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10
10화 : [제4장] 운기토납 1
[제4장] 운기토납“신입 연습제자 악소소라고 해요.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짝짝짝.
연습제자들이 수련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잠룡광장(潛龍廣場)에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오랜만에 삼백여 명에 달하는 화산파 연습제자들이 모두 모인 자리였다.
하지만 이러한 전체 모임이라는 것이 대개 따분하기 마련이었다.
한데 뜻밖에 연습제자들의 우상이라 할 수 있는 악소소가 전격적으로 연습제자로 들어온다고 하니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이는 남자 제자만의 반응이 아니었다.
여자 제자의 반응 역시 기대를 뛰어넘었다.
악소소를 직접 소개해준 사람은 바로 총교두이자 잠룡각주 장강(長强)이었다.
그는 원래 이런 전체 모임에 잘 참석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총관실로부터 급히 연락을 받고 직접 악소소를 챙기고 있었다.
참고로 그는 화산파 장로 출신으로 그 무공이 매우 높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하하. 소소 아가씨께서 우리 잠룡각 식구가 되실 줄이야. 정말 믿기지 않는 일입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해요. 앞으로 많은 지도편달을 부탁드립니다.”
악소소가 얼굴을 조금 붉히며 포권을 했다.
다른 제자들과 함께 수련장 한구석에 서 있던 백리사초가 눈을 빛냈다.
‘지금은 또 저번 동굴에서처럼 침착하구나. 때와 장소에 따라서 성격이 변하는 것인가. 어느 것이 진짜 모습이지? 아무튼 복귀가 무리 없이 이루어져 다행이다.’
백리사초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도 그럴 것이 무단이탈 이후 처음 수련장 복귀라 연습교관들의 질책이 예상되었다.
하지만 이미 총관실에서 사전 설명이 있었는지 별다른 조처는 없었다.
다만 백리사초를 담당하는 연습교관 추상(秋相)이란 자로부터 앞으로 주의하라는 한 마디만 들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악소소의 신입제자 신고식 겸 환영식이 끝나고 곧바로 수련이 시작되었다.
십이교관 중 오늘 시범을 보일 교관으로는 추상이 선정되었다.
총교두와 사대교두, 그리고 십이교관 모두가 참석해있었지만, 그가 선정된 이유는 바로 악소소 때문이었다.
악소소가 고집을 부려 백리사초, 초웅 두 사람과 같은 조에 배정되었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지도 형식은 전 연습제자들에게 복습의 의미로 기초무공 전체를 시범으로 보여주는 것이었으나, 실제는 악소소에게 보여주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다만 악소소의 경우 악대범으로부터 무공을 배울 때 이미 연습제자들이 배우는 기초무공을 모두 익혔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었다.
연습제자들이 배우고 있는 기초무공의 범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데 더 의미가 있다고나 할까.
하기야 모레 평가대회에서 무공이 약한 연습제자들을 상대로 본격적인 화산파 무공을 펼치는 것은 자제할 필요성도 있긴 했다.
추상이 수련장에 비치된 비무대 위에서 가부좌하고 말했다.
“먼저 가장 기본이 되는 운기토납법입니다. 별다른 명칭은 없지만, 이 운기토납법은 앞으로 정식제자가 되면 배우게 되는 본파의 정통 내공심법의 기본이 되지요. 소소 아가씨께서도 기본 구결은 익혔다고 알고 있으니 다른 연습제자들과 함께 따라해주십시오.”
“네. 교관님.”
“감사합니다. 모든 제자는 들어라.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가부좌하고 운기토납법을 운공하라. 시간은 반시진이다. 운공에 실패한 자는 다른 교관들이 골라내 벌을 줄 것이다. 바로 시작하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연습제자들이 대답과 함께 운기토납법을 운공하기 시작했다.
다들 자신 있어 하는 표정이었다.
하기야 이 운기토납법은 사실 하루 이틀만 배워도 쉽게 따라 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성취는 제각기 다르나 아예 시도조차 못 할 수 있는 다른 무공과는 달랐다.
그 원리 역시 간단했다.
들숨과 날숨을 구결에 따라 적절하게 배합하며 정신을 집중하면 되었다.
물론 내공심법처럼 체계가 잡힌 것은 아니나 숙달이 되면 일정 이상의 기운을 기해혈에 자리 잡게 할 수 있었다.
다만 운기토납의 한계 때문에 무한정 기운을 축적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때가 되면 대부분 내공심법으로 넘어가게 마련이었다.
물론 연습제자 중에는 악소소처럼 이미 내공심법을 연마한 자도 상당수 있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운기토납법을 다시 운공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기초를 다지는 의미도 있으므로 장기적으로 내공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면이 컸다.
쉽게 말해 운기토납으로 모아둔 기운은 나중에 내공으로 변환할 수 있었다.
추상이 시범을 보이며 한쪽 구석에 서 있는 백리사초를 쳐다봤다.
그가 알기로 운기토납법을 전혀 운공하지 못하는 사람은 백리사초가 유일했다.
‘후후후. 사초 이 녀석. 내가 이 정도로 넘어갈 줄 알았느냐? 아가씨 앞에서 개망신을 당해야 정신을 차릴 것이다. 용서를 빌려면 총관실이 아니라 사부나 다름없는 나를 찾아왔어야지. 고약한 놈. 가증스럽게 평가대회를 피하려고 산 아래 화산객잔에서 일할 생각을 하다니 네 뜻대로 될 줄 알았다면 오산이다.’
추상이 이제 자세만 잡고 아직 운공을 하지 않고 있는 백리사초를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전체적으로 한번 둘러보니 백리사초를 제외하고 모든 제자가 운공에 돌입했다.
악소소도 쉽게 운공 중이었고, 운기토납이 유일한 장기인 초웅 역시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초웅의 경우 운기토납으로 쌓이는 기운이 극히 미미했다.
지난 삼 년간 모인 그 양 역시 극히 미미했다. 이는 백리사초의 예상대로 혈맥이 막혀 기운이 새나가기 때문이었다.
아무도 그 원인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다만 타고난 신체 덕분에 기부제자가 아닌 자질로 연습제자가 된 경우라 백리사초와는 달리 일말의 기대는 있었다.
추상이 내공을 실어 큰 소리로 말했다.
“한 가지 사실을 말하지 않았군. 우리 십이교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기본 중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운기토납법의 운공을 전혀 못 하는 자는 반드시 모레 평가대회에 참석시키기로 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으니까. 이미 각주님의 재가까지 받은 사항이니 그렇게 알고 있도록 하라.”
그의 말에 연습제자들의 시선이 모두 한곳으로 쏠렸다.
바로 백리사초가 앉아있는 곳이었다.
사실 추상이 평소 노골적으로 백리사초를 무시하고 있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하기야 자신이 가르치는 제자 중에 꼴찌가 있다는 사실을 좋아할 교관은 없을 것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백리사초가 무단이탈 사흘로 자동제명이 되자 누구보다 기뻐한 사람이 바로 그였다.
장차 교두 자리를 노리고 있는 그로서는 앓던 이가 빠진 형국이었을 것이었다.
한데 갑자기 백리사초가 구제되자 서둘러 다른 교관들의 동의를 받아 이렇게 공개적으로 함정을 판 것이었다.
백리사초는 그제야 그 사실을 깨닫고 안색을 굳혔다.
‘그냥 이전대로 운기토납 운공을 못하는 것으로 하려 했는데 추 교관이 방해하는구나. 자신이 교두가 되는데 왜 내가 방해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평소 뒷배경이 좋은 제자들만 챙겨주고 나 같이 아무 배경이 없는 제자들은 노골적으로 차별하더니,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는군.’
백리사초가 잠시 생각한 후 운기토납법을 서서히 운공하기 시작했다.
최대한 자신의 무공을 숨겨야 할 상황이라고 생각했으나, 지금 당장은 오히려 이전처럼 행동하면 더욱 난처한 상황에 빠질 우려가 컸다.
‘그래, 웅이 정도만 하면 된다. 내상이 아직 회복되지 않아 무리할 상황도 아니고. 극히 미약한 양의 기운만 쌓을 수 있다면 주목받을 일도 없고 오히려 더 편해질 것이다.’
백리사초가 마음을 편히 하며 운공에 몰두했다.
그러면서 매화심공을 통해 체득한 지식으로 운기토납법 역시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 운기토납법이야말로 자신을 만년 꼴찌라는 수치를 준 장애물이지 않은가.
비록 이제 그 구결을 모두 이해했지만 정식으로 운공을 해보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라 할 수 있었다.
‘토납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입으로 묵은 기운을 내뿜고 코로 새로운 기운을 들이마시는 것을 의미한다. 이른바 호흡이다. 중요한 것은 호흡을 통해 기를 생성하고 흐름을 조절하는 것이다. 하지만 잠룡각에서 가르치는 운기토납법은 너무나 형식적이다. 단순히 그 기의 양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매화심공은 그러지 않는다. 형식보다는 실질을 중요시한다. 팔성 이후의 경지부터는 그 모든 것에 초연함을 중시한다. 이른바 무형검의 원리로 접근하는 것이지. 그렇다면 운기토납법의 경우도 처음부터 그런 올바른 길로 나아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백리사초가 자신만의 깨달음을 기초로 처음부터 새롭게 운공을 시도했다.
사실 이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미 매화심공의 칠성 경지에 도달한 그로서는 기존의 운기토납법이 성에 찰리가 없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해혈에 모이는 기의 양은 극히 미약하게 조절했다.
다만 겉으로 파악하기 힘든 그 질만큼은 매화심공 칠성 수준을 맞췄다.
‘마음이 기를 모으고 기가 곧 마음이다. 모든 것의 근본이 바로 마음이니 그 마음을 살펴야 바른 흐름을 알게 될 것이다.’
매화심공에 수록된 법문으로 마음을 다스리며 백리사초가 운공에 몰두했다.
단순한 운기토납법이지만 그만의 의미 있는 일보를 내디딘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비단 운기토납법의 변화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었다.
연습제자들이 배우는 다른 기초무공들 모두가 운기토납법을 기초로 하므로 그 위력 또한 변화가 불가피했다.
하지만 그게 어느 정도일지는 지금으로서는 가늠할 수 없었다.
그러는 동안 예정되었던 반시진의 운공 시간이 다 되어갔다.
십이교관들이 연습제자 사이를 바쁘게 돌아다니며 그 성취를 파악했다.
측정 방법은 매우 간단했다.
바로 기의 파동을 측정하는 것이었다. 연습교관들은 모두 일류고수 이상의 수준이라 연습제자들이 내뿜는 기의 양을 대강 파악할 수 있었다.
게다가 지금은 전혀 기가 느껴지지 않는 제자만 찾아내면 되므로 파악하는 시간도 충분했다.
하지만 연습제자 거의 모두가 그 양의 차이는 있으나 기를 내뿜고 있었다.
일종의 파동인데 파동이 느껴지는 제자는 일단 통과였다.
탈락자는 아무도 없었다.
얼마 후 약속이나 한 듯이 십이교관 모두가 한 사람에게 다가갔다.
바로 백리사초 앞이었다.
예정된 수순으로 백리사초를 제외한 모든 연습제자는 운공에 성공했다.
그리고 역시 예상대로 백리사초의 경우 유일하게 기의 파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도 그의 탈락을 선언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는 제한 시간이 아직 조금 남아있기 때문이 아니라 백리사초의 몸에서 느껴지는 독특한 기의 파동 때문이었다.
분명 파동이 느껴지지 않는데 그렇다고 그 존재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마치 허공이나 허깨비와 같이 손에 쥘 수 없는 어떤 환상 같은 것이라고 할까.
그것은 일종의 물거품 같은 것으로 텅 비어 있으나 어떤 면에서는 충만한 느낌을 주었다.
“으음······ 이상하군.”
추상이 고개를 갸웃했다.
백리사초를 표적으로 삼은 사람이 바로 본인이었기에 그가 마무리를 지어야 했다.
다른 교관들은 사실 들러리를 선 것에 불과했다.
백리사초는 자신들이 가르치는 제자가 아니라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이 맞았다.
“탈락을 시켜도 되겠소?”
교관 한 명의 물음에 다른 교관들이 다들 안색을 굳혔다.
처음 보는 기의 파동.
있는 듯 없는 듯한 기의 느낌을 처음 겪어본 그들이 당황하고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그러는 동안 반시진이 모두 지나갔다.
연습제자들이 운공을 마무리하기 시작했다.
백리사초 또한 운공을 끝냈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눈을 감고 무아지경에 빠져 있느라 교관들이 다가온 것도 모르고 있었다.
“앗!”
백리사초가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추상이 인상을 찌푸렸다.
“사초. 어떻게 된 것이냐? 설마 운공에 성공한 것이냐?”
“네. 운이 좋았습니다. 쌓은 기의 양은 극히 미약하지만, 아무튼 물꼬를 튼 것은 확실합니다.”
“단전을 한번 만져봐야겠군. 그래도 괜찮겠지?”
“네. 얼마든지요.”
백리사초가 허락하자 추상이 기해혈 부분에 오른손을 댔다.
백리사초의 말대로 극히 미약하지만 꿈틀거리는 기가 느껴졌다.
“으음, 운이 좋구나. 어떻게 된 것이냐? 지난 삼 년간 전혀 진보가 없지 않았느냐?”
“사실 이번에 사흘간 정신을 잃고 난 후 막힌 혈맥이 조금 뚫린 것 같습니다. 그 이후로 구결에 대한 이해가 조금씩 되더니 그게 약간의 성과로 드러난 것 같습니다. 이 모두가 교관님께서 평소 지도해주신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으음, 그래. 열심히 연마하다 보면 이런 행운도 찾아오는 것이지. 하지만 너도 알겠지만 기의 양이 연습제자 중에서 가장 적다. 다시 말해 네 녀석이 꼴찌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단 것이다.”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욱더 노력하는 수밖에 없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