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150
150화 : [제48장] 서약사자 4
회의를 마치고 예의 동굴로 돌아온 백리사초는 그 역시 출정 준비를 했다.
하지만 특별히 할 일은 없었다.
신선호리병 안에 빠진 물건이 있는지 확인한 게 전부였다.
오히려 신비의 지하광장에서 익힌 고대 신선술 만 개를 복습하는데 시간 대부분을 할애했다.
그러면서 그 지하광장의 위치를 추측해봤다.
아직 그곳이 어딘지는 모르지만 지금 가만히 생각해보니 서약의 돌이 있다는 서약봉 아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서약사자들이라면 서약의 돌을 수호하기 위해 돌 근처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아무튼 이번 전투가 끝나는 대로 흑반선회 총단이 있는 악마봉으로 가서 장문인과 웅이를 구해야겠다. 그런 후 상황을 봐서 일단 무림으로 돌아가는 것도 고려해봐야겠군. 아무리 내가 백반선회 부회주가 되었다고 해도 일단 무림이 우선이니까. 내 눈으로 확인한 후 다시 신선계로 복귀하면 될 것이다.’
백리사초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나름대로 정리했다.
그런 그의 표정은 비교적 평온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고대 신선술을 익힌 이후 흑반선들을 상대하는 데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긴 그였다.
물론 아직 실전을 벌이지는 않았지만 이전 싸움을 통해 어느 정도 유추해볼 수 있었다.
‘그동안 너무 내공에 의존했다. 신선술 역시 깨달음이 중요하다는 것도 소홀히 했고.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마계는 아직 모르겠지만 흑반선들은 흑반선회주를 제외하고 어느 정도 수월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새벽이 다 되어 가자 백리사초는 가부좌한 자세로 잠시 눈을 붙였다.
이제 날이 밝으면 흑반선들과 사실상 전면전에 들어갈 것이었다.
비록 흑반선회의 일개당이라지만 그 병력은 일만에 가까웠다.
천여 명밖에 안 되는 백반선회 병력으로 과연 이길 수 있을지 백리사초 또한 걱정이 아닐 수 없었다.
‘마음을 편히 하자. 모든 것은 순리대로 흘러갈 것이다.’
* * *
뿌우우.
신선나팔 소리와 함께 백반선회 소속 백반선 천여 명이 등선봉 위 등선광장에 도열했다.
암흑봉에 있는 흑반선들을 공격하러 떠날 예정이라 다들 비장한 표정이었다.
무엇보다 이번 싸움에 신선계의 평화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중과부적 때문에 다들 긴장한 표정이었다.
산정에 자리한 등선광장은 그 넓이가 어마어마해 백만 명도 수용이 가능했다. 광장 전체에 특수한 이동진법이 설치되어 있어 백반선들이 단체로 암흑봉까지 갈 수도 있었다.
물론 적정을 살피기 위해 암흑봉과 일정 거리를 두고 이동하게 될 것이었다.
지하광장 북쪽에 놓인 단상에는 지금 백여 명의 지휘부 반선들이 자리해 있었고, 그중에는 여의반선, 백화선자, 백리사초의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아직 출정식을 거행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바로 무생반선 때문이었다.
백반선회주인 그가 무슨 사정이 있는지 아직 거처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다.
백화선자가 말했다.
“사부님께서 조금 늦으시는 것 같아요. 총군사께서는 지금 진법 연습을 하시는 게 어떤가요? 그동안 저는 사부님을 모셔 오겠어요.”
“그렇게 하십시오.”
여의반선이 미소를 지었다.
백화선자가 무생반선의 거처로 향하자, 여의반선이 자신이 알고 있는 강력한 방어진인 신선여의진(神仙如意陣)을 백반선들 주위에 펼쳤다.
그 방법은 의외로 매우 간단했다.
여의반선이 들고 있던 부채를 한번 부쳤을 뿐이었다.
살랑살랑.
어디선가 바람이 부는 것 같더니 백반선들 주위에 푸른 안개진이 생겨났다.
원래 무생반선이 오면 보는 자리에서 펼치려 했는데, 그가 아직 오지 않아 미리 펼친 셈이었다.
“부회주님. 황금장원 주위에 쳐두신 황금진과 비교해서 어떻습니까?”
여의반선이 백리사초를 쳐다봤다.
백리사초가 담담히 말했다.
“총군사께서 황금진까지 알고 계셨군요. 진 이름이 신선여의진이라고 하셨던가요?”
“그렇습니다. 신선계의 기류에 최적화된 방어진이지요. 비상시에는 단체 이동 기능까지 있어 철수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매우 훌륭하군요. 특히 신선계 기류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점이 장점인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황금진보다 우수한 것 같군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원래는 부회주님께 부탁드려 황금진으로 백반선들을 보호하려다가 아무래도 신선계에 최적화된 보호진이 안전할 것 같아 이 진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당연히 신선여의진을 사용하셔야지요.”
백리사초가 말을 하며 신선여의진을 상징하는 푸른 안개를 쳐다봤다.
‘신선계에 최적화된 것은 사실이나 방어기능이 황금진보다 뛰어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차이가 크지 않으니 모든 것을 고려할 때 총군사의 결정이 옳다고 하겠군. 그나저나 회주께서는 왜 이렇게 늦으시지?’
백리사초가 안색을 굳혔다.
뭔가 불길한 예감을 느낀 것일까.
그가 말했다.
“저도 회주님께 가보겠습니다.”
“네. 부회주님.”
여의반선 역시 그제야 굳은 안색으로 말했다.
하기야 무생반선이 지금까지 이와 같은 공식적인 행사에 늦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특히 오늘 같은 경우는 그냥 행사가 아니라 신선계 미래가 걸려있는 출정식이었다.
스스슷.
백리사초의 신형이 흐릿해지며 얼마 후 사라졌다.
* * *
무생반선.
그는 자신의 침상에서 그대로 숨져 있었다.
외상도 전혀 없었다.
처음 발견한 사람은 백화선자였다.
그녀가 놀라서 어쩔 줄 몰라 할 때.
백리사초가 방으로 들어와 무생반선의 시체를 그대로 얼렸다.
고대 신선술의 일종으로 신선동결술(神仙凍結術)이란 것이었다.
신선동결술은 치료는 못 해주지만 생명을 이어주는 효과가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무생반선은 살아있는 것일까.
얼마 후 연락을 받은 여의반선 등 백반선회 지휘부 반선들이 방에 들어왔다.
특히 의술에 조예가 깊은 여의반선이 무생반선의 상태를 살폈다.
“심맥이 완전히 끊기기 직전 얼렸군요. 부회주님께서 얼린 겁니까?”
“네. 너무 급해 응급조치한 겁니다. 마지막 진기 한 가닥이 몸속에 있긴 하나 워낙 상세가 중해 지금으로서는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겨우 목숨만 이어가고 있다고나 할까요. 총군사에서는 치료할 수 있으시겠습니까?”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이렇게 얼리는 신선술은 저도 모르는 것인데, 혹시 고대 신선술을 익힌 겁니까?”
“네. 인연이 닿아 몇 가지 익혀두었습니다.”
백리사초가 겸손하게 말했다.
하기야 굳이 그가 익힌 고대 신선술이 만 개나 된다고 말할 필요는 없었다.
백화선자가 말했다.
“제 사부님을 정말 살릴 수 없나요?”
“조금 전 말씀 드렸듯이 회주께서는 지금 죽음 직전에 겨우 그 상태로 동결되었습니다. 가사 상태라 의식이 없는 것은 당연하며 이대로 얼마나 버틸지 장담할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혹시 회주님께서 가지고 계시던 영단 같은 것이 있습니까?”
“네. 있어요. 잠시만요.”
백화선자가 무생반선의 품속을 뒤져 약병 하나를 꺼냈다.
그 병에서 푸른 빛을 발하는 단약 하나를 꺼냈다.
“지금 생각났는데 사부님께서 이 단약을 먹으면 비상시 목숨은 부지할 수 있다고 하셨어요.”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백리사초가 단약을 살펴봤다.
고대 신선술에는 의술과 관련된 것도 많았기 때문에 백리사초의 의술은 여의반선보다 훨씬 뛰어났다.
“천년영초로 만들어진 영단이군요. 목숨을 연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물론 여전히 회복은 불가능합니다.”
백리사초가 영단을 무생반선의 입에 넣어주었다.
영단이 그대로 녹으며 무생반선의 뱃속에 들어갔다.
순간, 핏기 하나 없던 무생반선의 얼굴에 홍조 하나가 나타났다.
백리사초가 미소를 지었다.
“고비는 넘기셨습니다. 회복은 아직 불가능하나 목숨은 제법 오래도록 부지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의 말에 방안에 모인 백반선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당장 죽지만 않으면 그래도 희망은 있기 때문이었다.
여의반선이 말했다.
“신선생사의를 불렀으니 곧 이곳으로 올 겁니다. 마침 신선치유석도 일정을 앞당겨 붙였다고 하니 다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다만 오늘 예정되었던 출정식은 취소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수성 체제로 복귀한 후 회주님을 해친 범인을 찾도록 하겠습니다.”
“누구의 소행 같습니까?”
백반선회 태상장로를 맡고 있는 자비반선(慈悲半仙)의 물음이었다.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회주께서 별 반항도 못 하신 것 같아 아무래도 마계의 소행인 것 같습니다.”
여의반선이 마계를 언급하자 다들 안색이 굳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만약 마계에서 보낸 살수의 소행이라면 현재 백반선들의 능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하기야 무생반선이 이번에 공격을 받은 것은 일종의 경고라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백리사초의 가세로 한껏 사기가 오른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다들 안타까워했다.
부회주 직을 맡은 백리사초로서는 부담이 가는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여의반선이 말했다.
“본 회의 규율에 따라 지금 이 시각부터 부회주께서 회주 대행을 맡아주셔야겠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네.”
백리사초가 담담히 말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발을 빼는 것은 그의 성격과 맞지 않았다.
특히 무생반선의 상태가 흑반선회 쪽에 알려지게 되면 재침공이 거의 확실했다.
무생반선의 신선사자후가 없는 등선봉은 그들에게 그다지 두렵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모두가 기다리던 신선생사의가 도착했다.
그의 손에는 금빛을 띠고 있는 돌 하나가 들려 있었다.
비로 신선치유석이었다.
깨졌다고 알려진 신선치유석이었지만 잘 붙였는지 지금은 아무 표시도 나지 않았다.
신선생사의는 다른 사람들은 보지도 않고 곧장 침상에 누워있는 무생반선에게 다가갔다.
진맥을 해본 그가 말했다.
“어느 분이 신선동결술을 펼치셨습니까?”
“접니다.”
“아, 혹시 이번에 부회주가 되셨다는 황금공자님이십니까?”
“네. 무림에서는 영웅맹을 이끌고 있기도 하지요.”
“영웅맹주시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한데 신선동결술은 고대 신선술인데 어디서 배우셨습니까?”
“어쩌다 보니 인연이 닿았습니다.”
“그랬군요. 회주님의 목숨을 보존할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이 바로 신선동결술이었는데 천운이 따른 것 같습니다. 나머지 치료는 제가 하도록 하겠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반드시 깨어나실 수 있을 겁니다.”
신선생사의가 자신감을 보이자 그제야 백화선자를 비롯한 백반선들의 안색이 밝아졌다.
목숨만 건져도 기쁜 일이나 회복이 되어 도력까지 되찾는 것이야말로 모두가 바라는 일이었다.
“우리는 작전 회의를 하러 가지요.”
여의반선의 말에 신선생사의와 백화선자 두 사람만 방에 남고 모두 취의청으로 향했다.
이번 회의는 백리사초가 주재해야 했기에 그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신중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백반선회 회주 대행으로서 책임이 막중해졌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신선계에 대해 아직 잘 모른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백화선자와 여의반선 등 옆에서 보필해줄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위축되지는 않았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고 했다. 오직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