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121
121화 : [제39장] 영웅맹 3
“한 걸음만 더 다가오면 이 계집을 죽이겠다!”
군림방주가 소녀의 목에 비수를 대며 소리쳤다.
그러면서 그는 눈앞에 담담히 서 있는 한 청년을 바라봤다.
어린 소년과 함께 나란히 서 있는 그는 바로 백리사초였다.
다짜고짜 소년을 앞세워 군림방 총단으로 쳐들어온 그는 실로 놀라운 무위를 보여줬다.
침입자를 향해 공격을 가한 군림방 무사 이백여 명의 심맥을 모두 끊어버린 것이다.
그것도 손짓 두세 번 만이었다.
어젯밤 평소 숙적관계였던 군자문 총단을 기습해 문주 부부를 비롯해 군자문 무사 백여 명을 몰살시켜 승리의 기쁨에 아직 취해있던 군림방 무사들이었다.
비록 군자문 소문주가 달아나 추적 중이었지만 곧 제거 소식이 들릴 것도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군림방주는 미색이 뛰어나 절세가인이라 해도 좋을 정도의 군자문주의 여식까지 첩으로 들일 계획이었다.
오늘 밤에 신방을 꾸밀 예정이었으나, 그 사이를 참지 못해 군림방주가 옥에 갇혀있던 군자문주의 여식을 자신의 방으로 끌고 오게 했다.
그렇게 군림방주가 욕심을 채우려던 찰나, 대문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곧바로 검을 들고 나가보니 어느새 수하들이 모조리 심맥이 끊겨 숨져 있지 않은가.
나름대로 절정고수 반열에 올랐다고 자부하고 있었던 그였지만, 백리사초의 압도적인 기세에 위축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때 마침 군자문주 여식이 방에서 뛰쳐나왔고, 그녀를 붙잡아 목에 비수를 대고 백리사초를 위협한 것이었다.
참고로 군림방주에게 붙잡혀 있는 소녀의 이름은 엽령아(葉玲亞)라고 했다.
백리사초에게 이미 구함을 받아 지금 옆에 있는 소년은 엽정(葉正)이라 했으며, 엽령아보다 네 살이 적은 열세 살이었다.
원래 군자문은 유림 계통 문파로 군자문을 처음 세운 사람 역시 선비였다고 전해졌다.
제자 수는 백여 명에 불과했지만 이백 년가량이나 되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문파였다.
하지만 무림맹에 소속되지는 않았다. 이는 대외적으로는 중도를 표방해 불필요한 싸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인근에 있어 같은 세력권이라 할 수 있는 군림방이 문제였다.
군림방에서 늘 시비를 걸어왔고 그동안 크고 작은 싸움 역시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군자문은 싸움의 확대를 우려해 어느 정도 선에서 타협을 해왔다.
비록 무림문파의 한 곳이긴 하나 문파 명에서도 볼 수 있듯이 조용히 지내고 싶어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젯밤 군림방이 전격적인 기습을 가해왔다.
얼마 전 무림맹 총단이 초토화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한때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흑천방 고수들이 은밀히 다시 낙양으로 잠입해 흑도들을 재장악했다. 흑도십방 역시 흑천방 휘하로 들어가고 말았다.
흑천방은 곧바로 각 흑도방파들에게 지시를 내렸는데, 군림방에 하달된 명이 바로 군자문 제거였다.
군림방주는 흔쾌히 명을 수행했다.
명령 하달과 함께 무사들의 내공을 이십 년씩 올려주는 단약까지 받았기 때문이었다.
무사들의 내공이 상승하였기 때문일까.
군림방은 어젯밤 큰 피해 없이 군자문을 멸문시킬 수 있었다.
한데 채 하루도 되지 않아 백리사초에 의해 군림방 역시 방주인 자신 외에 모두 죽고 만 것이었다.
“귀가 먹었느냐? 왜 대답이 없느냐? 이 계집을 살리고 싶으면 스스로 혈도를 찍어라. 그 전에 네놈은 누구냐?”
“엽 소저를 놓아주시오. 그러면 오늘 하루는 살려주겠소.”
“그, 그게 정말이냐?”
군림방주가 눈을 빛냈다.
느닷없이 사신(死神)을 만났지만, 이곳을 빠져나가면 그에게도 살길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군림방을 포함한 낙양 흑도십방은 서로 결맹을 맺었다. 그래서 한곳이 공격받으면 다른 문파들이 힘을 합쳐 도와주게 되어 있었다.
마침 다른 흑도방파 한 곳에서 흑도십방 방주들의 회합이 열리고 있기도 했다.
원래 그도 참여해야 했으나 엽령아의 미색이 워낙 뛰어나 욕심을 채우기 위해 가지 않았다.
지금에서야 회합에 바로 가지 않은 것이 후회막급이지만 백리사초의 말을 들어보니 기회가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곧바로 제의를 수락하는 것도 뭐해 백리사초의 신분을 다시 물었다.
“네놈은 누구냐? 신분과 이름이라도 알아야 나중에 복수할 것이 아니냐?”
“나는 황금공자라고 하오.”
“앗! 그러면 네가 지난번 연습제자 영웅대회 때 만능공자를 이긴 황금공자란 말이냐?”
“그렇소. 그뿐만 아니라 흑천방의 장로들도 내 손에 죽은 바 있소. 그 사실을 아직 몰랐소?”
“알고 있다. 좋다. 계집을 풀어주겠다. 명성이 있는 놈이니 약속을 지키리라 믿는다.”
군림방주가 엽령아의 목에서 비수를 거둔 후 천천히 대문 쪽으로 걸어갔다.
“누나!”
엽정이 엽령아를 향해 달려갔다.
“정아!”
엽령아 역시 눈물을 흘리며 동생을 안았다.
군림방주는 애써 침착을 유지하며 대문을 통해 나가려다가 살짝 고개를 돌렸다.
백리사초의 등이 보였다.
군림방주가 내심 갈등했다.
‘수하들을 모두 잃고 이대로 나가면 흑천방에서도 나를 신뢰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불명예로 재기조차 어려울 것이다. 차라리 모험을 하자. 놈이 나를 너무나 우습게 보고 빈틈을 보였으니 천재일우의 기회가 아닌가. 오히려 공격에 성공해 놈을 제거하면 앞으로 낙양 무림에서 큰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수하들이야 다시 모으면 되는 것이고. 후후후!’
군림방주가 내공을 끌어올린 후 비수를 던졌다.
바로 백리사초의 등을 향해서였다.
그 모습을 엽령아가 발견하고 소리쳤다.
“공자님. 조심하세요!”
비록 무공을 익히지는 않았으나 어려서부터 학문을 닦아 총명하기 그지없는 그녀였다.
다만 집밖에 거의 나가지 않아 그녀의 총명과 미모가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녀의 다급한 목소리는 마치 내공이 실린 듯 호소력이 있었다. 백리사초의 귀에 바로 전달이 되었다.
하지만 절정고수인 군림방주가 날린 비수의 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백리사초의 가공할 무공 수위를 보고 전력을 다했기 때문이었다.
하기야 이번 공격에 그의 인생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백리사초는 비수가 그의 뒷목에 닿기 직전까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군림방주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비수가 백리사초의 목에 닿는 순간.
한 사람이 쓰러졌다.
바로 군림방주였다.
그의 목에는 자신이 날린 비수가 꽂혀 있었다.
바로 절명한 것은 물론이었다.
백리사초가 뒤를 돌아보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저자를 이용해 놈들을 황금장원으로 유인하려 했는데 스스로 무덤을 파다니.’
백리사초가 다시 신형을 돌려 우수를 내밀었다.
순간 엽씨 남매가 허공에 뜬 채 백리사초에게 날아왔다.
“일단 황금장원으로 갑시다.”
백리사초가 말을 한 바로 그 순간.
주위에 금빛이 은은하게 일어나더니 세 사람 모두 사라졌다.
스스슷.
* * *
“장주님. 엽씨 남매에게 방을 내주고 편히 쉬게 했습니다.”
백리풍의 보고에 백리사초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사정이 있어 신분을 숨기고 있다고 해도 부친에게 보고를 받는 자체가 아직 어색하고 무안했다.
하지만 당분간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안 그래도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백리사초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적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을 게 뻔했다.
“고생하셨습니다. 낙양 흑도들의 동태는 어떠합니까?”
백리사초가 말을 한 후 백리풍과 함께 장원 회의에 참석한 임설을 쳐다봤다.
“정탐 무사들의 보고에 의하면 역시 우려대로 흑천방이 다시 낙양 흑도들을 장악한 것이 틀림없는 것 같아요. 병력 규모는 이번에도 천여 명으로, 아무래도 얼마 전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모집했다던 낭인무사 부대인 것 같습니다.”
“흑천방 놈들은 지금 어디에 있소?”
“낙양 흑도십방의 우두머리 격인 대살방(大殺幇) 총단 안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놈들의 거점을 그렇게 쉽게 알아낸 것이오?”
“네.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놈들이 공개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무림맹 총단이 사실상 무력화된 이유가 가장 큰 것 같으며, 실제 무림맹 총단에서는 아무런 대응도 못 하고 있습니다.”
“으음, 하기야 무림맹 총단 무사들은 내일이 무극반선이 경고한 마지막 날이라 지금 잔뜩 긴장해 있을 것이오. 적어도 내일까지는 흑천방과 흑도들에 대해서까지 신경쓰기 힘들 것이오. 무림맹 무사들이 머물고 있는 중원표국 총단의 경계 수준은 어떻소?”
“직접 가봤는데 역시 명성대로 달마진의 위력이 대단했습니다. 저 역시 안으로 진입을 시도했다면 실패했을 것 같아요.”
“우리 장원에 쳐둔 황금진과 비교하면 어떠했소?”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였어요. 다만 그것은 외부적으로 봤을 때의 느낌이었고, 실제 공격을 받았을 때의 방어력은 아마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결론적으로 장주님께서 쳐둔 황금진이 더 견고하다는 뜻입니다.”
“하하하. 고맙소. 사실 황금진은 지금 기본 위력만 발동 중이오. 강한 공격이 있게 되면 진의 위력 또한 그것에 맞게 강해지는 특징이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오.”
백리사초의 말에 임설은 물론이고 백리풍 역시 표정이 밝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백리사초가 낙양 흑도십방 중 한 곳인 군림방을 초토화함에 따라 흑도들의 총공격이 예상되기 때문이었다.
“그건 그렇고 낭인무사 이백오십 명 고용 건은 어떻게 되었소? 아까 낮에 임 소저가 직접 낭인 시장에 가본다고 하지 않았소?”
“그게······ 가보긴 했지만, 낭인 시장에 낭인무사들이 한 명도 없었어요.”
“그게 무슨 소리요? 낭인무사들이 한 명도 없다니? 낭인 시장에 최소한 백여 명은 항상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무슨 사정이라도 있는 것이오?”
“중개상에게 물어보니 낭인무사 수요가 너무 많아져 무사들이 나오기가 무섭게 데려간다고 하더군요. 아무래도 무림맹 총단이 초토화되어 구만여 무사들이 녹아내린 것이 큰 것 같아요. 본산 방어를 위해서 각 문파 대부분이 낭인무사를 고용하는데 자금을 풀고 있어, 이제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무사들 고용이 쉽지 않게 되었어요. 어제까지만 해도 낭인무사들이 제법 있었는데 하루아침에 이렇게 되어 저도 놀랐어요. 이미 낙양 낭인 시장은 한 달 치 거래까지 이미 예약이 되어 있다고 하니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 같아요.”
“다른 방법이라면 영웅맹 창단식을 하루빨리 거행하는 것 말이오?”
“네. 마침 이번에 중도문파를 표방하는 군자문의 문주 자제들을 장주께서 구해주셨으니, 중도 성향의 군소방파들을 영웅맹의 깃발 아래 모이게 할 수도 있을 거예요. 일단 군자문의 경우 비록 문도가 엽씨 남매 두 사람뿐이지만 우리 영웅맹에 가입하기로 했습니다.”
“오! 군자문이 본 장원을 제외하고 첫 가입 문파가 되었구려.”
“아까 이야기를 들어보니 외부 파견 무사가 십여 명이 있어, 그들로 하여금 낙양으로 복귀해 본 장원에 오라고 연락했다더군요. 게다가 낙양 중도문파 연합에도 연락을 취해 적극적으로 영웅맹 가입을 권유하고 있다고 하니 소기의 성과가 있을 것 같아요.”
“으음,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엽씨 남매가 큰 역할을 해주는구려.”
“네. 엽씨 남매, 특히 누나인 엽령아 소저의 경우 이야기를 나눠보니 나이에 비해 학식도 풍부하고 총명하더라고요. 나중에 우리 영웅맹에서 군사부 소속으로 활동시켜도 될 것 같아요.”
“좋소. 그 문제는 창단식 이후 다시 의논하도록 합시다. 무림맹 총단 무사들 소식은 또 없소?”
“네. 별다른 것은 없고 중원표국주 차한이 표국 총단에 무림맹 무사들이 거처할 장소를 마련해준 이유를 알아냈어요.”
“그게 뭐요? 사실 표국 일이 많아 그렇게 여유 공간이 없다고 들었는데······.”
“중원표국주가 자신의 딸인 차 소저를 만능공자와 맺어주려나 봐요.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런 소문이 돌고 있어요.”
“으음, 하기야 만능공자는 차기 무림맹주 후보 일 순위라 할 수 있으니 그럴 만도 할 것이오. 차 국주 그분이 황보세가와 사돈을 맺으려고 할 때부터 알아봤소.”
“그래도 너무한 것 같아요.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장주님을 내심 사윗감으로 생각하던 것 같던데, 이렇게 갑작스레 마음을 바꾸다니.”
“임 소저는 내가 차 국주님의 사위가 되었으면 했소?”
“아니에요. 절대······.”
임설이 얼굴을 조금 붉혔다.
백리풍이 말했다.
“일단 지금 중요한 것은 내일 무림맹 총단 무사들의 움직임입니다. 과연 무극반선 그자가 예고한 대로 나타나 무림맹 총단 무사들을 몰살시킬 것인지 걱정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장주님께서는 대책이 있으십니까?”
“안 그래도 제가 직접 가보려 합니다. 잠입을 한 후 최대한 조용히 상황을 지켜볼 생각이니, 그렇게 알고 제가 없어도 장원을 잘 관리해주십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