쏘아진 진태경이 쇄도했다.
파앙! 쐐애애액!
파공성과 함께 아크 리치의 앞으로, 아니 그보다 한 걸음 위로 날아든 진태경이 백염을 내리그었다.
화륵, 푸른 불꽃의 선이 아크 리치를 향해 쏘아졌다.
콰창!
느려진 세상 속, 아크 리치를 둘러싼 무형의 방어막이 산산이 부서졌다.
삼 갑자의 열양지기를 장작 삼아 타오른 강기(罡氣)의 화염이, 수십 개로 중첩된 방어 마법을 깨트리고 아크 리치의 몸뚱어리를 향해 나아가던 그 순간이었다.
– 그레이트 본 월(Great Bone Wall)!
음산한 외침과 함께, 검은 뼈로 이루어진 장벽이 허공에서 솟구쳤다.
불과 1m의 거리를 두고 발현된 최상위 방어 마법과 화염을 머금은 창날이 부딪쳤다.
잿빛 하늘 위, 뼈의 장벽을 두고 마주한 두 사람을 중심으로 엄청난 충격파와 굉음이 천둥처럼 터져 나왔다.
꽈아아아아아앙!
응축된 바람이 터져 나갔다. 까마득한 상공을 맴돌던 구름이 흩어졌다. 간신히 형태를 유지하고 있던 건물이 붕괴하고, 반쯤 부패 된 시체가 바람에 휩쓸려 사라져 갔다.
하지만 이 모든 현상의 원인을 제공한 두 존재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장벽 너머에 있을 서로를 바라보았다.
“아까웠다. 그치?”
– 그래, 제법이로구나. 아니…….
아크 리치가 장벽 중심을 관통한 투명한 창날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 위험했다고 해 두지.
뼈의 장막을 통과한 창날의 길이는 손가락 한 마디 정도에 불과했지만, 순간 터져 나온 강기는 그의 코앞까지 들이닥쳤었다.
아크 리치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었고, 진태경에게는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운 좋다, 너.”
– 오만하구나. 인간이여. 하지만 인정하마.
“뭐?”
당황하는 진태경을 향해, 아크 리치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 너라면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 네가 진정 대적자라면 말이다.
“……대적자?”
– 그렇다. 왕의 대적자. 신의 농간으로 얽혀 있는 영원한 숙적이여. 아직 확신할 수는 없으나…… 내가 죽음의 강을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이유도 그 때문이겠지.
진태경은 눈살을 찌푸렸다. 왕의 대적자는 무엇이고 신의 농간은 또 무슨 헛소리란 말인가.
“혹시 중2병이니? 이 뼈다귀 치우고 오른손 보여 줘 봐. 흑염룡 있나 보게.”
아크 리치는 고개를 저었다.
– 이것은 너와 나,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지.
갚게 가라앉아 있던 붉은 안광이 거세게 타올랐다.
처음에는 그저 강하고 별난 인간이라고 여겼으나, 지금은 아니다.
그는 수십 년 전, 왕을 보필하며 이 행성을 휩쓸던 기억을 떠올렸다.
모든 것을 잃고 죽음의 강으로 떨어지던 그 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마주했던 한 인간의 모습도.
‘대적자.’
자신을 죽이고 왕마저 시해한 인간.
막으려 했으나 막을 수 없었고, 다가가려 했으나 범접할 수 없었던, 유일하게 그가 두려워했던 인간.
그리고 오늘, 아크 리치는 진태경과의 전투에서 그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 넌…… 반드시 이 자리에서 죽는다.
음산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확고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진태경의 대답은 간단했다.
“뭐래, 병신이.”
그리고 다음 순간.
“이거나 처먹어.”
화륵. 콰아아아!
나직한 목소리와 함께, 푸른 겁화가 실린 주먹이 막아서는 모든 것을 지우며 쏘아졌다.
검은 뼈로 이루어진 장막에 닿았다.
멸염신권(滅炎神拳).
콰드드드득!
어떤 공격도 막아낼 것 같던 뼈의 장막이 무너졌다.
산산이 비산하는 무수한 뼛조각들 너머로 보이는 아크 리치의 얼굴을 향해, 진태경이 무표정한 얼굴로 내뱉었다.
“이렇게 보니까 얼마나 좋냐. 목도 안 아프고.”
– ……!
“내려가.”
뻑!
빛살처럼 쏘아진 일권이, 아크 리치의 턱주가리를 후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