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39
39화 : [제13장] 조장 2
“끙!”
조장, 부조장 선출 시합에 참여한 사도박이 힘껏 이완을 밀었다.
최대한 내공을 끌어올린 것은 물론이었다.
하지만 이완의 몸은 마치 바위와 같았다.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만!”
이완의 말에 사도박이 땀을 흘리며 뒤로 물러났다.
지금까지 이완을 민 조원들은 모두 열네 명.
하지만 그 누구도 이완을 밀어낼 수 없었다.
그제야 조원들은 이번에 새롭게 연습교관으로 온 이완이 추상 못지않은 고수임을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직접 자신의 몸으로 내공 시험을 치르는 목적에는 교관으로서의 권위를 세우는 것도 있는 것 같았다.
하기야 화산파 지휘부에서는 이번에 죽은 추상의 후임 교관을 고를 때 상당한 고심을 했다.
추상이 어쩌다가 귀령노인에게 죽임을 당했는지 그 과정을 전혀 알 수 없었기에 똑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보통 연습교관의 경우 화산파 무사 중에서도 원하는 자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다들 꺼리는 분위기였다.
이때 자원한 사람이 바로 이완이었다.
그는 장문인 직속의 특수부대인 매화대(梅花隊)의 대원이었다.
나이는 올해 서른다섯으로 그렇게 많은 나이는 아니었다.
매화대 무사들의 무공 수준은 대부분 일류 정도라, 이완 역시 그 정도일 거라 추측이 되었고 그 때문에 큰 기대는 없었다.
죽은 추상 역시 공식적으로 일류고수였으나 실제는 절정을 바라보는 고수였기 때문이었다.
이는 잠룡각주 장강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이완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연습교관 임명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장로원의 평가에서 만장일치 합격을 받는 기염을 토했다.
참고로 연습교관이 되기 위해서는 화산파 장로원 소속 장로 다섯 명의 시험을 거쳐야 했다.
그중 과반수인 세 명 이상의 찬성만 얻어도 합격인데 무려 만장일치를 받은 것이었다.
그 평가 내용은 보안 사항이라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장강이 매우 기뻐하며 이완을 연습교관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오늘이 그의 첫 수업이었다.
‘추상보다 뛰어난 무공을 지니고 있구나.’
시합에 참여한 연습제자 중 맨 끝에 서 있던 백리사초가 눈을 빛냈다.
그는 단번에 이완의 무공 수준을 알아보고 있었다.
‘소소가 교관님을 밀어낼 수 있을까? 재미있겠군.’
백리사초가 마침 이완 앞으로 걸어가는 악소소를 쳐다봤다.
“악소소입니다.”
“좋다. 다른 사람은 너를 아가씨라 부르며 떠받들지만, 지금은 내 수업을 받는 연습제자 신분이니 하대를 하도록 하겠다. 불만이 있느냐?”
“없습니다.”
“좋다. 시작하라. 마치는 시각은 내가 정하지만, 아무리 길어도 일각을 넘지 않을 것이다. 방법은 내공을 최대한 끌어올려 나를 밀면 된다. 내가 한걸음이라도 뒤로 물러나면 무조건 본선 진출이다. 소소 너를 포함해서 두 명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네.”
악소소가 우렁찬 대답을 한 후 두 손으로 이완을 밀었다.
하지만 예상대로 이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악소소의 손에 힘이 거의 없는 것을 느끼고 의아해했다.
‘역시 소문대로 마교 소종사 그놈의 흡수대법에 당한 것인가. 그게 사실이라면 본파의 여자 연습제자 대표가 되는 것도 힘들겠군.’
이완이 눈을 빛내며 좀 더 기다려줬다.
마침 악소소가 새로운 내공 심법을 시도하기 직전이었다.
사실 조금 전은 기존의 청심공을 운공한 것이었고, 당연히 그 내공이 거의 없었다.
이제는 자신의 새로운 주 심법이 된 옥녀심공을 운공할 때였다.
‘간밤에 내공이 열 배 이상 늘어났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부님 말씀대로 양이 아니라 질이다. 옥녀심공 구결대로 한 줌의 진기로 태산을 무너뜨린다.’
악소소가 옥녀진기를 일으킨 후 무심히 이완을 밀었다.
그렇게 힘껏 밀지도 않았고 별다른 특이점도 보이지 않았다.
백리사초가 미소를 지었다.
‘대단하군. 하루 만에 저 정도 수준까지 오르다니. 역시 체질을 무시하지 못하는가. 깨달음이 초급 수준을 넘어서 중급까지 올라갔다.’
백리사초가 내심 감탄할 때 이완이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와아아.
조원들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하지만 그들이 보기에 왠지 이완이 일부러 뒤로 물러난 것처럼 보였다.
다만 악소소의 원래 실력을 다들 알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됐다. 합격이다. 본선 네 명에 들어간 것을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악소소가 고개를 숙였다.
그녀 역시 알고 있는 것이다.
이완이 내공을 더 높였더라면 밀리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것을.
하지만 그는 공평을 기하기 위해 처음과 같은 내공 수준을 유지했다. 옥녀진기의 특이한 힘에 의해 기혈이 살짝 흔들려 자연스럽게 한걸음 뒤로 물러난 것이었다.
“자, 이제 한 명 남았군. 백리사초 너로구나. 네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화음현에서 금전삼웅을 혼자서 제압한 게 사실이냐?”
“운이 좋았습니다.”
“그래? 정말 운이 좋았는지 아니면 실력이었는지는 평가를 해보면 알겠지. 잘 나왔다. 어서 밀어보아라.”
“네. 교관님.”
백리사초가 고개를 한번 숙인 후 천천히 양손을 들었다.
한 손으로도 가능했지만 신임 교관에 대한 예의 차원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이번 교관은 추상과 달리 느낌이 좋았다.
다만 막상 내공 시험에 임하려고 하자 갑자기 부모님 생각이 났다.
자신을 위해 가산을 탕진하고 매우 어려운 형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그였다.
집도 없이 남의 집에 월세로 살면서 갖은 고생을 하고 있는 가족들.
화산파 연습제자가 된 후 본가로부터 어떤 지원도 없는 것만 봐도 그 형편이 어떠한지 잘 알 수 있었다.
물론 지원이 없는 데는 백리사초가 서신으로 여기선 돈이 전혀 필요 없고 오히려 달에 얼마간 지원금이 나온다는 이야기까지 한 게 컸다.
하지만 지원금이라는 것은 따로 없었다. 단지 화산파를 위해 공을 세우면 장문인이 특별히 격려의 의미로 금일봉을 주는 제도는 있었다.
아무리 무형검의 경지에 들어서 욕심이 많이 사라졌다고 해도 이것은 다른 문제였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상황은 지난번에 방현량과 대결하기 직전과 비슷했다.
하지만 그때는 사적 대결이라 나중에 상부로부터 추인받는 문제가 남아있었다.
물론 대결 자체가 무산되긴 했지만,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조장이 되는 공식적인 절차로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것이었다.
‘그래, 이왕 조장이 되려면 다른 말이 안 나오게 월등한 실력을 보여주는 것이 좋겠다. 내가 조장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부모님과 혜아 모두 기뻐할 것이다.’
백리사초가 부친인 백리풍과 모친인 정씨부인(鄭氏婦人) 그리고 여동생인 백리혜(百里慧)를 떠올렸다.
“무얼 망설이는 것이냐? 진짜 실력이 탄로 날까 걱정이 되는 것이냐?”
“아, 아닙니다.”
백리사초가 얼굴을 조금 붉히며 매화공력을 일으켜 이완을 밀어냈다.
아니 밀어냈다기보다 살짝 두 손이 이완의 어깨에 닿았다.
바로 그때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으음!”
이완이 묵직한 신음과 함께 뒤로 십여 장이나 밀려 나가는 것이 아닌가.
비록 이번에도 이전과 같은 내공 수준을 유지했지만, 신형을 바로 하는데 그만한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일부러 대여섯 걸음 정도 물러나게 만들려 했는데, 내가 힘 조절에 실패했구나. 그사이 내 공력이 높아진 것인가.’
백리사초가 의아해하며 어제 악소소를 가르칠 때를 떠올렸다.
당시 그는 옥녀검법을 전수하면서 그 검초의 의미를 되새겼다. 사실 옥녀검법은 그로서도 쉽게 연마할 수 있는 수준의 검법이 아니었다.
하기야 매화검법과 대등한 수준이니 어찌 쉽겠는가.
백리사초가 아직 매화검법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옥녀검법은 원래 여자들이 익히도록 창안된 검법이긴 하나 오히려 남자인 백리사초가 배우는데 유리한 요소가 많았다.
물론 그 전제로 무형검의 경지에 들어 남녀 구별이 필요 없어야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백리사초는 강력한 내공을 기반으로 옥녀검법 전체를 관통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 역설적으로 내상까지 완벽하게 회복했다.
그리고 그 여파로 매화공력까지 높아진 것이었다.
이는 매화심공으로 옥녀검법을 연마했기 때문으로, 엄밀히 말한다면 그 공력의 질이 이전보다 두 배 이상 높아진 상태였다.
그래서 최대한 살짝 건드린 것에 불과했지만, 당사자인 이완은 거대한 해일에 밀려나듯 불가항력의 기분을 느끼게 된 것이었다.
그나마 그가 항변할 수 있는 요소는 자신 역시 내공을 최고도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평가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칠성 수준의 내공만 사용했다.
하지만 자신의 내공 수준을 극한으로 끌어올린다고 해도 백리사초의 밀어내기에 버틸 수 있을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었다.
“대단하구나. 백리사초. 진심으로 탄복했다.”
“과찬이십니다. 교관님께서 사정을 봐주신 덕분입니다.”
“내가 내공을 다 사용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정도까지 밀려날 줄은 몰랐구나. 물론 이번 한 번의 평가로 무공 수준을 알 수는 없고 내가 방심을 한 면이 크지만, 지금 내 생각으로는 충분히 우 공자와 겨뤄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합격이다!”
와아아.
짝짝짝.
십조 조원들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제 더는 백리사초를 깔보는 제자들은 없었다.
참고로 방현량과 마충을 따르던 패거리들은 화산파와 흑천방의 전면전이 가시화되자 얼마 전 탈퇴하고 화산을 떠난 바 있었다.
그래서 지금 십조에는 신규 연습제자도 여러 명 있었다.
그런 그들의 눈에 백리사초는 일 순위 조장 후보였다.
이완이 다시 말했다.
“그럼 소소와 사초 외에 본선에 오를 두 명을 발표하겠다. 한효종(韓曉縱)과 유미미(柳美美) 두 사람이다. 대진은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추첨으로 정하겠다.”
* * *
추첨 결과 가장 먼저 맞붙게 된 두 사람은 바로 악소소와 유미미였다.
유미미는 올해 열다섯 살로 백리사초와 동갑이었다.
동갑이라 말을 서로 놓고 지내긴 하나 서로 간의 교류는 그다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백리사초는 얼마 전까지 괴롭힘과 따돌림의 대상이었고, 유미미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성격이었다.
하지만 최근 백리사초의 부각에 기뻐하던 그녀였다.
특히 백리사초가 공개석상에서 마충을 이겼을 때 누구보다 목소리를 크게 내어 환호한 바 있었다.
그래서일까.
백리사초는 사심을 버리고 두 사람의 대결을 지켜봤다.
“누구든 먼저 쓰러진 자가 패하는 것으로 하겠다. 병장기나 암기 사용은 허용하지 않으며 적수공권으로 대결한다. 시작하라!”
이완의 말에 유미미가 먼저 공격을 개시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라고 판단한 그녀가 선공을 가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악소소 역시 여유가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아무리 간밤에 내공 증가를 가져왔다고는 하나 아직 그 양이 많은 것은 아니었다.
이전에 청심공으로 삼 년간 쌓은 내공보다 훨씬 적었다.
하지만 옥녀심공으로 쌓은 옥녀진기라 그 질적인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났다.
악소소는 그 점을 믿고 있었다.
‘나 자신을 믿어야 해. 반드시 이긴다.’
악소소가 어느새 바짝 다가와 주먹으로 자신의 왼쪽 어깨를 공격하는 유미미를 쳐다봤다.
악소소가 오기 전까지 십조 최고의 미인이라 일컬어지던 그녀였다.
그래서 그런지 두 사람 간에는 처음부터 미묘한 긴장감이 있었다.
쐐애액.
생각보다 강한 파공성.
유미미의 주먹이 어깨에 닿기 직전.
악소소가 가볍게 몸을 비틀어 주먹을 피한 후 우수로 유미미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으윽!”
유미미가 신음과 함께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났다.
큰 타격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였지만 이미 승패는 결정된 후였다.
“악소소 승리!”
와아아.
짝짝짝.
조원들이 일제히 함성과 박수를 보냈다.
예상은 했지만 싱거운 대결이었다.
‘미미가 너무 서둘렀다. 침착하게 대응했으면 수십 초 정도 공방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나저나 소소는 이제 정말 날개를 달았구나. 벌써 저 정도면 석 달 후에는 정말 영웅대회 우승도 가능할 것이다.’
백리사초가 눈을 빛내며 임시로 만든 비무 공간으로 걸어 나왔다.
“다음은 백리사초와 한효종의 대결이다. 비무 방식은 조금 전 대결과 같다. 어서 시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