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26
26화 : [제9장] 살수 1
[제9장] 살수“나는 왕팔이라고 해. 사초와 웅이는 어제 인사를 나눴고, 소소도 조금 전 인사를 했지. 내가 두 살 많으니 말을 놔도 괜찮겠지?”
“네. 왕 선배님.”
악소소가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녀가 비록 화산파 장문인의 여식이긴 하나, 지금은 화산객잔에 일하러 온 상황이었다.
그 때문에 백리사초, 초웅, 악소소 세 사람의 지휘를 맡게 된 왕팔의 명을 따라야 했다.
물론 왕팔 역시 소소의 신분을 처음 알고 매우 놀라워했고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하지만 악소소가 백리사초와 초웅과 같이 대해달라고 부탁을 했고, 백리사초와 초웅 역시 그녀를 편하게 대하자 그 역시 그렇게 하기로 했던 것이다.
게다가 그의 경험상 이렇게 허물없이 대해야 오히려 더 친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속으로는 떨리는 심정이었다.
‘화산파 장문인 따님을 내가 며칠이지만 후배 점원으로 거느리다니. 너무 떨지 말고 이럴수록 막 대하자.’
왕팔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다행히 그는 천성적으로 넉살이 좋았다.
그의 부모는 유랑극단 출신이었다. 그래서 어릴 때 왕팔 역시 연극 같은 것을 자주 보고 자랐다.
하지만 열 살이 되던 해 역병으로 부모가 죽자 의지할 곳 없던 그를 객잔 주인이 받아준 것이었다.
‘처음에는 엄하게, 나중에는 점차 부드럽게. 그렇게 해야 수하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지. 물론 이곳은 문파가 아니라 객잔이지만. 나중에 나도 기회가 되면 화산파에 들어가서 연습제자가 되고 싶구나.’
왕팔이 눈을 빛내며 말을 했다.
“좋아. 소소 후배. 목소리가 커서 좋구나. 일단 오늘 할 일을 말해주겠어. 사초는 나와 함께 객잔 안 손님들에게 음식을 나른다. 웅이는 후원에서 장작을 패도록 해. 소소는 주방 보조로 주방장님이 시키는 대로 하면 될 거야. 어느 쪽이든 일손이 달리면 인원 투입이 될 테니 그렇게 알고 긴장하도록 해. 아, 그리고 소소는 따로 맡은 임무가 있다고 하니 언제든 자리를 비워도 좋아. 사전에 나에게 보고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지.”
“감사해요. 선배님. 객잔에 무림인 손님들이 오면 저도 음식 나르는 일을 도울게요. 사실 솔직히 말씀드려 아버님께서 화음현 무림 동향을 알아 오라고 하셨거든요.”
“아, 그거라면 너무 걱정하지마. 내가 알게 된 정보도 모두 소소에게 알려줄 테니까.”
“감사해요. 호호.”
악소소가 다소 긴장되었던 표정을 풀고 해맑게 웃었다.
몇 번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왕팔 역시 백리사초와 초웅처럼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성격임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럼 바로 일을 시작하자. 아직 이른 아침이지만 이제 곧 손님들이 몰려올 거야.”
“그렇게 하자.”
“가자.”
“네.”
백리사초, 초웅, 악소소 세 사람이 대답과 함께 자신이 맡은 자리로 흩어졌다.
백리사초는 왕팔을 따라가서 손님들에게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내오는 일을 간략하게 배웠다.
어차피 일할 시간이 이제 열흘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에 복잡하게 배울 필요도 없었다.
‘느낌상 이곳에서 평탄하게 벌칙 수행을 하기는 힘들 것 같지만, 아직 아무 일이 없으니 예정대로 객잔 일을 도우며 지낼 수밖에 없겠군. 다행히 밤에는 자유 시간을 준다고 하니 그나마 무공 연마 시간은 확보할 수 있겠군.’
백리사초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어제 있었던 금전삼웅과의 대결을 통해 큰 자신감을 얻었던 그였다.
무엇보다 실전 무공들을 따로 연습하지 않아도 곧바로 능숙하게 펼칠 수 있게 되어 조급함이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모든 무공이 다 그렇지는 않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다.
특히 매화검법 같은 경우는 숙달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너무 서두를 필요 없다. 일단 기초 무공 위주로 하나하나 숙달해나가면 된다. 대부분의 무공을 쉽게 펼칠 수 있게 되었다고 해도 방심은 금물이다. 숙달에 숙달을 더할수록 더욱더 완벽해지는 법이니까.’
백리사초가 막 들어온 손님 한 명에게 엽차 한잔을 내주고 주문을 받았다.
그런 그의 모습을 왕팔이 주방 문 앞에서 매의 눈으로 보고 있었다.
아무리 백리사초와 동갑으로 편하게 지내고 있지만, 객잔 안에는 그들만이 있는 게 아니었다.
그를 포함해 점소이만 다섯 명이었다.
계산대에서 일하는 점원도 있고, 특히 주방에는 다섯 명이 일하고 있었다.
손님 수용 최대 인원은 이백여 명으로, 규모가 있는 객잔답게 영업 공간이 매우 넓었다.
다만 일층과 이층 두 개 층에 불과하다는 점과 투숙 인원은 후원 별채에서만 받는다는 점이 큰 도시의 객잔과는 다른 점이었다.
사실 화산객잔 역시 처음에는 이층도 객방이 있었다.
하지만 잠시 식사만 하는 손님들이 훨씬 많아 이층까지 자유롭게 식사할 수 있는 장소로 개조한 바 있었다.
참고로 후원의 별채 수용 인원은 대략 백여 명이었다.
그리고 객잔 직원 모두가 근무 시간이 정해져 있어 각자 맡은 시간만 일하게 되어 있었다.
백리사초와 초웅, 악소소가 일을 돕기로 한 시간은 아침부터 해지기 전까지로, 특히 점심때 일손이 모자라는 것을 보충하는 측면이 컸다.
‘사초가 금전삼웅을 제압했다고 하던데 정말 믿을 수가 없네. 그 유명한 꼴찌 제자였다는 것도 그렇고 말이야.’
왕팔이 부지런히 움직이는 백리사초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처음 인사를 나눴을 때는 그가 꼴찌 연습제자라는 사실을 몰랐다. 하지만 화산파에 그런 연습제자가 있다는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하기야 사람들은 그 소문의 내용만 기억하지 해당 소문의 당사자 이름까지 기억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한편 악소소는 주방에서 음식 재료 같은 것을 다듬는 것을 도와주면서 그녀 나름대로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흑천방 놈들의 동태를 파악할 수 있을까? 송 장로님께서는 그 일은 지부에서 알아서 할 테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지만, 아버님께 한 말도 있고 뭔가를 내가 직접 알아내야만 해.’
악소소가 눈을 빛냈다.
사실 그녀가 객잔으로 내려온 것은 단순히 흑천방의 동태를 알아보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일종의 명분이었고 사실 그 전에 만능공자와의 혼인 문제로 악대범과 다퉜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악소소는 싫다고 했지만, 악대범 역시 고집을 꺾지 않았다.
지금 혼인하지 않으면 무림맹 총단으로부터 원활한 지원을 받지 못해 흑천방에게 멸문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하기야 흑천방의 무력은 현 구대문파 중 두세 곳을 합친 것과 맞먹는다는 게 무림인들의 대체적인 평가였다.
특히 흑천방에는 백대식객이라고 해서 정체 모를 고수들이 주둔하고 있는데, 그들 대부분이 절정고수급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문파 간의 전투는 이 절정 이상의 고수들이 얼마나 많이 있는가로 판가름 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화산파로서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화산 깊숙한 곳에는 악대범도 파악하지 못한 원로 고수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강호에서 은퇴한 사람들이 많아 즉각적인 동원이 어려웠다.
그들은 화산파 공식 기관인 원로원에도 나오지 않고 홀로 수련을 하는 자들이었다. 그래서 동굴 깊숙한 곳에서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본산에서 전투가 벌어져도 그들이 쉽게 알 수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래도 저녁에 구걸개와 만나기로 했으니 뭔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백리 사형과 함께 가기로 했는데, 객잔 주위에 은신해 있는 지부 무사들이 걱정이군.’
악소소가 안색을 굳혔다.
그도 그럴 것이 화산 객잔 주위에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파견된 지부 무사 네 명이 은신해 있었다.
이는 악소소의 안전을 위해서로 송천기가 직접 지시한 임무였다.
그들은 악소소도 잘 알고 있는 자들로, 어제 초웅의 집에 송천기와 함께 온 정식무사들이었다.
‘그나저나 백리 사형의 무공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송 장로님 말씀에 의하면 금전삼웅의 무공은 일반 문파의 정식무사 수준을 훨씬 넘는다고 하시던데, 당시 놈들의 몸 상태가 안 좋았다고 치더라도 백리 사형의 무공이 그 정도나 된다는 것은 정말 말이 안 되지 않은가. 부조장 마충까지는 그렇다고 쳐도 이건 정말······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백리 사형의 의술이다. 의원들이 모두 손을 놓았는데 어떻게 그 짧은 시간 안에 병을 고칠 수 있었지? 정말 알면 알수록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한단 말이야. 그리고 또 한 가지. 왜 나를 위해 만능공자를 상대해준다고 했을까? 만능공자를 이기는 것은 고사하고 본파의 대표 연습제자가 되는 것부터 불가능에 가까울 텐데······ 아직 백리 사형은 대사형께서 이번 평가대회에 직접 출전하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구나.’
악소소가 안색을 굳혔다.
사실 어제 무림맹 총단에서 온 서찰에는 혼사 이야기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
바로 연습제자 영웅대회 이야기도 있었다. 주목할 점은 남자 연습제자의 출전 나이 제한을 대폭 완화해 삼십 세 미만으로 한 것이었다.
그 정보를 접한 악대범은 즉시 우천위를 불렀고, 그의 출전 의사를 확인했다.
아닌 게 아니라 각파에서 연습제자 영웅대회에 정식무사들을 대거 내보내는 편법을 사용하고 있는 형국이었다
한데 이제 남자에 한하긴 하지만 출전 나이까지 대폭 확대되면 정말 장문인의 수제자들도 참여할 확률이 높았다.
무엇보다 정식무사를 연습제자로 둔갑시켜 출전시키는 것을 무림맹 총단에서 눈감아주고 있었다.
이는 만능공자의 전격적인 출전과도 관련 깊었다.
다만 무림맹 총단에서는 한가지 단서를 달았다.
정식무사의 이번 대회 출전은 반드시 각파 수장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각파 수장은 정식무사라고 해도 연습제자 자격을 부여할 수 있었고, 엄밀히 보면 대회 규정에 어긋나는 것도 아니었다.
아무튼 우천위는 즉각 수락했다.
최근 전국적 규모의 후기지수 비무대회가 열리지 않고 있어,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명성을 날릴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었다.
‘안 되겠다. 말해줘야겠다. 대사형이 참가한다는 말을 들으면 일찌감치 포기할 가능성이 클 거야. 만능공자와의 혼인 문제는 개인적인 일인데, 이 일로 백리 사형이 또 다른 상처를 받으면 안 되지.’
악소소가 계산대 옆 점소이 대기석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백리사초에게 다가갔다.
마침 왕팔은 객잔 문밖으로 나가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백리 사형. 어때요? 해볼 만해요?”
“그래. 생각보다 내 체질에 맞는 것 같아. 본산에 있을 때 청소를 자주 해서 그런가. 원리도 비슷하고 오늘 하루만 고생하면 내일부터는 수월할 것 같아. 소소 너는 주방 일이 힘들지 않아?”
“저는 아무 문제 없어요. 어제 객잔 주인과의 면담 때 살짝 저의 진정한 의도를 말씀드렸거든요. 그래서 사실 여기서 제가 무슨 일을 하든 간섭할 사람은 없어요. 왕 선배는 세세한 사정을 몰라 어깨에 힘을 주지만 역시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요. 오히려 걱정되는 것은 객잔 밖에 은신해 있는 지부 순찰 무사들이에요.”
“왜? 나중에 저녁때 우리가 개방 제자를 만나는 것을 들킬까 봐?”
“네. 그분들은 제가 객잔 밖으로 나가면 은밀히 쫓아와 호법 임무를 수행하려 할거예요. 하지만 흑천방에 대한 정보를 얻어내는 일은 제힘으로 하고 싶어요. 구걸개도 저 혼자 오라고 했고요.”
“구걸개? 만난다는 개방 제자가 구걸개라는 사람이야?”
“네. 작년에 아버님을 따라 무림맹 총단에 갔다가 알게 된 친구예요. 나이는 저와 동갑인데 사형도 앞으로 친하게 지내도록 하세요.”
“연습제자는 정식무사와 함부로 교분을 맺어서는 안 되는 게 규율이야. 특히 다른 문파의 정식무사라면 더욱 그렇고. 게다가 소소가 알 정도라면 보통 신분이 아닐 게 아냐?”
“무슨 그런 규율이 있어요? 아, 그리고 사형 말씀대로 구걸개는 개방 방주님의 제자예요. 아직 어리지만 무공도 고강해 벌써 차기 방주감으로 거론되고 있지요.”
“그런 사람이라면 더욱더 친해지기 힘들겠군. 아무튼 순찰 무사들 몰래 구걸개를 만날 수 있는 방도를 찾고 있다는 것이지?”
“네. 좋은 방법이 있나요?”
“소소가 모르는 것을 어찌 내가 알 수 있겠어?”
“사형은 아무도 못 고친 초 사형 어머님 병을 고치셨잖아요? 아마도 멀지 않아 백리 사형의 뛰어난 의술에 대한 소문이 이곳 화음현에 널리 퍼질 거예요.”
“그 정도까지는 아니야. 그건 그렇고 순찰 무사들이 모르게 할 방법이 한가지 있긴 있어.”
“그게 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