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rim Login RAW novel - Chapter 605
#604화
띠링.
– [중단전]에 관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 [중단전]이 일부 활성화됩니다!
– [중단전] 활성화 : 10%
– 모든 무공과 공력의 효율이 소폭 증가하며, 때에 따라 한계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 희귀한 업적, [응애 나 애기 중단전]을 달성했습니다!
– 업적 달성 보상으로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 레벨 업!
‘활성화?’
이건 예상 못 했는데.
중단전을 개방한 건 한 달도 더 된 일이지만, 이런 효용이 있을 줄은 몰랐다.
그리고 뜻밖의 보상을 알리는 시스템 알림에 이어, 기다렸던 소식이 들려왔다.
띠링.
– [기감]의 범위가 확장됩니다!
– 목표 대상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습니다!
–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이한 힘이 느껴집니다!
목표 대상을 파악하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이건 실패가 아닌 성공이다.
이 벽 너머에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확신을 얻은 나는, 망설임 없이 벽을 향해 일권(一拳)을 후려쳤다.
꽈앙!
단단한 벽이 터져 나가자 텅 빈 허공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레스 길드 본사 최상층에 숨겨진 A구역은 각종 결계와 투명 마법. 그리고 중력 마법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정부에서 파견된 조사팀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놓쳤다는 거다.
‘아니, 놓칠 수밖에 없었겠지.’
나는 무너진 벽 너머로 손을 뻗어 허공을 어루만졌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말 그대로 텅 빈 허공. 최 팀장의 손에 들린 마나 측정기도 여전히 잠잠하다.
하지만 내게는 확신이 있었다. 이 너머에 반드시 무언가 있으리라는 확신이.
화륵.
삼 갑자의 열양지기가 불꽃으로 화한다. 청백색의 화염이 깃든 두 손을 말없이 내려다보던 나는, 지그시 눈을 감은 채 손을 뻗었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것은 인지의 문제다. 눈이 아닌 본능과 감각으로, 마음으로 보고 느껴야 한다.
심혈을 기울여 집중하고 아낌없이 공력을 흘려보내자 미약하게나마 열린 중단전이 호응했다.
일렁이던 불꽃이 서서히 가라앉으며 손 전체를 완전히 휘감는다.
압축. 정제(正體).
그리고…….
콰득.
마침내 손아귀에 잡힌 기(氣)의 흐름을, 나는 힘주어 찢어 벌렸다.
촤아아악!
청백색의 화염과 함께 허공이 갈라졌다.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온갖 마법이 강기에 의해 해제되고, 새로운 공간의 틈새가 모습을 드러낸다.
눈앞에서 벌어진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던 스켈레톤 킹과 최 팀장이 중얼거렸다.
“찌, 찢었다.”
“아니, 이걸 도대체 어떻게…….”
“원래 몸이 나쁘면 머리가 고생하는 법이지. 갑시다.”
“……보통은 그 반대 아닙니까?”
“그렇죠. 보통은.”
근데 난 보통이 아니잖아.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내 모습에, 최 팀장이 손에 든 마나 탐지기를 등 뒤로 내던졌다.
음. 역시 몸 좋은 게 최고다.
* * *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최상층을 비워 둬서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정체를 알 수 없는 아공간(亞空間)으로 진입하는 걸 실시간으로 생중계할 뻔했으니까.
스윽.
세로로 길게 갈라진 틈새 안으로 몸을 내딛자, 그곳에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뭐야, 이게.’
사방이 넓고, 높았다. 그리고 내게는 낯선 기품과 화려함이 뒤섞여 있었다.
뒤따라 진입한 최 팀장과 스켈레톤 킹도 순간 할 말을 잃은 채 주위를 둘러보기 바빴다.
“저건…….”
바닥에 깔린 부드러운 융단을 밟으며 걸어간 최 팀장의 눈빛이 가늘게 떨렸다.
드넓은 복도에 걸린 그림을 찬찬히 훑어본 그가 중얼거렸다.
“살바토르 문디.”
나는 불쾌한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 저한테 문디라고 한 겁니까?”
“그게 아니라, 저 그림 제목입니다. 살바토르 문디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걸작인데 한 번도 못 들어 보셨습니까?”
“우리 엄마한테는 가끔 들었는데요. 고향이 경상도시라.”
“…….”
“표정 뭐예요. 지금 경상도 무시합니까? 최 팀장님 지역 감정 있는 분이셨어요?”
“뭐? 지역 감정?”
최 팀장이 한 말이 아니다. 주위를 둘러보던 스켈레톤 킹이 기분 나쁜 표정으로 불쑥 끼어들었다.
“지역 감정은 반드시 없어져야 하지. 그런 의미에서 마계 출신인 이 몸 역시 간악한 인간의 의견에 동조한다.”
“언데드 새끼가 은근슬쩍 뼈다귀 올리는 것 보소. 넌 빠져.”
“아니, 기분 더럽네. 왜 도와줘도 지랄인가?”
“마계로 따지면 지역 감정이 아니라 차원 감정이잖아, 시벌놈아. 말만 들으면 무슨 마계가 지리산 옆에 붙어 있는 줄 알겠네.”
“내가 활동하던 게이트는 부천에 있었다. 물론 나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출신이지만.”
“미친놈인가, 진짜.”
차원과 국경을 넘나드는 스켈레톤 킹과 입씨름을 하는 사이, 일찌감치 대화를 포기한 채 복도 이곳저곳을 오가며 닫힌 문을 열어 보던 최 팀장이 불쑥 입을 열었다.
“두 분 모두, 그만하시고 이리 와 보십시오.”
스켈레톤 킹이 선비처럼 꼿꼿한 태도로 대답했다.
“이 몸은 언데드의 군주. 지역 감정으로 찌든 인간의 말은 듣지 않는다.”
“줘 터지기 싫으면 따라와.”
나는 헛소리를 지껄이는 녀석의 멱살을 붙들고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최 팀장의 손짓을 따라 활짝 열린 문 안을 확인한 순간, 왜 그가 나를 불렀는지 깨달았다.
“이건…….”
불 하나 켜져 있지 않았음에도 문 안은 낮처럼 환했다. 바로 진열대 위에 가지런히 놓인 마정석들 때문이었다.
그중 기본이 A급 마정석이었고, 눈대중으로 어림잡아 파악만 개수만으로도 무려 오백여 개에 달했다.
‘이걸 돈으로 환산하면 도대체 얼마지?’
짐작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천문학적인 가치.
더군다나 맨 윗줄에서 가장 밝은 빛을 토해 내는 다섯 개의 S급 마정석은 돈이 있어도 구하기 힘든 보물이다.
“그럼 이게 전부……?”
말꼬리를 흐리는 나를 향해, 최 팀장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정룡이 빼돌린 것이 분명합니다. 지금까지 확인해 본 바에 의하면 다른 방도 마찬가지예요.”
“이런 미친…….”
“마정석은 물론이고 금괴와 다이아, 채권 등의 현물. 그리고 대격변 이후 사라졌다고 알려진 각종 예술품이 가득합니다.”
최 팀장의 말은 사실이었다. 긴 복도의 양옆에 줄지어 늘어선 문을 열어젖힐 때마다, 막대한 값어치를 지녔거나 값어치를 매기기 힘든 보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상상 이상의 스케일에 머릿속 계산기는 이미 박살 난 지 오래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정말 많이도 해 처먹었군.’
대격변 이후 게이트와 마정석의 존재는 제2의 오일 머니(Oil Money). 아니, 그 이상으로 자리 잡았고 거대 길드는 막강한 기업을 짓누를만한 부와 위상을 갖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정룡의 부가 막대할 것이라는 사실은 나를 포함한 모두가 짐작하고 있었으나, 밝혀진 것 외에도 숨겨진 재산이 이 정도로 많을 줄은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금고.’
순간 머릿속을 스친 단어.
맞다. 이곳은 이정룡이 만들고 석고준에게 물려 준 그들만의 개인 금고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공간이 막대한 부를 감춘 금고인 동시에 감옥이라는 사실이다.
‘한 사람의 존재를 세상으로부터 숨기기 위한 감옥.’
하지만 단둘뿐이던 간수는 이미 죽음을 맞이했고, 지금 내 옆에는 이 공간의 새로운 주인이 마지막 문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저벅. 저벅.
기나긴 복도의 끝, 굳게 닫힌 문을 향해 나아가는 최 팀장의 걸음걸이에서 숨길 수 없는 떨림이 느껴진다.
“후.”
동요를 가라앉히기 위해 작게 심호흡하는 그를 대신해, 나는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섰다.
막대한 마나의 흐름이 느껴지는 문을 향해 거침없이 수도(手刀)를 내리긋자 한 줄기 불꽃이 허공을 스쳤다.
서걱! 쿠웅!
각종 마법이 해제되고 합금으로 만들어진 문이 양옆으로 갈라진다.
동시에 그 너머에 웅크리고 있던 어둠과 싸늘한 냉기가 우리를 덮쳤다.
솨아아악.
알 수 없는 오한이 전신을 엄습했다.
이미 한서불침(寒暑不侵)의 경지에 접어든 나도, 심지어는 죽음과 냉기를 근원으로 한 존재인 스켈레톤 킹조차도 몸을 떨었다.
그러나 한 사람만큼은 예외였다.
저벅.
어두운 공간 속, 유난히도 크게 울려 퍼지는 발걸음 소리.
말없이 걸어가는 최 팀장의 뒷모습에서 더 이상의 떨림이나 망설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십여 년.
아이는 소년이 되었고, 소년은 청년이 되었다.
일찍이 부모를 잃은 아이는 영문도 모른 채 외조부와 헤어졌으며, 마침내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이곳에 섰다.
자신의 유일한 혈육을 대면하기 위해,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그리워했고, 언제나 그리웠습니다.”
저벅.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던 발걸음이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멈췄다.
어느덧 그의 앞에는 수많은 전선이 연결되어 있는 커다란 타원형의 기계 캡슐이 놓쳐져 있었다.
마치 SF 영화에 등장할 법한 그 기계는 동면(冬眠)을 위해 마련된 장치처럼 보였고, 살아 있는 사람을 위해 마련된 관과 같았다.
후우.
서늘한 공기 속, 최 팀장의 입술 사이로 뿜어진 입김이 먼지로 뒤덮인 유리를 뿌옇게 물들인다.
잘게 떨리는 긴 손가락이 유리를 쓸어내렸다.
“뵙고 싶었습니다.”
닦여나가는 먼지와 함께, 비로소 한 사람의 얼굴이 드러난다.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과는 달리 늙고 지쳐 보이는 얼굴.
그러나 서로의 핏줄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빼닮은 노인을 향해, 최 팀장이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외할아버지.”
* * *
최 팀장은 모든 것을 극비에 부쳤다.
적어도 지금 당장은 나와 스켈레톤 킹을 제외한 그 누구도 이와 같은 비밀을 알 수 없었고, 그의 뜻에 나도 적극적인 동의를 표시했다.
물론 사소한 잡음이 있긴 했지만.
“비밀을 지켜 주는 건 어렵지 않지. 하지만 두 가지 조건이 있다.”
스켈레톤 킹은 독립투사처럼 결연한 표정으로 자신의 조건을 읊었다.
“첫 번째. 클럽에 데려다줄 것. 두 번째. 저 안에 있는 S급 마정석을 내게 줄 것.”
최 팀장은 첫 번째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지만, 두 번째 제안은 달랐다.
그리고 심도 있게 고민하는 그에게 나는 명쾌한 대안을 제시해 주었다.
“더 좋은 방법이 있긴 해요.”
“뭡니까?”
“지금 S급 마정석이 몇 개죠?”
“아직 다섯 개가 남아 있습니다.”
“그럼 저 새끼를 조지고, 여섯 개로 만듭시다. 비밀도 유지하고 S급 마정석도 추가 확보할 수 있어요.”
“……!”
“……!”
독립투사의 심정으로 제안을 요구했던 스켈레톤 킹은 친일파가 되어 협력했고, 클럽에 데려다주는 것으로 극적인 합의점을 찾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천태민의 거취에 관해서는 어쩔 수 없이 누군가의 도움을 빌려야 했다.
“이곳에 외할아버지를 계속 모셔 둘 수는 없습니다.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해요.”
“문제는 누구의 눈에 띄지 않고 이동해야 한다는 건데…….”
그건 공간 확장 마법이 걸려 있는 포켓이나 내 인벤토리로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불멸의 영웅, 천태민은 엄연히 살아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결국 고민 끝에 나온 답은 하나뿐이었다.
“공간 이동 마법으로 옮겨야 합니다.”
중요한 건 사람이었다.
가장 믿을 만한 사람. 설령 이 사실을 안다 해도 발설하지 않을 사람.
그리고 의식불명에 빠진 천태민과 우리에게 호의적이며 계속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
“딱 한 사람이 떠오르네요.”
“아마 제 생각도 진태경 씨와 같을 겁니다.”
그런 이유로 나는 한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깐 한국 오실 수 있어요?”
– 헤이, 진. 나도 바빠. 지금 변이 게이트가…….
“최 팀장이 보고 싶대요. 뽀뽀 쌉가능.”
– 당장 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