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224
224화 : [제72장] 천마신교 3
십만봉.
십만 개에 달한다는 십만대산의 봉우리 중 가장 높은 곳.
지금 그곳에 두 사람이 십장 거리를 두고 마주 서 있었다.
바로 백리사초와 불사대제였다.
전날 했던 생사결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렇게 온 것이었다.
해는 중천에 떠 있어 정오가 다 된 시각.
두 사람은 별말이 없었다.
입을 먼저 연 것은 불사대제였다.
“천마서생이라고 했나? 네놈은 내 아들을 죽였으니 불구대천의 원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네놈이 천마 조사께서 남긴 천마대장경을 내게 넘겨준다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어떻게 하겠느냐?”
“거절하겠소.”
백리사초가 담담히 말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이 그렇게 밝은 것만은 아니었다.
이는 십만봉 주위의 기운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직 드러나지는 않았으나 봉우리 가까운 곳에 적대적인 기운이 가득했다.
‘여기 올 때부터 느꼈지만 봉우리 전체가 하나의 진법으로 덮여있다. 기관 역시 곳곳에 있고, 예상대로 나를 상대하기 위해 다른 병력을 배치해둔 것 같군.’
“후후후! 배짱이 좋구나. 하지만 이미 이곳은 봉쇄되었다. 임설 그 계집을 포함해 너를 도울 고수는 아무도 오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귀하를 도울 병력은 있다는 말이오?”
“물론 그렇다. 어젯밤 비밀리에 병력을 배치해두었지. 이미 봉쇄진법이 가동 중이라 네놈이 죽어야 진이 풀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겨우 시신은 수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임설과 성녀전 계집들 역시 네놈에 이어 제거될 것이니, 시신 수습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세상의 일은 알 수가 없는 법이오. 순리를 지키지 않고 욕심을 부린다면 그 결과는 패망일 것이오. 이왕 지원 병력을 안배했다면 지금 드러내는 것이 어떻겠소?”
“후후후! 안 그래도 그렇게 할 생각이다.”
불사대제가 오른손에 들고 있던 불사검(不死劍)을 높이 들었다.
순간 봉우리가 흔들리더니 지반이 갈라지며 통로 하나가 드러났다.
봉우리 속과 연결된 통로였다.
그 통로 속에서 무사들이 끝없이 나왔다.
한데 그들은 바로 환희불을 비롯한 서장무맹 무사 이십만 병력이 아닌가.
와아아.
함성과 함께 나타난 병력이 금세 백리사초를 포위했다.
백만 명도 수용할 수 있는 십만봉 정상이긴 하나, 서장무맹 무사들이 상당 부분을 차지해 그 위세가 대단했다.
이는 서장무맹 무사들과 상대할 사람이 백리사초 한 명뿐이라 더욱더 대비되었다.
한데 지원 병력은 그들만이 아니었다.
마교 총군사 십만선생이 삼만여 구에 달하는 천마강시들을 이끌고 온 것이었다.
“교주님. 강시 부대를 이끌고 왔습니다.”
십만선생의 말에 불사대제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수고가 많았소. 저놈 한 명을 상대하는데 천마강시들까지 출동시키다니 너무 과한 게 아니오?”
“저놈의 무공 수준을 알 수 없어서 확실한 수단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분부대로 본교 무사 전원이 봉우리 밑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무사들은 이곳에 교주님과 천마서생 두 사람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 어서 저놈을 죽인 후 수급을 들고 귀환하십시오. 이후 성녀전 반역 세력을 소탕하면 모든 것이 정리될 겁니다.”
“십대원로들은?”
“아직 성녀곡에 있습니다. 그들은 천마검에 복종하니 천마서생 저놈을 죽이고 천마검을 확보하시면 그들 역시 교주님께 복종할 겁니다. 간밤에 불사신공을 대성하셨으니 이제 천마검의 주인도 되실 수 있을 겁니다.”
“고맙소. 이 모든 게 총군사 덕분이오. 총군사가 공청석유를 가져오는 바람에 기적적으로 불사신공을 대성할 수 있었소.”
불사대제가 득의한 미소를 지었다.
흑반선들의 도움으로 불사신공을 완성했다고 알려졌지만 실은 내공이 모자라 조금 부족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공청석유로 내공을 보충할 수 있었던 것이다.
환희불이 말했다.
“감축드립니다. 천마서생 저놈을 죽이는 데 도움을 드리면 사천성 전역을 귀교와 분할 없이 본맹이 영구지배할 수 있게 해준다는 약속을 지키시리라 믿습니다.”
“하하하. 걱정하지 마시오. 이미 귀맹이 아미산 일대를 제외하고 사천성 전역을 점령했는데, 어찌 본교가 권리를 주장하겠소? 일단 천마서생 저놈부터 죽인 후 다시 의논합시다.”
“네. 교주님.”
환희불 역시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한편 백리사초는 여전히 태연한 표정이었다.
‘이들이 전부인가? 천마강시들을 보니 완전히 강시화가 되어 회생불능인 것 같구나. 문제는 서장무맹 병력인데 숫자가 너무 많구나.’
백리사초가 천마검을 천천히 빼 들었다.
천마검법을 펼칠 생각이지만, 아직 그 위력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백리사초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서장무맹 무사 이십만과 천마강시 삼만여 구가 더욱더 완벽하게 그를 포위했다.
이미 그들끼리 공격 계획을 세웠는지 매우 빠른 동작이었다.
십만선생이 불사대제에게 전음을 날렸다.
「교주님. 혹시라도 놈이 살아남으면 그때 불사신공으로 마무리를 하십시오. 저 역시 본교의 절대암기로 놈을 공격하겠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절대 방심하시면 안 됩니다.」
「알겠소. 총군사의 권고대로 잠력까지 발동할 생각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오.」
「아, 그러면 안심입니다.」
십만선생의 표정이 밝아졌다.
‘천마서생 저놈이 천마검법을 대성했을 리는 없을 테니, 무조건 우리가 승리한다.’
십만선생이 우수를 높이 들고 소리쳤다.
“공격!”
와아아.
거대한 함성과 함께 이십만 서장무맹 무사들이 일제히 백리사초를 공격했다.
서장무맹 특유의 공격 진법을 펼치고 있어 공격이 중첩되지 않고 백리사초의 요혈을 향해 쏟아졌다.
장풍은 기본이고 암기, 병장기 등 마치 암기 공격의 최고봉이라는 만천화우를 방불케 했다.
백리사초를 향한 공격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삼만여 천마강시들이 일제히 허공으로 솟구친 후 입을 벌려 독기류를 뿜어냈다.
이들 강시들은 어제만 해도 보이지 않았는데, 십만선생의 강력한 주장에 의해 전격적으로 강시 보관소에서 데려왔다.
쏴아아.
독기류가 거대한 폭풍이 되어 백리사초의 전신을 덮쳤다.
백리사초가 천마검을 휘두른 것은 바로 그때였다.
예정대로 천마검법을 펼쳤는데, 붉은색 강기가 동심원 모양으로 퍼져나갔다.
꽈아아앙.
천지가 떠나갈듯한 폭음과 함께 봉우리 전체가 거대한 먼지구름에 덮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후 드러난 광경은 충격적이었다.
환희불을 비롯한 서장무맹 이십만 무사와 천마강시 삼만여 구가 갈기갈기 찢겨 나가거나 소멸한 것이었다.
백리사초 역시 무사한 것은 아니었다.
그 역시 상당한 타격을 받았는지 한쪽 무릎을 꿇고 겨우 천마검으로 지탱하고 있었다.
그의 입가에는 쉴 새 없이 피가 흐르고 있었다.
불사대제가 믿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대단한 놈! 천마강시들이 최후 수단으로 자폭을 했는데도 아직 살아있다니! 하지만 이제 네놈도 끝났다.”
불사대제가 천천히 백리사초를 향해 다가갔다.
옆에 있던 십만선생 역시 대롱 같은 것을 하나 들고 따라갔다.
백리사초는 그들 두 사람을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조금 전과 달리 굳어 있었다.
‘천마강시들이 자폭을 할 줄 몰랐다. 내가 아는 천마강시 특성과 달라 방심했다. 하기야 서장무맹 병력이 너무 많아 한꺼번에 진기를 소모해 방어력이 너무 약했다. 큰일이구나.’
백리사초가 애써 태연한 척하려 했으나, 입가에 흐르는 피를 숨길 수는 없었다.
하기야 지금 상황은 사실 뜻밖이었다.
애초 불사대제와의 마지막 승부를 염두에 두고 어느 정도 내공 조절을 했던 그였다.
그 한 예로 내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서장무맹 무사들의 내공 사용만 일시 무력화할 생각이었다.
그들을 제거하는 것은 불사대제를 제거한 후 실행에 옮기려 했는데, 예상과 달리 천마강시들이 폭발함으로써 서장무맹 무사들까지 몰살당하고 만 것이었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아직 할 일이 태산이지 않은가.’
백리사초가 최후 수단으로 신선호리병 안에 있는 신선여의주를 꺼내려 했다.
하지만 신선호리병 역시 어느 정도 타격을 받았는지 의념이 전달되지 않았다.
하기야 지금 백리사초는 기혈이 막혀 마치 혈도가 찍힌 것처럼 꼼짝도 못 하는 상황이었다.
어느새 삼장 거리까지 다가온 불사대제가 불사검을 높이 들고 말했다.
“후후후! 헛수고하지 말아라. 혹시 네놈이 나를 유인하기 위해 연기를 하는가 싶어 신중했는데, 지금 보니 진짜 기혈이 막혀 주화입마 직전이군.”
불사대제가 말을 한 후 옆에 서 있는 십만선생을 쳐다봤다.
십만선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불사대제가 공격을 하면 합공을 하겠다는 뜻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불사대제가 빠른 속도로 다가와 백리사초의 목을 베어갔다.
쐐애액.
동시에 십만선생이 대롱을 흔들었다.
순간 대롱 안에서 미세한 침 하나가 발사되었다.
일견 단순해 보이는 우모침이었다.
하지만 날아오는 도중 우모침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바로 무형우모침(無形牛毛針)이란 것으로 상대의 호신강기를 전문적으로 뚫는 절대암기였다.
이 무형우모침을 만든 사람은 마교의 평범한 대장장이로 지금으로부터 칠백 년 전 인물이었다.
그는 죽기 전 세 개의 무형우모침을 만들었는데, 죽기 직전 깨달은 심득이 담겨 있었다.
이후 두 개의 무형우모침이 사용되었다. 그 결과 당시 절대고수 두 명이 무형우모침을 맞고 즉사했다.
남은 하나가 바로 지금 십만선생이 발사한 것으로, 비록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한계가 있기는 하나 그만큼 위력적이었다.
백리사초로서는 불사대제의 불사검에 이어 이 무형우모침까지 피해야 하는 부담까지 안게 된 것이었다.
‘어쩔 수 없군.’
백리사초가 비장한 표정으로 잠력을 일으켰다.
바로 매화폭잠공이었다.
하지만 워낙 기혈이 엉망이라 한 줌의 진기밖에 모이지 않았다.
백리사초가 고개를 뒤로 젖힌 것은 바로 그때였다.
순간 불사검이 그의 목을 스치며 지나갔다.
스팟!
“으윽!”
피 분수가 솟구쳤다.
목이 잘리지는 않았지만 상당한 검상을 입은 것 같았다.
무형우모침이 백리사초의 가슴에 박힌 것은 바로 그때였다.
“으윽!”
백리사초가 다시 한번 입으로 피를 한 사발 토했다.
동시에 그의 전신에서 혈광이 발출되었다.
바로 광세혈광이었다.
흡수대법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광세혈광이 본능적으로 펼쳐진 것이었다.
이는 주위 십장 이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위력이 있었다.
제일 먼저 온몸의 내공이 백리사초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가 죽은 사람은 바로 십만선생이었다.
그는 무형우모침이 적중하자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광세혈광에 당해 내공을 비롯한 몸속 기운을 모두 잃고 즉사하고 만 것이었다.
문제는 불사대제였다.
다시 한번 불사검을 휘두르려 했던 그는 광세혈광을 보고 급히 흡수대법을 펼쳤다.
광세혈광이 상대의 내공을 흡수하는 공격임을 깨닫고 자신 역시 같은 공격 수단을 사용한 것이었다.
그 때문일까.
그는 십만선생과 달리 내공을 빼앗기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신의 내공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이는 천마검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천마검 역시 휴식이 필요했는지 별 도움이 되지 않다가, 내력 대결이 벌어지자 백리사초에게 천마진기를 넣어주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 기운은 천마가 남긴 내공이라 광세혈광의 위력을 순식간에 몇십 배 강하게 만들었다.
“안돼!”
불사대제가 발버둥을 쳤으나 마치 둑이 터진 것처럼 내공이 빠져나가 가죽만 남고 말았다.
천마진기 덕분에 내상을 회복한 백리사초가 천마검으로 그의 목을 벤 것은 바로 그때였다.
댕강.
불사대제의 목이 잘리며 머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백리사초가 삼매진화를 일으켜 그의 시체를 태우기 시작했다.
불사신공을 연마한 불사대제의 부활을 막기 위해서였다.
화르르.
순식간에 재가 된 불사대제.
백리사초는 그 재마저 완전히 녹여 부활을 완벽하게 막은 후 바닥에 떨어져 있는 천마령을 집어 들었다.
“휴우! 큰일 날뻔했다.”
백리사초가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켰다.
그런 후 불사대제가 떨어뜨린 불사검을 보니, 불사검 역시 완전히 녹아내려 보이지 않았다.
이는 백리사초가 불사신공을 원천 차단했기 때문으로, 세상에서 불사대제가 완전히 소멸한 증거이기도 했다.
백리사초가 주위를 한번 둘러본 후 그 자리에서 가부좌하고 운공요상에 들어갔다.
신선호리병 역시 정상적으로 작동되는지 호리병 안에서 신선여의주가 나와 백리사초의 단전 앞에 자리했다.
‘완벽하게 몸을 회복한 후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