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244
244화 : [제79장] 미소 1
[제79장] 미소피리 바위.
일명 깨달음의 바위로 불리는 것으로, 지성자가 앉아서 수련하는 바위로 알려져 있었다.
피리 바위에서 흘러나오는 피리 소리는 깨달음을 음률로 표현한 것으로, 그 의미를 알게 되면 진정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 모두가 전설이라 정확한 내용은 아무도 몰랐다.
지금까지 피리 바위를 본 사람도 없었다.
한데 그 피리 바위를 이곳 중간지대에서 보게 된 것이었다.
“피리 바위가 뭔가요?”
악소소의 물음에 백리사초가 간단한 설명을 해줬다.
악소소가 놀란 표정으로 들은 후 다시 피리 바위를 쳐다봤다.
백리사초 역시 피리 바위를 다시 쳐다봤다.
두 사람 모두 이제는 바위 위에 앉아 있는 석상에 집중하고 있었다.
비록 얼굴에 먼지가 쌓여 그 윤곽을 자세히 볼 수 없으나 어딘지 모르게 신비한 기운을 발하고 있었다.
“백리 오라버니! 저 바위가 정말로 피리 바위라면 그 위에 앉아 있는 석상이 바로 지성자가 아닐까요? 아니지. 사람이 아니라 석상이니 지성자 그분의 모습을 본떠 만든 게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지만 워낙 정보가 적어 확신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피리 소리에 집중할 필요는 있을 듯하다.”
“하긴 그래요. 피리 소리에 깨달음이 담겨 있다고 하셨지요? 언제 소리가 끊어질지 모르니 집중해서 들어보도록 해요.”
“그게 좋겠다.”
백리사초가 땅바닥에 가부좌한 채 눈을 감았다.
피리 소리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하기야 처음 피리 소리를 들었을 때부터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흥이 있었다.
악소소 역시 빠르게 백리사초를 따라 가부좌한 채 눈을 감았다.
그녀 또한 더욱더 높은 깨달음에 목말라하던 차라 절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가 보였다.
그렇게 하염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이미 이곳 중간지대에서 한 달이란 시간이 흘렀기에 사실 그렇게 조급해할 필요도 없었다.
하기야 조급해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었다.
특히 백리사초의 경우 벌써 상당한 몰입에 들어가 이른바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지금 그는 모든 것을 잊고 피리 소리에 맞춰 온갖 감정을 느끼며 동시에 그 감정들에 초연해 하고 있었다.
그러한 모든 것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바로 공(空)이었다.
‘모든 것이 비어 있다. 마음은 비울수록 차게 되는 법. 그렇다면 굳이 무엇을 더 구하려 할 것인가.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인 것을.’
여전히 눈을 감고 있는 백리사초의 눈에 한 광경이 보였다.
실재는 아니고 일종의 환영이었다.
쉽게 말해 마음의 눈을 뜨고 있다고나 할까.
그렇게 마음의 눈에 들어온 광경은 푸른 산을 배경으로 흐르고 있는 맑은 시냇물이었다.
그 모습을 처음 봤을 때 백리사초가 처음 느낀 것은 그저 산이고 물이었다.
하지만 다시 봤을 때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봤을 때 산은 여전히 산이고 물 역시 여전히 물이었다.
불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법문이긴 하나, 이렇게 직접 그 구별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특히 처음 본 산과 물과 마지막 세 번째로 본 산과 물은 같으면서도 확연히 구별되는 것이었다.
마치 흑백처럼 구별이 되었다.
순간 백리사초는 뭔가 머리에서 벼락같은 것이 울리는 것을 느꼈다.
‘각성인가.’
백리사초가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서 진정한 깨달음의 기운을 느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어지지 않았다.
마치 맛만 봤다고나 할까.
‘아직 때가 아닌 것 같구나. 하지만 한 번 더 비슷한 기회가 온다면 그때는 완성할 수 있을 것 같다.’
백리사초가 천천히 눈을 떴다.
욕심을 내서 좀 더 깨달음을 구할 수 있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옆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악소소 역시 어느새 무아지경에 빠져 있었다.
백리사초가 미소를 지은 후 이번에는 다시 바위와 그 위에 있는 석상을 봤다.
조금 전 마음의 눈으로 본 산수(山水)와 마찬가지로 처음 봤을 때와 느낌이 달랐다.
피리 소리는 이제 들리지 않았다.
백리사초는 아쉬워하지 않았다.
다만 담담하게 석상에 집중할 뿐이었다.
‘어딘지 낯익은 얼굴이다. 윤곽도 그렇고. 왜 처음에는 몰랐을까. 마음을 비우게 되면 진아(眞我)를 발견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하구나.’
백리사초는 악소소를 깨우지 않고 계속해서 석상의 얼굴을 쳐다봤다.
바로 그때였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석상의 얼굴에 묻은 먼지를 벗겨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석상의 얼굴.
“아!”
백리사초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터뜨렸다.
먼지가 완전히 사라진 석상의 얼굴.
그것은 놀랍게도 백리사초 자신의 얼굴이 아닌가.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백리사초는 굳이 그것을 확인하려 하지 않았다.
다만 그가 보고 있는 것은 바로 석상의 미소였다.
마치 석불처럼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는 석상을 보며 백리사초는 뭔가 형언할 수 없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다시 시간이 흘러갔다.
* * *
“아!”
악소소가 눈을 뜨고 감탄성을 터뜨렸다.
피리 소리를 들으며 무아지경에 빠졌다가 눈을 떠보니 눈앞에 있던 바위와 석상이 모두 사라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놀란 그녀가 급히 옆을 보니 백리사초가 담담히 앉아 있었다.
“깨어났느냐?”
“네. 백리 오라버니마저 없어진 줄 알고 깜짝 놀랐어요. 피리 바위와 석상은 어디로 간 건가요?”
“가루가 되어 바람에 날려갔다. 어차피 일종의 환영이었으니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지.”
“아! 역시 그랬군요. 석상의 얼굴이 낯이 익은 것 같아 먼지를 닦고 자세히 보려 했는데 아쉽네요.”
“······.”
백리사초가 대답 대신 미소를 지었다.
“이제 어떻게 할 건가요? 안개도 사라지고 중간지대가 끝난 것 같기도 한데······.”
“네 말이 맞는다. 그건 그렇고 피리 소리를 듣고 도움이 되었느냐?”
“네. 초식들에 대한 이해도가 아주 깊어졌어요. 오라버니는 어땠나요?”
“나 말이냐? 나는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고나 할까. 아무튼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고요? 무슨 뜻인가요?”
“나 자신을 아는 것이 실은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지. 자신도 모르면서 어찌 남을 알 수 있겠느냐?”
“무슨 뜻인지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에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계속 전진하나요?”
“그럴 필요 없다. 저곳을 봐라.”
백리사초가 전방 한 곳을 가리켰다.
그곳에 금빛을 발하는 원형 문이 보였다.
“아! 혹시 출구인가요?”
“그렇다. 아마도 천계로 통하는 문일 것이다.”
“정말인가요? 어서 가요.”
“그래.”
백리사초와 악소소가 금빛 문 앞으로 가보니, 빛이 강렬해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백리사초는 주저 없이 악소소의 손을 잡고 들어갔다.
그녀의 손을 잡은 이유는 신선방어술의 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였다.
악소소가 이를 알면서도 얼굴을 조금 붉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두 사람은 순식간에 금빛 문을 통과했다.
“아!”
악소소가 새롭게 나타난 광경에 탄성을 터뜨렸다.
그도 그럴 것이 삭막했던 중간지대가 끝나고 무릉도원과 같은 풍광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전체적으로 신선계와 비슷했으나 더욱 풍성하고 신비로운 자연환경이었다.
“이곳이 천계인가요?”
“그래. 일단 천심곡으로 가보자.”
“네.”
다시 찾은 천심곡은 그야말로 폐허와 다름없었다.
“아!”
백리사초가 탄식했다.
몇 달이 흘렀지만, 아직도 곳곳에 피 냄새가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천상옥녀께서 마지막으로 보낸 소식에 의하면 천계 총단이 함락되었다고 했잖아요? 총단이 함락되기 전에 이곳 천심곡 방어선 역시 무너진 것 같아요. 한데 마계 놈들 또한 전혀 보이지 않는 것 같군요. 어떻게 된 걸까요?”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다만 천계 총단이 함락되고 뿔뿔이 흩어진 천계 고수들이 곳곳에 은신해있을 가능성이 가장 큰 것 같구나.”
“이제 어떻게 할 건가요? 천계 총단으로 가보실 건가요?”
“아니다. 한 사람을 찾는 게 급선무일 것 같다.”
“그게 누군가요? 혹시 천상옥녀?”
“그래. 다행히 신선천안통으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백리사초가 말을 한 후 오른손으로 두 눈을 문질렀다.
그러자 그의 두 눈에서 금광이 흘러나왔다.
바로 신선천안통의 최고 경지였다.
“아!”
악소소가 감탄성을 터뜨렸다.
‘백리 오라버니가 말은 안 해도 피리 바위에서 얻은 깨달음이 매우 깊은 것 같구나. 확실하지는 않지만 무공이 극에 달한 것 같다. 기운 역시 지극히 평범해져 반박귀진의 극치를 보는 것 같다.’
악소소가 내심 백리사초에 대해 놀라워하는 동안, 백리사초는 주위를 몇 번이고 둘러봤다.
그리고 얼마 후 한쪽을 가리켰다.
“저쪽으로 가보자.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천상옥녀님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다.”
“네. 어서 가요.”
* * *
‘아, 이대로 끝이란 말인가.’
천심곡 인근 동굴 안.
한 여인이 쓰러져 있었다.
한데 그녀는 바로 천상옥녀가 아닌가.
치명적인 내상을 입고 지난 몇 달 동안 운공요상을 해왔지만 결국 이겨내지 못하고 죽음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수도자답게 그녀는 비교적 담담한 모습이었다.
‘내 삶이 여기까지라면 할 수 없는 일이지. 하지만 백리 공자가 와준다면 희망이 있으련만.’
화산옥녀가 내심 안타까워했다.
삶에 미련이 있어서가 아니라 아직 할 일이 많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도 잠시 숨이 끊어지기 직전.
기적처럼 도움의 손길이 찾아왔다.
바로 악소소와 함께 동굴 안으로 들어온 백리사초가 신선여의주를 꺼내 천상옥녀의 단전에 갖다 댄 것이었다.
그러자 신선여의주가 금빛을 뿜어내며 천상옥녀의 전신을 감쌌다.
동시에 백리사초가 침통을 꺼내 생사금침대법을 펼쳤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천상옥녀의 명문혈에 손을 대고 내공을 넣어주었다.
이는 천상옥녀의 상태가 너무나 심각했기 때문으로, 원래는 아무리 중한 상처라도 이 세 가지 중 하나만으로 치료할 수 있었다.
“아! 백리 공자!”
천상옥녀가 백리사초를 알아보고 기뻐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눈을 감고 깊은 잠에 빠졌다.
치료를 위해서는 깨어있는 것보다 수면 상태가 더 좋을 수 있어 백리사초가 수혈을 찍었기 때문이었다.
“어떤가요? 회복이 가능한가요?”
악소소의 물음에 백리사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조금이라고 늦게 왔다면 대라신선이 와도 살릴 수 없을 뻔했다. 가히 천우신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고비를 넘겼다고 판단한 건지 백리사초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잠시 뭔가를 생각하던 그가 손가락에 피를 내어 그 피를 천상옥녀의 입으로 넣어주기 시작했다.
“아! 굳이 오라버니 피를?”
“원래 무공을 회복하는 것을 넘어 도력을 상승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다. 운만 좋으면 이전보다 도력이 열 배 이상 높아질 것이다.”
“그래도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모두 오라버니만 바라보고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이제는 혈우마제와의 대결도 생각해야 해요.”
“알고 있다.”
백리사초가 고개를 끄덕인 후 계속해서 자신의 피를 천상옥녀에게 먹였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모든 치료를 마치고 천상옥녀가 서서히 눈을 떴다.
불그스레한 안색이 그녀의 회복을 말해주고 있었다.
“아! 백리 공자! 저를 구해주셨군요. 감사해요.”
“아닙니다.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몸은 어떠십니까?”
“덕분에 완쾌되었어요. 아니 오히려 이전보다 도력이 비교할 수 없이 높아졌어요. 어떻게 된 건가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천상옥녀님께서 죽음의 순간에 깨달음을 얻으신 것 같습니다.”
“겸손의 말씀. 이 모두다 백리 공자 덕분이란 걸 잘 알아요. 한데 어떻게 천계 안으로 들어왔어요? 천계와 마계의 문이 모두 닫힌 것으로 알고 있는데······.”
“중간지대를 통과해서 왔습니다.”
백리사초의 말에 이어 악소소가 그 과정을 간단하게 설명해주었다.
다만 백리사초의 의중을 헤아린 것인지 피리 바위와 석상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렇게 된 것이군요. 어쨌든 대단하세요. 중간지대를 통과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데······.”
“그보다 천계 상황이 어떠합니까? 천계 총단이 함락되었다는 소식을 보내주신 이후로 모든 연락이 끊겨 다들 걱정하고 있습니다. 옥황천제님은 무사하십니까?”
“사부님, 아니 천제님께서는 혈우마제와의 대결에서 패해 돌아가셨어요. 그 과정에 원신을 보존해두었던 백팔천신들도 모두 소멸하고 말았지요. 그 전에 본계 총단이 함락된 것도 사실이고요. 백만에 달했던 무사들도 태반이 죽고 지금은 뿔뿔이 흩어져 몇 명이나 살아남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에요. 다만 천제님의 안배로 천계와 마계의 문이 닫혔는데, 그것도 얼마 후면 다시 열릴 거예요. 문이 다시 열리면 놈들이 가장 먼저 신선계에 있는 백반선회와 은둔반선회부터 정리하려 할 거예요.”
“아, 어찌 그런 일이. 그럼 한 줌의 진기를 보존해두었다는 영웅맹 무사들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영웅맹 무사들의 경우 천제께서 옥황호리병이란 법보 안에 보관해두셨는데, 지금 그 행방을 모르고 있어요. 아마도 보관 기한이 다 되어 어서 빨리 찾아내야 회복을 시킬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