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32
32화 : [제11장] 화산풍운 1
[제11장] 화산풍운“장문인께 아룁니다. 지금 무저곡에 있던 매화절진이 사라졌다는 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화산파 총관 화산선생의 보고에 장문인 악대범이 안색을 굳혔다.
그뿐만 아니었다.
두 사람과 함께 취의청에 모여 있던 화산파 지휘부 고수 백여 명 모두 어두운 표정이었다.
“매화절진을 대체할 진은 아직도 만들지 못했소?”
“네. 몇 번 시도했지만 무저곡 자체의 기운과 맞지 않아서 실패했습니다. 아무리 해도 매화절진 고유의 금빛 안개는 만들 수 없었습니다. 다만 다행히 아직 외부인의 침입은 없습니다.”
“일단 소문이 퍼진 이상 외부인의 침입은 기정사실이라 할 수 있소. 경계 병력이 지금 어느 정도나 되오?”
“원래 백 명이었는데 삼백 명까지 늘렸습니다.”
“으음, 경계 병력만 늘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오. 지금처럼 무저곡에 절세비급이 있다는 소문이 계속 퍼지면 감당하기 힘들 것이오. 이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
“잠룡각주 장강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본파를 곤란하게 만들려고 일부러 소문을 퍼뜨리는 자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단지 무저곡에 매화검선께서 남긴 매화검보가 있다는 소문에 불과하지만, 놈들이 농간을 부린다면 그보다 더 큰 사태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농간을 부린다는 뜻은?”
“사실 벌써 조짐이 있긴 있습니다. 아직 매화검보만큼 소문이 퍼지지는 않았으나 무저곡에 절세 마공이 수록된 마공서가 있다는 이야기가 은밀히 돌고 있습니다.”
“마공서라면 혹시 천마가 남겼다는 천마대장경 말이오?”
“네. 확실히 천 년 전 천마가 우리 화산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있다는 기록이 있긴 있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천마대장경이 무저곡에 있다는 것은 근거가 빈약해 흐지부지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칠백 년 전부터는 매화절진이 무저곡을 가로막고 있어 천마대장경 이야기가 더는 거론되지 않았지요. 한데 매화절진이 사라지자 다시 그 일을 거론하는 자가 생겨난 겁니다.”
장강의 말에 악대범은 물론이고 취의청에 있던 지휘부 고수들의 안색이 더욱더 굳어졌다.
매화검보를 노리고 찾아오는 고수들을 막아내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대부분 정파 고수들일 가능성이 컸다. 따라서 그들을 설득해서 돌려보낼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천마가 남긴 비급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만약 마교에서 자신들의 소유권을 내세워 무저곡을 수색하려 한다면 화산파로서는 부득이 그들을 막아야 할 상황이 되기 때문이었다.
이는 무저곡을 오랜 세월 화산파에서 관리해왔기 때문으로, 외부 세력 특히 마교에게 개방한다는 것은 문파의 존립과도 관련이 있었다.
“어떤 놈들이 그런 소문을 퍼뜨리고 있는 것이오? 혹시 흑천방이오?”
“네. 장문인. 총관실에서 파악한 바로도 놈들일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최근 흑천방 놈들은 화음현에 비밀 거점을 만들어 본파를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마침 매화절진이 사라지자 이를 최대한 이용하여 본파를 곤경에 빠트리려는 속셈인 것 같습니다. 만약 놈들의 의도대로 십만대산에 있는 마교 총단에서 움직임이 있다면, 본파는 최대의 위기에 처할 것이 분명합니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마교에서 어떤 식으로든 개입할 것이 확실할듯하오. 이를 전제로 미리 대비하는 것이 현명할 듯하오. 아닌 게 아니라 어제 화음현에 마교 무리로 보이는 자들이 출몰했다고 하지 않았소? 조사 결과가 나왔소?”
“아직 확실히 파악은 못 했습니다.”
“으음, 사실이 아닐 것이오. 마교 놈들이 화음현까지 왔다는 것도 믿기 어렵고 이 모든 게 다 흑천방 놈들의 계략이 아닐지 걱정이오.”
악대범이 말을 한 바로 그때였다.
취의청 문이 열리며 두 사람이 들어왔다.
한데 그들은 바로 대제자 우천위와 화산파 화음현 지부장 송천기가 아닌가.
특히 우천위는 손에 상자 하나를 들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장문인을 뵙습니다.”
“장문인을 뵙습니다.”
“오! 천위야. 그리고 송 장로. 어서들 오시오. 그래 화음현에 마교 무리가 나타났다는 게 사실이오?”
“사부님께 아룁니다. 사실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놈들을 처단하기까지 했습니다.”
“아, 그게 정말이냐? 손에 든 상자에는 무엇이 담겨 있느냐?”
“마교 우사 귀령노인의 머리입니다.”
“뭐라고?”
악대범이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평소 어떤 경우에도 당황하지 않던 그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취의청에 모인 고수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송천기가 말했다.
“우 공자가 마교 놈들을 수색하다가 인근 야산에 있던 귀령노인의 목을 베었다고 합니다.”
“천위 네 실력으로 어찌 귀령노인 그자를 죽일 수 있었느냐? 일단 어서 수급부터 보자.”
“네. 사부님.”
우천위가 상자 뚜껑을 열자 정말로 귀령노인의 머리가 들어 있었다.
악대범이 직접 확인한 후 말했다.
“귀령노인의 수급이 확실하다. 삼십 년 전 놈을 직접 본 적이 있는데 그때와 거의 다름이 없구나. 천위야. 당시 상황을 소상히 설명해라. 본파의 존립과 관련된 일이니 하나도 빠짐없이 말해야 한다. 혹시 네가 귀령노인을 만났을 때 놈이 중상을 입고 있었느냐?”
“네.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사실 마교 무리가 나타났다는 정보를 듣고 혼자 야산 일대를 수색하다가 중상을 입은 귀령노인과 그 수하들을 만났습니다.”
“수하들이라 함은?”
“혈랑대 무사로 보였습니다. 모두 다섯 명이었는데 부득이 놈들도 모두 제가 죽였습니다.”
“혈랑대 놈들도 중상을 입고 있었느냐?”
“그건 아닙니다. 놈들은 제가 실력으로 모두 제거했습니다.”
“으음, 그래 네 실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놈들이 검진을 펼칠 시간을 주지 않았구나.”
“네. 사부님께서 가르쳐주신 대로 속전속결로 제거했습니다. 문제는 귀령노인 그자였습니다. 놈은 내상을 입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저도 그자가 누구인지 몰랐습니다. 하지만 대화 도중 놈이 마교 우사이고 무엇보다 본파의 추상 교관과 연습제자 방현량을 죽인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죽음을 무릅쓰고 놈과 싸워 죽인 겁니다.”
“아! 그런 사실이! 네 말이 맞는다. 추 교관과 방 조장의 상처를 보면 귀령노인 그자의 귀령마기(鬼靈魔氣)가 감지되긴 했었지. 하지만 확신하지 못해 천위 너에게만 그 사실을 알려줬는데, 네가 놈의 자백을 받았구나.”
“네. 사부님. 저는 놈이 귀령노인이라는 사실을 안 후 즉시 사과애 사건을 캐물었습니다. 놈이 순순히 시인하더군요. 중상을 입은 몸이라 시간을 끌려는 게 느껴졌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제가 일부러 허점을 보이자 놈이 공격을 가해왔고, 미리 대비한 바람에 놈의 목을 벨 수 있었습니다.”
“으음, 잘했다. 놈이 먼저 본파의 무사들을 죽였고, 천위 너는 본파의 일원으로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다. 다만 아무리 중상을 입었다고 하더라도 천위 너는 귀령노인의 상대가 안 된다. 그 점이 조금 의아하구나.”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다만 본파의 명예를 위해 복수를 했을 뿐입니다. 제가 실수한 점이 있다면 지적해주십시오.”
“아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어쩌겠느냐?”
악대범이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화산선생이 말했다.
“우 공자. 장문인께서는 마교의 복수를 걱정하고 계신 것이오. 혈랑대 놈들을 죽인 것은 별문제가 되지 않으나, 귀령노인은 다르오. 마교 총단에서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것이오. 차라리 놈을 죽인 후 땅에 묻든지 해서 사건이 확대되는 것을 방지했으면 좋았으련만. 혹시 이 사실을 두 분 말고도 아는 분들이 있소?”
“우 공자가 귀령노인의 목을 직접 들고 지부에 오는 바람에 지금쯤 화음현 일대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오.”
송천기의 말이었다.
그 역시 표정이 좋지 못했으나 그렇다고 우천위를 나무라는 표정은 아니었다.
송천기가 다시 말했다.
“장문인. 어차피 알려질 일이었습니다. 우 공자의 공을 치하하시고 오히려 이 사실을 널리 알려 무림맹의 지원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러면 마교 놈들도 다른 소리를 못 할 겁니다. 어차피 본파를 건드리면 정파 전체와 싸움을 벌여야 한다는 것을 잘 아는 놈들이니까요.”
“으음, 송 장로의 말씀이 맞소. 내 잠시 나약한 생각을 했소. 하지만 흑천방에 이어 놈들보다 수십 배나 강한 마교와 전면전까지 각오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은 사실이오. 게다가 매화절진까지 사라지는 바람에 마교 놈들이 귀령노인의 죽음과 무저곡 개방을 연계할 가능성이 크오. 일단 무림맹 총단에 이 사실을 급히 보고하고, 인근 종남파에도 소식을 전해 긴급 지원 병력을 파견해달라고 부탁하시오. 그리고 오늘부터 당분간 특별 경계 태세를 발동하니 외부에 나가 있는 모든 무사를 본산으로 소환하도록 하시오.”
“연습제자도 포함합니까?”
잠룡각주 장강의 물음이었다.
“물론이오. 연습제자뿐만 아니라 인근에 있는 속가제자들에게도 소집령을 발동하시오. 서두르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 * *
“사초! 왜 이렇게 늦은 거야? 어제 온종일 어디 갔었어?”
“사정이 있었다. 내가 없는 동안 특별한 일은 없었냐? 소소는?”
“소소는 지금 본파 화음현 지부에 가 있어. 대사형이 마교 우사 귀령노인을 비롯해 마교 놈들을 죽인 일로 지금 화음현 일대가 떠들썩해. 정말 몰랐어?”
“대사형이?”
백리사초가 안색을 굳혔다.
귀령노인의 목을 직접 벤 사람이 바로 자신이기에 뜻하지 않은 소식이었다.
‘우천위 이자가 귀령노인의 시체를 발견하고 공명심에 내 공을 가로챘구나. 하지만 그렇게 되면 본파가 곤경에 처한다는 것을 정말 몰랐단 말인가.’
백리사초는 자세히 듣지 않아도 그간의 사정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우천위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인물이라는 것을 몸소 체험했지 않은가.
‘귀령노인을 내가 죽인 일은 절대 발설하지 않으려 했으니 공을 빼앗아간다고 해도 아무 상관이 없다. 하지만 화산파의 대제자로서 본파의 안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명성만 욕심내다니. 정말 추잡한 인간이군.’
백리사초가 잠시 생각에 잠겨 있자, 초웅이 물었다.
“정말 어디 갔다가 온 거야? 이 밤중에 왜 객잔으로 가지 않고 우리 집으로 온 거야?”
“웅이 네가 집에 있을 줄 알고 온 것이지. 네게 부탁도 할 겸 말이야.”
“무슨 부탁 말이야? 혹시 온종일 사라져 벌칙이 강화될 게 걱정되는 것이라면 안심해도 돼. 소소가 중요한 일을 네게 시켜 며칠 정도 걸릴 거라고 객잔 주인에게 이야기해두었으니까.”
“아, 그건 정말 잘되었군. 역시 소소는 눈치가 빠르단 말이야. 하지만 내가 할 부탁은 그게 아니야. 나중에 소소에게 따로 부탁할 것이지만, 고향에서 아는 동생이 올라왔어. 아무래도 너의 가족과 함께 본산에 올라가야 할 것 같아. 임설화(林雪花)! 어서 들어와.”
백리사초가 초가 문밖을 향해 소리쳤다.
그러자 소녀 한 명이 천천히 들어왔다.
얼굴은 지극히 평범했고 또래 아이보다 훨씬 뚱뚱해 둔한 인상을 주었다.
그녀는 바로 임설이었다.
지금 역용을 한 상태로 이름도 화(花)라는 글자를 하나 더 붙여 다른 사람이 모르게 했다.
백리사초와 함께 동굴에서 나온 그녀는 백리사초의 설득으로 당분간 화산파에서 지내기로 한 것이었다.
참고로 두 사람이 동굴에서 나왔을 때는 마교 무사를 비롯하여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생각보다 수월하게 산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임설화라고 해요. 사초 오라버니께 말씀은 많이 들었어요. 잘 부탁드립니다.”
“아! 사초와 동향 분이시군요. 반갑습니다. 초웅입니다. 사초. 그럼 소소가 허락하는 대로 임 소저도 우리 가족과 함께 본산으로 올라가게 되는 거야?”
“그래. 내 부탁이면 소소도 거절하지 못할 거야. 설화는 요리 솜씨가 뛰어나니 주방 일을 도우며 본산에서 지낼 수 있을 거야.”
“그리되면 좋지. 잘됐네. 우리 화영이와 나이도 비슷한 것 같고.”
“두 사람이 동갑이니 친구 사이로 지내면 될 거야. 지금 다들 주무시지?”
“그래. 내일 아침 일찍 본산으로 올라가게 되어있어서 말이야.”
“내일 바로 말이야?”
“그래. 총소집령이 내려져 외부에 나간 연습제자들 역시 본산으로 올라가야 해. 내일 아침 사초 너도 우리 가족과 함께 지부에 들렀다가 본산으로 올라가자.”
“알았어. 마교의 보복 때문에 장문인께서 총소집령을 내리신 것 같군.”
“귀령노인 그자의 죽음 때문만은 아니야. 무저곡을 둘러싼 매화절진이 사라져 지금 그 문제로 일대 무림인들이 들썩이고 있어. 벌써 낯선 무림인들이 화음현으로 몰려오고 있는 것이 목격되고 있으니까 말 다 했지.”
“그랬군. 어머님은 괜찮으시지?”
“그래. 모두 사초 네 덕분이다. 생각보다 회복이 빨라 혼자서 산에 올라가는 것도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아. 날이 추우니 어서 방 안으로 들어가자.”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