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rim Login RAW novel - Chapter 796
#795화
– 퀘스트 성공 조건을 달성했습니다!
– 임무 : 죽음에 관한 진실 알아내기(완료)
– 퀘스트, [알 수 없는 죽음]을 성공적으로 완료했습니다!
– 특수 아이템, [진실의 눈]을 획득하셨습니다!
–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띠링. 띠링. 띠링.
눈과 귀로 흘러들어오는 시스템 메시지는 마지막 절차였다. 후긴이 한 말이 모두 진실이라는 것을 알려 주는 확인 절차.
하지만 퀘스트는 퀘스트일 뿐이다. 나는 그 이상의 정보를 원했다.
무닌, 혹은 선지자라 불리는 존재에 관한 모든 것을.
“놈에 대해 아는 것들을 털어놔. 단 하나도 빼놓지 말고 모조리.”
바짝 들이댄 얼굴에 후긴의 떨리는 숨결이 닿았다.
“이건 처음의 약속과 다른…….”
“약속? 당연히 지켜야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애초에 약속을 이행하는 조건은 지크프리트 바스만의 살해범이 선지자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었지만, 이 관계에서 칼자루를 쥔 사람은 나다.
“말해. 아니면 죽는 날까지 감옥에서 썩게 될 테니까.”
“……!”
“내 성격 알지? 한다면 한다. 대가리 굴리지 말고 주둥이나 열어. 어디 안 걸릴 자신 있으면 거짓말이라도 섞어 보든지.”
사람의 눈에는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지금 막 후긴의 눈동자를 점령한 체념의 빛은 마침내 놈이 모든 것을 내려놨다는 증거였다.
“……씨발.”
탄식처럼 욕설을 내뱉은 후긴이 입을 열었다.
“나도 자세히는 몰라. 지금의 무닌이 정확히 어떤 사람인지는.”
첫 마디를 듣자마자 포션병을 붙잡았던 나는, 후긴이 황급히 덧붙인 뒷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의 무닌?’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에는 의미심장한 표현이다.
이건 마치…….
“지금까지 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맞아. 지금까지 몇 번이나 바뀌었으니까.”
머리가 빠르게 돌아간다. 포션병을 천천히 내려놓은 나는 깊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후긴을 응시했다.
“더 자세히.”
“내가 성인이 되어 정식으로 길드장님을 모시게 된 이후로 세 명의 무닌을 만났다. 그 이전까지 포함한다면 지금 선지자라 불리는 그는 다섯 번째 무닌이야.”
“그전이라면?”
“대격변이 끝나지 않았을 때지. 어딜 가든 전쟁고아가 넘쳐났고, 나도 그중 하나였어. 물론 어린아이는 아니었지만.”
굳이 자세한 사정을 듣지 않아도 밑그림이 그려진다.
선인(善人)과 악인(惡人)이 바라보는 세상은 전혀 다르다.
선한 이들은 대격변이라는 재앙이 낳은 수많은 고아들을 그저 동정했겠지만, 그 대척점에 선 다른 자들은 야망을 위한 발판으로 사용했다.
‘이정룡도 같은 방식으로 석고준을 얻었지.’
스무 살 생일이 지나면 인류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찾아오는 각성이라는 행운.
그런 의미에서 기댈 곳 없는 고아들은 아직 긁지 않는 복권이었고, 후긴은 미카엘 실베르트가 진흙 속에서 건져 낸 다이아몬드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 만났던 거군, 무닌을.”
“정확히는 첫 번째 무닌이었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봤던.”
“마지막? 그 다음은?”
“대격변 종전 이후였다. 길드장님께서는 내 존재가 드러나지 않기를 원하셨고, 비밀리에 어느 정도의 훈련을 끝마치자 곁에 두셨어. 그날부터 나는 후긴이 되었고, 낯선 얼굴의 한 남자를 소개받았지.”
“그가 바로, 새로운 무닌이었다?”
후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첫 번째 무닌은 어떻게 된 거지?”
“모른다. 길드장님께 대격변 도중 실종되었다고만 들었으니, 아마도 전쟁 중 죽었겠지.”
“실종? 미카엘 실베르트의 심복이라면 분명히 뛰어난 실력자였을 텐데.”
내 날카로운 눈빛에 후긴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못 믿는다면 어쩔 수 없군. 하지만 내가 아는 사실은 그게 전부야. 당시의 나는 각성하기도 전이었고 후긴도 아니었으니까.”
“정확한 시기는?”
“2021년 봄. 그때의 길드장님은 이미 유명인이었어. 파리 대전투 이후 프랑스. 아니, 유럽을 상징하는 영웅 중 한 사람으로 떠오르고 있었지.”
나는 잠시 후긴을 유심히 살폈지만, 놈의 표정과 눈빛에서 거짓의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지금부터다.
“선지자…… 다섯 번째 무닌은 누구지?”
“음.”
“기억해 내. 네가 아는 그대로. 보고 들은 것 전부를.”
그리고 미간을 찌푸린 채 뭔가를 생각하던 후긴이 입을 열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백인 남성이었어. 얼굴 대부분을 가리고 있어서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근접 전투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체형이었지. 물론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느낌은 그랬어.”
왜소한 체구의 적천강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단순히 체형으로 헌터를 단정 짓기는 어렵다.
하지만 후긴 정도의 실력자가 그렇게 느꼈다면, 어느 정도의 신뢰가 가는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놈이 말한 정보가 선지자의 정체를 유추할 단서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백인 남성. 확실하지는 않지만 원거리형 헌터. 네가 아는 전부가 고작 그 정도라고?”
담담하지만 서늘한 내 목소리에, 마른침을 삼킨 후긴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잘 모른다고 말했잖나. 그와는 약 3년 전, 단 한 번 본 게 전부였어. 그마저도 길드장님의 지시에 의해 곧장 자리를 비워야 했지.”
“그럼 어떻게 그놈이 선지자라는 걸 알고 있는 거지? 지크프리트 바스만을 죽였다는 사실은?”
“때가 되면 길드장님께서 알려 주셨다. 무닌에 관한 일들은 항상 그래 왔으니까.”
“항상이라면…….”
“내가 길드장님의 곁을 지키며 손발 노릇을 했다면, 그들은 더 위험한 임무에 투입되는 무기였어. 짧게는 일 년. 길게는 수년씩 자리를 비웠다가 어느 날 갑작스럽게 나타났지. 내가 나서는 건 언제나 그 이후였고.”
“예를 들면?”
“스카이, 천태민에 대한 정보. 그리고…….”
“그리고, 뭐?”
“그게…….”
쫙!
채찍처럼 휘두른 손바닥이 후긴의 귀싸대기를 올려붙인다.
잠시 머뭇거리던 놈이 핏물을 쏟아내며 고통 어린 표정으로 단편적인 단어들을 중얼거렸다.
“도쿄. 레비아탄. 마정석.”
“……!”
“전부 3년 전 무닌이 가져온 정보야. 그게 전부라고. 젠장.”
나는 석상처럼 굳은 채 후긴을 바라보았다.
분노 때문에?
아니다. 충격 때문이다.
‘처음부터 레비아탄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마정석을 이용하여 도쿄로 끌어들였어.’
그리고 그 정보를 미카엘 실베르트에게 제공한 것은 다름 아닌 무닌. 바로 현재에 이르러 선지자라 불리는 그놈이다.
마침내 대면한 진실에, 마치 얼음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등골이 서늘했다.
‘도대체 어떻게?’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문명을 꽃피운 현대의 인류에게도 심해는 아직 미지의 영역이다.
그런데…… 놈은 그 깊고 어두운 바닷속에 있는 재앙의 존재를 알아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미카엘 실베르트의 지시일 수도 있지만, 과연 그게 전부일까?
‘빌어먹을.’
나는 가슴 깊숙한 곳에서 차오르는 욕을 삼켰다.
이제야 알겠다.
왜 지금껏 누구도 무닌이라는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짧게는 일 년. 보통은 수년에 한 번씩 비밀리에 미카엘 실베르트를 찾아오는 숨겨진 검.
후긴처럼 평상시 곁을 지키지도 않고, 그마저도 위험한 임무 탓에 종종 사람이 교체되니 알아챌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미카엘 실베르트의 수족으로 대부분의 일을 도맡아 하던 후긴조차 무닌에 대해서는 별달리 아는 것이 없을 정도니까.
다만 확실한 것은…….
‘위험한 놈이다. 생각했던 범위를 아득히 뛰어넘을 만큼.’
단신으로 지크프리트 바스만이라는 걸출한 대마도사를 제거하고, 이번 테러의 큰 줄기라 할 수 있는 사건들의 밑그림을 그려 미카엘 실베르트에게 제공했다.
‘혼자만의 능력이 아니었어.’
미카엘 실베르트가 지금의 위치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를 위해 죽어 갔던 무닌이라는 충복들 덕분이었다.
이전에 그를 섬겼던 전대의 무닌이 어떤 성과를 올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내가 짐작하는 선지자는 이미 단순한 하수인을 벗어난 존재였다.
또 다른 뿌리. 혹은 제2의 미카엘 실베르트.
‘도대체…… 이런 놈들을 어디에서 찾아낸 거지?’
아무리 세상이 넓고 비밀이 많다 해도 결국 어딘가에서는 새어 나가기 마련이다. 여러 거대 길드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새로운 S급 헌터들을 육성하는 것처럼.
하지만 이건 예상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
‘오래전부터 어두운 부분을 도맡아 처리해 온 것이 분명한데.’
다섯 명의 무닌. 그리고 다섯 번째 무닌.
놈들은 미카엘 실베르트가 간직한 가장 어두운 그림자다.
오래전부터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서 정제되지 않은 마정석들을 쉴 새 없이 빼돌리고, 보관하는 창고지기인 동시에 경쟁자들을 제거하는 검이자 정보원이었던 셈이다.
적어도 미카엘 실베르트가 죽기 전까지는.
‘하지만 이제는 그 모든 걸 갖게 됐지.’
이건 후긴처럼 수족 정도가 아니다.
숨이 끊긴 주인의 몸통에서 떨어져 나온 무닌이라는 팔은 이미 새로운 몸을 만들었다.
선지자.
전 세계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종교의 수많은 광신도들을 거느리고, 죽은 주인이 숨겨 두었던 모든 것을 상속받은 후계자.
그런 미친놈의 손아귀에 칼자루가 들어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미친.”
아니다. 그것만큼은 아니어야 한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아직 확실하지도 않은 정보로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을 억지로 흩어 버린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한시라도 빨리 이 정보를 모두에게 알리고, 중동 곳곳에 흩어진 수색대를 불러들여야 한다.
선지자는 단신으로 대마도사를 죽인 강자.
내가 그들을 사막으로 보낸 것은 더욱 큰 희생을 막기 위해서지, 개죽음을 위해서가 아니었으니까.
“자, 잠깐!”
그래. 이놈이 있었지.
발길을 붙잡는 다급한 목소리에 나는 문득 돌아섰다.
그리고 놈이 뭐라 말을 잇기도 전에, 섬전과도 같은 속도로 박스에서 꺼내 든 포션 병으로 정수리를 내리찍었다.
콰창! 쿵.
일격에 정신을 잃은 후긴이 의자 채로 나동그라진다.
최소 뇌진탕이긴 한데, 뭐 포션도 뒤집어썼으니까 괜찮겠지.
“꼭 오래오래 살아라, 응?”
놈을 향해 가래를 탁 뱉은 나는 손에 묻은 유릿가루를 털어내며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앞을 서성이던 고문 기술자들에게 턱짓하며 말했다.
“어느 정도 불긴 했는데, 아직 말하지 않은 게 있을 수도 있어요.”
“오, 그럼……?”
“뽑아내세요. 영혼까지 쥐어짜서라도.”
고문 기술자들이 설레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yes, sir.”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직 시도 안 해 본 방법이 많아요.”
“오. 이것 봐, 마이클! 산타클로스가 포션을 한 박스나 두고 갔어!”
“잘 쓰겠습니다, 보스!”
약속?
그런 건 사람이랑 하는 거다. 후긴 같은 쓰레기가 아니라.
“수뇌부 전원. 전략실로 모이세요. 지금 당장.”
스마트폰 너머로 들려오는 최 팀장의 대답을 들으며 복도를 가로지르던 나는, 문득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오늘따라 먹구름 사이로 드러난 달이, 유난히도 붉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