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153
153화 : [제49장] 암흑 구렁이 3
“부회주님 혼자서 악마봉에 가시는 것은 무리입니다. 일단 악마봉에 접근하는 것조차 거의 불가능합니다.”
“접근조차 어렵다는 겁니까? 이동대법이 적용되지 않는 곳입니까?”
백리사초가 의아한 표정으로 여의반선을 쳐다봤다.
악마봉으로 가기 전에 몇 가지 점검을 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참고로 백리사초가 악마봉에 가기로 한 시각은 바로 새벽 무렵이었다.
한데 여의반선이 백리사초가 악마봉으로 가는 것을 극구 만류하고 있는 것이다.
하기야 여의반선에게 청정반선과의 밀담 내용만 설명해줬지 백리사초가 직접 악마봉에 간다는 것은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취의청에서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여의반선이 매우 우려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백리사초의 기세가 너무 강해 곧바로 만류하지는 못했다.
여의반선이 안색을 상기시키며 말했다.
“솔직히 그동안 악마방에 여러 번 살수를 보내 흑반선회주를 암살하려는 시도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 모두 실패하고 차디찬 주검이 되었지요.”
“아,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네. 먼저 살수를 보낸 것은 흑반선회 쪽이었습니다. 그래서 복수도 할 겸 흑반선회주를 죽여 병력 부족을 만회하려 했던 것이지요.”
“그분들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는 알고 계십니까?”
“네. 정확하게 열 명의 살수를 보냈는데 그들 모두 악마봉 주위에 쳐진 특수 미로진을 뚫지 못했습니다. 최근 악마봉 주위 전부가 조금 전 여쭤보신 이동대법 불가 지역으로 바뀌어 어쩔 수 없이 보호진을 뚫어야 했는데, 특수 미로진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진이라 그 안에서 모두 죽음을 맞이한 것이지요. 이후 살수를 악마봉으로 보내는 것을 중단해야 했습니다. 부회주님의 도력이 신선계 제일 수준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악마미로진(惡魔迷路陣)에 대한 대비 없이 가는 것은 무모하다고 생각합니다.”
“으음, 총군사께서 그렇게 말씀하실 정도면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군요. 하지만 반드시 구해야 할 사람들이 있어 더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습니다.”
“화산파 장문인 악대범과 연습제자 초웅 두 사람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부회주님의 다급한 마음을 짐작할 수는 있으나 그래도 악마미로진에 대한 대처 없이 그냥 가는 것은 반대입니다.”
“그럼 제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사흘 정도 악마미로진에 대한 파훼법을 연구하신 후 그래도 해결 기미가 안 보이면 그때 가십시오. 신선강시 제조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고 하니 최소한 사흘의 여유는 있을 겁니다. 이건 악마미로진에 관해 수집한 정보들을 모아둔 자료입니다. 진법이 완전히 수록되어 있지는 않으나 핵심이 담겨있으니 부회주님 능력으로 어쩌면 그 파훼법을 알아내실 수도 있을 겁니다.”
여의반선이 진법서 한 권을 꺼내 탁자 위에 놓았다. 백리사초가 보니 겉장에 악마미로진이라 적혀 있었다.
“알겠습니다. 일단 진법서를 연구해보겠습니다. 하지만 사흘까지는 기다리기 힘드니 연구 성과가 있든 없든 그 전에 아무 때라도 출발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편히 쉬십시오.”
“네. 총군사님도 쉬십시오.”
* * *
악마미로진에 관한 연구는 밤새도록 이어졌다.
완전한 진법서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여러 정보를 모아둔 것으로, 악마미로진의 특성에 대해 제법 자세하게 연구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그 파훼법은 없었다.
이러이러한 특성이 있으니 악마미로진에 들어갈 때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특성이란 것이 주로 공격 방법을 의미해 미리 그 내용을 알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공격 방법으로 수록된 것도 십여 가지에 불과해 공격의 모든 종류를 기록해둔 것은 아니었다.
결론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백리사초의 생각이었다.
‘악마미로진은 신선지옥진과 마찬가지로 환영진의 성격이 가미된 절진인 것 같다. 그 공격 방법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공격 종류 십여 가지를 안다고 해서 진을 통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신선지옥진과 비교하면 그 수준이 최소 열 배는 높은 것 같으니 통과하기가 쉽지 않겠구나.’
백리사초가 안색을 굳혔다.
이동대법도 통하지 않고, 악마미로진을 통과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악마미로진을 통과하면서 자신의 움직임이 흑반선회 쪽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악대범과 초웅의 구출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첩보에 의할 때 신선강시의 본격적인 제조에 앞서 가장 먼저 실험 대상이 된 사람이 바로 그들 두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 꼭 악마미로진을 통과해야만 악마봉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백리사초가 신선호리병에서 악마봉 지도를 꺼냈다.
지도는 부회주 자리를 수락하는 조건으로 무생반선으로부터 받은 것이었다.
이미 한번 살펴봤지만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백리사초의 시선이 악마봉 아래쪽에 닿았다.
‘그래, 고대 신선술 중에 땅굴을 파는 신선술이 있었지. 신선굴착술(神仙掘鑿術)이라 했던가. 시간도 그렇게 오래 안 걸리고 지금 상황에 맞는 침투 방법인 것 같다. 뇌옥의 위치도 알고 있으니 악마미로진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로 가서 땅굴을 파고 진입을 해야겠다. 지금 바로 시작해야겠군. 제법 먼 거리를 뚫어야 하지만 신선굴착술로는 하루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 * *
‘휴우. 이제 거의 다 왔다. 신선굴착술이 없었다면 이 방법은 꿈도 못 꾸었을 것이다.’
어둠 속에서 백리사초가 미소를 지었다.
땅굴을 파기 시작한 지 하루만에 악마봉 바로 아래까지 진입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비록 목표로 한 흑반선회 뇌옥까지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특히 악마미로진을 통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자신이 판 땅굴 속에서 백리사초가 다시 한번 심호흡을 했다.
그런 후 운기행공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는 수직으로 땅을 뚫어야 했다.
이는 뇌옥이 악마봉 지하에 있긴 하지만 봉우리로 보면 그 중턱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출입구는 악마봉 정상에 있었다.
하지만 백리사초는 악마봉 위로 가지 않고 땅굴을 뚫어 곧바로 뇌옥 감방 안으로 들어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땅굴을 뚫을 때 미리 생각지 못한 것이었는데, 뇌옥의 위치는 지도를 통해 파악하고 있지만 악대범과 초웅이 갇혀있는 정확한 위치를 모른다는 점이었다.
다시 말해 뇌옥의 어느 감방에 두 사람이 갇혀있는지는 지도를 통해 알 수 없었다.
이는 당연한 일이긴 하나 그래도 아쉬운 것은 사실이었다.
흑반선회 총단에 있는 흑반선들의 도력은 아마도 최고 수준일 터.
아직 땅속이라면 몰라도 일단 어느 감방이라도 백리사초가 올라오면 흑반선들의 감시망에 드러날 확률이 높았다.
‘어쩔 수 없다. 일단 올라간다.’
백리사초가 두 손을 위로 내밀었다.
순간 손끝에 금빛 동심원이 생기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비록 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회전력이 뛰어났다.
파파파파.
흙이 사방으로 튀면서 위쪽으로 땅굴이 이어졌다.
바로 신선굴착술이었다. 따로 장비가 필요 없이 내공을 사용해 만든 회전력으로 땅굴을 뚫는 기술이었다.
파파파파.
흙이 계속 튀면서 백리사초의 몸이 천천히 위로 움직였다.
위쪽으로 길이 나기 때문으로, 신기한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속도가 빨라진다는 점이었다.
‘뇌옥까지 한시진이면 충분하다. 운이 좋으면 장문인의 자하지기를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 * *
얼마나 더 올라갔을까.
한시진 정도 지났을 무렵.
신선굴착술의 속도가 매우 느려졌다.
대신 그 방향이 수직이 아닌 수평으로 이어졌다.
백리사초가 뇌옥 바닥에 근접했음을 느끼고 본격적으로 악대범과 초웅이 있는 감방을 수색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가장 좋은 것은 두 사람을 발견한 후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자신이 뚫어놓은 땅굴을 통해 몰래 데려오는 것이었다.
이동대법은 생각할 수 없는 것이 악마미로진의 영향으로 대법을 펼치는 것이 매우 어려워졌기도 하지만, 뇌옥 자체에도 반이동진법이 걸려 있기 때문이었다.
이는 뇌옥의 특성상 죄수들의 이동대법을 막기 위한 것으로 이미 알고 있던 정보이기도 했다.
사실 백리사초로서는 굳이 이동대법에 집착할 필요가 없었다.
신선굴착술로 뚫어놓은 땅굴 자체가 훌륭한 이동 통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올 때와 달리 되돌아갈 때는 막힌 곳이 없어 그 속도가 매우 빨라질 것이 거의 확실했다.
스스슷.
미미하지만 수평으로 땅을 뚫으며 뇌옥 지면을 수색하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백리사초가 음파를 차단해둔 덕분에 뇌옥 쪽에서는 아무런 소리나 움직임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순간.
백리사초의 신형이 멈췄다.
미약하기 그지없지만 마침내 악대범의 자하지기를 느낀 것이었다.
이는 악대범이 자하신공을 대성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로서, 비록 혈도를 제압당하고 내공까지 사용할 수 없게 된 상태였지만 자하지기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백리사초가 정확한 위치를 파악한 후 약간 옆으로 손을 들어 올려 감방 바닥에 구멍을 뚫었다.
푸푹.
백리사초가 구멍을 통해 감방 안으로 올라온 것은 바로 그 직후였다.
“아!”
백리사초가 눈앞의 광경을 보고 탄성을 터뜨렸다.
초췌한 모습의 악대범과 초웅이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던 것이다.
고문을 당한 듯 입고 있는 옷 이곳저곳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다행인 것은 아직 신선강시 제조가 시작되지 않은 듯 강시와 관련한 흔적은 없었다.
백리사초는 두 사람을 굳이 깨우지 않고 무형지기로 자신과 연결했다.
이 상태로 땅굴을 통해 탈출하면 두 사람은 백리사초를 따라오게 될 것이었다.
백리사초가 감방 안을 한번 둘러본 후 바로 땅굴 속으로 몸을 넣었다.
백리사초는 자신의 계획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자 미소를 지었다.
물론 그렇다고 악대범과 초웅 두 사람에 관한 확인을 소홀히 한 것도 아니었다.
초웅의 몸속 진기도 그에게 익숙한 것이었고, 특히 악대범의 몸속에 남아 있는 자하지기는 속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등선봉으로 돌아가면 두 사람을 치료한 후 일단 무림으로 돌아가야겠다. 영웅맹주로서 맹의 상황을 정확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백리사초가 탈출 속도를 빠르게 하려고 경공을 펼치려던 바로 그 순간.
뭔가 뾰족한 것이 그의 등에 박혔다.
뾰족한 것은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다.
사실 그것은 손이었다.
손을 갈고리 모양으로 만들어 백리사초의 등을 사정없이 찍어 버린 것이었다.
백리사초가 신음을 내뱉을 사이도 없이 고개를 돌려 공격을 가한 상대를 쳐다봤다.
한데 그들은 바로 악대범과 초웅이 아닌가.
조금 전과 달리 두 사람은 붉은 안광을
뿜어내고 있었다.
두 사람의 손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그 피는 당연히 백리사초의 것이었다.
원래 두 사람의 손은 백리사초의 가슴을 뚫고 나와야 했으나, 호신강기가 워낙 두터워 경상을 입히는 데 그친 것이다.
그마저 외상에 불과해 벌써 빠른 속도로 아물고 있었다.
백리사초가 놀란 것은 통증이 아니라 악대범과 초웅 두 사람이 처음 봤을 때와 달리 이미 강시화가 되어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다시 보니 다행히도 아직 미완성이었다.
기초적인 강시화 작업이 시작된 것은 확실했으나 아직 마지막 단계는 거치지 않았다.
아무래도 첫 실험작들로서 마무리 작업에는 더욱더 신중했을 가능성이 컸다.
‘혹시 모를 구출을 위해 강시화를 시도하면서 이런 안배까지 했을 줄이야. 고대 신선술을 통해 호신강기가 두터워지지 않았다면 큰일 날 뻔했다.’
백리사초가 다시 공격을 가하려는 악대범과 초웅을 향해 지풍을 날렸다.
픽픽.
지풍을 맞은 두 사람이 이번에는 정말로 정신을 잃었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수혈을 찍혀 잠이 든 것이었다. 백리사초가 잠시 생각하다가 두 사람을 신선호리병 안으로 집어넣었다.
이는 혹시 모를 재발작을 방지하기 위함으로 신선호리병 내부는 사실 가장 안전한 장소였다.
게다가 그 수용할 수 있는 양이 호리병 주인의 도력과 비례해 두 사람을 안에 넣어두는 것은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다.
‘진작 이럴 걸 그랬나.’
백리사초가 땅굴 속으로 몸을 날렸다.
다만 나중에 다시 침투할 수 있도록 감방 바닥에 땅굴이 뚫린 흔적은 완벽하게 없애고 갔다.
스스스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