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rim Login RAW novel - Chapter 440
#439화
뻑!
이마를 정통으로 맞은 스켈레톤 킹의 신형이 휘청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충격으로 쳐 올려진 머리를 멀쩡히 원위치시킨 녀석이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후후, 이 정도는 간지럽지도 않다.”
“아, 맞다. 너무 감쪽같아서 순간 헷갈렸네.”
이미 죽어 넋이라도 있고 없는 언데드 몬스터가 고통을 느낄 리가 있나. 정말이지, 매직 존슨이 전신 성형 하나는 기똥차게 해 놨다.
작게 혀를 차는 내 모습에 스켈레톤 킹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이 몸을 나약한 인간과 동급으로 취급하면 곤란하다.”
“당연히 동급으로 취급 안 하지. 넌 언데드 몬스터잖아.”
“언데드 몬스터라니! 이 몸은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나고 자란 스톤 킹이다!”
“야, 야!”
미친놈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황급히 공력을 일으켜 소리를 차단한 나는, 곤히 잠들어 있는 사람들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애초에 영어도 잘 못하잖아.”
“인터넷에서 몇 가지를 배웠다. 단 두 마디만 할 줄 알면 의사소통에는 아무런 문제 없다더군.”
“해 봐.”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토박이인 스톤 킹 씨가 당당하게 입을 열었다.
“하와유. 아임 파인 땡큐. 앤 유?”
“……너 이 새끼 한국인이지.”
얼굴은 할리우드인데, 구사하는 수준이나 발음은 신토불이다.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 내 모습에 스켈레톤 킹이 충격받은 얼굴로 물었다.
“이, 이 몸의 영어가 그 정도로 엉망이란 말인가?”
“응. 그러니까 그냥 한국 혼혈아인 걸로 하자. 어차피 네 신상 궁금해할 사람도 없으니까.”
“그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입양된 것으로…….”
“아니, 시벌. 애틀랜타에 꿀 숨겨놨냐? 세상 모든 보물이 그곳에 있어?”
“그래도 뭔가 있어 보이지 않나. 백인은 세계 각국의 여자들에게 인기가 좋다고 인터넷에서 봤다. 심지어 이 몸은 미남이지.”
“그럼 뭐 해, 고추도 안 서는데.”
“……!”
말문이 턱 막혀 있던 스켈레톤 킹이 바들바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어떻게 그리 심한 말을!”
“더 심한 말도 할 수 있으니까 헛소리 그만하고. 몬스터인 거 들통나기 싫으면 이거나 끼고 다녀라.”
내가 인벤토리에서 소환한 물건을 건네받은 스켈레톤 킹이 분노도 잊은 채 고개를 갸웃거렸다.
“간악한 인간, 이게 뭐지?”
“매직 존슨이 준 선물. 미국에서 급하게 공수해 오느라 많이 늦었다더라.”
“그 고마운 인간이? 나한테 반지를?”
스켈레톤 킹이 심각한 표정으로 내가 준 반지를 바라보았다.
“혹시 이거, 인간들 사이에서 프러포즈라고 부르는 그것인가?”
“뭐래, 미친놈이. 그냥 통역 마법이 걸린 반지야.”
“흠. 고맙긴 하지만 생김새가 투박하구나.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것도 아니고. 왕의 품격에는 어울리지 않아.”
“매직 존슨이 친분이 있는 대마도사에게 특별 제작을 부탁한 거라 성능은 최상급. 부르는 게 값일걸.”
“다시 보니 고귀한 품격이 느껴지는군. 왕의 권위를 세울 수 있겠어.”
“…….”
이 새끼 진짜 얄밉네.
아무래도 스켈레톤 워로드였을 때보다 훨씬 강해지고, 훨씬 미친놈이 되어 버린 것이 틀림없다.
그러거나 말거나 뿌듯한 표정으로 자신의 중지에 반지를 끼운 녀석은 정장 안감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저것 역시 매직 존슨에게 선물 받은, 마정석이 내장된 고가의 최신형 스마트폰이다.
“뭐 하냐.”
“고마운 인간에게 이 몸이 친히 감사 인사를 전해야겠다.”
“의외로 기본은 되어 있네. 문자 보내게?”
“간악한 인간.”
“응?”
스켈레톤 킹이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요즘 세상에 누가 문자를 보내나? 당연히 SNS지.”
“……어, 그래.”
“이미 맞팔도 했다. 디엠 보내는 법도 배웠지.”
스켈레톤 킹의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본 나는 입을 딱 벌렸다.
세상에, 진짜였네. SNS 계정이 있는 언데드 몬스터라니. 이 어플은 본인 인증도 안 하나?
하지만 더욱 놀랄 일은 따로 있었다.
“……팔로워가 5천?”
“숫자를 정확히 말하도록. 5,134명이다. 일주일도 걸리지 않은 대기록이지.”
“아니, 뭔데 이거? 조작 아냐?”
“역시 잘생긴 게 최고 아니겠나. 이 몸의 얼굴을 프로필 사진으로 해 놨을 뿐인데 전 세계에서 무수한 맞팔의 요청이 쏟아지더군. 후후.”
거만한 표정으로 대답한 스켈레톤 킹이 매직 존슨을 향해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Good human. I’m fine thank you. and you?
내용을 확인한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너, 다른 사람한테는 메시지 보내지 마라.”
“어째서?”
“보내지 말라면 보내지 마. 이 새끼야.”
조지아주 애틀랜타는 무슨.
경기도 조지아시 애틀랜타구 토박이라고 하는 게 더 신빙성 있겠다.
눈앞이 아찔해질 정도의 한국식 영어는 통역 마법으로도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이대로면 아마존 열대 우림에서 수백 년간 전통을 지키며 살아온 아카부타크치 부족도 네가 미국인이라고 생각 안 할걸.”
“음.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구체적이라서 더 열 받는군.”
“어쨌건 그렇게 해. 들통나면 골치 아픈 정도로 안 끝난다.”
현재의 내 이미지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스켈레톤 킹의 정체가 알려진다면 상당한 후폭풍을 각오해야 할 것이 분명했다.
나는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안 그래요, 최 팀장님?”
대각선 옆자리. 몇 분 전부터 홀로 잠에서 깨어 있던 최 팀장이 대답했다.
“그렇지 않아도 스켈레톤 킹…….”
“스톤 킹이다. 미스터 킹이라고 부르도록.”
단호하게 말을 잘라 낸 스켈레톤 킹을 빤히 바라보던 최 팀장이 한숨처럼 말을 이었다.
“어쨌건 미스터 킹의 거취에 관한 문제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우선 언론 및 각종 미디어에 대한 노출을 피하는 것이 최선이겠죠.”
“거부하겠다. 당당하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래? 최 팀장님, 해외 불법 밀입국자 처벌이 어떻게 되죠?”
최 팀장이 즉각 대답했다.
“볼 것도 없이 추방이죠. 벌금이나 징역도 각오해야 하고요.”
“그럼 마계 불법 밀입국자는요?”
“단 한 번도 전례가 없는 일이긴 한데, 경찰 대신 대규모 레이드 팀이 출동할 겁니다.”
“그렇대.”
말없이 눈동자를 뒤룩뒤룩 굴리던 스켈레톤 킹이 입을 열었다.
“……어쩔 수 없군. 아직 세상이 이 몸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으니 한동안은 자중하도록 하지.”
“당연히 그래야지. 인벤토리에서 평생 자중하기 싫으면.”
“아, 알겠다.”
가장 큰 골칫덩이는 해결 완료.
이제 남은 두 번째 골칫덩이가 문제인데…… 이건 맨몸으로 부딪칠 수밖에 없다.
선택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앞으로의 행보에 도움이 될 일이기 때문이다.
‘귀찮지만 어쩔 수 없지.’
조용히 좌석 팔걸이를 두드리며 생각에 잠겨 있던 내가 불쑥 입을 열었다.
“지금 국내 분위기는 어때요?”
최 팀장의 굵고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
“미쳤습니다.”
“……그 정도예요?”
“누군가 사법고시에 합격하면 사는 동네와 모교에 현수막이 걸리고, 지역 신문에 토막 기사가 실립니다. 그런 사법고시 합격자가 한 해에 1500명이 넘는데, 하물며 진태경 씨는 어떻겠습니까?”
최 팀장은 딱 들어맞는 비유와 함께 허공을 클릭했다.
좌석에 설치된 홀로그램 화면은 수많은 인터넷 기사들로 빽빽하게 채워져 있었다.
[마침내 그가 돌아오다.] [진태경, 그는 누구인가? 중국 국민들을 대표해 고개 숙인 샤오 양 주석. S급 헌터들의 경외 어린 환송…….] [마지막까지 생존자들을 구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젊은 영웅, 마침내 조국의 품으로.]국내 언론뿐만이 아니다. 이번 사건의 중심지였던 중국은 물론이고, 해외 각국에서 내 귀국과 향후 거취에 관한 기사를 쉴 새 없이 쏟아내고 있었다.
충분히 알고 있었고, 예상했던 일이었지만 5분 전 올라온 어느 인터넷 기사에 첨부된 사진을 보고는 입을 쩍 벌릴 수밖에 없었다.
“잠깐. 설마 저게 다 사람이에요?”
“몬스터는 아니니까 맞을 겁니다.”
“오메, 시벌…….”
인터넷 기사에 첨부된 사진에는 인천 공항을 물샐 틈 없이 메운 인파가 담겨 있었다.
수천 명? 아니, 수만 명이다.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는 내 귓가로 최 팀장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일대 교통이 마비되었고 군경 통제하에 카 퍼레이드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예? 카 퍼레이드요?”
“제가 말씀 안 드렸습니까?”
“지나가듯 말씀하셔서 농담인 줄 알았죠. 아니, 뭐 이렇게까지.”
최 팀장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새로운 S급 헌터니까요.”
“그래도 이건 너무 과한데, 이러다가 대통령도 오겠네.”
“아, 그건 정말 제가 말씀 못 드렸군요.”
“예?”
“옵니다. 오늘 오전에 청와대 쪽에서 먼저 연락 왔습니다. 기내에서 말씀드린다는 게 깜빡 조는 바람에 그만.”
순간 사고가 정지했다.
인천 공항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수만 명의 인파. 마비된 도로와 화려한 카 퍼레이드. 거기에 대통령까지 온단다.
할 말을 잃은 채 침묵하던 나는 목소리를 쥐어 짜냈다.
“……진짜요? 농담 아니고?”
“예. 악수 한번 하고, 포토라인에 서서 함께 사진 찍자고 합니다.”
“아니, 최 팀장님. 저는 정치 잘 몰라요. 괜히 잘못 얽혔다가 문제 생기면 완전히 나가린데.”
“저도 진태경 씨의 생각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말로 거절하려 했는데, 저쪽에서도 단단히 마음먹은 모양입니다.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거절하셨어야죠. 아무리 제가 평화 길드 소속이라고는 해도 그걸 최 팀장님이 마음대로 결정하시면 어떡합니까.”
아무리 서로 신뢰하는 관계이며 시간이 없었다고 해도, 이런 건 내게 양해를 구했어야 하는 일이다.
내 굳은 얼굴에 최 팀장이 미안한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세금 감면을 비롯한 여러 가지 좋은 조건을 제시하길래 진태경 씨께도 득이 될 거라 생각해서 그만.”
“됐고요, 지금이라도 전화하셔서 없던 일로…… 그런데 세금 감면이요?”
“네. 아크 리치에게 걸려 있던 현상금이 있지 않습니까. 중국 정부가 진태경 씨에게 지급하면 우리나라 법으로는 국내 거주자의 역외 소득에 해당되는데…….”
“잠깐. 그래서 내야 하는 세금이 총 어느 정도인 겁니까?”
“모르긴 몰라도 몇조는 내야 할 겁니다. 현상금만 무려 50조니까요. 정말 단순하게 생각해서 10퍼센트만 뗀다고 해도 어마어마한 액수죠. 물론 남을 액수가 훨씬 크지만요.”
“……그렇긴 한데.”
“진태경 씨께 양해를 구하지 않은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이번 일은 없던 것으로 청와대 쪽에 전달하겠습니다.”
나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팀장님. 두 번 다시 이런 일은 없어야 할 겁니다.”
그래, 곧 수십 조의 돈을 거머쥐게 될 나다. 당당하게 법에 따라 세금을 내도 엄청난 부자가 된다.
비록 저쪽에서 요구하는 조건이 별것 아니더라도, 고작 세금 감면을 위해 정치권과 얽힐 순 없다. 그건 피해야 한다.
‘그까짓 몇조. 시원하게 내면 그만이지.’
고민을 훌훌 털어 버린 나는 푹신한 좌석 시트에 몸을 기댔다.
* * *
펑, 퍼퍼펑!
인천 공항. 수백 대가 넘는 카메라가 동시에 플래시를 터트렸다.
철저한 통제 속에 마련된 포토라인에는 완전히 상반된 직업을 가진 두 사람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악수를 나누고 있었다.
“진태경 씨.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어휴, 별말씀을요. 대통령님도 요즘 바쁘시죠?”
그리고 그 광경을 지켜본 스켈레톤 킹은 생각했다.
‘이런 간악한 인간을 보았나.’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었다는 듯, 흐뭇하게 웃고 있는 최 팀장을 포함한 짤막한 소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