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148
148화 : [제48장] 서약사자 2
백리사초가 석관 뚜껑에 새겨진 글자를 한참이나 바라본 후 나머지 석관들 역시 먼지를 걷어냈다.
만여 개가 넘어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내공을 사용했기 때문에 금세 표면이 드러났다.
그리고 확인할 수 있었다.
‘서약사자’라는 글자가 관뚜껑에 모두 새겨져 있다는 것을.
한편 중간중간 뚜껑을 열기 위해 몇 번 다시 시도를 해봤지만 여전히 관은 열리지 않았다.
‘으음, 서약사자들이 관에 모두 들어가 있는 것 같은데 지금으로서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구나.’
백리사초가 지하광장 전체를 천천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일단 출구부터 확보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금 전 확인해본 결과 이곳에서 바깥으로 나가는 이동대법이 불가능했다.
동굴 석실과 지하광장에 있는 특수한 기류 때문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이곳에서 빠져나가지 못할 수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백리사초는 다행히 샘터와 식량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이끼를 찾을 수 있었다.
그것들은 지하광장을 둘러싼 석벽에 나 있는 한 동굴 안에서 발견되었다.
마침 목이 말랐던 백리사초는 물을 양껏 마셨고, 이끼 역시 조금 뜯어 먹어봤다.
물은 시원하고 맛있었다.
이끼 또한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불렀으며 내공을 증가시키는 효능까지 있어서 금상첨화였다.
지하광장 역시 매우 넓어 만여 개의 관들 외에도 무공을 연마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있었다.
시간만 여유가 있다면 폐관 수련을 할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부족한 것이 없었다.
무엇보다 지하광장 곳곳에 영기가 가득해 수련의 효과도 배가 될 것 같았다.
이러한 점은 불회곡과 비슷했다. 아니 어찌 보면 불회곡보다 더 효과적일 것 같았다.
‘시간만 많으면 이곳에서 지성자를 목표로 한 삼 년간 폐관 수련을 하고 싶구나. 하지만 지금 상황이 그러지를 못하니 어서 출구를 찾아야 한다. 지금쯤이면 내가 없어진 것을 백화선자를 비롯해 백반선들이 알아차렸을 것이다.’
백리사초가 안색을 굳혔다.
등선봉 동굴 입구에 보호진을 쳐두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사라지게 해두었기에, 그가 나타나지 않으면 백화선자가 먼저 와볼 가능성이 컸다.
‘서둘러야겠군. 흑반선들이 등선봉을 재침공할 수도 있으니까.’
백리사초가 경공을 펼쳐가며 지하광장 곳곳을 세밀하게 살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출구는 없었다.
이렇게 되자 백리사초 또한 낙담할 수밖에 없었다.
‘단순한 방식으로 출구를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 같다. 서약사자들이 이곳에 있는 것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어쩌면 출구 자체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동대법뿐인데 이곳의 특수 기류를 이겨내는 방법을 찾는 게 더 빠르겠구나.’
백리사초가 가부좌하고 앉아 또다시 깊은 묵상에 들어갔다.
지혜를 얻기 위해서로 시간이 하염없이 흘러갔다.
* * *
‘벌써 이곳에 들어온 지도 사흘이 지났구나.’
지하광장 정중앙에 있던 바위 위에 앉아 묵상에 감겨 있던 백리사초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지난 사흘간 갖은 궁리를 해봤지만, 이곳에서 탈출할 어떤 방법도 찾아내지 못했다.
할 수 없이 이동대법을 여러 번 시도했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그래서일까.
사흘이 지난 지금 그는 반쯤 포기한 마음이었다.
물론 이곳을 빠져가려는 시도를 그만둔다는 것이 아니라 계속 출구를 찾으면서 뭔가 소득 있는 일을 하려는 마음을 굳힌 것이다.
그 소득 있는 일이란 바로 무공 연마였다.
사실 지난 오 년간 불회곡에서 수련을 했지만 그 정리가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특히 백리사초의 경우 익힌 무공이 워낙 많아 정리가 꼭 필요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한 달 정도 기한을 정해 마음껏 무공을 정리하도록 하자. 이미 사흘이 지나 백반선회 측에서도 어떤 결론이 났을 것이다. 아니면 이미 흑반선회와 전면전을 벌였을 수도 있겠군.’
백리사초가 신선계 상황을 생각하며 눈을 빛냈다.
처음에는 자신이 없어 백반선회가 어려움에 부닥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컸지만,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어떤 단체에도 소속되지 않은 수도자 중에는 백반선회 성향 수도자가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분들 중 몇 분은 대세에 변화를 가져오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은둔반선회 쪽에서 결단을 내려 백반선회와 동맹을 맺었을 수도 있고.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 역시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지. 앞으로 하루의 반은 출구를 찾고 나머지 반은 무공 연마에 열중하자. 그러다 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백리사초가 결심을 굳히고 무공 연마에 열중했다.
특히 이동대법에 집중했다. 이동대법은 원래 신선술로 분류되지만 이형환위와 같은 무공으로도 볼 수 있었다. 단순히 지하광장에 있는 특수 기류를 이겨내는 것에 나아가 더욱더 높은 이동대법의 경지에 도달하려 했다.
그러는 과정에 백리사초는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극성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생각한 이동대법에 한계가 없다는 것을.
정말로 이동대법을 완성했다면 특수 기류같이 이동을 막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사실 이는 비단 이동대법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나머지 무공들, 특히 완벽하게 익혔다고 생각했던 것들도 가만히 생각하면 더 높은 경지가 있었다.
백리사초는 그 이유를 지성자에서 찾았다.
‘그래. 지성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모든 무공이 완벽할 수 없다. 근본이 서지 않았는데 어찌 길이 생기겠는가. 처음부터 다시 쌓아보자.’
백리사초가 바위에 다시 가부좌하고 앉아 깊은 묵상에 들어갔다.
근본을 생각하니 어쩐지 마음이 한결 더 가벼워졌다.
백리사초는 거기에 더해 어떻게든 마음을 비우려 노력했다.
완전히 비워야 다시 채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는 도중 한 가지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그래, 내게 지금 부족한 것은 신선술이다. 짧은 시간에 많은 신선술을 배웠지만 무공만큼 열중하지 못했지. 흑반선회와 마계를 상대하려면 좀 더 깊은 이해를 필요로 하는 신선술이 필요할 듯하구나.’
백리사초가 지금까지 배운 여러 신선술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역시 뭔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백화선자가 준 신선비급은 기초 신선술이 대부분이었고, 무명노승으로부터 배운 신선술은 중급 이상이긴 했으나 아직 그 이해를 다 하지 못한 것이 많았다.
따라서 어떻게 보면 불회곡에서 배운 신선술을 계속 연마하면 되는 문제이긴 했으나, 백리사초로서는 좀 더 많은 신선술을 접해 그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하는 바람이 있었다.
왜냐하면 무공도 마찬가지지만 여러 신선술을 접해보면서 신선술 자체의 이해를 더욱더 깊게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 역시 근본의 문제로서 신선술의 역사와도 관련이 있었다.
‘사부님도 말씀하셨지만 나 같이 신선술을 배운지 얼마 안 되는 사람은 고대 신선술이 제격인데, 아쉽구나.’
백리사초가 안타까워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고대 신선술은 기본에 충실해 그 설명이 자세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기본에 대한 설명이 생략되고 신선술의 위력, 즉 결과가 강조되었다.
하기야 단기적으로 보면 후자가 맞았다.
단시일 내에 신선술의 위력을 끌어올려 적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본 이해에 시간을 투자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백리사초처럼 더욱더 높은 경지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그 점이 독으로 작용했다.
처음에는 성취가 빠르지만, 어느 지점에 가면 한계가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기본 이해에 집중하면 회복할 수 있긴 하지만 그 안내서가 없는 것이 문제였다.
‘생각해봤자 머리만 아플 것 같군. 저기 관속에 있을 것 같은 서약사자들의 신선술이라도 배울 수 있으면 좋으련만.’
백리사초가 지하광장에 있는 만여 개의 석관들을 쳐다봤다.
어쩌다 보니 서약사자들이 익혔을 고대 신선술에 관한 관심까지 이어진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백리사초가 눈을 빛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어쩌면 서약사자들이 자신들의 신선술을 어떤 식으로든 남겨놓았을 것이다. 훗날을 위해 잠들었다고는 하나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상황이니 그럴 가능성이 클 것이다. 그렇다면 저 관들을 다시 한번 조사해볼 필요가 있겠군.’
백리사초가 가장 가까이에 있던 석관 하나를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뚜껑 표면에는 예의 ‘서약사자’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여기까지는 사흘 전과 같았다.
백리사초는 여기서 더 나아가 관의 윗부분과 옆면을 직접 손으로 더듬어가며 특이한 점을 살폈다.
하지만 별다른 점은 없었다.
다만 석관의 재질이 보통이 아니라 단순히 힘으로는 깨트릴 수 없다는 점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되면 고대 신선술이 적힌 비급이 있더라도 관 안에 있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관 뚜껑을 못 여는데 그 안의 물건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겠는가.
백리사초가 할 수 없이 원래 앉아 있던 바위로 돌아가려 할 바로 그때.
단전 부위에서 다시 이상한 느낌이 전해져 왔다.
바로 신선여의주가 보내는 신호였다.
‘포기하지 말라는 뜻인가. 뚜껑도 못 여는데 포기하지 말라는 것은 혹시 관 밑을 보라는 것인가.’
백리사초가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관을 들어 올리려 했다.
하지만 보통 무거운 게 아니었다.
절대 내공의 소유자라야 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백리사초가 내공을 끌어올려 다시 시도했다.
그 역시 절대 내공의 소유자로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강한 내공을 지녔을 수도 있으므로 은근히 기대했다.
바로 그때.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관이 지면에서 떨어졌다.
백리사초가 기세를 몰아 관을 옆으로 세웠다.
관의 밑 부분을 확인만 하면 되기 때문에 굳이 시신이 들어있을 수도 있는 관을 완전히 반대로 엎을 필요까지는 없었다.
일단 관 아래 땅바닥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을 확인한 그가 관의 바닥 표면을 살폈다.
바닥이라고는 하지만 밖으로 드러난 표면이었다.
“아!”
백리사초가 탄성을 터뜨렸다.
정말 기적적으로 신선술 하나가 관 밑 표면에서 새겨져 있었다.
자세히 보니 예상대로 고대 신선술 중 하나였다.
백리사초가 단번에 그 내용을 암기한 후 다른 관들도 살펴봤다.
똑같은 과정을 거쳐 확인한 결과 다른 관들에도 각각 고대 신선술이 한가지씩 새겨져 있었다.
그 내용은 지금까지 익힌 신선술과 차원을 달리하는 최상급 신선술들이었다.
특히 기본을 강조하며 주해도 세밀해 백리사초에게 안성맞춤이었다.
‘일단 암기부터 한다.’
백리사초가 묵묵히 관을 하나하나씩 들어 올려 고대 신선술들을 암기하기 시작했다.
워낙 관들이 많아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만 한번 탄력이 붙자 무서운 속도로 암기가 진행되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무려 사흘에 걸친 고대 신선술 암기가 모두 끝났다.
암기하면서 살펴보니 석관은 모두 정확하게 만 개였다.
따라서 암기한 고대 신선술 또한 만 개였다.
암기를 모두 마친 백리사초는 동굴에 들어가 물과 이끼를 잔뜩 먹은 후 한숨 푹 잤다.
지난 사흘간 고대 신선술 암기에 주력하느라 잠도 안 자고 아무것도 먹지 않았던 것이다.
이는 암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어느 정도 그 내용이 이해되는 과정에서 그동안 부족했던 신선술에 대한 갈증이 해소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전에 배웠지만 아직 이해를 완전하게 하지 못했던 신선술, 특히 무명노승에게 전수받은 신선술에 대한 이해까지 함께 해결되는 느낌까지 받았다.
그래서 고대 신선술을 단 하나라도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사흘 밤낮을 매진한 것이었다.
그렇게 하루를 꼬박 숙면을 취한 백리사초는 깨어나자마자 신선술 연마에 들어갔다.
고대 신선술은 물론이고 지금까지 배웠던 신선술 모두 완벽하게 연마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일단 바깥 상황에 대한 걱정은 내려놓았다.
하기야 지금으로선 신선술의 완벽한 연마가 이곳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도 했다.
그렇게 세월이 무심히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