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248
248화 : [제80장] 지성자 2
“으음, 그러니까 본인과 혈우마제 두 사람이 일대일 생사결을 벌이자는 것이오?”
“그렇다. 마제님께서 특별히 배려하신 것이다. 그럴 용기가 있느냐?”
구천마녀의 말에 와룡천선이 발끈했다.
“말조심하시오. 이분은 이제 천제님이시오.”
“흥! 개나 소나 천제 자리에 오르는군. 아무튼 나는 본계 사자로 마제님의 말씀을 전달하러 온 것이다. 어서 말해라. 수락하겠느냐? 아니면 쥐새끼처럼 겁을 먹고 거부를 하겠느냐?”
“대결 장소는 어디로 할 생각이오?”
“서약봉 위다. 설마 이곳 은둔봉에서 생사결을 벌이고자 하는 것은 아니겠지?”
“서약봉이라. 신선계 안이니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 같소. 그러니까 양측이 병력을 모두 이끌고 서약봉 아래에서 만난 후 본인과 혈우마제 두 사람이 서약봉 위로 올라가 싸우자는 것이오?”
“그렇다. 어떻게 하겠느냐? 어서 말해라. 나는 개인적으로 이 대결을 반대한다. 병력 면에서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는 우리가 굳이 그런 대결을 벌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지. 하지만 마제께서는 이제 지성자가 되셨기 때문에 모든 것을 포용하시려는 것이다. 다만 일벌백계가 필요해 백리사초 네놈을 죽여 본보기로 삼으려는 것이다. 약속하지만 다른 사람은 마제님께 충성 맹세를 하면 목숨을 살려줄 뿐만 아니라 부귀영화를 누리게 될 것이다.”
“흥! 수도자들이 무슨 부귀영화를 탐낸다는 말이냐? 구천마녀 네년이 이곳에 온 김에 나와 다시 한번 겨루는 게 어떠하냐?”
“천상옥녀! 네년은 내 상대가 되지 못한다. 마음 같아서는 이번에 확실히 숨통을 끊어주고 싶지만, 사자로 온 몸이라 자제하겠다. 백리사초! 어서 말해라. 네놈이 천제와 백반선회주, 은둔반선회주, 중원무맹주 자리 모두를 차지한 것을 잘 알고 있다. 무엇보다 천제는 마제님의 대결 제의를 거부할 수 없는 게 관례이다. 주저하는 것을 보니 네놈 스스로 마제님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모양이구나.”
“혈우마제가 정말 지성자가 되었소?”
“그렇다. 그렇지 않았다면 어찌 옥황천제를 죽일 수 있었겠느냐?”
“그것은 무림인들의 선천진기를 이용해 타격을 줬기 때문이 아니었소?”
“호호호. 어리석은 놈! 옥황천제가 그 정도로 당했겠느냐? 마제님께서 싸움 도중 위대한 깨달음을 얻으셨고 지성자가 되셨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잔말 말고 어서 가부를 결정해라.”
“수락하겠소. 하지만 그 전에 조건이 있소.”
“무엇이냐?”
“악 장문인과 초웅 두 사람을 보내주시오. 그대들이 두 사람을 숨겨둔 것을 잘 알고 있소.”
“어리석은 놈! 아무래도 네놈이 본계 총단에 와서 두 놈을 찾아본 모양인데, 찾을 수 없었던 게 당연하다.”
“그 이유는?”
“바로 두 놈은 이미 죽었기 때문이다. 원래 두 놈은 대표 강시로 키우려고 잡아 왔는데, 백리사초 네놈 때문에 강시 병력이 와해하였다. 그러니 그 두 놈을 살려둘 이유가 없지 않으냐? 두 놈은 변절 우려가 있던 마교 병력 십구만을 제거할 때 함께 죽였다. 그래도 두 놈의 선천진기 역시 마제님께서 흡수하셨으니 헛된 죽음은 아닐 것이다.”
“네년이!”
악소소가 분노하며 옥녀검을 내리치려 했다.
하지만 백리사초가 그녀를 제지했다.
“소소. 흥분하지 마라.”
“그래도 저년이······.”
백리사초가 악소소에게 미소를 한번 지어준 후 구천마녀에게 말했다.
“두 사람이 죽었다니 조건은 거두겠소. 대결은 사흘 후 정오로 합시다. 어떻소?”
“좋다. 그때 보자.”
구천마녀가 말을 한 후 갑자기 사라졌다.
스스슷.
얼마 후 악마새의 울음이 들렸는데 아무래도 악마새를 타고 마계 총단으로 복귀한 것 같았다.
백리사초가 지휘부 고수들을 향해 말했다.
“사흘 후 정오 때 모든 것이 마무리될 겁니다. 그렇게 알고 다들 준비를 해주십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 * *
“백리 오라버니. 아버님과 초 사형이 죽었다는 구천마녀의 말이 사실이 아니겠지요?”
“물론이다. 하지만 죽음에 가까운 특별한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
“그게 무슨 뜻인가요?”
“내가 사흘 전 마계 총단에 갔을 때 두 사람의 기운을 특정할 수 없었다. 다만 그 기운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 그래서 내가 생각하기 힘든 방법으로 혈우마제가 두 사람을 숨겨두거나 위장해 놓았다고 판단 내리고 서둘러 돌아온 것이다. 그러니 어떤 식으로든 사흘 후 두 사람의 행방을 알게 될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도록 해라.”
“네. 알았어요. 저는 백리 오라버니만 믿겠어요. 그럼 편히 쉬도록 하세요.”
악소소가 지휘 동굴 안에 있는 백리사초의 처소에서 나가자, 이번에는 은둔반선회 부회주 죽림반선이 들어왔다.
“어서 오십시오. 어떻게 되었습니까?”
“회주님의 명에 따라 신선계 각지에 있는 은둔반선들에게 총소집령을 내렸습니다.”
“제가 드린 서약지향(誓約之香)을 안개 형식으로 퍼뜨린 겁니까?”
“네. 이미 신선계 전체에 퍼졌으며 사흘 후 십만에 가까운 은둔반선들이 집결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한데 정말 서약사자들을 부활시킨 겁니까?”
“네. 서약지향이 그 증거이지요. 사실 서약사자들은 제가 갖고 있는 이 신선여의주 속에 있습니다.”
백리사초가 신선여의주를 보여주었다.
“아, 이 안에 말입니까?”
“네. 지난번에 신선여의주가 서약사자들의 유해를 흡수했는데, 알고 보니 완전히 소멸한 것이 아니라 혼백사자(魂魄使者)로 그 모습이 변한 것이었습니다. 사흘 후 제가 서약사자 만 명의 혼백을 꺼낼 것이고, 전투에서 큰 활약을 펼칠 겁니다.”
“아, 기대가 큽니다. 혼백사자로 변하면 원래 도력의 수만 배 이상 높아진다고 하던데, 그 정도라면 백팔마신들과도 능히 싸울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되기를 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알고 모든 준비를 해주십시오.”
“네. 회주님.”
죽림반선이 고개를 숙인 후 처소에서 나갔다.
이제 혼자가 된 백리사초는 신선호리병에서 책자 하나를 꺼냈다.
한데 그것은 바로 무자천서가 아닌가.
두 권의 무자천서를 입수했지만 결국 한 권으로 통합이 되었고, 게다가 그 이후 아예 책장이 넘겨지지 않고 있는 난감한 상황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혈우마제가 지성자를 이룬 게 사실이라면 이제 기대를 걸어볼 만한 것은 이 무자천서가 유일하다. 하지만 만상경도 아직 이해를 다 못한 상황에서 갈 길이 멀구나.’
백리사초가 안색을 조금 굳혔다.
피리 바위와 그 위에 앉아 있던 석상을 본 후 깨달음이 극에 달해있는 그였다.
특히 피리 바위의 피리 소리와 석상의 미소는 그에게 형언할 수 없는 깨달음을 주었다.
하지만 여전히 지성자 달성은 난망했다.
‘그날 본 석상은 분명 나였다. 그렇다면 내가 바로 이전에 지성을 이뤘던 수도자였다는 말인데, 그 세세한 사정은 알 수 없으나 이 모든 게 운명인 것 같구나.’
백리사초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신선호리병 안에서 만상경을 꺼냈다.
그리고 무심결에 만상경을 무자천서 위에 올려놓았다.
바로 그때였다.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만상경에서 금빛이 우러나오더니 그 금빛이 무자천서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이 아닌가.
“아!”
백리사초가 탄성을 터뜨렸으나, 만상경은 이미 사라진 이후였다.
“어찌 이런 일이!”
백리사초가 급히 무자천서의 책장을 넘겨 보았다.
그러자 원래 통째로 붙어서 넘어가지 않던 책장이 넘어갔다.
그리고 이전에 보지 못하던 글자가 보였다.
한데 그 내용이 바로 이전 만상경에 있던 내용과 다름이 없지 않은가.
다시 무자천서의 겉장을 보니 이전대로 무자천서라는 제목이 적혀 있었다.
곧이어 전체 내용을 살펴본 그가 탄성을 터뜨렸다.
“아! 만상경이 바로 무자천서였구나. 누군가 무자천서를 읽고 그것에 대한 해석을 법문으로 옮겨놓은 것이 바로 만상경이었다.”
백리사초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다시 한번 무자천서의 내용을 봤으나 역시 만상경의 그것과 같았다.
다만 무자천서의 마지막 장에는 여전히 아무 글자도 적혀 있지 않았다.
‘전체 내용을 본다면 마지막 장에 그 핵심이 수록되어 있는 구조다. 그렇다면 마지막 장만 제대로 해석하면 단번에 전체 내용을 이해하고 지성자가 될 수도 있을 것 같구나. 사부님 말씀대로 마음의 눈으로 그 내용을 보는 수밖에 없겠군.’
백리사초가 텅 비어 있는 무자천서의 마지막 장을 보며 몰입했다.
이미 만상경, 아니 무자천서의 내용은 모두 알고 있는 상황.
피리 바위와 석상을 만난 이후 그 해석의 깊이 또한 경지에 도달해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마지막 화룡점정(畵龍點睛)뿐이었다.
밤이 점점 깊어갔다.
* * *
신선계 각지에 은신해있던 은둔반선 구만여 명이 은둔봉에 온 것은 바로 사흘 후였다.
이날은 백리사초와 혈우마제의 생사결이 예정된 날로, 은둔광장에 모여 있던 중원무맹 병력 오십오만, 천계 무사 십만, 백반선 천여 명, 은둔반선 만여 명이 막 이동진법으로 서약봉 아래로 가려던 찰나였다.
“회주님을 뵙습니다.”
“회주님을 뵙습니다.”
새롭게 온 은둔반선 구만여 명이 백리사초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잘 오셨습니다.”
백리사초가 미소를 지으며 반례했다.
죽림반선이 은둔반선들이 모이게 된 과정을 설명하자 다들 함성을 질렀다.
와아아.
다만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대상은 바로 부활했다는 서약사자들이었다.
그 기대를 충족시켜줄 사람은 백리사초라 다들 그를 주목했다.
백리사초가 신선여주를 꺼냈다.
은둔반선들이 서약지향에 호응해 대거 집결을 해왔지만, 전체 은둔반선들의 숫자에 비하면 다소 부족하게 모인 것도 아직 서약사자들의 실제 모습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백리사초가 묵묵히 신선여의주에 내력을 주입하자 금빛이 크게 일어나며 신선광장에 만 명의 노인들이 나타났다.
바로 서약사자들이었다.
하지만 실제 살아있는 사람이라기보다 형태가 흐릿한 혼백의 모습이었다.
“혼백사자다!”
누군가의 목소리에 다들 놀라워했다.
혼백사자가 된 서약사자들이 일제히 백리사초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다만 아무도 말을 하지는 않았다.
백리사초가 반례를 한 후 말했다.
“이미 제가 지시한 대로 우리와 함께 싸워주시면 됩니다. 저의 지시가 없을 때는 여기 임 소저의 명을 따르시면 됩니다.”
백리사초가 임설을 가리키자, 서약사자들이 그녀를 향해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지켜보던 무사들과 반선들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와아아.
한데 보강된 병력은 은둔반선들과 서약자사만이 아니었다.
역시 신선계에 흩어져 사태를 관망하던 수도자들이 대거 나타나 전격적으로 백반선회에 가입했다.
그 병력도 예상을 초과해 기존 천여 명의 백반선들과 합치면 사만에 육박했다.
그 결과 총병력은 지난번에 부활한 영웅맹 병력 오만을 전격적으로 흡수한 중원무맹 오십오만, 천계 무사 십만, 은둔반선 십만, 백반선 사만, 서약자사 만 명을 모두 합해 팔십만 정도였다.
적의 병력이 사백만이 넘는 것을 생각하면 여전히 중과부적이었지만, 그래도 한번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였다.
특히 황금진을 형성하고 있는 중원무맹 오십오만 병력이 뿜어내는 기운은 기대 이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백리사초가 자신이 없어도 중원무맹 병력만으로 선천진기를 이용한 공격을 가할 수 있도록 진을 보완했기 때문이었다.
참고로 무공을 모르는 선비촌 사람 이백여 명은 동방옥매만 남기고 모두 이동대법으로 고향으로 돌려보냈다.
모든 것이 준비되자, 백리사초가 무명검을 높이 들고 소리쳤다.
“이동진을 발동하라! 서약봉으로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