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119
119화 : [제39장] 영웅맹 1
[제39장] 영웅맹“날강도가 따로 없군요. 절대 장로 회의의 요구를 들어줘서는 안 됩니다.”
백리풍이 언성을 높였다.
밤늦게 황금장원 대청에서 열리고 있는 장원 회의는 사뭇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낮에 백리사초와 임설이 무림맹 총단에 다녀온 후 폭탄 같은 소식을 전했기 때문이었다.
갑작스러운 무림맹주의 암살 소식에 놀랐던 사람들이 그보다 더 놀랄 수밖에 없는 소식.
바로 무림맹의 황금장원 강제 인수 결정이었다.
백만 명도 거뜬하게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자랑하는 황금장원이라 그 일부를 빌려줘 삼천여 무림맹 무사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이미 며칠 동안이었지만 경험도 있었다.
식비 등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이제는 황금장원 사람들 대부분이 백리사초의 재력이 거의 무한대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데 장원 전체를 내놓고 기존에 있던 사람들 역시 모두 떠나라니 분노하는 게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백리사초는 아무 말도 없이 듣기만 하고 있었다.
황금장원으로 돌아온 후 임설이 장원 회의를 소집했고, 그 결과 백리풍과 백리혜, 정씨부인, 초덕, 초화영, 소씨부인까지 모두 참석했다.
물론 이번 사건에 제대로 된 발언권을 가진 사람은 백리사초와 임설, 백리풍 정도였다.
다른 사람은 정확한 사정을 몰라 눈치를 볼뿐이었다.
하지만 그들 역시 이대로 장원을 내주고 쫓겨나가는 것은 결사반대였다.
초덕이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
“장주님. 절대 저들의 요구를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무림맹이 이렇게 나올 줄 몰랐군요.”
“무림맹 지휘부 전체라기보다 장로 회의가 문제예요. 갑자기 전권을 쥐게 되니 우리 장원을 본보기로 기강을 잡으려는 것 같아요.”
백리혜까지 거들었다.
그녀 역시 분노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임설이 말했다.
“백리 소저 말씀이 맞아요. 장로 회의가 문제이지요. 다른 분, 특히 천기선생은 그나마 중재를 하려 하셨어요. 물론 장로 회의에 의해 의견이 묵살되었지만 말이에요. 아무래도 장주님께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임설의 말에 중인들의 시선이 모두 백리사초에게 쏠렸다.
하지만 내일 당장 삼천여 무사들을 이끌고 이곳으로 온다고 하는데 백리사초라고 해서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좋은 방법이 있었다면 이렇게 대책 회의를 열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백리사초가 담담히 말했다.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장로 회의가 억지를 부리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굳이 본 장원을 통째로 인수할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고, 뭔가 다른 의도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게 뭘까요? 혹시 장주님을 견제하려는 게 아닐까요?”
임설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사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그녀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소. 정확한 이유는 아마도 내일 내가 그들의 요구를 공식적으로 거절할 때 알 수 있을 것 같소.”
“그러니까 무림맹 장로들이 장주님이 거절할 것을 알고 무리한 요구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군요. 하기야 장주님께서 끝까지 거절하면 무력으로 우리를 쫓아내지 않고 다른 벌칙을 줄 수도 있을 거예요. 그게 뭔지 알아내는 것이 급선무인 것 같네요.”
“대강은 짐작하고 있소.”
“짐작하고 계신 게 뭔가요?”
“아마도 십중팔구 무림맹주 자리와 관련 있을 것이오. 예를 들어 이번에 내가 끝까지 거절하면 신임 맹주에 도전할 자격을 박탈한다든지 할 수도 있지 않겠소?”
“그렇네요. 하기야 장로들은 맹주 후임으로 내심 만능공자를 생각하고 있을 거예요. 앞으로 삼 년 동안 무극반선을 죽여 맹주님의 복수를 해줄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때는 영웅대회를 열어 무공으로 신임 맹주를 뽑게 되겠지요.”
“그렇소. 장로 회의가 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삼 년이니까.”
“네. 아무튼 삼 년 후 만능공자가 무림맹주 자리에 도전할 게 거의 확실하고, 그렇게 되면 지난번에 만능공자를 이긴 장주님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거예요. 그래서 미리 걸림돌을 제거하려는 것이지요. 만능공자와 가까운 사이인 상관 장로라면 그런 생각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거예요.”
“그게 사실이라면 매우 유감일 것이오. 맹주께서 돌아가신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그런 음모를 꾸미고 나를 견제하려 할 줄이야. 안 그래도 약해진 정파 무림이 이번 일로 분열되지나 않을지······.”
백리사초가 안색을 굳혔다.
안 그래도 적들의 신출귀몰함에 적잖이 당황하고 있던 그였다.
특히 갑작스러운 무림맹주의 암살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한데 내부적으로 이런 일까지 생기니 골치 아픈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장주로서 어떤 식으로든 결단을 내려야 했다.
“결정했습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장원을 통째로 무림맹에 내주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것은 무림을 위한 일도 아니고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상세한 대응은 내일 상황을 봐서 임기응변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알고 동요하지 말고 하던 대로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오늘 회의에 참석 못 하신 분들에게도 그렇게 전해주십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 * *
다음 날 아침 황금장원에 일단의 무리가 나타났다.
장원 대문 앞에 도열해 있는 그들은 다름 아닌 무림맹 총단 무사들이었다.
인원은 대략 백여 명 정도.
상관의가 예고한 삼천 병력은 아니지만, 선봉대 병력으로 본다면 만만치 않은 숫자였다.
무림맹 무사들을 이끌고 온 사람은 바로 상관의를 비롯한 십이장로였다.
“황금공자! 장원을 인수하러 왔소.”
상관의가 내공을 실어 소리쳤다.
목소리에 강력한 힘이 느껴지는 것이 최근 폐관 수련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소문이 사실인 것 같았다.
끼이익.
대문이 열리며 백리사초와 임설, 백리풍, 백리혜 네 사람이 나왔다.
이미 무림맹 무사들을 기다리고 있던 네 사람이었다.
예측은 예측일뿐이라 마지막으로 합리적인 협상을 시도할 생각도 당연히 있었다.
일단 삼천여 명의 무림맹 무사들을 모두 끌고 온 게 아니라 황금장원 사람들도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었다.
참고로 대문 앞에는 얼마 전 채용한 장원 호위무사 서른 명도 있었다.
이는 백리풍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무림맹 무사들이 함부로 장원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모두 대문 앞을 지키도록 했다.
하지만 무림맹과 황금장원 양측 모두 무력 충돌까지는 가지 않을 거로 예상하는 표정이었다.
“하하하. 황금공자. 예고대로 왔소. 원래는 모든 무사를 이끌고 오려 했으나, 그렇게 되면 우리가 정말로 협박으로 황금장원을 빼앗았다고 오해를 살 것 같아 백여 명만 데리고 왔소. 간밤에 결정은 내렸소?”
“제 생각은 어제와 다름없습니다. 장원 일부를 무림맹 무사들에게 내어드리겠습니다. 그게 아니라 장원을 통째로 내어주고 우리보고 나가라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이는 장원 회의를 통해 결정된 사항이기도 합니다. 사정이 그러하니 이제 진짜로 바라는 것을 말씀하시지요.”
“하하하. 우리가 공자께 뭘 바란다고 생각하는 것이오? 우리는 무림맹 규율에 따라 정당한 절차를 통해 황금장원을 인계받으려는 것이오. 기존의 장원 사람들을 모두 내보내려는 것은 보안 때문이라 어쩔 수 없소. 이번에 장원을 인수하면 그 주위에 새로운 절진을 펼칠 생각인데, 그 운용 방법이 외부에 누출되어서는 곤란하지 않겠소? 게다가 황금공자의 재력은 거의 무한대로 알고 있소. 이런 장원 정도는 얼마든지 새로 살 수 있을 텐데, 왜 이렇게 집착하는 것이오? 정말 실망이오. 마지막으로 묻겠소. 장원을 내줄 것이오? 아니면 계속 조건을 달아 거절할 것이오?”
“거절하겠습니다. 누구든 제 허락 없이는 단 한 명도 장원 안으로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백리사초가 말을 한 후 무형지기를 뿜어내 십이장로를 비롯한 무림맹 무사들을 옥죄었다.
순간 무림맹 무사들이 기운이 빠지면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이는 상관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광경은 어느새 몰려든 수백 명의 양민도 목격하고 있었다.
상관의의 안색이 굳어졌다.
설마 백리사초가 이런 식으로 자신들을 제압할 줄은 몰랐던 것 같았다.
무엇보다 백리사초의 무위가 상상 이상이었다.
‘역시 향후 만능공자님의 걸림돌이 될 게 확실하구나. 삼 년 후 만능공자께서 무림맹주로 취임하는 데 방해가 될 게 확실하다. 부득이 여기서 쐐기를 박아야겠군.’
상관의가 소리쳤다.
“황금공자! 이 무슨 짓이오? 무림맹 소속 화산파 연습제자로서 우리를 무형의 기운으로 공격하다니. 장원을 내주는 것도 거부한 데다가 이렇게 본맹 무사들에게 무력을 사용하다니, 그 죄를 묻지 않을 수 없게 되었소. 일단 무형지기를 거두시오.”
“그러지요.”
백리사초가 담담한 표정으로 무형지기를 거둬들였다.
무림맹 무사들이 그제야 운신이 자유로워진 것을 느끼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미 무력행사는 물 건너간 것과 다름없었다.
백리사초의 무위가 상상 이상이라는 것을 몸소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사실 상관의의 경우 상황에 따라 황금장원 무사들을 제압하고 장원을 장악할 생각까지 있었다.
하지만 그 또한 그런 생각은 접은 것 같았다.
“황금공자는 들으시오. 귀하는 무림맹의 결정을 정면을 거부했고 타당한 이유 없이 본 맹 무사들을 제압하려 했소. 이 모든 것은 반역에 해당하니 이 시간부터 맹에서 축출하겠소. 따라서 귀하가 영웅대회 우승으로 얻었던 모든 권한 역시 무효가 되었음을 선언하는 바이오. 예를 든다면 귀하는 향후 신임 맹주 선출대회에 참가할 권한을 영구히 잃게 되었소. 이의가 있소?”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의문이 생기는군요.”
“그게 무엇이오?”
“어제 공표된 장로 회의 결정 사항을 보면 누구든 맹주님을 살해한 무극반선을 제거하면 신임 무림맹주로 합의 추대하기로 했다던데, 그럼 제가 나중에 무극반선을 제거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건······.”
상관의가 안색을 굳혔다.
거기까지는 생각을 안 해본 것 같았다.
‘이놈이 자신이 무극반선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너무 오만하구나. 잘되었다. 잘만하면 무극반선의 손을 빌려 이놈을 제거할 수 있겠군.’
상관의가 비릿한 미소를 지은 후 말했다.
“맹주님 복수는 굳이 무림맹 소속이 아니어도 무방하오. 귀하 역시 비록 본맹에서 축출되었으나 무극반선을 제거하면 무림맹주로 추대될 것이오. 다만 삼 년 안에 복수가 이루어지지 못할 시 개최될 맹주 선출대회에는 무림맹 소속 고수만 출전자격이 부여될 것이오. 황금공자는 그때 자격을 얻지 못해 출전할 수 없소. 이는 우리 장로들의 일치된 의견으로, 설사 다시 무림맹 소속이 된다고 해도 맹주 선출 대회 참가 자격은 부여되지 않을 것이오. 다시 말해 비무를 통한 맹주 선출 시합에 황금공자는 그 자격을 영구적으로 박탈당했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오. 우리는 이제 그만 가보겠소.”
“이제 모든 것이 마무리된 겁니까?”
“그렇소. 원래는 황금공자를 반역죄로 체포해야 하나 화산파 정식무사도 아니고 연습제자에 불과해 이 정도로 그치는 것이오. 사실 이번에 선봉 부대에 편성되지만 않았어도 무림맹 소속이 아니라고 주장해볼 수 있었을 텐데, 그 점은 안타깝게 생각하오.”
“연습제자가 비록 정식 무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림맹 소속이 아닌 것은 아니지요. 게다가 저 같은 경우 선봉 부대에 편성되어 전투까지 치렀으니 무림맹 소속이 아니라고 주장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장로 회의의 결정에 따라 무림맹에서 나왔으니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다시 복귀할 일도 없을 겁니다. 다만 제가 화산파 연습제자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며, 연습제자 자격 박탈은 본파 장문인의 고유 권한이란 점도 확실히 했으면 합니다. 동의하십니까?”
“물론이오. 귀하의 본맹 축출은 개별적인 사항이라 화산파와는 무관하오. 그럼, 이제 진짜 가보겠소.”
“그 말씀은 이제 본 장원을 탐내지 않겠다는 겁니까?”
“그렇소. 이런 상황에서 어찌 우리가 황금장원을 일부라도 사용할 수 있겠소? 당연히 대체 장소를 물색할 것이며 다행히 한 곳에서 장소 제공 의사를 밝힌 바 있소.”
“혹시 그곳이 중원표국 총단이 아닙니까?”
“아니, 그걸 어떻게?”
상관의가 당황했다.
백리사초가 담담히 말했다.
“낙양성 안에 삼천 무림맹 무사들을 받아줄 여유 공간이 있는 곳이 많지는 않지요.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화합을 위해 이 정도로 그치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부터 우리 황금장원은 무림맹과 별개로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할 생각입니다. 이는 마교와 흑천방, 흑반선회, 마계 등 적의 세력이 너무나 강대해 그들을 막아내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이니, 무림맹에서도 오해가 없으셨으면 합니다. 그럼 잘 가십시오.”
“으음, 알겠소.”
상관의가 말을 한 후 다른 장로들과 무사들을 데리고 무림맹 총단으로 돌아갔다.
그들이 떠나자 임설이 백리사초에게 물었다.
“무림맹 무사들이 중원표국 총단으로 거처를 옮길 것은 어떻게 아셨지요?”
“독심술을 통해 상관 장로의 마음을 잠시 읽을 수 있었소. 그의 의도는 내 예상대로였으며, 굳이 무림맹 소속으로 남을 필요성도 적어져 그의 뜻대로 따라준 것이오.”
“그럼 무극반선을 제거한 후에는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정말 무림맹주가 되실 생각인가요?”
“저들이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 두겠소? 그 문제는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봐도 늦지 않을 것이오. 다만 중요한 것은 자리 욕심이 아니라 단합이오. 무림이 멸망할 위기에 처했는데 맹주 자리가 뭐 그렇게 중요하겠소? 하지만 기득권이란 것은 정말 질기고 고약한 것이라 앞으로도 무림인의 단합은 매우 험난할 것이오.”
“아무튼, 잘되었어요. 오히려 이번 기회에 본격적으로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아요. 무림맹 세력은 나중에 우리가 흡수할 수도 있으니까요. 한데 독자 세력화를 하려면 그 명칭이 있어야 할 텐데, 생각해두신 게 있나요?”
“으음, 그것까지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소. 으음, 이전의 영웅회를 본따 영웅맹(英雄盟)이 어떻겠소?”
“좋아요. 앞으로 무림은 영웅맹이란 이름으로 하나가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