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212
212화 : [제68장] 서장무맹 3
라마승이 말을 한 후 당리에게 다가갔다.
당리는 검을 들고 있었으나 이를 휘두를 힘이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당할 수는 없는 노릇.
어쩔 수 없이 당가 비전의 심법으로 잠력을 일으켰다.
동시에 머리에 꽂아두었던 비녀를 풀어 왼손에 쥐었다.
암기가 떨어졌기에 최후의 암기로 비녀를 선택한 것이었다.
당리가 검만 들고 있을 때 가소롭게 보던 라마승이 흠칫했다.
당가의 암기술은 그 역시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당가 무사들이 대부분 영웅맹에 들어가 지난번 소림사에서 마계에 끌려가지만 않았어도 이 정도까지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그야말로 속수무책으로 당했지만 그래도 당리는 정통 암기술을 전수받은 직계 후손이었다.
게다가 잠력을 일으켜 암기 공격의 효율성도 높은 상태였다.
“후후후! 제법이구나. 그래. 얼마나 네년의 무공이 뛰어난지 한번 보자.”
라마승이 걸음을 멈추고 뒤에 있던 수하 두 명에게 눈짓했다.
그러자 서장무맹 무사 두 명이 경공을 펼쳐 당리를 향해 날아왔다.
두 명 모두 검을 들고 있었는데, 각각 당리의 한쪽 팔을 겨냥해 검초를 펼쳤다.
휙휙.
두 팔이 잘리더라도 욕심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인가.
라마승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흥!”
당리가 신형을 솟구쳐 공격을 피한 후 들고 있던 비녀를 던졌다.
한데 비녀가 날아간 방향이 바로 라마승 쪽이 아닌가.
그랬다.
단 한 번의 암기 공격만 가능했기 때문에 적의 수장을 제거한 후 도주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라마승이 들고 있던 선장을 휘두르자 비녀는 맥없이 떨어지고 말았다.
당리가 흠칫한 것은 물론이었다.
바로 그때 라마승이 유령과 같은 신법으로 다가와 그녀의 혈도를 찍었다.
“으윽!”
당리가 신음과 함께 쓰러졌다.
들고 있던 검 역시 땅에 떨어져 둔탁한 소리를 냈다.
“후후후! 별거 아니군.”
라마승이 다시 한번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당리의 옷을 벗기려 했다.
“차라리 날 죽여라!”
당리가 소리쳤으나 이미 마혈을 찍혀 꼼짝도 못 하는 상태였다.
당리가 혀를 깨물고 자진하려던 찰나.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막 자신의 옷을 벗기려던 라마승의 움직임이 멈춘 것이었다.
동시에 그녀의 혈도 역시 풀렸다.
급히 일어난 당리가 검을 회수한 후 뒤로 물러났다.
놀란 서장무맹 무사들이 라마승의 상태를 살폈지만 이미 심맥이 끊겨 절명한 상태였다.
“웬 놈이냐?”
서장무맹 무사 한 명이 소리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는 라마승 다음가는 서열로 부대주 지위를 지니고 있었다.
참고로 서장무맹의 전투 부대는 최소 백 명의 무사로 구성되며, 그 대주는 포달랍궁 소속의 라마승이 맡고 있었다.
이는 서장 무림의 최대 세력인 포달랍궁의 궁주가 서장무맹의 맹주 지위까지 맡고 있기 때문으로, 라마승 개개인의 무공은 매우 뛰어났다.
게다가 흑반선들의 도움으로 그 무공이 열 배 이상 높아진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도움을 준 흑반선들은 몇 달 전에 이미 떠났지만, 이후 서장무맹 무사들은 불철주야 무공을 연마했고 이제 때가 되었다고 판단해 전격적인 침공을 감행한 것이었다.
사실 그러지 않았다면 이렇게 단 하루 만에 사천 무림을 장악할 수는 없었을 것이었다.
부대주가 소리를 치고 얼마 후 숲속 공터에 세 사람이 나타났다.
한데 그들은 바로 백리사초와 악소소, 그리고 임설이 아닌가.
그랬다.
이동대법으로 아미산 인근까지 온 그들은 우연히 당리가 위기에 처한 것을 발견하고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네놈들은 누구냐?”
부대주의 물음에 백리사초가 담담히 말했다.
“우리는 중원 무림인이오. 그대들은 서장무맹 무사들이오?”
“그렇다. 네놈이 우리 대주님을 죽였느냐?”
“그렇소. 그가 이분 소저를 범하려 했으니 어찌 가만있을 수 있겠소?”
백리사초가 담담히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주위를 살폈는데 다른 서장무맹 무사들이 있는지 알아보려는 것 같았다.
부대주가 분노하며 소리쳤다.
“지금 말장난하는 것이냐? 네놈이 대주님을 죽였으니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모두 들어라. 저놈들을 죽여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서장무맹 무사 백여 명이 일제히 병장기를 들고 백리사초 일행을 향해 다가왔다.
원래 그들 역시 백리사초 일행을 보고 혹시 다른 병력이 있는지 살펴봤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총공격을 가해오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냥 공격해오는 것이 아니라 서장무맹주가 직접 창안해 무사들에게 보급한 특수 진을 펼치고 있었다.
이 진이 펼쳐지면 순간적으로 평소 무공의 다섯 배 이상의 공격력을 갖게 된다. 이미 흑반선들의 도움으로 열 배 이상 강해진 그들이기에 산술적으로 무려 오십 배 이상 강해진 공격력이었다.
“후후후! 네놈이 설사 영웅맹주라고 해도 우리 공격을 막아내지 못할 것이다.”
“······.”
백리사초가 대답 대신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바로 그때였다.
무섭게 돌진해오던 서장무맹 무사들이 일제히 피를 토한 후 쓰러졌다.
“으윽!”
“크윽!”
칠공에서 피를 흘리며 즉사한 그들의 모습에 당리가 무척 놀랐다.
백리사초가 전혀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무형지기인가. 실로 대단한 고수로구나.’
당리가 죽은 라마승을 향해 다가가는 백리사초를 쳐다봤다.
백리사초는 초혼술로 라마승의 기억을 흡수한 후 역시 죽은 부대주의 기억까지 흡수했다.
서장무맹의 조직과 고수 등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서로 실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초혼술이 행해지는 동안 임설과 악소소는 당리를 치료해주었다.
특히 임설의 성력은 치료에 특효라 당리는 금세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
물론 아직 내상이 깊어 운공요상을 해야 했지만 거동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백리사초가 초혼술을 끝낸 후 당리에게 다가갔다.
“몸은 괜찮습니까? 혹시 당가 소속입니까?”
“네. 당리라고 해요. 사천당가주께서 바로 제 아버님이세요. 목숨을 구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아!”
백리사초가 탄성을 터뜨렸다.
사천당가주 역시 현재 특수 혈우강시로 변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일단 아미파 총단으로 가는 것이었다.
“아미산에 가는 중이라면 저희와 함께 가도록 하지요.”
“네. 여러분께서는 어느 문파 소속이신가요?”
“우리는······ 무아문(無我門) 소속입니다.”
“무아문? 처음 듣는 곳이군요. 사천 무림에 있던 문파인가요?”
“네. 최근에 문파를 창설해 잘 모르실 겁니다. 정식으로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무아문주 무아검객(無我劍客)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문도들입니다.”
백리사초가 악소소와 임설을 쳐다보자, 그녀들 역시 차례대로 자신의 명호를 밝혔다.
“무일선자(無一仙子)라고 해요.”
“무이선자(無二仙子)라고 해요.”
물론 이들 세 사람의 명호는 꾸며낸 것으로, 현재 역용을 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것에 맞게 새롭게 만든 것이었다.
그것도 당리를 발견하기 얼마 전으로 여러 상황을 고려해 당분간 신분을 숨기는 게 좋겠다는 백리사초의 판단이 있었다.
물론 임설과 악소소 역시 이에 찬성했다.
임설은 향후 마교 세력을 흡수하려면 다른 신분이 필요하다는 이유였고, 악소소는 백리사초의 신분이 드러나면 서장무맹 쪽에서 경계할 것이 분명해 아직은 득보다 실이 많을 거라고 했다.
* * *
“이분들은 무아문 분들로 아미산 바로 밑에서 저를 구해주셨습니다. 신원이 확실하니 걱정 안 하셔도 될 겁니다.”
당리의 말에 아미파 총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당 소저의 말씀을 믿겠습니다. 무아문도들이라고 하셨습니까?”
“네. 무아문주 무아검객이라고 합니다.”
“무일선자예요.”
“무이선자예요.”
백리사초와 악소소, 임설 세 사람이 인명록에 자신들의 명호를 적었다.
이는 혹시 모를 서장무맹 측의 간자 침입을 막기 위함으로, 일일이 신원 확인을 하고 있었다.
아미파 총단 산문 앞에서 진행된 신원 확인 절차가 끝난 후 당리가 말했다.
“아까 들어보니 우리 당가 무사들끼리 모인 방이 있다고 해요. 세분도 저와 함께 그곳으로 가시지요.”
“아닙니다. 당가 무사분들끼리 말씀하실 때 우리가 있으면 보안상 곤란해질 수 있으니 일반 방에서 지내도록 하겠습니다.”
“객방은 지금 모두 차 아마도 연무장에 있는 막사를 이용하셔야 할 거예요. 그래도 괜찮겠어요?”
“네. 나중에 시간이 나면 한번 당가 분들을 만나 뵈러 들리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럼 저 역시 나중에 운공요상을 마치고 다시 들리도록 할게요.”
당리가 아쉬운 표정으로 떠났다.
그녀가 향한 곳은 아미파 총단에 있는 객당으로, 사천당가처럼 유명한 문파 소속 무사들만 방을 배정받고 있었다.
백리사초가 아미파 관리 무사에게 실제 객당에 빈방이 없음을 확인한 후 말했다.
“우리는 연무장으로 갑시다. 막사가 다 차기 전에 서두릅시다.”
“네.”
“네.”
얼마 후 백리사초 일행이 도착한 곳은 바로 연무장으로 예상대로 만여 명이 넘는 무사들이 있었다.
대부분 사천성 전역에서 피신 온 무사들로 상당수가 상처를 입고 있었다.
행색도 남루해 흡사 난민촌 같았다.
백리사초 일행은 연무장 관리를 맡고 있던 아미파 무사 한 명의 안내에 따라 막사 한 곳을 배정받았다.
원래 작은 막사라도 비어 있는 곳에 들어가려 했으나, 그런 막사 역시 어느 정도 이름이 있는 문파들에게만 배정된 상태였다.
백리사초 일행에게는 낭인들이 들어가 있는 대형막사 밖에 갈 곳이 없었다.
이는 무아문이라는 문파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으로, 당리의 신원 보증이 없었다면 지금쯤 대기 장소로 가서 좀 더 세밀한 신원 검사를 받고 있었을 가능성이 컸다.
“어서들 오시오.”
백리사초 일행이 낭인 막사 안으로 들어가자, 조장으로 보이는 대한 한 명이 손을 들며 환영했다.
원래 낭인들이 묵고 있는 곳은 분위기가 험악하기 마련인데, 서장무맹과의 전쟁 상황이라 그런지 우려했던 텃세나 괴롭힘 같은 것은 없었다.
하지만 이는 백리사초에게만 해당한다는 것을 아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막사 한구석에서 잠을 자고 있던 낭인무사 한 명이 깨어나 악소소와 임설을 보고 자꾸 말을 걸어왔기 때문이었다.
이는 두 사람 모두 얼굴만 평범하게 바꿨지 날씬한 몸매는 그대로 두었기 때문이었다. 예의 사내의 흥미를 자아낸 모양이었다.
참고로 낭인 막사에 있는 무사들의 수는 백리사초와 악소소, 임설을 합해 모두 오십 명이었다.
조장이 악소소와 임설에게 추근대는 사내에게 말했다.
“어서 제자리로 돌아가시오. 지금이 어떤 상황인데 같은 무사들끼리 희롱을 한단 말이오?”
“뭐야? 내가 뭐 어쨌다고 그러는 것이냐? 임시 조장 주제에 너무 한 것 아냐? 좋다. 말이 나온 김에 정식 조장을 뽑도록 하지. 우리 막사 정원인 오십 명이 다 찼으니까.”
“좋소. 그렇게 합시다. 우리 중에서 무공이 가장 강한 자가 조장이 되는 것이오. 나와 겨룰 자는 나오시오.”
임시 조장이 막사 중앙에 섰다.
대형막사라 그런지 막사 중간 부위에 제법 넓은 공간이 있었다.
조장 자리에 도전한 사내는 물론 조금 전 악소소와 임설에게 수작을 부리던 자였다.
심판은 가장 나이가 많은 낭인무사 한 명이 보기로 했다.
“두 사람 중 먼저 쓰러진 쪽이 지는 것으로 하겠소. 하 무사와 진 무사 두 분은 어서 대결을 시작하시오.”
“알겠소.”
“알겠소.”
선공을 가한 자는 바로 임시 조장 하 무사였다.
그는 아미산 일대에서 활약하던 낭인무사로 인근에서 제법 명성이 있었다.
서장무맹의 침공이 있자 그는 아미파 무사들과 함께 싸웠으며 그 공을 인정받아 임시 조장 자리에 오른 것이었다.
참고로 각 막사의 조장은 지휘부 회의에 참석할 수도 있어 훗날을 기약할 수 있었다.
아무리 서장무맹의 침공으로 아미산을 제외한 사천성 전역이 함락되었다고 해도 무림인들은 이후의 상황도 생각해보기 마련이었다.
특히 낭인무사들의 경우에는 상당수가 이번 전쟁을 명성을 날릴 기회로 생각하고 있었다.
명성이 높아지면 전쟁이 끝난 후 자신의 몸값도 올라가고 잘만하면 무림세가의 식객으로 들어가 평생 호의호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쐐애액.
하 무사의 주먹이 빠른 속도로 진 무사의 턱을 가격하기 직전.
진 무사가 보법을 펼쳐 주먹을 피한 후 좌장으로 하 무사의 가슴을 타격했다.
퍽.
“으윽!”
비명과 함께 하 무사가 막사 바닥에 쓰러졌다.
꿈틀거리기만 할 뿐 좀체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 내상이 깊어 보였다.
“진 무사의 승리요.”
심판을 본 낭인무사가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소리쳤다.
“열을 살릴 때까지 도전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우리 막사의 조장으로 진 무사가 확정될 것이오. 하나, 둘, 셋······.”
“제가 한번 도전해보겠습니다.”
마지막 열을 살리기 직전 나선 사람.
그는 바로 백리사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