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rim Login RAW novel - Chapter 610
#609화
“똑바로 서라. 핫산.”
「……?」
이슬람 거대 테러 집단의 수장. 무함마드 살라디르 앗 딘은 순간 당황했다.
도대체 핫산은 누구고, 아무도 없어야 할 자신의 침실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누구의 것이란 말인가.
하지만 겨우 이 정도로 평정심을 잃어버릴 정도였다면 지금 위치에 오르지도 못했을 것이다.
무함마드는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미안하지만 난 핫산이 아니다. 누군지는 몰라도 사람을 잘못 찾은 모양이군.」
“그건 아닐걸.”
저벅.
한 치의 군더더기도 찾아볼 수 없는 아랍어와 함께 어둠 속에서 걸어 나온 불청객. 괴한의 얼굴을 확인한 무함마드는 미간을 좁혔다.
‘뭐지. 이 괴상한 놈은?’
비록 생김새는 알아볼 수 없으나 얼굴을 가린 복면부터가 희한하기 짝이 없었다.
터번이나, 천 따위가 아닌 붉고 두꺼운 털실 재질에 두 눈과 입 부위가 뻥 뚫려 있었으니까.
복면이라고 부르기에도 희한한 것은 둘째치고, 뜨거운 사막에서 저런 물건을 걸치고 다니는 정신 나간 놈은 지금까지 한 번도 못 봤다.
무함마드는 의문을 담아 물었다.
「네놈은 누구지?」
암살자로 짐작되는 괴한이 대답했다.
“난 마미…….”
「마미?」
“아니, 효자손이다.”
「……?」
효자면 효자고, 손이면 손이지 효자손은 또 뭐란 말인가.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저 괴한이 자신을 찾아온 것이 효도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아니라는 것이었다.
「누가 보냈나?」
“알라.”
「알라?」
“어. 네가 실컷 빨아 재끼는 그 알라.”
뻥 뚫린 구멍을 통해 슬쩍 올라가는 괴한의 입꼬리가 보였다.
“너한테 전해 달라더라. 그런 거 시킨 적도 없으니, 경전 좆대로 해석하지 말라고.”
「이런 미친놈.」
“이제 살다 살다 테러 집단 수괴한테 미친놈 소리를 다 듣네. 인생 시부럴 거.”
무함마드는 허리춤에 찬 시미터(Scimitar)를 언제 뽑을지 고민하며 근엄하게 입을 열었다.
「멍청한 놈.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응. 무사할 것 같아.”
「죽고 싶어 안달이 난 모양이군. 지금이라도 투항한다면…….」
“어. 나 그 말 조금 전에도 들었던 것 같은데, 잠시만.”
품을 뒤적거리던 괴한이 뜬금없이 소매 속에서 뭔가를 꺼내 던졌다.
쿵. 데구르르…….
제법 묵직한 소리와 함께 둥그런 무언가가 무함마드의 발치에 닿았다.
사막의 전사답게 건강한 구릿빛 피부와 부릅뜬 채 굳어 버린 눈동자. 깔끔하게 잘려 나간 목에는 피 한 방울 묻어 있지 않았다.
「카, 카심?」
“왜 이렇게 놀라. 혹시 아는 얼굴이야?”
「……!」
무함마드는 차갑게 얼어붙었다.
카심은 그가 누구보다 신뢰하는 경호원이자 암살자였다.
세상에는 알려지지 않은 S급 헌터. 그중에서도 암살 계열의 각성자인 카심의 손에 죽어간 적들의 숫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그런데 그 카심을 죽였다고? 그것도 아무도 눈치 못 챌 만큼 빠르고 은밀하게?’
알라 맙소사. 이건 진짜다.
전신을 사로잡은 두려움에 무함마드의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마, 마지막 기회를 주마. 이대로 물러간다면 오늘 일은 잊고, 아무런 보복도 하지 않겠다.」
“시, 싫어. 병신아. 복잡하게 따질 것 없이 죽이면 그만인데 왜?”
「그, 그럼 네가 원하는 만큼의 재물을 주겠다! 다이아! 다이아라면 어떤가!」
회심의 다이아 공격!
“다이아? 혹시 책상 아래 금고에 있던 거? 그거 이미 챙겼어. 예쁘더라.”
그러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무함마드는(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경호원! 경호워어언! 오마리! 사다트! 나세르! 다들 어디 있나!」
평정심을 잃은 무함마드가 비명처럼 부르짖음에, 괴한이 따라 외쳤다.
“오마리! 사다트! 나세르! 여기 있습니다!”
쿵. 쿵. 쿵.
“우효! 경호원 모가지 겟또다제!”
도대체 저 좁은 소매 어디에서 저것들이 튀어나오는 걸까.
연달아 떨어지는 세 개의 목을 바라본 무함마드가 공포에 사로잡힌 그때였다.
벌컥.
침실 내부에서 벌어진 소란에도 굳게 닫혀 있던 문이 활짝 열리고, 똑같은 복면을 뒤집어쓴 거한이 걸어 들어오며 입을 열었다.
「이 테러범 새끼 아직도 살려 뒀나?」
그의 손에 흥건하게 묻은 피를 본 무함마드가 석상처럼 굳어 버린 찰나, 괴한이 손을 들어 알은체를 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았잖습니까. 그런데 정리는 끝났습니까?”
「대충은. 다른 두 사람은 밑에서 이것저것 찾아보는 중이야. 그나저나 이 거지 같은 복면 좀 벗을 수 없나? 아까부터 답답해 죽겠군.」
“안 됩니다.”
「빌어먹을. 그럼 시가라도 피우게 해 줘. 어차피 환영 마법으로 얼굴도 가렸는데.」
“차라리 신분증을 목에 걸고 다니세요. 그리고 생각 머리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환영 마법을 염두에 안 두겠습니까. 가뜩이나 덩치도 큰데 그 실력에 시가까지 피우면 척 헤이글이라고 광고하는 꼴이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은 무함마드가 눈을 부릅떴다.
「처, 척 헤이글? 네놈들! 미국에서 왔구나!」
“헛. 이 새끼가 그걸 어떻게 알았지? 척, 미국 수뇌부 중에 첩자가 있는 게 분명해요.”
흠칫 놀라는 괴한의 모습에 척 헤이글이 시가를 꺼내 물며 중얼거렸다.
「……크레이지 코리안.」
“아니, 척. 미쳤습니까? 여기서 코리안이라고 하면 저놈이 알아듣잖아요.”
「정신병 걸릴 것 같애. 정신병 걸릴 것 같애. 점심 나가서 먹을 것 같애…….」
하지만 정작 정신병 걸릴 것 같은 사람은 척 헤이글이 아니라 당사자인 무함마드였다.
척 헤이글이라는 이름으로도 부족해서 코리안이라니.
이 순간만큼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한 코리안의 이름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지, 진태경?」
“아니, 난 효자손인데.”
「개, 개소리하지 마라. 누굴 바보로 아는…….」
쉭, 서걱!
보석으로 장식한 터번이 벗겨지고, 몇 가닥 남지 않은 머리카락마저 소멸하듯 잘려 나간다.
숨 쉬는 것도 잊은 채 굳어 버린 무함마드를 향해, 괴한. 아니 진태경이 물었다.
“다시 물어본다. 내가 누구라고?”
「효, 효자손.」
“아까는 진태경이라며.”
「착각. 착각한 것 같다!」
“그래? 신께 맹세할 수 있나?”
「위, 위대하신 알라와 선지자 무함마드께 맹세한다! 넌 효자손이다!」
“감히 신을 걸고 구라를 치다니. 난 진태경이다! 이 배교자 새끼야!”
「기야아아아악!」
공포에 사로잡힌 무함마드가 힘껏 비명을 내질렀지만, 그 소음은 침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사라졌다.
웅혼한 공력이 만들어 낸 기의 막(幕)은 조금의 틈도 없이 공간을 틀어막고 있었다.
「도, 도대체!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냐!」
이제는 눈물마저 흘리는 무함마드의 외침에 척 헤이글이 피식 웃었다.
「그걸 우리한테 물으면 안 되지. 네가 그렇게 팔아먹었던 신에게 물어봐라. 어차피 잠시 후면 만나게 될 테니.」
「……!」
「아. 물론 그전에 해 줘야 할 일이 있지.」
마지막에 덧붙인 척 헤이글의 한 마디는 무함마드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이미 그의 뇌리에는 앞서 들었던 말의 의미가 터질 듯이 가득 차 있었다.
‘신을 만나? 죽는다고? 내가?’
죽음.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 단어를 생각하지만, 최소한 무함마드에게는 아니었다.
그는 언제나 죽음을 내리는 사람이었지,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덜덜 떨리는 입술 사이에서 새된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 그럴 리 없다. 그럴 리 없어.」
소년 시절부터 무장 테러 단체에 몸담았다. 필기구 대신 자동 소총을 쥐었고, 각성 후에는 검을 들었다.
그리고 승승장구한 끝에 테러 단체의 수장이 되어 수많은 사람을 납치하고, 감금하고, 참혹하게 처형했다.
무함마드. 옛 선지자와 같은 이름을 가진 그는 스스로를 새로운 선지자이자 영도자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데 어째서.
「나, 나는 신의 가호를 받는 몸일진대. 어떻게…….」
“그야 간단하지.”
복면에 뚫린 구멍 사이로 솟구쳐 올라있던 입꼬리가 서서히 가라앉는다.
어느덧 서늘하게 내려앉은 목소리로, 진태경이 입을 열었다.
“네가 신의 이름을 팔아 온갖 미친 짓을 해 대는 정신병자 새끼라서. 그래서 죽는 거야.”
「……!」
“민간인 습격하고, 애들 납치해서 세뇌하고, 몸에 폭탄 설치해서 자폭 테러하고…… 하나하나 셀 수도 없네. 하도 많아서.”
카악. 퉤.
척 헤이글이 내뱉은 가래가 무함마드의 얼굴에 걸쭉하게 들러붙는다. 거친 목소리가 뒤이어 귓가를 파고들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마. 넌 존슨에게 일주일 내내 시달려도 할 말이 없는 퍽킹 테러범 새끼지만, 고분고분하게 말을 들으면 그나마 신 앞에서 변명할 거리가 생기겠지.」
「그, 그게 무슨?」
「물론 살려 준다는 뜻은 아니야. 하지만 그나마 덜 고통스럽게 죽을 수는 있겠지.」
「도, 도대체 무엇을 원하는 거냐!」
「명령.」
「뭐?」
「네놈이 산하에 수많은 지부를 거느리고 있다는 걸 안다. 너와 대립하고 있는 또 다른 무장 테러 단체에 관해서도. 다만 문제는…… 그걸 하나하나 뿌리 뽑자면 끝도 없다는 거야. 그러니까, 네가 놈들에게 명령을 내려라.」
후우우.
매캐한 시가 연기를 내뿜으며, 척 헤이글이 씩 웃었다.
「지금 즉시 적대 세력에 총공세를 시작해라. 둘 중 하나가 사막의 모래알이 되어 바스라질 때까지. 알겠나? 이 개자식아.」
「……!」
눈을 부릅뜬 무함마드를 향해, 진태경이 합장하듯 두 손을 모으며 한 마디를 덧붙였다.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
무함마드는 마침내 깨달았다. 자신에게는 더 이상의 선택권이 없음을.
이 마지막 제안의 거절 뒤에는 고통스럽고도 처절한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음을.
* * *
만약 내가 그럭저럭 인기 있는 웹소설 작가였다면, 이 에피소드로 최소한 다섯 편 정도는 뽑아냈을 거다.
크고 작은 무장 테러 단체 사이의 세력 다툼과 정치적인 장면. 뭐 그 외 기타 등등까지 이것저것 양념을 친다면 열 편 정도까지도 늘어났겠지.
하지만 나는 웹소설 작가가 아니고, 당장 처리해야 할 테러 단체와 반군의 숫자는 많았다.
요약하자면, 뭐 빠지게 돌아다녀야 했다는 소리다.
콰아앙!
퍼버버버벙!
처음에는 조용히 처리하려고 했지만, 커버해야 하는 범위가 워낙 넓고 사람의 숫자는 적으니 어느 순간부터 환대를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적, 이라는 한 글자 안에는 총과 포탄 세례, 그리고 스스로를 ‘신의 전사’라 부르는 각성자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죽여!」
「무자헤딘을 괴멸시킨 놈들이다!」
「놈들을 사로잡거나 죽이는 사람에게는 즉시 삼천만 달러다!」
쉬쉬쉬쉬쉭!
사방에서 빗발치는 공격을 피하며, 나는 놀라움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와, 우리 현상금 올랐어!”
“닥치고 피하십시오!”
“하루 전에는 천만 달러였던 것 같은데. 이 맛에 루피가 해적질하는구나!”
“퍽킹! 셧업! 마더 퍼커어!”
“오천만! 오천만 가자! 위대한 항로가 코앞이다!”
어느 때는 혈전을 벌이며 싸웠고, 어느 때는 은밀한 밤손님처럼 테러 단체. 혹은 반군을 쓸어버리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도착한 위대한 항로, 아니 사막에는 살아 있는 보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순이파 수장. 오마르 알 후세인. 맞지?”
「순이파가 아니라 수니파다.」
“뭐래, 마름집 점순이 같은 새끼가.”
「놈……!」
“얘. 봄에는 봄주먹이 맛있단다.”
빠각!
우리는 쉬지 않았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지역을 오가며 전투를 벌이고, 테러 단체와 반군 집단의 수장을 포로로 잡거나 매직 존슨 특제 세뇌 마법을 걸어 조종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빛살 같은 속도로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