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104
104화 : [제34장] 흑천방 1
[제34장] 흑천방“오늘 밤 흑천방의 정탐 무사는 오지 않을 거예요.”
무림맹 조사단이 총단으로 돌아가고 백리풍마저 총관실로 돌아간 후 임설이 한 말이었다.
“그게 무슨 뜻이오?”
백리사초가 그다지 놀라지 않고 담담히 물었다.
임설이 말했다.
“무림맹 총단에 흑천방의 첩자가 있어 조금 전 이곳에서 조사단과 이야기했던 내용이 흑천방 쪽으로 넘어갈 거예요.”
“현무당의 보안이 그렇게 허술하다는 말이오?”
“허술하다기보다 흑천방이 지난 오 년간 무림맹 총단에 심어둔 간자들이 그만큼 넓게 포진되었다는 뜻이에요. 오늘 돌아간 조사단은 상부에 보고할 것이고, 그 과정에 관련된 내용이 흑천방 쪽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매우 커요. 오늘 장주께서 정탐 무사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것을 알게 되면 아무도 보내지 않을 게 분명해지지요.”
“그럼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오? 이대로 손 놓고 지켜만 봐야 한다는 말이오?”
“오늘 밤 장주님께서는 흑천방 비밀 거점이 있는 곳을 찾아내실 거예요.”
“그건 어째서요? 놈들이 정탐 무사도 보내지 않는데 어떻게 그곳을 안단 말이오?”
“놈들이 죽은 장로들의 시체를 비밀 거점으로 보낼 테니까요. 지금까지 혹시나 해서 무적방에 시체를 두었지만, 장로 신분인 그들을 언제까지 남의 방파에 둘 수는 없겠지요. 오늘 얻은 첩보로 그들은 우리가 흑천방 낙양성 비밀 거점을 모를뿐더러 장로들의 시체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판단할 거예요. 그렇다면 시체부터 옮기지 않겠어요? 오늘 밤이면 시신들을 옮기는 것이 마무리될 테니, 장주님께서 삼경 무렵 출발하시면 될 거예요.”
“내가 흑천방 장로들의 몸에 추적향이라도 뿌려두었다고 생각하는 것이오?”
“네. 꼭 추적향은 아니더라도 분명 추적할 방법이 있을 거예요.”
“하하하. 역시 임 소저시오. 대단한 추리력이고 놀라운 예지력이오. 임 소저의 추측 그대로요. 나는 무림맹 총단에서 흑천방의 비밀 거점을 찾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장로들의 시체에 나만이 알 수 있는 표시를 해두었소. 일종의 추적향이라 할 수 있는데, 사흘간은 그곳이 어디든 추적할 수 있소.”
“역시 그랬군요. 실례가 안 된다면 그 추적향의 이름을 알 수 있을까요?”
“만리추향(萬里追香)이라 하오. 최근에 내가 개발한 것인데 제법 효과가 뛰어나다오.”
“만리추향이면 만리가 떨어져도 추적이 가능하겠군요. 역시 장주님은 보통 분이 아니세요. 그보다 지난 오 년간 상상하기 힘든 성취를 이루셨군요. 처음에는 몰라뵈었지만, 저를 총군사로 임명하실 때 그제야 장주께서 백리사초 그분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지요.”
“하하하. 그렇소. 내가 바로 백리사초요. 오랜만이오. 임설 소저.”
“제 본명을 아는 분은 백리 공자뿐인데 역시 제 추측이 맞았군요.”
“그렇소. 사실 임 소저에게 협조를 구할 일이 많아 최대한 빨리 내 진정한 신분을 알려주고 싶었소. 일단 내 본얼굴부터 잠시 보여주겠소.”
백리사초가 우수로 얼굴을 한번 문지르자, 그의 본얼굴이 드러났다.
임설이 눈도 한번 깜박이지 않고 그 얼굴을 쳐다봤다.
곧바로 다시 황금공자의 얼굴로 돌아가자, 임설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지난 오 년간 백리 공자의 얼굴 역시 정말 멋지게 변했군요. 원래 이렇게 미남은 아닌 것 같았는데, 역시 수행의 결과인가요? 제가 보기에 만능공자의 얼굴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어요. 그럼 저 역시 제 본얼굴을 보여드리는 게 예의겠지요?”
임설이 백리사초와 마찬가지로 우수로 얼굴을 문지르자, 절세미녀의 얼굴이 드러났다.
역시 예상대로 임설은 임소소에 전혀 밀리지 않는 미색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지만 그녀의 체구까지 원래대로 돌아와 너무나도 날씬한 몸매를 드러냈다.
하지만 백리사초와 마찬가지로 금세 조금 전의 통통한 체구와 평범한 얼굴로 돌아갔다.
“하하하. 역시 성녀 혈통을 지닌 여인답소. 가히 천하제일미를 다툴 미색이오.”
“과찬이세요. 하지만 아무리 미인이라고 해도 백리 공자님 마음속에는 소소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그보다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저를 중용한 것을 보면 마교 세력을 휘하에 두실 생각인가요?”
“그렇소. 지금 무림은 최대의 위기에 처해있어 정사마를 가리지 않고 힘을 합쳐야 승산이 있소.”
백리사초가 말을 한 후 신선계와 흑반선회, 그리고 마계까지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대략 설명해줬다.
특히 신선계 서약의 돌이 거의 무력화되었음을 강조해 적들의 행동에 이제 그 어떤 제약도 사라졌음을 설명해줬다.
임설은 아직 그런 사실까지는 몰랐던 듯 백리사초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특히 백리사초가 황금장원에 있는 거지 여인이 바로 백화선자임을 알려주자 매우 놀라는 표정이었다.
“아, 거지 여인이 바로 수도자로 알려진 백화선자님이었을 줄이야.”
“그렇소. 내 어머님께도 부탁을 드렸지만 임 소저가 특히 신경을 써주시오. 그나저나 성녀비록을 찾아서 연마한 것이오?”
“네. 아버님께서 저에게 주신 유물을 통해 성녀비록을 찾을 수 있었어요. 최근에야 겨우 그 내용을 모두 연마할 수 있었지요.”
“잘된 일이오. 앞으로 많은 도움을 부탁드리겠소.”
“네. 백리 공자, 아니 장주님께서는 저에게 생명의 은인이 되시니 당연하지요. 부탁드려야 할 사람은 바로 저예요. 그리고 살아계셔서 정말 기뻐요.”
임설이 미소를 지었다.
백리사초 역시 미소를 지었다.
임설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적들의 능력이 워낙 뛰어나 그동안 막막했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믿을만한 실력자를 옆에 두게 되자,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삼경 무렵 만리추향을 따라가시면 아마도 시간이 대충 맞을 거예요. 혹시 모르니 저도 함께 갈까요?”
“좋소.”
* * *
삼경 무렵.
낙양성 변두리에 있는 폐장원 앞에 두 사람이 나타났다.
바로 백리사초와 임설이었다.
황금장원에서 이곳까지 경공을 펼쳐서 온 두 사람은 폐장원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근처 큰 나무 위에 올라가 장원 안을 살펴보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리추향이 난다는 건가요?”
“그렇소. 장원 지하에 흑천방 놈들이 숨어 있는 것 같소. 기감으로 볼 때 천여 명 정도 되는 것 같소.”
“천여 명이면 상당한 병력이군요. 하기야 저 역시 상당한 기파가 감지되긴 해요. 장주님처럼 대략적인 숫자는 모르겠지만 기파가 강해 놈들 대부분이 일류고수 이상일 것 같아요.”
“그렇소. 이곳이 흑천방 비밀 거점이 맞는다면 유사시 무림맹 총단을 공격할 병력일 가능성이 크오. 이 정도 병력이라면 최근이 아니라 최소한 일 년 전부터 준비해두었을 것 같소.”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천여 명의 일류고수들이 낙양 흑도 무리를 이끌고 무림맹 총단을 공격하면 그야말로 위험해질 거예요. 특히 이번에 화산 수복을 위해 대병력을 이동하면 남은 병력으로 총단을 방어하기가 더욱더 어려워지겠지요.”
“잘 보셨소. 아마도 이들은 그때를 노리기 위한 병력일 것이오. 물론 적들이 전면적으로 낙양 무림을 장악하려 할 때 내부에서 분란을 조장할 의도도 있을 것이오. 아무튼 하루빨리 제거해야 마음 놓고 화산 수복 작전을 거행할 수 있을 것이오.”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겉으로는 폐장원 안에 아무도 없어 보이는데, 무림맹 총단에 연락해 그쪽 병력과 함께 기습할 생각인가요?”
“임 소저 생각은 어떻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지금 무림맹 총단 안에 간자들이 너무 많아요. 믿을만한 무림맹 지휘부 고수들과 상의 후 곧바로 공격을 가한다면 몰라도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놈들이 거처를 다시 옮길 거예요. 그럴 바에는 지금 바로 공격을 가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나와 임 소저 둘이서 말이오?”
“아니에요. 장주님 혼자서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요?”
“나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 같소. 하지만 사실 처음부터 내가 놈들을 처리할 생각이었던 것은 맞소. 놈들을 그대로 두면 우리 황금장원부터 위험해질 테니까. 임 소저는 여기 있다가 혹여라도 장원 밖으로 빠져나오는 사람이 있으면 즉시 제거해주시오. 작전의 성격상 한 명도 도주해서는 안 되니까.”
“장원 주위에 폐쇄진을 쳐두고 들어가실 게 아닌가요?”
“하하하. 임 소저의 혜안을 속일 수 없구려. 하지만 아무리 진을 쳐둬도 간혹 빠져나가는 자가 있으니 하는 말이오.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니 임 소저의 능력 정도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오.”
“제 무공 실력을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는데······.”
“여기까지 오면서 보여준 경공만 봐도 대강 알 수 있었소. 지금 바로 장원 안으로 들어갈 테니, 여기서 기다리고 있다가 내 지시대로 놈들의 도주를 막으시오.”
“네. 조심하세요.”
* * *
임설에게 당부를 마친 백리사초는 나무 위에서 내려와 폐장원 앞으로 걸어갔다.
대문 앞까지 갔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철저히 폐가로 위장한 것 같았다. 하기야 나무 위에서 장원 안을 봤을 때도 움직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백리사초가 일단 장원 주위에 폐쇄진을 펼쳤다.
이 역시 그의 손에서 금빛 실선 같은 것이 뻗어 나와 장원 담벼락을 감싸는 것으로 끝이 났다.
백리사초가 대문을 열고 장원 안으로 들어갔다.
끼이익.
십여 채의 오랜 전각들과 정원이 보였다.
전각들은 당장에라도 무너질 것 같았고, 정원은 관리가 전혀 안 되어 있어 황폐했다.
백리사초가 정원 한쪽에 세워져 있는 석탑 앞으로 갔다.
순간 미세하지만 주위의 공기가 달라졌다.
이는 바로 석탑이 지하 광장으로 내려가는 출구를 여는 기관장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이유로 외부 침입자를 막기 위해 석탑 주위에 흑천방의 경계 무사들이 은신해있었다.
그들은 침입자가 석탑을 건드리지 않는 한 절대 공격을 가하지 말라는 상부의 명을 받은 상태였다.
흑천방이 이곳에 비밀 거점을 만들고 천여 명의 고수들을 잠복시켜둔 것은 그야말로 일급비밀이었다.
하지만 백리사초가 장력을 날려 석탑을 그대로 부숴버리자, 은신해있던 무사 십여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웬 놈이냐?”
흑천방 무사 중 한 명이 백리사초를 보고 소리쳤다.
흑천방 무사들은 모두 흑의를 입고 있었다. 모두 열두 명인 그들은 벌써 하나의 진을 형성한 채 백리사초를 포위하고 있었다.
“나는 황금공자라고 하오. 여기가 흑천방의 비밀 거점이오? 아니지. 비밀 거점은 지하에 있으니 그곳으로 들어가는 입구라고 해야 하나?”
“황금공자? 그럼 네놈이 구장로님과 십장로님을 죽인 놈이냐?”
“그렇소.”
“안 그래도 네놈이 장주로 있는 황금장원을 완전히 불태워버릴 생각이었다. 물론 장원 안에 있는 놈들은 모조리 죽이고 말이다. 한데 네놈이 스스로 이곳으로 오다니. 명을 스스로 재촉했구나.”
우두머리 무사가 말을 하며 정원 바닥 한 곳을 발로 세게 밟았다.
순간 위잉 하는 소리와 함께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드러났다.
동시에 호각소리와 휘파람 소리가 사방에서 터져 나오더니 급기야 지하 계단을 통해 무사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지하에 계속 무사들을 두는 것이 위험하다고 판단해 지상전을 가하려는 것 같았다.
백리사초는 여전히 태연했고 미동도 없었다.
바빠진 것은 흑천방 무사들이었다.
언제든 출전할 수 있도록 한 달 전부터 지하 광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그들이었다.
갑자기 지상으로 올라오라는 명령이 떨어지자, 최대한 빠른 속도로 나왔다.
“무슨 일인데 총소집령까지 발동한 것이냐? 무림맹 총단에서 이곳을 파악하고 병력을 보낸 것이냐?”
막 지하에서 올라온 흑의노인의 물음에 예의 우두머리 무사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구장로님과 십장로님을 죽인 황금공자 저놈이 직접 나타나 기관을 파괴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지금부터는 육장로께서 지휘하시지요.”
“저놈이 황금장주라고?”
육장로가 백리사초를 노려봤다.
옆에 있던 칠장로와 팔장로 역시 백리사초를 노려봤다.
그러는 동안 천여 명의 흑천방 무사들이 완전히 백리사초를 포위하고 말았다.
포위망은 무려 일곱 겹이었다.
육장로가 장원 담장 위에 금빛 띠 같은 것이 형성된 것을 보고 안색을 굳혔다.
“폐쇄진? 설마 네놈 혼자 우리를 상대하려는 것이냐?”
“그렇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