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23
23화 : [제8장] 금전방 2
세상 어떤 곳이든지 빈민들이 사는 곳은 있었다.
그런 곳은 별다른 이름도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그냥 빈민촌으로 불리우곤 했다.
화음현도 마찬가지였다.
언제부터인가 야산 언덕 위에 초가집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지난 후 빈민가 백여 호가 함께 모여 사는 곳이 되었다.
그런 빈민촌 어느 초가에 지금 울음소리가 연신 터져 나오고 있었다.
“엄마! 죽으면 안 돼!”
“엄마! 엉엉엉!”
허름한 방안에는 중년 여인 한 명이 힘없이 누워있었다. 그 옆에 중년 사내 한 명과 덩치가 큰 소년 한 명, 그리고 십삼 세 정도의 소녀 한 명이 있었다.
조금 전 다녀간 의원의 말로는 중년 여인이 오늘을 버티기 힘들다고 했다.
한데 덩치가 큰 소년은 바로 초웅이 아닌가.
원래 객잔 일을 마치고 저녁에 집에 들르려고 했는데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듣고 곧장 달려온 그였다.
하지만 곧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어머니 소씨부인(蘇氏婦人)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는 초웅의 부친인 초덕(草德)도 마찬가지였다.
아내 병을 고치느라 초웅도 애를 썼지만, 누구보다도 고생한 사람은 바로 남편인 초덕이었다.
막노동을 하는 그는 어떻게든 아내를 고쳐보고자 빚을 내어 좋다는 약도 많이 사서 먹였다.
하지만 병세는 점점 악화했고, 마침내 오늘 의원으로부터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것이다.
하루를 버티지 못한다는 말.
그 말은 지금 당장 죽을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창백한 안색의 소씨부인이 힘겹게 눈을 떴다.
“영아. 그만 울어라.”
“엄마!”
막내인 초화영(草花英)이 소씨부인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너무나 차가운 손이었다.
“여보!”
“엄마!”
초덕과 초웅이 애타는 눈빛으로 소씨부인을 쳐다봤다.
“저도 들었어요. 오늘 하루를 넘기지 못한다는 의원님 말씀을. 그러게 왜 빚을 져가며 약을 샀어요? 은자 스무 냥이나 되는 그런 큰돈을 어떻게 갚으려고?”
소씨부인이 희미한 목소리긴 하나 또박또박하게 말했다.
평소 초덕에게 잔소리가 많았던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죽음이 임박해서도 잔소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이 죽고 난 후 남겨질 가족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그녀의 안색은 약간 좋아졌는데, 이른바 회광반조(回光返照) 현상으로 보였다.
회광반조는 죽기 전에 잠시 기운이 돌아오는 것으로, 반대로 그것은 죽음이 임박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돈은 걱정하지마. 벌어서 갚으면 되니까. 그보다 어서 일어나야지. 웅이가 화산파 정식무사가 되는 모습을 봐야 하지 않겠어?”
초덕의 말에 초웅이 기가 죽은 모습을 보였다.
백리사초 덕분에 소문이 나지 않아서 그렇지 그 역시 삼 년 연속 꼴찌 다음이었기 때문이었다.
초화영이 말했다.
“오라버니. 화산파에서 엄마 병을 고쳐주실 분이 정말 없어? 의원님이 말씀하셨잖아. 절대 내공을 지닌 고수가 치료해주면 희망이 있다고.”
“안 그래도 장문인 따님이 한번 집에 들른다고 했어. 상태가 심하면 장문인께 데려가서 치료를 부탁해본다고 했는데······ 지금이라도 엄마를 화산파에 데려갈까요? 아버지.”
“이미 늦었다. 이 상태에서 움직이면 곧바로 숨질 거라고 의원이 말하지 않았느냐? 게다가 의원 말을 들어보니 화산파 장문인께서도 절대 내공을 지니고 있지는 않을 가능성이 큰 것 같구나.”
“그래도 자하신공이라면 병세를 조금 늦출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럼 그때 낙양으로 가서 무림맹주님을 모시고 오면······.”
초웅이 자신이 말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는지 말을 다 잇지 못했다.
“웅아. 네 마음만으로 됐다. 내 병은 내가 안다. 장문인께서 오셔도 고칠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무림맹주님은 바쁘신 분인데 어찌 우리 같은 사람들을 위해 여기까지 오시겠니? 오신다고 해도 고친다는 보장이 없고 말이야. 절대 내공만 지녀서는 안 되고 그 내공에 치유력이 담겨있어야 한다고 의원께서 말씀하지 않으셨니? 의원님께서 그저 희망을 잃지 말라고 하신 말씀이지.”
소씨부인이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평소에 그렇게 수다를 잘 떨던 그녀였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포기를 해서인지 마치 득도한 고승과도 같았다.
하기야 삼 년 전부터 이렇게 병석에 누워있었으니 나름대로 수양을 한 셈이었다.
“웅아. 너는 다른 생각하지 말고 무공을 열심히 연마해 강호에서 으뜸가는 영웅이 되도록 해라. 어미가 못 배웠지만, 대기만성(大器晩成)이란 말은 알고 있다. 웅이 너는 반드시 늦게라도 크게 될 것이다. 그까짓 정식무사는 되지 않아도 좋다. 포기만 하지 말아라.”
“알고 계셨군요. 제가 연습제자 중 꼴찌 다음이라는 것을.”
초웅이 눈물을 흘렸다.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그동안 자신의 성적이 바닥이라는 것을 부모님이 알고 있으면서 모른 척했다는 것을.
“지금 성적은 중요하지 않다. 웅이 너의 자질은 훌륭하니까 때가 되면 만개할 것이다. 영이 너도 누구보다 예쁘고 총명하니 앞으로 무슨 일을 하든 성공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당신께 죄송해요. 그동안 병수발하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좀 더 버텨보시오. 장문인 따님이 오실 때까지만이라도.”
초덕이 애타는 표정을 지었다.
그 역시 거의 포기했으나 조금 전 초웅의 말을 듣고 한 가닥 희망을 품게 된 것 같았다.
바로 그때였다.
방 밖 마당 쪽에서 인기척이 나며 사내의 거친 목소리가 들렸다.
“초덕. 안에 있나? 여편네가 아직 안 죽었나? 빌린 돈을 받으러 왔다.”
“이놈들이!”
초덕이 발끈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초웅 역시 분노하며 방문을 열었다.
마당에 험상궂게 생긴 대한 세 명이 서 있었다.
바로 화음현에서 고리대금업을 주로 하는 금전방(金錢幇) 소속 사내들이었다.
금전방은 섬서성 일대에 자리 잡은 흑도 단체인데, 그 총단은 서안에 있었다.
따라서 엄밀히 말해 이들 세 명은 금전방 화음현 지부 소속이라 할 수 있었다.
금전방은 돈이 급한 사람에게 고리대로 급전을 빌려주고 엄청난 이자를 받는 곳으로 악명이 높았다.
게다가 돈을 갚지 못하면 부녀자를 대신 데려가 기루 등지에 팔아먹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초덕은 그런 소문을 알고 있었지만 당장 아내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 급해 그만 돈을 빌리고 말았다.
그나마 그에게 유일하게 빌려주는 곳이 금전방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돈은 나중에 집을 팔아서라도 갚겠소. 아내의 병이 위중하니 나중에 오시오.”
초덕이 축객령을 내렸다.
뺨에 칼자국이 있는 사내 한 명이 말했다.
“후후후! 이까짓 집 팔아봤자 얼마나 된다고 그러느냐? 어서 은자 백 냥을 내놓아라. 그러지 않으면 딸을 데려가겠다. 지금 보니 어리지만 미색이 뛰어나 은자 백 냥 값어치는 충분히 할 것 같군.”
“이놈들! 하늘이 무섭지 않으냐? 내가 빌린 돈은 은자 스무 냥인데 어찌 백 냥이 된 것이냐?”
“이자가 붙었다. 잔말 말고 당자 은자 백 냥을 내놓아라. 내놓지 않으면 딸을 데려가겠다.”
“아내가 죽어가고 있다. 오더라도 내일 오너라.”
“후후후! 네 여편네가 죽으면 도망치려고 그러지? 그럴 줄 알고 우리가 미리 온 것이다. 우리 금전삼웅(金錢三雄)은 절대 돈 떼먹고 도망가는 놈들을 놓치지 않는다.”
자칭 금전삼웅이 방안으로 들어오려 했다.
그들이 노리는 사람이 바로 방 한쪽 구석에서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는 초화영임은 물론이었다.
초화영은 이제 울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두려운 마음은 어쩔 수 없는지 입술이 연신 떨리고 있었다.
초웅이 마당으로 나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어린 모습이지만 덩치가 자신들과 맞먹는 그가 나오자 금전삼웅이 흠칫했다.
“네놈은 이 집 아들이냐?”
“그렇다. 나는 화산파 무사 초웅이라고 한다.”
“화산파?”
금전삼웅의 안색이 굳어졌다.
초덕의 아들이 화산파 무사라는 정보는 몰랐던 것 같았다.
“헛소리하지 마라. 화산파 무사들의 본가가 있는 집은 우리가 다 알고 있다. 어디서 거짓말을 하는 것이냐? 나이도 얼마 되어 보이지 않는데 무슨 화산파 무사란 말이냐? 혹시 연습제자냐?”
“그렇다.”
“하하하! 난 또 뭐라고. 정식무사가 아니라 연습제자라면 말이 달라지지. 엄밀히 말하면 연습제자는 아직 화산파 무사도 아니고, 잘못되더라도 화산파에서 보복도 하지 않지. 게다가 우리는 정당한 업무를 수행 중이다. 어서 비켜라. 안 그러면 개 패듯이 패주겠다.”
금전삼웅이 허리에 차고 있던 몽둥이를 들었다.
“웅아. 괜찮겠냐? 저놈들을 상대할 수 있겠느냐?”
초덕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방에서 나왔다.
아무래도 초웅 혼자서 당해내지 못할 것 같아 함께 싸우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무공이라고는 전혀 배우지 못한 그였다.
막노동하느라고 단련된 근육이 있긴 했지만, 전문적으로 무공을 연마한 사람을 상대할 수는 없었다.
아닌 게 아니라 금전삼웅은 몽둥이 외에도 허리에 검을 한 자루씩 차고 있었다.
몽둥이로 제압이 안 될 것 같으면 언제든 검을 뽑아 공격을 가해올 수 있었다.
반면 초웅은 이렇다 할 무기도 없었다.
운기토납법만 겨우 익히고 있고 그 성과도 미미한 터라 그는 처음부터 검이 없었다. 타고난 힘이 좋은 그는 앞으로 권법 위주로 연마할 생각이었다.
“아버지께서는 어서 방으로 들어가세요. 저놈들은 저 혼자서 상대하겠습니다.”
초웅이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 표정은 초덕으로서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방문 앞에 서 있으마. 조심해라.”
초덕이 뒤로 물러났다.
금전삼웅 중 칼자국 사내가 갑자기 다가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스스슷.
초웅이 깜짝 놀랐다.
건달 정도로 생각했던 그가 정식무사 수준의 신법을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힘으로 승부를 내려 했던 초웅이 당황한 것은 물론이었다.
하기야 그는 금전삼웅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단순한 금전방 수하가 아니라 낭인무사 출신이었다.
살인을 저지르고 쫓기던 그들은 의탁할 곳을 찾다가 금전방에 몸을 담은 것이었다.
이후 그들의 생활은 단순했다.
수금 일을 주로 맡은 그들은 일을 깔끔하게 처리해주고 그 대가로 받은 돈으로 유흥을 즐겼다.
하지만 자신들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기회는 드물었다.
형편이 어려워 돈을 빌리는 집에 고수가 있을 가능성이 희박했기 때문이었다.
한데 비록 연습제자이긴 하나 화산파 소속이라는 말에 그들도 속으로 경계심을 품고 처음부터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칼자국 사내가 먼저 나섰지만 나머지 두 사람도 차례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는 초웅의 덩치가 좋았던 것도 한 이유가 되었다.
하지만 나머지 두 사람까지 움직일 필요는 전혀 없었다.
초웅이 칼자국 사내의 몽둥이에 목을 얻어맞고 그대로 쓰러졌기 때문이었다.
퍽.
“웅아!”
초덕이 매우 놀라 초웅에게 다가갔으나 이미 실신한 이후였다.
칼자국 사내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화산파 연습제자라 하기에 그래도 한 가닥 할 줄 알았는데 이거 뭐 어이가 없군.”
“막내야. 어서 저 계집아이를 데리고 나오너라. 딱 보니 저 여자가 꼴깍할 것 같은데, 재수 없으니까 서둘러라.”
“네. 대형.”
칼자국 사내가 방 안으로 다시 진입하려 했다.
그때였다.
금전삼웅의 뒤에서 한 목소리가 들렸다.
“멈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