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177
177화 : [제57장] 임시맹주 2
다음 날 아침이 되자 백리사초는 작전 회의를 주재했다.
임시맹주 신분으로 처음 주최하는 회의인 데다가 언제 적이 쳐들어올지 몰라 긴장된 분위기였다.
참석 인원은 이백여 명으로 모두 지휘부 고수들이었다.
백리사초가 담담히 말했다.
“총군사. 간밤에 들어온 소식이 있소? 놈들이 출발했소?”
“아직 출발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출정식을 마친 후 출정 대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으음, 원래 출정식을 마치면 곧바로 출발하는 것이 보통이거늘 그대로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 생각해야 하오?”
“지금 분석 중입니다. 다른 분의 의견을 한번 들어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임설의 말에 백리사초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다 보면 좋은 결론이 도출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자칫 섣부른 결정을 내리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었다.
그만큼 모든 결정이 신중해야 할 시기였다.
남궁세가주 남궁룡이 옆에 앉아 있던 그의 딸 남궁지약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눈 후 말했다.
“남궁세가주 남궁룡입니다. 저는 놈들이 일종의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출정식 후 곧바로 출발하지 않고 있는 것은 우리 무사들의 낙양 진격을 유인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보시는 이유는?”
“바로 소림사 주위에 쳐져 있는 독 안개진과 달마나한진 돌파가 쉽지 않다는 것을 놈들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흑반선들이 있었다면 두 진을 돌파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흑반선들도 없으니 부담이 될 수밖에요. 출정식도 그렇습니다. 기습 공격도 성에 차지 않을 놈들이 굳이 요란스럽게 출정식을 했다는 게 확실히 이상합니다.”
“일리가 있군요. 다른 의견은 없습니까?”
“중원표국주 차한입니다.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출정식을 마치고 대기하고 있는 것은 유인 작전이 아니라 지원 병력을 기다리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원 병력 말씀입니까? 신선계가 막혀 흑반선들이 무림으로 올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지 않습니까?”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제가 알기로 신선계에 흑반선들만 있는 게 아닙니다. 놈들과 동맹을 맺은 마물연합과 요괴연합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놈들이 수작을 부린다면 마물연합과 요괴연합 병력을 무림으로 보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차한의 말에 지휘부 고수들이 술렁였다.
사실 이러한 견해는 차한이 생각한 것이 아니라 옆에 앉아 있는 그의 딸 차미려가 생각해낸 것이었다.
그녀는 어떤 식으로든 영웅맹에 도움이 되기 위해 신선계와 관련한 소문들을 정밀히 분석했고, 그 결과 마물연합과 요괴연합의 개입을 예상한 것이었다.
백리사초가 말했다.
“가능성이 높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알기로도 마물이나 요괴들의 경우 흑반선과 달리 이동에 좀 더 자유롭다더군요. 좋은 지적을 해주셨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사실 내 딸아이가 먼저 생각해낸 것인데 제 생각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아무튼 마물과 요괴 병력이 실제로 올 가능성이 있다면 더더욱 수성에 치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진법으로 놈들을 막아내다 보면 또 다른 방안도 생각해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일리가 있는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총군사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저는 남궁가주님과 차 국주님의 견해 모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두 분 다 일단 수성에 치중하자는 말씀이지요. 다만 수성에 치중하는 것은 장단점이 있습니다. 장점은 방어가 더 쉽다는 것이고, 단점은 고립이 심화하여 주도권을 상실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차 국주님 말씀대로 놈들이 마물과 요괴 병력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면 오히려 우리가 먼저 공격할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맹주님께서 결정을 내려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총군사는 일단 선발대라도 보내자는 의견이오?”
“네. 그렇습니다.”
“나 역시 선발대를 보내는 것이 나을 듯하오. 병력은 어느 정도로 보내는 것이 좋겠소?”
“일만입니다. 현재 우리 영웅맹 병력이 오만이니 일만을 보내도 수성 능력에 큰 변화는 없을 겁니다. 문제는 선발대를 지휘할 고수의 선정입니다.”
“어느 분이 좋겠소?”
“맹주님께서 가시면 제일 안전하겠지만 그럴 상황은 아니고, 제 생각으로는 달마동에서 백 년째 폐관 수련 중인 소림삼신승(少林三神僧)이 적당할 것 같습니다. 방장님. 세 분이 출전하실 수 있겠습니까?”
“아미타불. 안 그래도 빈승이 세 분 신승들께 여쭤봤습니다. 언제든 당신들이 필요하면 이야기해달라고 하시더군요.”
“정말 잘되었군요. 맹주님. 소림삼신승께서 준비가 되셨다고 하니 그분들께 선발대를 맡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알겠소. 그렇게 하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임설과 공심대사가 일제히 대답했다.
두 사람 중 공심대사는 소림삼신승을 모셔 오기 위해 달마동으로 갔다.
그들이 올 때까지 취의청 안에서는 소림삼신승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소림사 장경각을 관리하고 있는 노승인 장경각주가 말했다.
“본사의 삼신승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해 드리자면, 세 분 모두 본사가 배출한 몇 안 되는 신승(神僧)들로 그 무공의 깊이는 측량하기 힘들 정도로 높습니다. 가히 본사 최후의 보루라 할 수 있지요.”
“실례가 안 된다면 신승들의 화후가 어느 정도 되는지 알 수 있을까요?”
임설이 조심스레 물었다.
“신승 세분의 법명은 각기 천승(天僧), 지승(地僧), 인승(人僧)이며 그 무공의 경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백 년 전 이미 은자림에 몸을 두실 정도로 무공이 초절정에 이르셨지요. 어쩌면 지금 무림인이라면 꿈에도 그리는 무형검의 경지에 오르셨을 수도 있을 겁니다.”
“아, 신승들께서 원래 은자림 출신이었군요.”
“네. 백 년 전 이미 본사의 일에 손을 떼고 은퇴하신 후 은자림으로 들어가셨지요. 하지만 무형검 연마를 위해 보다 조용한 환경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세분이 함께 달마동으로 들어가셨습니다. 그게 벌써 백 년 전 일이니 정말 세월이 빠르지요. 신승들께서 나오시면 은자림 고수분들의 본맹 합류도 더욱더 빨라질 겁니다.”
“은자림 고수분들이 모두 본맹에 들어오신다면 정말 큰 힘이 될 거예요. 나중에 신승들께 특별히 부탁해봐야 할 것 같네요.”
임설이 들뜬 표정을 지었다.
하기야 현 무림에서 그나마 흑반선 정도의 고수와 싸워볼 수 있는 고수들이 바로 은자림 고수들이었다.
다만 은자림 소속 고수들의 수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았다.
이는 실제 은자림 고수 본인들도 모르고 있었다.
백리사초 역시 은자림 이야기가 나오자 눈을 빛냈다.
‘은자림 고수가 천여 명 정도만 되어도 무림을 평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백리사초가 잠시 생각에 잠겼을 때.
공심대사가 다급한 표정으로 취의청 안으로 들어왔다.
“큰일 났습니다. 삼신승들께서 피살당하셨습니다.”
공심대사의 말에 백리사초는 물론이고 취의청 안에 있던 지휘부 고수 전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일전에 무림맹주 배양제가 무극반선에 의해 죽임을 당한 적이 있었지만, 소림삼신승은 배양제보다 배분이 높은 인물들로 그 무공 역시 천하제일에 가까웠다.
한데 그런 고수가 한 명도 아니고 세 명이 한꺼번에 피살당했다고 하니 놀랄 만도 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어서 가보도록 하지요!”
“네.”
공심대사가 침통한 표정으로 백리사초를 비롯한 지휘부 고수들을 달마동으로 안내했다.
달마동은 방장의 허락이 없으면 그 누구도 들어갈 수 없는 소림사의 금지 중 한 곳이었다.
마침 공심대사가 소림삼신승들이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한 최초의 목격자가 되는 바람에, 지휘부 고수들은 별 무리 없이 달마동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 * *
소림삼신승의 시체는 참혹했다.
천승은 목이 잘려져 있었으며, 지승은 허리부터 두 동강 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인승은 온몸이 수백 조각으로 찢겨 있었다.
“아미타불! 이 모두 빈승의 잘못입니다. 신승들께서 안전하게 폐관 수련할 수 있도록 경계를 철저히 해야 했거늘.”
공심대사가 침통한 표정으로 자책했다.
장경각주가 말했다.
“방장님. 너무 자책하지 마십시오. 지금은 범인을 잡아 그 책임을 물어야 할 때입니다.”
무심(無心)이라는 법명을 가지고 있는 장경각주는 법명 그대로 평소 무심한 표정이었으나, 지금은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만큼 소림삼신승의 죽음은 충격적이었다.
하기야 소림사 최고 어른이 그것도 소림사 내에서 가장 은밀하고 안전하다고 알려진 달마동 안에서 죽임을 당했으니 그 수치와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문제는 범인이 독 안개진과 달마나한진을 모두 뚫고 들어왔다는 점이었다.
그 때문일까.
임설이 말했다.
“아무래도 내부 소행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진을 뚫고 들어왔다면 분명 표시가 났을 텐데 그런 것도 없고 정말 이상해요.”
“본맹 무사 중에는 삼신승분들을 이렇게 압도적으로 시해할 고수들이 없소. 내가 확인해봤으니 내부 소행일 가능성은 극히 적은 것 같소.”
백리사초의 말에 임설이 흠칫했다.
“그러면 혹시 땅굴을 통해 침입한 것일까요?”
“지금으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소. 다만 땅굴을 판 게 아니라 원래부터 땅속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놈 같소.”
“아, 그럼 혹시 마물들의 소행이라는 말씀인가요?”
“그렇소. 내가 아는 신선계 마물 중에 암흑 두더지라는 놈이 있소. 상급 마물에 속하는 데다가 공격을 가할 때 땅속에서 소리도 없이 치솟는 바람에 신승들께서 방심하셨던 것 같소.”
백리사초가 말을 한 후 달마동 바닥을 천천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지휘부 고수들도 그를 따라 각자 달마동 바닥과 벽면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만약 백리사초의 말대로 범인이 암흑 두더지라면 그대로 방치할 때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 피해자는 누구라도 될 수 있었다.
하기야 지금 소림사 안에서 백리사초를 제외하고 소림삼신승보다 높은 무공을 지닌 자가 얼마나 있겠는가.
하루빨리 범인을 찾아 화근을 제거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백리사초가 달마동 석실 한구석을 무명검으로 가리켰다.
“여기 바닥이 수상하군요. 다른 곳보다 강도가 약한 것이 아무래도 이곳을 통해 석실 안으로 들어와 신승들을 살해한 것 같습니다.”
“아! 놈을 쫓을 수 있나요?”
임설의 물음에 백리사초가 고개를 저었다.
“이미 지하 깊숙이 도주한 것 같소. 하지만 공격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으니 다들 조심해야 할 것 같소.”
백리사초의 말에 지휘부 고수들의 안색이 굳어졌다.
암흑 두더지를 제거하지 못하면 앞으로 불면의 밤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문파 수장 등 상대적으로 무공이 높은 고수들의 걱정이 컸다.
언제 출정을 나갈지 몰라 밤에는 그래도 숙면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편히 잘 수가 없었다.
임설이 말했다.
“놈들이 우리를 교란하기 위해 마물을 보낸 것 같아요. 신선계 마물이 무림으로 올 수 있다는 것이 어느 정도 증명된 것 같으니 작전 계획도 다시 수립해야 할 것 같아요.”
“아직 마물이라고 단정할 때는 아니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지극히 높으니 다들 조심하길 바라겠습니다. 일단 각자 처소로 가서 쉬도록 하지요.”
“네. 혹시 맹주께서 놈을 유인하시려는 건가요?”
“그렇소. 총군사 말대로 지금 그게 가장 빠를 것 같소. 놈의 다음 목표가 아무래도 나인 것 같으니까. 하지만 이 역시 확실하지 않으니, 이곳은 방장께 맡기고 다들 처소로 돌아가 운공을 하며 다음 명을 기다리도록 하십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