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167
167화 : [제54장] 우담화 2
‘정녕 이대로 실패란 말인가.’
백리사초가 안색을 굳혔다.
그도 그럴 것이 철문 표면을 직접 손으로 만져가며 살펴봤지만,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는 사이 주위 공간은 대폭 좁아져 이제는 한 걸음도 움직이기 힘든 상황이었다.
특히 백리사초 뒤쪽에서 다가오고 있는 벽이 치명적이었다.
이대로라면 일각 이내에 압사될 게 거의 확실했다.
압사는 결국 관문 돌파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기에, 그 역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동굴 밖으로 튕겨 나가게 될 것이었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 분명 문을 열 방법이 있을 것이다.’
백리사초가 다시 한번 찬찬히 철문의 표면을 살폈다.
시간에 쫓기는 상황이었지만 이번에야말로 마지막 시도라 할 수 있어 집중도는 최고였다.
하지만 여전히 소득은 없었다.
그렇게 일각이라는 시간이 다 되어갈 무렵.
백리사초가 신선호리병 속에서 한 가지 물건을 꺼냈다.
한데 그것은 바로 전대 황금장주로부터 받은 황금열쇠가 아닌가.
철문의 촉감이 황금열쇠와 유사한 느낌이 들어 꺼내 본 것이었다.
백리사초가 황금열쇠를 철문에 갖다 댔다.
순전히 직감에 따른 행동이었다.
따라서 큰 기대는 걸기 어려웠다.
다만 진법서에 보면 이런 철문을 열 수 있는 열쇠가 존재하는 경우가 있어 일말의 가능성은 있었다.
그리고 그 기대가 실제 적중했다.
열쇠가 철문 표면에 닿자 금빛 기운이 철문 전체에 퍼지며 열쇠 구멍이 하나 생겨났다.
철문의 손잡이 부근이었다. 백리사초가 서둘러 그 구멍에 황금열쇠를 꽂았다.
이미 뒤쪽의 벽이 백리사초의 등을 압박하고 있어 지체할 시간도 없었다.
철컥.
위위위윙.
꿈쩍도 하지 않던 철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얼마 후 사람 한 명 들어갈 공간이 생기자, 백리사초가 황금열쇠를 다시 뽑고 그 공간 안으로 들어갔다.
새로운 공간은 제법 넓은 석실이었다.
석실이 나왔다는 것은 더는 관문이 없다는 증거일 수도 있어 백리사초가 기대감 어린 눈빛을 발했다.
‘설마 조금 전 관문이 첫 관문이자 마지막 관문이었던 것인가. 하기야 구태여 많은 관문을 설치할 필요가 없지.’
백리사초가 미소를 지으며 석실 안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중앙에 놓여 있는 바위 외에 별다른 것은 없었다.
‘으음, 이 바위가 수상하군. 안에 뭔가 들어있는 느낌이다. 투시술도 안 통하는 것을 보니 거의 확실한 것 같군.’
백리사초가 잠시 고민하다가 무명검으로 바위를 내리쳤다.
쩍 하는 소리와 함께 바위가 두 동강 났다.
“아!”
백리사초가 쪼개진 바위 안에 있는 것을 보고 감탄성을 터뜨렸다.
그도 그럴 것이 바위 안에 있는 것은 바로 한송이 꽃이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보통 꽃이 아니었다.
은은히 금빛을 발하는 꽃으로 아직 열매를 맺지는 않았지만 상서로운 기운이 가득했다.
참고로 꽃은 허공에 떠 있어 신비함을 더 했다.
백리사초가 함부로 꽃에 손대지 않고 유심히 쳐다봤다.
그러던 어느 순간.
그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렇다. 혹시 깨달음의 꽃이라는 우담화가 아닐까. 우담화 열매를 먹게 되면 바로 지성자가 될 수도 있다는 전설이 있지 않은가.’
백리사초가 손을 뻗어 일단 꽃을 신선호리병 안에 넣어두려 했다.
자신보다 먼저 동굴로 들어온 자를 경계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생각을 읽은 것인가.
석실 안으로 괴한이 들어와 백리사초가 들고 있던 꽃을 그대로 빼앗아 가버렸다.
백리사초가 꽃을 잡고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었으나 꽃이 찢겨나갈 것을 염려해 손을 놓은 결과였다.
“그대는 누구요?”
백리사초가 무심히 물었다.
이미 상대가 자신보다 먼저 생사동 안으로 들어온 천계 무사라는 것을 알고 있는 그였다.
“후후후! 곧 죽을 놈이 그런 것을 물어봐서 뭐 하느냐? 지금 보니 내가 역용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모양인데, 나는 마계 인물이다. 생사대회에 참가할 자격이 되지 못해 천계 무사 한 명을 죽이고 그자로 역용해 있다가 기회를 잡고 이곳까지 들어온 것이다. 어리석은 놈. 분명 내가 먼저 들어온 것을 봤을 텐데 대비를 하지 않고 있다니. 이무튼 이 우담화는 이제 내 것이다.”
“그 꽃이 지성자께서 남기신 우담화가 확실하오?”
“그렇다. 내가 이 우담화를 먹고 지성자가 되면 현 마제를 죽이고 새로운 마제가 될 것이다. 이후 천계와 신선계, 그리고 무림까지 내 손안에 들어오게 되겠지.”
“마제 자리를 노리는 것이오? 그렇다면 혹시 그대가 혈우마제에게 아깝게 패해 마제 자리를 놓쳤다는 검마신(劍魔神)이오?”
“후후후. 그렇다. 애송이 놈이 나에 대해 알고 있었구나.”
“사부님께 들은 적이 있소. 혈우마제에게 패해 마력을 모두 잃었다고 들었는데 지금 보니 회복을 한 것 같구려.”
“후후후. 아직 전성기 때의 절반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우담화를 복용하면 사정이 달라지지. 지성자가 되면 혈우마제는 물론이고 옥황천제 역시 내 손에 죽게 될 것이다.”
검마신이 손에 들고 있던 우담화를 그대로 입속에 넣어버렸다.
이는 백리사초 역시 예상하지 못한 행동이었다.
검마신과 대화를 하면서 은근히 내력을 끌어올려 기회를 엿보고 있었는데, 아까운 우담화만 날린 셈이었다.
“우담화는 그 열매가 맺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들었소. 한데 그때를 못 기다리고 꽃 자체를 먹어버리다니.”
“후후후! 우담화는 내 뱃속에 잘 보관되어 있다. 네놈과 싸우다가 혹여 우담화가 훼손될까 봐 안전한 곳에 넣어둔 것이다. 이제 네놈을 죽여주마.”
검마신이 우수를 들었다.
순간 그의 손에 묵빛의 검 한 자루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공할 검기가 백리사초를 향해 쏟아져 나왔다.
백리사초 역시 이대로 당할 수 없어 무명검으로 검기를 발출했다.
꽈아앙.
석실 전체가 흔들리는 폭음과 함께 백리사초가 피를 토하며 뒤로 날려가 벽에 부딪혔다.
“으윽!”
곧바로 일어나긴 했으나 백리사초의 현격한 열세였다.
전성기 때의 절반도 안 된다는 그의 공격에 백리사초가 일방적으로 밀린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 승부가 난 것은 아니었다.
백리사초가 잠력까지 폭발시키며 매화지성 초식을 펼쳤다.
검마신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검을 수평으로 휘둘렀다.
꽈아앙.
또다시 폭음과 함께 백리사초가 뒤로 날려가 석벽에 부딪혔다.
“맷집이 대단한 놈이군. 하지만 이제 마지막이다.”
검마신이 검을 들어 백리사초의 목을 쳤다.
백리사초가 마지막 수단으로 회회술을 펼친 것은 바로 그때였다.
백리사초로서는 큰 모험을 한 셈이었다.
특히 회회술이 실패했을 때의 타격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마지막 시도였다.
곧이어 검마신의 검이 백리사초의 목에 닿은 순간.
검마신이 목을 부여잡고 비틀거렸다.
그의 목에는 검상과 함께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바로 회회술에 당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그가 마지막에 검을 거두어들여 치명상을 입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
“으으······ 이게 무슨 신선술이냐?”
“회회술이라 하오.”
백리사초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검마신에게 두 번이나 당했지만 조금 전 반격에 성공해 내상 역시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었다.
이 또한 회회술의 특징으로 상대의 무공이 강할수록 그 회복력 또한 뛰어났다.
사실 이 회회술은 운공요상 중 적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개발된 것으로, 적의 공격을 되돌려주는 것과 동시에 그 힘을 역이용하여 회복 기능도 극대화할 수 있었다.
“회회술이라.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다. 고대의 수도자 한 명이 그런 특이한 신선술을 만들었지. 그걸 네놈이 익히고 있었을 줄이야. 좋다. 네놈의 목숨은 나중에 취하도록 하지.”
검마신이 이동대법을 펼쳐 사라지려 하자, 백리사초가 무명검을 빠르게 뻗어 검마신의 복부를 찔렀다.
“으윽!”
검마신이 비틀거렸다.
이동대법을 펼치는 중에 방어력이 약해지는데 그것을 간과한 결과였다.
백리사초가 이렇게 빠른 공격을 가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한 줄은 미처 몰랐던 것도 컸다.
백리사초가 무심한 눈빛으로 무명검을 옆으로 움직여 검마신의 배를 갈랐다.
찌이익.
듣기 거북한 소리와 함께 배 안에서 예의 우담화가 나왔다.
검마신의 말대로 깨끗하게 보존된 상태였다.
백리사초가 우담화를 받아 신선호리병 속에 넣은 순간.
검마신이 왼손으로 배를 감싸며 사라졌다.
백리사초가 우담화를 회수하는 순간 이동대법에 성공한 것이었다.
백리사초가 흠칫하며 그를 잡으려 했으나 이미 늦은 후였다.
“휴우. 어쩔 수 없지. 놈이 전성기 때와 같은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면 내가 당했을 것이다. 운이 좋았다.”
백리사초가 한차례 중얼거린 후 석실 주위를 둘러봤다.
검마신이 사라진 후 다른 변화는 없었다.
이제 남은 것은 생사동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역시 큰 문제는 없었다.
진을 통과했고 지성자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우담화까지 확보했기 때문이었다.
얼마 후 출구가 자동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컸다.
다만 석실 안에서 백리사초와 검마신이 격전을 벌였기 때문에 그 여파로 기관진식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했다.
‘일단 운공요상을 하면서 기다리자. 급할 것은 없다.’
백리사초가 석실 바닥에 가부좌하고 운공요상에 들어갔다.
비록 회회술을 통해 내상이 회복되었다고는 하나 완전한 상태는 아니었다.
하기야 검마신의 공격은 실로 대단했다.
여러 가지 운이 따르지 않았다면 백리사초 역시 죽임을 당했을 것이었다.
‘일단 회복에 집중한다.’
백리사초가 눈을 감고 운공에 몰두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내상이 거의 회복되었을 무렵.
동굴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검마신과의 싸움 때문인지 아니면 우담화를 확보했기 때문인지 알 수 없었지만, 동굴 전체가 무너지려는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백리사초는 당황하지 않았다.
아까 검마신이 이동대법에 성공해 도주하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생사동 안에서는 이동대법이 가능한 것 같으니 동굴 밖으로 나가봐야겠군. 혹시 다른 문제가 생길 것 같아 기다렸는데 더는 안 되겠다.’
백리사초가 이동대법을 펼쳤다.
본격적으로 동굴 천장에서 돌무더기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일단 생사동 밖을 목적지로 정했다.
하지만 이동이 되지 않았다.
백리사초가 흠칫한 것은 물론이었다.
급히 목표 지점을 생사도 밖 은둔봉으로 바꿨다.
어차피 천상옥녀를 만난 후 은둔봉으로 갈 예정이었기 때문이었다.
은둔봉은 악대범과 초웅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안 가볼 수 없는 곳이었다.
‘은둔봉으로 간다.’
백리사초가 다시 이동대법을 펼쳤으나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는 동안 붕괴는 본격화되고 있었다.
아무리 백리사초라도 이대로 있으면 돌무더기에 깔려 죽을 게 확실했다.
‘혹시 이곳 생사동에서 마계로만 이동이 가능한 것인가. 하지만 천계와 마계로의 이동대법은 배우지 않아 아직은 불가능하지 않은가.’
백리사초가 안색을 굳혔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배운 이동대법은 신선계 내부, 그리고 신선계와 무림 사이 정도였다.
지난번에 무림 안에서도 이동대법 연습을 해 숙달했지만, 천계와 마계는 아직이었다.
이는 백리사초 만의 문제가 아니라 신선계 수도자들 역시 원칙적으로 천계나 마계에 혼자서 갈 수 없었다.
이는 천계와 마계에서 이동대법 차단을 걸어놓았기 때문으로, 예외적으로 천계나 마계 고수가 차단을 풀면 이동이 가능했다.
백리사초가 잠시 생각하다가 결단을 내렸다.
‘어쩔 수 없군. 이렇게 된 이상 무림으로 돌아간다. 황금장원으로 가서 상황 점검을 한 후 곧바로 은둔봉으로 간다.’
백리사초가 무림 낙양을 목적지로 정한 후 이동대법을 펼쳤다.
일단 낙양으로 가기만 하면 다시 이동대법을 펼쳐 신선계로 돌아오는 것이 가능할 것이기에 주저할 이유도 없었다.
다만 악대범과 초웅의 경우 살아있다면 어서 신선강시독의 해약을 복용시켜야 하므로 무림에서도 오래 머물 수는 없을 터였다.
스스슷.
백리사초의 신형이 서서히 사라졌다.
바로 그때였다.
우르릉하는 굉음과 함께 생사동 전체가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