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143
143화 : [제46장] 신선지옥진 3
신선지옥진의 마지막 관문은 흑반선들이었다.
진을 빠져나가게 되면 흑반선들을 만나게 되리라 생각했던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였다.
“진이 뚫리면 신선계 어느 곳에 떨어지게 될지 놈들도 예상이 잘 안 되기 때문에 직접 흑반선들을 보낸 것 같아요.”
백화선자가 안색을 굳히며 말했다.
백리사초 역시 굳은 안색으로 정면을 바라봤다.
천여 명의 흑반선들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백 명도 아니고 무려 천여 명이었다.
지금까지 대적해보지 않는 강적을 만난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흑반선들은 개개인의 도력이 천차만별이고 기본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어 상대하기가 절대 쉽지 않았다.
한데 그런 흑반선들이 천여 명이나 나타나자 백리사초와 백화선자가 긴장하는 것은 당연했다.
“아무래도 마교 진영에 합류했었다는 그 흑반선들인 것 같아요. 일이 있어 신선계로 복귀했다가 흑반선회주의 명으로 우리를 상대하기 위해 진 속으로 투입된 것 같아요.”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일이백 정도면 어떻게 해볼 수 있겠지만, 천여 명은 솔직히 무리예요. 제 생각에는 마지막 관문이니 기회를 봐서 진 밖으로 나가는 것이 좋겠어요.”
“그래도 관문인데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놈들을 모두 제거해야 진이 파훼될 것 같은데······.”
“통로를 찾아야지요. 신선지옥진의 경우 마지막 관문에 생로가 있다고 알고 있어요. 전투가 벌어지는 도중 기파가 약해지는 곳이 있으면 그곳을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일말의 가능성이 있을 거예요.”
백화선자가 말을 한 바로 그때.
흑반선들이 십여 장 앞까지 다가왔다.
천여 명의 흑반선들이라 그런지 그 기세가 대단했다.
흑반선들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흑의노인이 말했다.
“최종 관문까지 오다니 실로 놀랍구나. 역시 회주께서 네놈들을 제거하라는 명을 내리신 이유가 있었군.”
“귀하는 뉘시오?”
“나는 흑반선회 장로 흑야반선(黑夜半仙)이라고 한다.”
「상급 흑반선이에요.」
백화선자가 화들짝 놀라며 급히 백리사초에게 전음을 보냈다.
그도 그럴 것이 상급 흑반선은 흑반선회에서 장로급 이상의 고수들이기 때문이었다.
그들 개개인의 능력은 흑반선회주와 비슷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상대적인 구별을 위해 흑반선회주를 최상급 흑반선으로 분류하긴 하지만, 그 실력 차이는 미미하다는 게 정설이었다.
「저자의 도력이 유령반선과 비교하면 어떤 정도입니까?」
「유령반선은 아직 중급도 안되니 천 명이 와도 당해내지 못할 거예요. 흑반선회 장로들은 하나같이 차기 회주 후보들로 평소에는 좀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요. 그 점은 신비의 반선들인 은둔반선들과 흡사한데, 아무튼 저자 혼자서 우리 두 사람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예요. 정면 승부는 너무나 위험해요.」
「그래도 지금 생로를 발견한 것도 아니니 일단 부딪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기가 생긴 것일까.
백리사초가 주눅 들지 않고 흑야반선을 쳐다봤다.
아닌 게 아니라 악마새의 뱃속에 들어가 내단을 복용한 후 알 수 없는 힘이 온몸에 넘쳐흐르고 있었다.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안다. 게다가 진 속이라 당장 피할 곳도 없지 않은가.’
백리사초가 어깨를 펴고 당당히 서 있자, 흑야반선이 껄껄 웃었다.
“하하하. 맹랑한 녀석이로다. 운이 좋아 도력이 조금 높아졌다고 오만하기 짝이 없구나. 아무래도 그 실력을 조금 봐야겠군.”
흑야반선이 눈짓하자, 옆에 서 있던 노인 세 명이 앞으로 나왔다.
“부르셨습니까?”
“저놈을 시험해봐라. 죽여도 좋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장로님.”
흑반선 세 명이 고개를 숙인 후 백리사초를 향해 다가갔다.
“애송아. 우리 세 명의 합공을 막아보겠느냐?”
“좋소.”
백리사초가 무명검을 빼 들고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왔다.
“가소로운 놈!”
흑반선 세 명이 품자 형으로 백리사초를 포위하더니 일제히 장력을 날렸다.
쏴아아.
단순해 보이지만 강한 장력이었다.
무림인이 날리는 장력과의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그 압박감이라고나 할까.
합공을 가한 흑반선들을 쉽게 봤던 백리사초가 안색을 굳혔다.
‘보통 흑반선들이 아니다. 준 장로급은 되는 것 같구나.’
백리사초가 무명검을 수평으로 휘둘러 장력을 막았다.
꽈아앙.
폭음과 함께 흑반선들이 품자 형 그대로 뒤로 십여 장 물러났다가 다시 돌진해왔다.
놀랍게도 백리사초의 공격을 어느 정도 막아낸 것이었다.
악마새 뱃속에서 내단을 복용한 후 다시 한번 공력의 극치를 느꼈던 백리사초로서는 의외의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우리 호법들의 합공을 막아내고 오히려 물러나게 하다니. 대단하구나.”
세 명의 흑반선 중 한 명이 소리치며 허리에 찬 검을 뽑아 던졌다.
동시에 나머지 흑반선들 역시 검을 던졌다. 세 자루의 검이 역시 품자 형을 이루며 무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쐐애액. 쐐액.
백리사초가 경시하지 않고 무명검을 수직으로 세운 채 빠르게 회전했다.
순간 검기방패가 생기며 검들을 퉁겨냈다.
하지만 흑반선들이 날린 세 자루의 검은 마치 살아있는 듯 쉽게 물러나지 않고 계속 검기방패를 찔러대는 것이 아닌가.
파파파파!
콩 볶는 소리와 함께 검들이 무섭게 검기방패를 공격했다.
이대로라면 검기방패에 구멍이 뚫리거나 파괴될 것 같았다.
백리사초가 신형을 솟구쳐 무명비수를 날린 것은 바로 그 직후였다.
휘익.
파공성을 일으키며 날아간 무명비수가 흑반선 중 한 명의 목을 꿰뚫었다.
“크윽!”
흑반선이 비명과 쓰러져 즉사하자, 나머지 두 흑반선들이 매우 당황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의 합공은 반드시 세 사람이 있어야 그 위력이 극대화되기 때문이었다.
“이런!”
“앗!”
흑반선들이 당황할 때 무명비수가 다시 돌아와 두 흑반선의 목을 차례로 뚫어버린 후 백리사초의 수중으로 돌아갔다.
“켁!”
“크윽!”
설명은 길었지만, 매우 짧은 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흑반선회 호법 세 명이 죽임을 당하자, 총 지휘자인 흑야반선이 안색을 굳혔다.
하지만 그에게는 아직 천여 명의 흑반선들이 있었다.
“황금공자. 네놈이 정말 대단하구나. 하지만 이제는 막아내기 힘들 것이다.”
흑야반선이 눈짓하자, 흑반선 삼백여 명이 앞으로 나왔다.
그들은 원형 대열로 있었는데 붉은 기운을 뿜어내자 서로 연결되어 거대한 고리를 형성했다.
백화선자가 소리쳤다.
“조심하세요. 반선고리진법이에요!”
순간 백리사초가 흠칫했다.
그 역시 무명노승으로부터 이 진법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요컨대 반선고리진법은 고리 형태의 진으로 진의 구성원들의 내공을 한 사람이 모두 모아 공격을 가하는 특수진이었다.
이 진을 펼치게 되면 고리 형태의 보호 띠 같은 것이 형성되는데, 이는 강력한 방어막을 형성해 적의 공격으로부터 진의 구성원들을 지켜줄 수 있었다.
또한 이렇게 합쳐진 내공 역시 원래 위력의 열 배 이상의 위력을 지니게 되어 그 공격력은 가히 산 하나를 허물 정도였다.
한 가지 단점은 한번 공격을 하게 되면 하루가 지나야 다시 펼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공격을 받은 상대는 십중팔구 사망할 것이기 때문에 큰 단점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백리사초가 내력을 일으켜 매화천하 초식을 펼쳤다.
강한 공격에 강한 공격으로 맞선 것이었다.
하기야 이번에는 내공이 정상, 아니 이전보다 더 강해져 제대로 된 초식을 펼칠 수 있었다.
반선고리진법에서 거대한 빛기둥 하나가 뻗어 나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검붉은 빛이었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되었다.
꽈아아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신선지옥진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먼지구름이 걷힌 후 드러난 광경은 실로 놀라웠다.
반선고리진법에 참여한 삼백여 흑반선들이 모두 주저앉아 가부좌하며 운공요상에 들어가 있었다.
고리 방어막이 그들의 목숨을 지켜준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반선고리진법은 파훼된 상태.
당분간 공격력을 상실한 것은 분명해 보였다.
반면 백리사초는 원래 있던 자리에서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하지만 안색이 창백했고 입가에 가느다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가볍지 않은 내상을 입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악마새 뱃속에서 내단을 복용하지 않았다면 이번 대결에서 몸이 천 갈래 이상 찢겨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내상이 깊어 지금 상태로는 더 싸우기 힘들 것 같군.’
백리사초가 목구멍까지 올라온 핏물을 삼켰다.
백화선자가 그런 그의 모습을 우려 섞인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전음을 날렸다.
「괜찮으세요?」
「내상이 깊어 흑야반선이라는 저자를 상대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럼 바로 진의 생로를 찾아볼게요. 다행히 조금 전 진의 균열이 일어났고 제게 사부님께 받은 투시진경(透視陣鏡)이 있으니 좀 더 수월할 거예요.」
「네. 찾게 되면 말씀해주십시오.」
백리사초가 전음을 보낸 후 흑야반선을 쳐다봤다.
다섯 걸음 앞으로 나온 흑야반선은 백리사초를 쳐다보고 있었다.
“대단하구나. 회주께서 반드시 제거해야 할 무림인이 세 명 있다고 하셨는데, 그중 한 명이 바로 너였다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
“나머지 두 명은 누구요?”
“청옥자와 백리사초.”
“그렇구려.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오?”
“당연히 너와 나의 일대일 대결이다. 반선고리진법을 이겨내는 것은 우리 흑반선회 장로가 되는 일차 조건이니까, 이제 너도 나의 상대로 인정해주마.”
“고맙소. 하지만 불공평하구려.”
“무엇이?”
“짐작하고 있겠지만 나는 내상이 깊소. 이 상태로 그대와 겨루는 것이 공정하다고 생각하오?”
“적을 상대하는데 무슨 공정을 따진단 말이냐?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보려는 것은 알겠는데, 이제 그만 지옥으로 보내주마.”
흑야반선이 우수를 천천히 들었다.
그의 손이 붉은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순간 손이 점점 커지며 사방을 뒤덮었다.
수백 배 이상 커진 손바닥에서 혈장인(血掌印)이 생겨나 백리사초와 백화선자를 덮쳤다.
백화선자까지 공격 범위에 포함한 것은 그녀가 백리사초와 합공을 가할 태세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손에는 한 자루 검이 들려있었다. 예비적으로 허리에 차고 있던 연검이었다.
백화선자가 백리사초를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는 진을 빠져나갈 생로를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하기야 조금 전까지 감지되었던 진의 균열이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아무래도 진 밖에 있는 흑반선회주가 보강을 한 것 같았다.
따라서 이제는 좋든 싫든 최후의 방법으로 백리사초와 백화선자 두 사람이 합공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두 사람 모두 잠력까지 폭발시켰다.
하지만 흑야반선은 침착한 표정이었다.
그는 무심히 혈장인을 더욱 밀어냈다.
백리사초는 매화천하 초식을 다시 한번 펼쳤다.
백화선자 역시 검에 내력을 모두 담아 힘껏 뻗었다.
꽈아아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거대한 먼지구름이 일었다.
얼마 후 드러난 광경은 실로 의외였다.
먼저 흑야반선은 멀쩡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방에 쓰러져 있어야 할 백리사초와 백화선자 두 사람이 사라진 상태였다.
“미꾸라지 같은 놈들! 그 짧은 순간 진의 생로를 발견하고 도주를 하다니! 진을 해체할 것이니, 모두 추적하시오!”
“네. 장로님.”
흑반선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그러는 동안 신선지옥진은 사라졌고, 주위는 온통 숲과 계곡, 봉우리였다.
가히 절경이라 할 수 있는 이곳은 바로 신선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