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rim Login RAW novel - Chapter 561
#560화
홀리 쉿. 왓 더 퍽.
알고 있는 영미권 욕을 총동원해도 지금의 좆 같음을 전부 표현할 수 없다.
‘일주일에 서른두 번이라니.’
실로 어마어마한 수치. 심지어 이것조차 매직 존슨이 입수한 정보에 한해서다.
정확한 통계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서른두 번보다는 많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지.’
미국 국토는 대한민국 면적의 98배, 게이트의 숫자는 근 스무 배에 달한다.
미국은 과거 마왕 아스모데우스의 최우선 타겟이 되어 대격변 내내 엄청난 피해를 입어야 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미국을 다시 최강대국의 자리에 올려놓은 일등 공신은 전쟁이 남기고 간 게이트의 존재였다.
‘유전(油田).’
현대의 게이트는 말 그대로 새롭고, 더욱 풍족해진 형태의 유전이다.
전 세계를 집어삼켰던 재앙이 끝난 지 어느덧 삼십여 년. 몬스터의 부산물은 값비싼 가격에 팔리고 마정석은 친환경적 에너지원이 된 지 오래다.
살아남은 인류는 전쟁으로 황폐해진 폐허 위에 더욱 눈부시고 거대한 문명을 이룩했다.
하지만…….
「파티도 여기까지인 것 같군.」
매직 존슨의 던진 한마디처럼, 승자들의 화려한 파티는 이제 끝났다.
게이트라는 유전에 불이 붙었으니 곧 세계 곳곳에서 폭발이 일어날 것이다. 아니, 이미 일어나고 있었다.
지금은 단지, 보이지 않는 손이 모든 것을 가리고 있을 뿐이다.
“아, 씨바…….”
신음처럼 중얼거린 내가 최 팀장을 향해 물었다.
“설마 국내 상황도 비슷한 건 아니죠?”
내가 던진 질문은,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사건이 있느냐는 뜻을 품고 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최 팀장이 입을 열었다.
“혹시 모를 가능성은 늘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만, 제가 알기로는 없습니다.”
“최 팀장님, 이거 확실해야 하는 문제예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참에 다시 한번 자리를 마련해 볼 생각이고요.”
이야기를 듣고 있던 매직 존슨이 물었다.
「자리? 누구랑?」
“어쩌다 보니 인연이 닿게 된 분들입니다. 그분들이 제게 거짓말을 하셨을 리는 없겠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건 모르는 거니까요.”
「그렇지. 특히 정치인들은.」
매직 존슨이 툭 던진 한마디에, 최 팀장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알고 계셨군요.”
「미스터 리의 영결식 때 워낙 바빠 보였으니까. 최를 찾는 사람이 많던걸.」
나와 최 팀장 역시 이정룡의 국가장에 참석하여 조의를 표했다.
품고 있는 속마음은 달랐지만, 그건 대중에게 보이는 표면적인 이미지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들도 새로운 그늘을 찾는 거겠지요. 저 역시 바라던 바였고요.”
정계, 재계. 그리고 아레스 길드에 의해 짓눌려 있던 중, 대형 길드의 핵심 인사들은 우리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물론 그중 과반수에 달하는 인원은 가장 먼저 나를 찾아왔지만, 내가 그들에게 해 줄 대답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저 같은 헌터 나부랭이 말고, 우리 최 팀장님과 얘기하시죠.’
온갖 거물들이 득실거리는 이정룡의 영결식에 한 자리를 얻었다는 것은, 치열한 투쟁 끝에 이 사회에서 저마다의 승리를 거머쥔 자들이라는 뜻.
그들은 내 말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알아들었고, 곧장 최 팀장과의 만남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힘없는 자는 무시받지만, 힘 있는 자들에게는 곳곳에서 손을 내미는 법이지. 세상이 아무리 달라졌어도 그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아.」
매직 존슨의 말은 날카로운 진실이었다.
누구도 찾지 않았던 나와 최 팀장. 아니, 평화 길드는 어느덧 아레스 길드에게 맞설 유일한 대항마로 급부상했다.
대중들은 모르겠지만 이 사회의 위층에 자리한 이들은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지금쯤 정, 재계의 인사들은 두 세력 간의 싸움에서 어떤 이득을 취할 수 있을지, 누구의 그늘로 들어가야 더 시원할지 머리를 굴리고 있을 터였다.
또한 중, 대형 길드의 주인들은 이 기회에 아레스 길드의 과독점 체제를 벗어나고 싶겠지.
그렇게 최 팀장은 새로운 지원군과 그들이 가진 힘을 얻었다.
아레스라는 만찬을 모조리 소화시키기 위한 첫발을 뗀 것이다.
그래서일까. 다음 순간 거스러미 하나 없는 입술 사이로 흘러나온 최 팀장의 목소리에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한 힘이 실려 있었다.
“그들이 내민 손을, 저는 거절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 최 팀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매직 존슨이 불쑥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사실이었던 모양이군.」
“뭐가 말입니까?”
「그 소문. ‘그’와 최가 연관이 있다는 이야기 말이야.」
“더 이상 감출 이유도 없죠. 맞습니다.”
매직 존슨의 눈동자가 커졌다.
「최가 이렇게 쉽게 시인할 줄은 몰랐는데. 아니면 새롭게 인연이 생긴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마 모두 털어놓은 건가?」
“아닙니다. 하지만 그들도, 저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미 알고 있습니다. 제 몸에 흐르는 피가 누구로부터 이어졌는지.”
피식. 대마도사의 두꺼운 입술 사이로 실소가 흘러 나왔다.
「그래, 그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겠지. 그야말로 21세기에 존재하는 유일한 순수혈통이야.」
현존하는 어떤 귀족(貴族)이나 왕족(王族)도 최 팀장에 비할 수는 없다.
설령 그 콧대 높은 영국의 펠릭스 왕자가 국왕이 된다 해도 마찬가지다.
그의 선조가 해가 지지 않는 거대한 제국을 건설했다면, 천태민은 수십억의 인류가 내일의 해를 볼 수 있게 만든 구세주니까.
「그리고 그에 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은 현명하다고 해 두겠네. 과묵하고 스스로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 사람은 신뢰를 부르는 법이거든.」
“칭찬 감사합니다.”
「감사할 필요 없어. 사실이니까.」
평소 유쾌하고 장난을 즐겨 하던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매직 존슨이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최, 부디 명심해. 지금은 어디 있는지 모르는 자네 조부도, 그리고 나도 무엇이 우선인지는 늘 알고 있었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지. 이런 걸 동양에서는 대의(大意)라고 부른다고 하던가?」
“……!”
지금은 아레스 길드보다 코앞에 닥친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것을 에둘러 말하는 매직 존슨의 한마디에, 잠시 침묵하던 최 팀장이 대답했다.
“명심하겠습니다, 미스터 존슨. 하지만 제가 아레스 길드를 노리는 것은, 사적인 이유 때문만이 아닙니다.”
「알아. 최가 어떤 사람인지. 만일을 대비하여 아레스를 약화시키고, 평화 길드 자체의 힘을 키울 생각이겠지. 그 정도 이빨로는 호랑이를 집어삼킬 수는 없는 법이니까.」
최 팀장이 쓰게 웃었다.
“하이에나라……. 부정할 수는 없군요.”
이정룡이라는 구심점이 사라졌어도 아레스는 아레스다.
평화 길드는 내 존재로 인해 전 세계에 이름을 각인시키며 급성장했지만, 수십 년간 아레스 길드가 쌓아 올린 철옹성을 단번에 무너트릴 수는 없었다.
「개인의 영달을 추구하지 않는 선에서 계속 힘을 키우게. 나와 위저드(Wizard) 길드가 돕지. 필요하다면 사적으로 친분이 있는 몇몇 친구도 기꺼이 소개해 줄 수 있고.」
“예, 그럴 생각입니다. 과거의 악연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요.”
「그 젊은 친구를 말하는 거로군. 미스터 석.」
매직 존슨이 문득 미간을 좁혔다.
「비록 그를 가까이서 오랫동안 지켜본 것은 아니지만, 그리 친절한 성격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 그렇지 않나. 진?」
나는 즉각 고개를 끄덕였다.
“좆 같은 새끼죠.”
「성부터 느낌이 와. 발음부터가 Suck이야. 한창 조사 중이던 아크 리치의 근거지에서 진을 습격했을 때부터 영 느낌이 좋지 않았는데…….」
매직 존슨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 친구는 잠시 못 본 사이에 더 위험한 냄새를 풍기더군. 진, 자네가 내 바로 앞이었는데 혹시 못 느꼈나?」
“…….”
「진?」
잠시 머뭇거리던 내가 대답했다.
“그, 제가 앞에서 방귀를 뀌긴 했습니다.”
「What rhe Fuck…….」
“아무리 그래도 욕은 좀. 그리고 석고준 그 새끼야 원래 위험한 놈이고요.”
「후우. 그건 그렇지. 하지만 앞으로는 내가 자네 뒤에 있을 때 방귀 뀌는 건 자제해 줘.」
“……예.”
매직 존슨에게 뒤를 맡긴 나도 만만치 않게 불안했었지만, 결국 방귀를 뀐 건 나였으니 뭐라 할 말이 없다.
슬쩍 시선을 회피하며 대답하는 내 모습에, 코를 씰룩거리던 매직 존슨이 입을 열었다.
「좋아. 오늘 이야기는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군.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만큼은 두 사람을 굳게 믿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해.」
따뜻한 눈빛으로 나와 최 팀장을 바라보던 그가 멀뚱멀뚱 서 있는 두 사람. 아니, 한 사람과 한 몬스터를 향해 덧붙였다.
「아, 물론 자네들도.」
스켈레톤 킹과 임꺽정이 동시에 대답했다.
“게이바나 데려가지 마라.”
“아, 아이 돈 스피크 잉글리쉬.”
「……아주 든든하군.」
말과는 상반되는 표정으로 중얼거린 매직 존슨이 품에서 작은 유리병을 꺼내 쭉 들이켰다.
유리병의 정체가 소모된 마나를 보충시켜 주는 포션이라는 깨달은 내가 물었다.
“가시게요?”
「이만 돌아가야지. 지금부터는 나도 많이 바빠질 테니까. 요새 보지 못한 친구들에게도 연락을 돌려 봐야겠어.」
“친구분들이라면……?”
「조금 전에 언급했던 친구들이지. 비록 절반 정도는 은퇴했지만,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거야. 아. 혹시 최가 원한다면 지금 바로 데려가 줄 수 있는데. 어떤가?」
매직 존슨의 뜨거운 눈빛에 주춤한 최 팀장이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괘, 괜찮습니다.”
「아쉽군. 조셉 그 친구가 최에게 관심이 있던데.」
“저도 아쉽지만 다음에…… 잠깐. 지금 조셉이라고 하셨습니까?”
「자네 귀가 잘못되지 않았다면 제대로 들은 게 맞아.」
“그럼 설마. 혹시 미국 전 대통령인 조셉 바이든?”
「맞아. 꽤 오래전에 은퇴했지만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만나서 술도 마시는 사이지. 그 친구야 워낙 늙은 탓에 거의 못 먹지만.」
“……!”
놀란 것은 최 팀장뿐만이 아니다. 나는 물론이고 임꺽정까지 입을 딱 벌렸다.
“그 조셉 바이든?”
“아, 아이 노우! 아이 노우 조셉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름이 차쿰바 오쿰보건 김철수건 별 관심 없지만, 조셉 바이든이라는 이름은 헌터 훈련소에서부터 익히 들었다.
하필 재임 기간에 대격변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히어로 영화 속 뉴욕 시장보다도 고생을 많이 한 미국 대통령이 아닌가.
‘인맥 클라스 보소.’
미국에서는 조지 워싱턴을 이은 제2의 국부(國父)나 다름없는 사람.
매직 존슨이 대단한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화려한 인맥을 자랑하는 줄은 몰랐다.
「그렇게 볼 것 없어. 나와는 5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불알친구지만, 대부분은 모르는 개인적인 관계니까.」
“……!”
순간 얼어붙은 최 팀장의 표정에, 매직 존슨이 재빨리 덧붙였다.
「불알이라는 단어는 빼지. 그냥 친구야, 절친.」
“휴우.”
「Shit. 내가 이런 변명까지 해야 하나?」
“미스터 존슨. 한국에는 뿌린 만큼 거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빌어먹을. 된통 당했군.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최?」
최 팀장이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가시죠. 신세 좀 지겠습니다.”
「좋은 생각이야. 대륙 간 이동이라 멀미는 좀 나겠지만.」
“그깟 멀미가 대수겠습니까.”
덤덤하게 대꾸한 최 팀장은 매직 존슨이 내민 손을 붙잡았다.
가벼운 눈인사와 함께, 막대한 양의 마나가 두 사람의 전신을 빈틈없이 감쌌다.
화아아악!
터져 나온 눈부신 섬광이 두 사람의 신형을 어디론가 날려 버린 바로 그 순간.
우우우웅.
남아 있는 셋. 나와 임꺽정, 그리고 스켈레톤 킹의 스마트폰이 거센 진동을 토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