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234
234화 : [제75장] 혈교 3
삼경 무렵 십만대산에 있는 천마신교 총단에 한 사람이 나타났다.
바로 백리사초였다.
아미산에서 이동대법으로 이곳까지 온 그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예정대로 성녀전이었다.
홍예나 진성부인을 만나 임설의 행방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스스슷.
성녀전 내부로 잠입한 그가 홍예의 방으로 들어갔다.
여전히 은잠술을 펼친 채라 그의 모습을 외부에서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홍예의 방에 들어간 순간.
마침 그녀와 진성부인 두 명이 앉아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백리사초로서는 최상의 상황이라 조용히 옆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다.
“사부님. 성녀께서 정말 어디로 가신 걸까요?”
“그러게 말이다. 갑자기 사라지셔서 큰일이 아닐 수 없구나. 교주님 말씀으로는 주화입마 때문에 모처에서 운공요상 중이라는데, 그곳이 어딘지 교주님조차 모른다고 하시니. 그냥 이렇게 기다릴 수밖에 없을 듯하다.”
“하지만 성녀께서 안 계신 동안 제사장이 총군사 임무를 대행하고 있어요. 이번에 아미산에 특별사자로 간 것도 그렇고, 아무래도 성녀님 신변에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까요?”
“너는 제사장을 의심하는 것이냐?”
“네. 성녀님 실종과 그의 등장이 거의 일치해요.”
“하기야 제사장은 그동안 자취를 감췄다가 성녀께서 사라지자마자 나타났으니 네가 그렇게 생각할만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교주께서 직접 성녀께서 모처에서 운공요상중이라고 말씀하셨다는 것이다. 설마 교주님까지 의심하는 것은 아니겠지?”
“······.”
“왜 말을 못 하느냐? 어서 말해보아라. 그래도 나보다 네가 교주님을 옆에서 자주 뵙지 않았느냐?”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사실 저는 교주님도 의심스러워요.”
“뭐가 말이냐?”
“어느 순간부터 뭔가 조금 달라지셨어요. 그러니까 모든 병력을 이끌고 사천성으로 향할 때부터였어요. 저를 알아보시기는 하지만 특유의 다정함을 느낄 수 없었어요.”
“으음, 상대의 느낌을 파악하는 것은 홍예 너의 특기이거늘. 네가 그렇게 느꼈다면 분명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사실 나 역시 네 말을 듣고 보니 조금 이상한 느낌이 있었다. 이전보다 교주님께서 말수도 적고, 어느 순간부터는 싸늘한 느낌까지 있었지. 성녀께선 다른 말씀이 없으셨느냐?”
“없으셨어요. 오히려 제가 교주님이 조금 이상하다고 말씀드리니까 그렇지 않다고 하셨지요.”
“그래? 그러면 좀 더 기다려보자. 내일 아침 낙양으로 전 병력이 출정을 나갈 예정이니 그때까지는 복귀하실 수도 있지 않겠느냐?”
“네.”
“그래, 밤이 늦었다. 편히 쉬도록 해라.”
진성부인이 홍예의 방에서 나왔다.
그녀와 함께 백리사초도 나왔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대강 상황을 파악했고, 더는 두 사람에게 알아낼 것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임 소저의 방에 들어가 추적의 단서가 될만한 게 있는가 보는 게 좋겠군.’
백리사초가 임설이 기거했던 방을 향해 경공을 펼쳤다.
스스슷.
얼마 후 도착한 임설의 방은 조용했다.
주인이 없어서 당연했지만, 성녀의 방임에도 불구하고 주위를 지키는 경계 무사가 없었다.
이는 평소에도 임설이 따로 경계무사를 두지 않았기 때문으로, 백리사초로서는 나쁠 게 없는 상황이었다.
방안으로 들어온 백리사초는 빠르게 임설이 사용했던 물건들을 살폈다.
하지만 단서가 될 만한 물건은 없었다.
그렇게 다시 방에서 나오려는 순간 그의 눈에 비녀가 하나 보였다.
탁자 위에 높여있던 것인데 아무래도 임설이 사용하던 것 같았다.
‘성력이 담긴 것 같군.’
백리사초가 비녀를 손으로 집어 살폈다.
‘역시 임 소저의 성력이 담겨 있구나. 하기야 임 소저의 성력은 특별한 것으로 죽지 않았다면 반드시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백리사초가 비녀를 통해 성력을 직접 느낀 후 매화만리추를 펼치기 시작했다.
원래 매화만리추는 찾고자 하는 사람이나 물건이 사라지고 사흘 이내에 펼쳐야 하는 한계가 있었으나, 백리사초의 경우 내공이 조화지경에 달한 후 그러한 한계가 사라졌다.
백리사초가 비녀을 들고 기감을 계속 퍼뜨렸다.
‘최소한 총단 안에 임 소저가 있는지는 알 수 있을 것이다. 양신이 임 소저를 제압했다고 해도 어디 멀리 가두지는 않았을 터. 분명 총단까지 데리고 왔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여전히 반응이 없어 추적을 그만두려던 찰나.
하나의 느낌이 발견되었다.
그것은 한줄기 미약한 성력이었다.
“아!”
백리사초가 탄성과 함께 방에서 나와 한 곳을 향해 날아갔다.
* * *
“교주님. 다녀왔습니다.”
“아! 제사장. 이토록 빨리 오다니 놀랍소. 제사장이 직접 기르는 거대 독수리를 타고 온 것이오?”
“네. 수백 년 된 영물이라 웬만한 전서구보다 빠르지요. 이곳 십만대산에서 아미산까지 가는데 반나절이면 충분합니다.”
제사장의 말에 천마서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수고가 많았소. 그래 내가 새롭게 제시한 불가침 제안을 무아검객이 받아들였소?”
“네. 혈교 세력을 소탕할 때까지 서로 전투를 벌이지 않기로 약속했습니다.”
“으음, 원래는 동맹을 맺으려 했었는데 역시 제사장 예상대로 되었구려. 이제 어떻게 될 것 같소?”
“교주님과 무아검객의 무공이라면 혈교는 반드시 소탕될 겁니다. 문제는 그 이후의 일입니다.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셨습니까?”
“어찌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있겠소? 게다가 제사장도 잘 알다시피 나는 지금 지난 기억을 대부분 잃은 상태요. 원래는 기억이 명료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충격을 받고 이렇게 되었구려. 그러다가 내가 의지하던 성녀도 실종되고, 미쳐버리기 직전 제사장을 만나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소. 특히 제사장의 침술 덕분에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소. 다시 한번 고맙게 생각하오.”
“과찬이십니다. 수하된 도리로 당연하지요. 앞으로 기억이 돌아오실 때까지 저의 조언대로만 행동하시면 될 겁니다.”
“알겠소. 한데 성녀의 행방에 대해 아직 밝혀진 것이 없소? 제사장 조언대로 본교 무사들에게는 성녀가 주화입마로 모처에 운공요상 중이라고 이야기는 해두었는데, 계속 그렇게 말하는 것도 한계가 있지 않겠소?”
“성녀께서 갑자기 실종되셨다고 하면 본교 무사들의 동요가 매우 심할 겁니다. 이는 무사들의 사기와도 관련된 것으로, 혈교와 전쟁을 벌어야 할 지금 운공요상 중이라고 대외적으로 발표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러지 않고 실종되었다고 하면 필시 교주님께서 오해를 받게 되실 겁니다.”
“내가 권력을 독차지하기 위해 성녀를 제거했다고 말이오?”
“네. 이전에 제가 한번 말씀드렸지요. 요컨대 교주님께서 기억이 돌아오실 때까지 현 상황을 유지하는 게 최선입니다. 교주님께서 모든 기억을 되찾게 되면 저는 다시 은거에 들어갈 겁니다.”
“그건 안될 말이오. 성녀가 없는 지금 내가 의지할 사람은 제사장뿐이오.”
“어찌 저뿐이겠습니까? 성녀전의 진성부인도 있지 않습니까?”
“진성부인은 나를 보는 눈빛이 조금 이상했소. 그래서 조금 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이오. 그건 그렇고 혈교를 소탕한 이후 내가 어떻게 해야겠소? 제사장 조언대로 결국 무아검객 그자를 제거해야 한단 말이오?”
“네. 무아검객 그자를 제거하지 않으면 결국 당하는 사람은 바로 교주님이 될 겁니다. 저의 예지력을 믿고 결단을 내리십시오.”
“으음, 하지만 그렇게 되면 중원무맹과의 싸움으로 무림이 다시 혼란에 빠질 것이오. 내 비록 기억을 잃었지만 무림 평화에 대한 신념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오. 원래는 성녀의 조언을 받아 서장무맹 놈들을 제거하는 것이 나의 목표였거늘. 이제 그 대상이 혈교로 바뀌었을 뿐이오. 내 생각에 혈교가 소탕되면 무아검객과 독대를 해 본교와 중원무맹 간에 평화협정을 맺는 게 좋겠소.”
“그건 그때 가서 결정을 내리시지요. 하지만 아무리 평화협정을 맺고 싶어도 무아검객은 그럴 마음이 없습니다. 오히려 본교 세력을 제거하려 할 겁니다. 그러니 조금 전에 말씀드린 대로 놈을 먼저 제거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으음, 정녕 그자가 그런 식으로 나온다면 그때는 생각을 달리할 수밖에 없겠구려.”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건 그렇고 두통은 좀 어떠십니까?”
“제사장이 매일 침을 놓아줘서 많이 좋아졌소. 오늘도 침을 놓을 생각이오?”
“물론입니다. 당분간 매일 침을 놓지 않으면 마기가 폭주해서 광인이 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안 되지. 어서 시작하시오. 사실 안 그래도 한 번씩 살심이 치솟는 것을 겨우 억제하고 있다오.”
천마서생이 눈을 감았다.
제사장이 품속에서 침통을 꺼냈다.
“그럼 바로 침을 놓겠습니다. 침을 놓게 되는 즉시 깊은 잠에 빠지실 겁니다.”
“알고 있소. 이제껏 그래왔지 않소?”
“네. 그럼.”
제사장이 침을 하나 꺼내 천마서생의 백회혈에 꽂았다.
순간, 천마서생이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
잠이 들었다기보다 그대로 실신한 것으로 보였다.
제사장이 비릿한 미소를 지은 것은 바로 그때였다.
“후후후! 양신 주제에 아직 무림의 평화를 생각하다니. 본신이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본신의 몸에 마기가 일부 침투해 양신이 타격을 받지 않았다면 나 역시 아무것도 몰랐을 것이다. 이제 이놈을 어떻게 한다?”
제사장이 중얼거린 후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그가 말했다.
“후후후! 아무래도 네놈을 죽이고 내가 교주가 되는 게 낫겠다. 특수 대법을 통해 네놈을 나의 꼭두각시로 만들려 했는데, 아무래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구나. 어차피 인간도 아니니 나를 너무 원망하지 말아라. 본교의 교주를 배출하는 것이 우리 가문의 필생 숙원이었으니 어찌 이 기회를 놓칠 수 있겠느냐?”
제사장이 마치 천마서생이 들으라는 듯이 말을 한 후 대침 하나를 침통에서 꺼냈다.
“심장을 찌르면 아무리 고수라도 즉사하고 말지.”
제사장이 대침을 천마서생의 가슴에 찌르려는 순간.
천마전 교주 집무실 안에 한 사람이 들어왔다.
한데 그는 바로 백리사초가 아닌가.
“모두 들었소. 제사장. 직접 교주가 되려 하다니! 야망이 대단하구려.”
“무아검객 네놈이 어찌 이곳에?”
“그대도 왔는데 어찌 나 역시 올 수 없겠소? 안 그래도 궁금한 점이 많았는데 그대 덕분에 어느 정도 해소된 것 같소.”
“이놈!”
제사장이 대침의 방향을 바꿔 백리사초의 가슴을 찔러갔다.
하지만 곧바로 백리사초에 의해 맥문을 잡히고 말았다.
“으윽!”
“성녀가 어디 있는지 어서 말해라!”
백리사초가 분근착골을 펼쳤다.
“아악!”
제사장이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천마전을 지키고 있던 천마신교 무사 그 누구도 달려오지 않았다.
이는 백리사초가 음파를 차단했기 때문으로, 제사장이 그 사실을 깨닫고 절망 어린 표정을 지었다.
하기야 제사장은 그 예지력과 기이한 대법으로 이전 교주인 불사대제의 총애를 받았지만, 순순한 무공 실력은 일반적인 장로 수준에 불과했다.
따라서 백리사초의 상대는 전혀 되지 못했다.
게다가 지금 백리사초가 펼치는 분근착골은 보통 분근착골이 아니라 특수한 것으로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으으, 말하겠다. 제발 멈춰다오.”
“좋다. 어서 말해라.”
백리사초가 분근착골을 중단하자, 제사장이 말했다.
“성녀, 아니 임가 계집은 이미 죽었다. 내가 교주가 양신임을 알아차리고 꼭두각시로 만들려 하자, 그 계집이 그것을 간파하고 나를 제압하려 했지. 그때 교주가 그녀를 제압했다.”
“천마서생 이자가 말이냐?”
“그렇다. 당시 특수 침술이 시행 중이라 교주는 내 명을 들을 수밖에 없었지. 나는 즉시 도움을 요청했고 교주가 성녀를 제압한 것이다. 물론 지금 그 사실을 교주는 모르고 있다.”
“그래서 네놈이 성녀를 죽인 것이냐?”
“그렇다. 어찌 그 상태에서 죽이지 않을 수 있겠느냐? 한데 너의 진짜 정체가 무엇이냐? 혹시 네놈이 교주의 본신이냐?”
“그렇다. 역시 예지력이 뛰어나군. 양신 여부를 알아낸 것도 그렇고.”
“우리 가문은 대대로 특수 대법들을 연구했고, 그중에는 양신을 만드는 대법도 있었다. 비록 공력이 부족해 성공은 못 했지만 양신 여부를 간파하는 것은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편이지.”
“성녀의 시신은 어디에 있느냐?”
“산 채로 불에 태웠다. 그보다 나를 살려주면 양신을 회복시켜주겠다.”
“불에 태웠다고?”
백리사초가 안색을 조금 굳혔다.
제사장의 말을 완전히 믿는 것은 아니었지만, 불길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기야 제사장이 자신의 목숨을 구하려면 설사 임설이 죽었다고 해도 살아있다고 해야 했다.
‘아니다. 성력이 이곳 천마전 가까운 곳까지 이어진 것을 느끼지 않았던가. 도중에 제사장 이자를 발견해 이곳까지 들어왔지만, 임 소저는 살아있을 것이다. 게다가 불에 강한 성녀의 몸이지 않은가.’
백리사초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자 초조해진 제사장이 말했다.
“지금 양신은 마기가 폭주하기 일보직전이다. 내가 저놈을 꼭두각시로 삼으려고 일부러 마기를 확장했거든. 아무래도 본신인 네놈이 어느 순간 마기에 당했던 모양인데, 원래라면 양신 스스로 마기를 제거할 수 있었겠지만 나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사라졌지. 어떻게 하겠느냐? 내 혈도를 풀어주면 양신을 원래대로 회복시켜주겠다. 그러지 않고 나를 죽이면 양신은 폭주해서 본신인 네놈을 능가하는 대마왕(大魔王)이 될 것이다.”
“거절하겠소. 그대가 양신을 이용해 나를 공격하려는 속셈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오.”
백리사초가 말을 한 후 살기를 제사장의 몸속에 침투시켰다.
“켁!”
제사장이 괴이한 비명과 함께 절명했다.
백리사초가 삼매진화를 일으켜 그의 시체를 재로 만든 것은 바로 그 직후였다.
백리사초가 그 재마저 완전히 제거한 후 누워있는 천마서생을 향해 다가갔다.
‘이렇게 된 이상 양신을 거둘 수밖에 없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