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249
249화 : [제80장] 지성자 3
서약봉 아래 서약벌.
정오 무렵 지금 이곳에 백리사초와 혈우마제가 이끄는 거대 병력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었다.
양 진영 모두 약속대로 모든 병력을 이끌고 이곳 서약벌에 모인 것이었다.
서약벌은 서약봉과 붙어 있는 곳으로, 일단 이곳에서 양측이 만난 후 각각의 대표인 백리사초와 혈우마제가 서약봉 위로 올라가 생사결을 벌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 전부터 양측 간의 기 싸움이 대단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 대결은 모든 것을 마무리하는 최종 승부였다.
백리사초와 혈우마제의 승부가 어떻게 나든 양 진영의 대결은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았다.
하지만 양 수장 간의 생사결 결과가 미칠 영향 또한 대단할 것이 확실했다.
참고로 양측의 병력을 비교하면 일단 백리사초 측에서는 중원무맹 오십오만, 천계 십만, 은둔반선회 십만, 백반선회 사만, 서약자사 만 명을 모두 합해 팔십만 정도였다.
반면 혈우마제 측은 마계 이백만, 마물연합 백만, 요괴연합 백만, 흑반선회 구만, 북해빙궁 칠만 이렇게 모두 사백십육만 정도였다.
병력만 비교하면 양측이 다섯 배 이상 차이가 나고 있어, 백리사초 측 무사들의 열세가 확연했다.
하지만 일단 두 수장 간의 생사결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양측의 기세는 큰 차이가 없었다.
백리사초는 묵묵히 적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가 관심 있게 보고 있는 것은 적의 지휘부 고수들이었다.
대표적 인물로 먼저 마계 쪽은 혈우마제와 총군사 마뇌서생, 태상호법 호천마신, 구천마녀, 백팔마신 정도가 있었다.
그다음은 흑반선회 총군사 천통반선과 북해빙궁 궁주 북해왕과 총군사 빙궁서생 정도였다.
이중 백리사초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사람은 단연코 혈우마제였다.
한데 혈우마제의 얼굴은 그야말로 평범 그 자체였다.
노인이긴 하나 아직 피부가 탄력 있어 보였다.
백리사초 옆에 있던 임설이 말했다.
“첩보대로 흑반선회는 따로 새 회주를 뽑지 않고 천통반선이 회주 대행을 맡고 있는 것 같고, 특이한 점은 마물연합과 요괴연합이 새롭게 마물왕과 요괴왕을 뽑았다는 겁니다. 저기를 보시지요.”
임설이 오른손을 들어 혈우마제 양 측에 서 있는 귀면탈 사내 둘을 가리켰다.
“저 둘이 새로운 마물왕과 요괴왕이오?”
“네. 혈우마제가 자신의 비밀 호위를 마물왕과 요괴왕으로 임명했다고 하니 틀림없을 겁니다. 나중에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으니 잘 기억해두세요.”
“알겠소.”
백리사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표정은 처음과 큰 변화가 없었다.
물처럼 담담한 기도.
혈우마제와의 생사결을 앞두고 마음의 평정에 주력하고 있는 그였다.
얼마 후 정확하게 정오가 되자, 백장 거리를 두고 대치하고 있던 양측에서 한 사람씩 앞으로 나왔다.
바로 임설과 마뇌서생이었다.
마뇌서생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 시간이 된 것 같다. 혹시 문제가 있나?”
“없어요. 다만 관례에 따라 양측의 지휘부 고수들을 간단히 소개하도록 하지요.”
“후후후! 좋다. 죽을 때 죽더라도 누구에게 죽는지는 알아두는 게 좋을 테니까.”
마뇌서생이 거침없이 마계와 흑반선회, 마물연합, 요괴연합, 북해빙궁의 지휘부 고수들을 소개해줬다.
예상대로 귀면탈을 쓴 사내 두 명이 새롭게 임명된 마물왕과 요괴왕임이 증명된 순간이기도 했다.
소개가 끝나자, 임설 또한 중원무맹과 천계, 백반선회, 운둔반선회 고수들을 소개해줬다.
양측의 소개가 모두 끝나자, 임설이 말했다.
“이제 약속대로 양측의 수장이 서약봉 위로 올라가 생사결을 벌이도록 하지요.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양측은 서로 싸움을 걸지 않아야 할 거예요. 이의가 있나요?”
“이의는 없다. 다만 양측 수장이 동귀어진 할 수도 있으니 관례에 따라 참관인 두 명을 함께 올려보내는 것이 어떠하냐?”
“참관인?”
“그렇다. 우리 측 참관인으로는 이번에 새롭게 임명된 마물왕과 요괴왕이 나설 것이다.”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것이죠? 사전에 이런 말은 없었지 않나요?”
“후후후! 네놈들을 믿지 못해서다. 막말로 네놈들이 다른 고수들을 은밀히 서약봉 위로 보내 지원을 한다면 우리 마제님께서 불리해지시지 않겠느냐?”
“흥! 결국 삼 대 삼 대결을 바라는 것 같군요.”
임설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백리사초를 쳐다봤다.
백리사초가 고개를 끄덕였다.
수용하라는 표시였다.
하기야 마계 측에서 어느 정도 수작을 부릴 것은 예견한 일이었다.
다만 임설이 꺼림칙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마물왕과 요괴왕이 참관인으로 나선다는 점이었다.
새롭게 임명된 마물왕과 요괴왕의 경우 그녀는 직감적으로 매우 불길한 예감을 느낀 터라 뜻하지 않은 변수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백리사초가 수락한 이상 거부할 수도 없었다.
“좋다. 받아들이겠다. 다만 우리 측 참관인 중 한 명으로 내가 나설 것이다.”
임설의 말에 무사들이 술렁였다.
그녀의 경우 서약사자들의 지휘권까지 가지고 있어 이곳 서약벌에 남을 것으로 예상하였기 때문이었다.
“저도 참관인으로 가겠어요.”
악소소의 말에 무사들이 다시 한번 놀랐다.
백리사초가 마물왕과 요괴왕을 다시 한번 유심히 쳐다본 후 고개를 끄덕였다.
이는 임설과 악소소의 참관인 가세를 승인하는 의사표시였다.
백리사초가 와룡천신에게 말했다.
“서약사자를 비롯해 이곳에 있는 모든 병력의 총지휘권은 와룡천신께 맡기겠습니다. 수고해주십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와룡천신이 고개를 숙였다.
마뇌서생이 말했다.
“이제 참관인 지정까지 모두 끝났으니 생사결을 시작하도록 하지. 마제님.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수고했네.”
혈우마제가 미소를 지은 후 신형을 솟구쳐 서약봉 위로 날아갔다.
그의 뒤를 마물왕과 요괴왕이 뒤따랐다.
그러자 백리사초와 임설, 악소소 세 사람 역시 경공을 펼쳐 서약봉 위로 날아갔다.
휙휙.
* * *
서약봉.
백리사초와 임설, 악소소 세 사람과 혈우마제, 마물왕, 요괴왕 세 사람이 십장 거리를 두고 대치해 있었다.
물론 이들 중 마물왕과 요괴왕의 경우 반인반수일 가능성이 커 과연 사람이라 부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아무튼 여섯 명 모두 생사결에 들어갈 예정인 것은 확실해 보였다.
사실 백리사초와 혈우마제를 제외한 사인의 경우 비록 참관인이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저 대결을 지켜볼 가능성은 극히 적었다.
백리사초가 말했다.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으나, 참관인을 제외한 우리 두 사람의 대결부터 하는 게 어떻겠소? 물론 중간에 다른 사람이 끼어드는 것도 용납하겠소.”
“애송이 주제에 건방지기 짝이 없구나. 네놈이 감히 지성자인 나의 상대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혈우마제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백리사초가 담담히 말했다.
“그대가 지성을 이루었다면 당연히 나는 적수가 되지 못할 것이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 결과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오.”
“다시 말하지만 네놈은 나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그동안 네놈 때문에 내 계획이 많이 어그러진 것 또한 사실이니, 일단 네놈 실력을 직접 봐야겠다. 이게 바로 마물왕과 요괴왕을 데려온 이유다. 이들 두 명은 내가 직접 키운 고수로 네놈이 이긴다면 그때 내가 직접 상대해주마.”
혈우마제가 옆으로 눈짓을 하자, 귀면탈을 쓴 마물왕과 요괴왕이 앞으로 나왔다.
마물왕과 요괴왕이라고는 하지만 겉모습은 사람과 비슷했다.
참고로 두 명 중 요괴왕의 덩치가 훨씬 더 컸다.
다만 그 기세는 마물왕이 강했다.
혈우마제가 말했다.
“이들 두 명은 원래 사람이었으나, 나의 명에 따라 마물왕과 요괴왕이 되었다. 방심했다가는 큰코다칠 것이다.”
“굳이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구려.”
백리사초가 말을 한 후 앞으로 나오려 했다.
바로 그때였다.
임설과 악소소가 약속이나 한 듯이 앞으로 나왔다.
“저들은 저희가 상대할게요.”
“으음, 좋소. 조심하시오.”
백리사초가 고개를 끄덕였다.
혈우마제가 껄껄 웃었다.
“백리사초! 네놈이 겁을 먹었구나. 계집들에게 맡기다니. 좋다. 어서 두 계집부터 죽여라!”
혈우마제의 명이 떨어지자, 마물왕과 요괴왕이 일제히 앞으로 나아가더니 장력을 퍼부었다.
쏴아아.
쏴아아.
임설과 악소소가 물러나지 않고 장력으로 맞받아쳤다.
꽝 하는 폭음과 함께 드러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기세등등한 마물왕과 요괴왕이 그대로 쓰러져 즉사한 것이 아닌가.
하기야 그동안 놀라울 정도로 무공이 급상승한 임설과 악소소라 그렇게 의외의 결과는 아니었다.
“하하하! 어리석은 놈들! 네년들이 죽인 자가 누군지 똑똑히 봐라.”
혈우마제가 우수를 흔들었다.
그러자 마물왕과 요괴왕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귀면탈이 가루가 되었다.
그리고 드러난 얼굴.
그 얼굴들을 보고 임설과 악소소가 약속이나 한 듯 비명을 질렀다.
“아악!”
“앗!”
그도 그럴 것이 귀면탈이 벗겨진 얼굴은 바로 악대범과 초웅의 것이 아닌가.
그랬다.
마물왕과 요괴왕은 바로 악대범과 초웅이었던 것.
“아버님!”
“초 공자!”
악소소와 임설이 백지장처럼 변해버린 안색으로 악대범과 초웅을 향해 달려갔으나, 이미 두 사람 모두 숨을 쉬고 있지 않았다.
“후후후! 백리사초! 기분이 어떠냐? 나는 네놈이 직접 손을 쓸 줄 알았는데, 뭐 결과는 마찬가지였으니 큰 상관은 없겠군.”
“본격적인 대결에 앞서 내 마음을 흔들려는 의도였던 것이오?”
“그렇다. 나는 네놈이 무형검에 도달한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지성자에 가까워진 것도 역시. 내 비록 지성을 이루었지만 방심할 수 없는 이유다. 그래서 장난을 한번 해봤다.”
“그대가 진짜로 지성을 이뤘다면 이런 일을 벌이지도 않았을 것이오. 자신을 믿을 수 없기에 이런 치졸한 방법을 사용한 것이오. 따라서 그대는 이미 졌소.”
“후후후! 말은 번지르르하게 잘하는구나. 하지만 돌다리도 두들겨가며 건너는 법이다. 네놈 가족이 아니라고 아직 충격이 약한 모양인데 그럼 이건 어떠냐?”
혈우마제가 우수를 다시 흔들자, 허공에 거울 같은 것이 하나 나타났다.
동시에 서약봉 주위에 붉은 안개 같은 것이 끼어 봉우리 아래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또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이오?”
“잘 보아라. 네놈이 데려온 병력이 모두 어떻게 되는지를. 그중에는 네놈 가족도 포함되어 있지.”
혈우마제의 말과 함께 거울 속에 뭔가가 나타났다.
한데 거울 속에 나타난 것은 바로 서약벌에서 대기하고 있는 양측 병력이 아닌가.
한데 갑자기 혈우가 내려 백리사초 측 팔십만 병력이 모두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바로 혈우대법이었다.
백리사초와 임설, 악소소를 이곳으로 유인한 후 원격으로 혈우대법을 펼쳐 공격을 가한 것이었다.
백리사초가 보니 어느새 중원무맹과 백반선회, 천계 무사들과 서약사자 모두 혈우에 당해 완전히 녹아내린 후였다.
그중에는 백리사초의 가족도 포함되어 있었다.
“후후후! 이래도 괜찮으냐? 믿기 어렵겠지만 이제 네놈들 팔십만 병력 중 살아있는 사람은 네놈들 세 명뿐이다.”
혈우마제의 말에 악소소와 임설이 그를 향해 장력을 날렸다.
백리사초가 충격을 받고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하기야 악소소의 경우는 부친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라도 복수를 미룰 이유가 없었다.
쏴아아.
하지만 혈우마제가 우수를 한번 흔들자 임설과 악소소 두 사람 모두 튕겨 날아가 절명하고 말았다.
“후후후! 이제 백리사초 네놈 혼자 남았다.”
“이제 끝난 것이오?”
“그럴 리가 있겠느냐? 나를 상대하려면 내 수하들부터 죽여야 할 것이다.”
혈우마제가 우수를 다시 한번 흔들자, 혈광과 함께 서약봉 위에 마계와 흑반선회, 마물연합, 요괴연합, 북해빙궁 병력이 모두 나타났다.
서약봉 아래에 있던 전 병력이 봉우리 위로 올라온 것이었다.
물론 그들 중에는 백팔천신과 구천마녀 등 핵심 전력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백리사초는 여전히 태연했다.
마음의 평정을 깨려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외관상 실패한 것으로 보였다.
혈우마제가 인상을 찌푸렸다.
“독한 놈이구나! 가족과 연인, 친구, 수하를 모두 잃고도 아무런 마음의 동요가 없다는 말이냐?”
“마음대로 생각하시오. 이제 승부를 가릴 때가 된 것 같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