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18
18화 : [제6장] 보검쟁탈 3
“아! 장문인을 뵙습니다.”
백리사초가 자신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사람을 깜짝 놀란 표정으로 쳐다봤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바로 화산파 장문인 악대범이었기 때문이었다.
방현량에 이어 추상을 겨우 제압해두고 한시름 놓은 후 운공요상에 들어가려던 찰나 나타난 사람이 바로 악대범이라니.
너무나 뜻밖의 상황에 백리사초는 자신이 주화입마 직전이라는 사실도 잊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즉시 전해오는 통증에 다시 가부좌 자세를 취했다.
“내상이 심한 것이냐?”
악대범이 근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백리사초를 함부로 건드리지는 않았다.
백리사초 역시 악대범이 치료해주는 것을 당장 원하지 않았다.
잘못하다가는 오히려 주화입마를 가속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보다 옆에서 호법을 서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금 전 악대범의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 분위기였다.
‘추 교관을 경동시키려고 일부러 매화검보 이야기를 꺼냈던 것인데, 장문인께서 그걸 들으셨구나. 어쩔 수 없이 사실대로 말씀드려야 하는 것인가.’
백리사초가 매화심공을 가볍게 운공하며 눈을 빛냈다.
악대범이 자신이 운공을 하는 것을 언제까지 기다려줄지 몰랐으나, 매화검보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해명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혼자서 운공요상을 할 수 있겠느냐?”
악대범의 물음에 백리사초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장문인. 내상 때문에 예를 표하지 못하는 점을 용서하십시오.”
“괜찮다. 내가 호법을 서줄 테니 서두르지 말고 운공을 하도록 해라. 지금 보니 주화입마 위험성이 커 보이는데 매화검보 이야기는 나중에 해도 된다.”
“아닙니다.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백리사초가 고개를 저었다.
사실 매화심공은 다른 내공 심법과 달리 아무리 중상을 입어도 운공 중 말을 하는 데 큰 지장이 없었다.
당장 사과애 위에 추상과 방현량이 혈도를 제압당한 채 쓰러져 있었다. 백리사초가 먼저 해명하지 않으면 그들이 누명을 씌울 수도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악대범은 추상과 방현량을 연신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누군지 정확하게 알아보는 것 같았다.
하기야 연습교관과 조장 정도까지는 장문인도 그 신상을 알고 있었다.
“말을 할 수 있겠느냐?”
“네. 장문인. 어디까지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찬찬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해주면 나야 고마울 따름이지. 운공 중 이상이 생기면 도와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천천히 말하도록 해라. 일반적인 병은 몰라도 내상은 자하신공으로 대부분 치료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일단 매화검보가 어디 있는지부터 말해주겠느냐?”
악대범이 다시 매화검보를 언급했다.
최소한 그에게 있어 추상과 방현량의 안위보다는 매화검보가 훨씬 중요한 것 같았다.
백리사초가 말했다.
“일단 매화검보는 지금 없습니다. 사정이 있어 태워버렸습니다. 추 교관과 방 조장 두 사람은 제가 매화검보에 이어 얻게 된 검을 빼앗아 갔습니다. 그래서 부득이 회수하는 과정에서 제압을 해두었습니다.”
“매화검보가 불에 탔다고?”
악대범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네. 죄송합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 내용을 모두 제가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그보다 먼저 보여드릴 게 있습니다.”
“으음, 그게 뭐냐?”
“매화검보와 함께 발견한 비급입니다.”
“함께 발견한 비급?”
“네. 바로 옥녀심경입니다.”
백리사초가 품속에 손을 넣어 비급 한 권을 꺼냈다.
바로 옥녀심경이었다.
혹시 몰라 그 내용 역시 암기를 해두었으나 매화검보와 달리 그 원본을 없애지 않았다.
옥녀심경을 건네받은 악대범이 한 차례 훑어본 후 말했다.
“네 말대로 옥녀심경이 맞는구나. 하지만 중요한 것은 매화검보다. 지금 당장 사본을 만들 수 있겠느냐?”
“······.”
백리사초가 대답 대신 악대범의 얼굴을 유심히 봤다.
그도 그럴 것이 악대범은 옥녀심경을 확인한 후에도 전혀 기쁜 표정이 없었다.
백리사초가 속으로 흠칫한 이유였다.
‘장문인께서 소소의 체질을 모를 리도 없고, 옥녀심경이 자신의 딸에게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텐데 반응이 영 이상하구나. 내가 너무 장문인을 믿은 것인가.’
백리사초가 다시 한번 유심히 악대범의 얼굴을 쳐다봤다.
하지만 악대범의 얼굴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할 수는 없었다.
‘만약 가짜 장문인이라면 본파의 비급을 외부인에게 건네주는 꼴이 된다. 내가 너무 경솔했구나. 매화검보의 존재를 너무 빨리 시인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냐? 하기야 지금 운공요상 중이니 매화비급 사본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겠지. 좋다. 일단 운공요상부터 해라. 다행히 내게 지필묵이 있으니 고비를 넘기면 그때 사본을 작성해다오.”
“감사합니다. 장문인. 제가 운공요상 중 잘못되면 매화검보가 실전되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제자의 죄가 너무 커질 것 같습니다. 지필묵을 가지고 계시다고 하니 지금 바로 적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주겠느냐?”
“네. 다만 그 전에 한가지 약속을 해주십시오.”
“뭐냐?”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제가 부득이 추 교관과 방 조장을 제압했습니다. 일종의 하극상인데 용서를 해주시겠습니까?”
“물론이다. 매화검보와 함께 발견한 검이라면 분명 매화검선께서 남기신 보검 일터. 보검을 처음 발견한 자도 아니면서 사사로운 욕심으로 강탈하려 했으니 나중에 그 죄를 엄히 물을 것이다. 반면 사초 너는 본파를 위해 큰 공을 세운 셈이니, 매화검보 사본이 작성대는 대로 너를 정식제자로 올려줄 것이다.”
“감사합니다. 장문인.”
백리사초가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계속 운공을 했는데, 빠르게 일주천을 하니 한고비는 넘긴 것 같았다.
물론 내상 회복의 기간이 이제는 두 달 정도로 늘어난 것 같지만, 매화심공의 치유력이 대단해 당장 목숨을 잃을 우려는 덜어낸 셈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가 생각해도 큰 위기였다.
바로 눈앞에 있는 악대범 때문이었다.
만약 백리사초의 생각대로 그가 가짜 장문인이라면 매화검보 사본을 만들어주는 즉시 죽임을 당할 가능성이 컸다.
‘일단 시간을 벌어야 한다. 매화검보 사본을 완성할 때까지 나를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
백리사초가 눈을 빛냈다.
이제 그는 거의 구할 이상 눈앞의 악대범이 가짜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발단은 옥녀심경에 대한 그의 반응 때문이었으나, 자세히 보니 그 느낌이 이전과 달랐다.
매화심공이 칠성에 다다르면 병장기와 교감을 이룰 수도 있지만 한번 만난 사람의 기운 역시 기억할 수 있었다.
어제 악대범을 총관실에서 만났을 때 백리사초는 그에게서 묘한 기운을 감지했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서 있는 사내에게서는 그러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백리사초는 그 기운이 자하신공을 익히게 되면 생성되는 자하지기(紫霞之氣)라고 추측했다.
백리사초가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악대범은 품속에서 지필묵을 꺼내 백리사초 앞에 놓아두었다.
“여기 있다. 서두를 필요는 없지만 빠지는 내용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아, 그리고 한가지 해줄 말이 있다.”
“그게 뭡니까?”
“너도 아는지 모르겠지만 본파는 비급의 소유권을 먼저 발견한 자에게 주고 있다. 따라서 사초 너는 매화검보의 소유권자로서 정당하게 그 무공들을 익힐 권한이 있다. 다행히 그 내용을 이미 암기해뒀으니 앞으로 매화검보에 수록된 무공을 익히는데 방해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다만 네가 자발적으로 장문인인 내게 매화검보를 바칠 의사를 비쳤으니, 나 역시 본파의 미래를 위해 매화검선께서 남긴 절학들을 연마할 것이다. 여기까지 이해했느냐?”
“네.”
“그래. 사실 강호의 관례를 보더라도 사문의 실전된 비급을 입수하면 장문인과 공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아, 그리고 네가 이미 매화검보를 익힌 이상 그 위상이 높아지게 되어 아마도 차기 장문인의 지위까지 확보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알고 앞으로 무공 연마에 최선을 다하도록 해라.”
“아, 그게 정말입니까?”
백리사초가 애써 기뻐하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속으로는 곤혹스러운 게 사실이었다.
가짜 장문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세심하게 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총관실에서 매화심공으로 자하지기를 감지하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속아 넘어갔을 것 같구나. 이 정도면 본파의 고수일 가능성이 큰데, 장로 중 한 명일까? 아니면 오래전부터 본파에 잠입한 사마의 무리일까?’
백리사초가 눈을 빛내며 매화검보 사본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진짜 매화검보와 확연히 달랐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아무 구결이나 적어 내려갔는데, 그것만으로는 그 어떤 무공도 익힐 수 없었다.
다행히 악대범은 그 내용 하나하나를 확인하지 않았다.
다만 호법을 선다는 명목하에 은연중 백리사초의 도주로를 완전히 차단하고 있었다.
그 때문일까.
백리사초는 악대범에게서 한 가닥 사이한 기운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마공이나 사공을 익힌 자에게서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아무나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백리사초처럼 절대 내공을 지니고 있어야만 가능했다.
‘역용술이 정말 무서운 것이로군. 이런 식으로 감쪽같이 장문인 행세를 해서 본파의 절세비급을 빼돌릴 수도 있으니까.’
백리사초가 붓을 내려놓은 후 말했다.
“장문인께 아룁니다. 죄송하지만 조금 전 제가 바친 옥녀심경을 다시 주시겠습니까?”
“무슨 문제가 있느냐?”
“문제가 아니라 매화검보와 옥녀심경 중 공통부분이 있는데, 그건 제가 미처 다 외우지 못해 옥녀심경을 보고 적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자, 여기 있다.”
악대범이 순순히 옥녀심경을 돌려줬다.
백리사초가 다시 눈을 빛냈다.
‘옥녀심경은 여인만이 익힐 수 있다는 특징도 있지만, 사마의 무리에게는 극약과도 같은 것이라 했던가. 정사마 무공을 모두 익혀 조화를 이룬 자가 아니라면, 사마의 무리에게는 보는 즉시 태워버려야 할 비급일 것이다.’
백리사초가 옥녀심경의 한 부분을 펼쳐놓았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여전히 아니었다.
엉터리 매화검보를 보여주게 되면 분명 의심을 사게 될 것이었다.
그 전에 상대를 제압하든지 해서 그 정체를 밝혀야 했다.
하지만 내상이 깊어 더는 매화공력을 사용하기 힘들었다.
‘진퇴양난이군. 어쩔 수 없이 다시 한번 매화금나수와 매화점혈을 시도해볼 수밖에 없겠구나. 다만 지금 상황에서는 잠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백리사초가 안색을 굳혔다.
상대는 최소한 절정급 고수였다.
느낌상으로는 음양색마보다 훨씬 고수였다.
비교한다면 진짜 악대범과 대등하다고나 할까.
최악의 몸 상태인 백리사초가 그를 제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매화검보에 수록된 매화폭잠공(梅花爆潛功)은 단 한 번이지만 몸속의 잠력을 일으킬 수 있다. 그 잠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운이 좋으면 내 몸속에 있는 삼갑자 내공의 일부 역시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모험이기는 하나 지금 그 수밖에 없다.’
백리사초가 결단을 내린 후 말했다.
“장문인. 이 글자가 무슨 글자인지 혹시 아십니까?”
백리사초가 옥녀심경 한 곳을 손으로 가리켰다.
악대범이 천천히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그는 무명검에 대해서도 그렇게 관심을 두지 않았고 오직 매화검보만 신경을 써 왔다.
그래서 그런지 별다른 의심 없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