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53
53화 : [제17장] 악양풍운 3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백리사초가 어머니 정씨부인의 치료를 마치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예상대로 정씨부인의 병은 초웅의 모친 소씨부인과 마찬가지로 혈맥이 막힌 게 그 원인이었다.
남편인 백리풍이 수적들의 손에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갑자기 혈맥이 막힌 것이었는데, 이는 현재 의술로서 별 뾰족한 수가 없었다.
치료법은 절대 내공으로 혈맥을 뚫어주는 것뿐이었다.
다행히 백리사초는 절대 내공을 지니고 있었다.
게다가 일반적인 내공이 아니라 치유력이 있는 것이라 비교적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었다.
더욱더 고무적인 것은 그동안 백리사초의 공력이 높아져 이번 한 번의 치료로 완쾌가 되었다는 점이었다.
이는 정씨부인이 소씨부인과 달리 병석에 누운 기간이 훨씬 짧았기 때문으로 그 회복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었다.
백리사초는 평소 잔병치레를 많이 겪었던 모친을 위해 기를 북돋을 수 있는 매화공력 역시 충분히 몸에 넣어주었다.
이는 무림인이 아닌 경우 무병장수의 효능이 있어 산삼보다 더 유익했다.
“으으······.”
정씨부인이 신음과 함께 눈을 떴다.
치료를 시작한 지 한시진만에 의식을 회복한 그녀의 안색은 평온했다.
“엄마! 괜찮아?”
백리혜가 초조한 표정으로 물었다.
정씨부인의 안색이 좋아졌지만 회광반조처럼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어 아직 안심하지 못하는 그녀였다.
“혜야. 나는 괜찮다. 네 아버지는?”
“아직 소식이 없어. 수적들에게 당해 돌아가셨다고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아. 그러니 엄마도 힘을 내. 조금만 있으면 오라버니도 올 텐데 그러면 반드시 아버지를 찾아낼 거야.”
“아! 사초가 온다고.?”
“그래. 엄마는 계속 정신이 없어 모르고 있었겠지만, 오라버니 명성이 대단해. 연습제자들 사이에서 조장이 된 것뿐만 아니라 소문을 들어보니 천하제일인이 되었더라고. 오라버니 일장에 수백 명씩 나자빠진다고 하던데,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어.”
“정말 우리 사초가 그렇게 무공이 높아졌다는 것이냐?”
정씨부인이 힘이 나는지 상체를 일으켜 자리에 앉았다.
그제야 백리사초를 발견하고 의아해했다.
“이분은?”
“엄마 병을 고쳐주신 분이야. 마교 소종사가 보낸 놈인 줄 알았는데, 조금 전 들어보니 그게 아니래. 엄마와 나를 구해주러 오셨대.”
“그게 정말이냐?”
정씨부인이 놀라면서도 목소리를 낮췄다.
“정말이야. 이곳은 동정방이란 곳인데, 이곳 방주가 수하들을 시켜 집에 불을 지르고 우리 두 사람을 납치해 온 거야. 아직 놈들 소굴 안이니 이분 청옥자님을 믿을 수밖에 없어. 엄마는 그렇게 알고 그대로 있기만 해.”
“아, 그랬구나. 청옥자라고 하셨나요? 목숨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정파 분이신가요?”
“바람 따라 구름 따라 천하를 떠도는 사람이오. 다만 최근에 한 아이를 제자로 받은 적이 있소. 악소소라고 화산파 장문의 여식이오.”
“아! 그러면 정파 분이 맞으시는군요. 그럼 이곳은 동정방 안에 있는 객당인가요?”
“그렇소. 내가 마교 소종사가 보낸 사람이라고 속이고 두 분을 구출하러 온 것이오.”
백리사초가 간단하게 상황 설명을 해줬다.
아무래도 나이가 어린 백리혜보다 정씨부인이 상황을 알고 있어야 임기응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 그렇게 되었군요.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보나 마나 밖에는 동정방 놈들이 지키고 있을 것 같은데······.”
“이미 두 분을 데려가기로 이야기가 되었소. 특별한 일만 없다면 이곳을 나가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오. 두 분을 데려갈 곳은 바로 무림맹 악양 지부요. 두 분이 살던 집은 불에 탔고 지금 갈 데가 없으니 지부가 가장 안전할 것이오.”
“알겠습니다. 저와 제 딸아이는 어르신만 믿겠습니다.”
정씨부인이 고개를 숙였다.
겉으로 보기에 조금 전 다 죽어가던 사람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활기가 있었다.
백리혜가 그 모습을 보고 기뻐했다.
하지만 그녀 역시 이곳 동정방 총단을 빠져나가는 것이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할아버지. 지금 나갈 건가요?”
“그렇다. 너는 어머님을 부축하고 내 뒤를 따라오면 된다.”
“네. 할아버지만 믿겠어요.”
* * *
백리사초와 정씨부인, 백리혜가 객방에서 나왔을 때였다.
예상대로 동정방주와 총관을 비롯한 동정방 무사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문제는 무사들의 수였다.
몇십 명 정도 있을 거라는 추측과 달리 동정방 무사 전 병력이라 할 수 있는 이백여 명이 모두 모여 있었다.
게다가 동정방주와 총관의 안색도 굳어져 있었다.
“호법님. 치료가 끝났습니까?”
“그렇소. 방주. 무슨 일인데 이렇게 무사들이 많이 모인 것이오? 혹시 나를 의심해서 그러는 것이오?”
“하하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다만 호법께서 저년을 치료하시는 동안 우리가 몇 가지 알아봤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다 죽어가던 저 계집이 말끔히 회복되었군요. 놀랍습니다.”
“소종사께 데려갈 계집이라 신경을 조금 썼소. 사실 내가 의술이 뛰어난 편이긴 하오. 몇 가지 알아봤다는 게 무슨 소리요?”
“다른 게 아닙니다. 혹시 몰라서 신교 호법의 증표에 관해서 알아보니, 호법들은 호법패를 지니고 있다고 하더군요. 청옥자 호법께서 호법패를 보여주시면 두말없이 보내드리겠습니다.”
“역시 나를 의심하는군. 이는 소종사님을 의심하는 것과 마찬가지요. 아무래도 따끔한 맛을 봐야 정신을 차리겠군.”
백리사초가 다시 내공을 끌어올렸다.
객당 앞의 마당 전체가 들썩일 정도였다.
수적 우위를 믿고 길을 막고 있던 동정방 무사들이 흠칫한 것은 물론이었다.
총관이 말했다.
“호법님. 오해는 하지 마십시오. 만일에 우리가 속아 인질들을 내준다면 나중에 진짜 소종사님께 추궁을 받을 겁니다. 이번에 알아보니 신교의 사자들 역시 다른 문파를 방문 시 꼭 신분을 증명하는 패를 보여준다고 하더군요. 호법패 하나를 보여주기 싫다고 설마 우리를 모두 죽이시려는 겁니까?”
“내가 못할 것 같소?”
“저는 호법님께서 우리를 공격하는 것 자체가 스스로 가짜 호법임을 시인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는 무림 관례를 보아도 합당하며 설사 오해를 했더라도 나중에 신교 지휘부에서 이해를 해주실 겁니다.”
“으음, 어쩔 수가 없군. 좋다. 더는 네놈들을 속이는 것도 피곤하니 사실대로 말해주마. 나는 마교 호법이 아니다. 나는 화산파 장문인의 여식 악소소의 사부다. 우연히 네놈들이 백리사초라는 소년의 가족을 납치한 것을 알고 이들을 구출하러 온 것이다. 이제 됐느냐?”
백리사초가 말을 한 후 무형지기를 일으켜 뒤쪽에 있는 정씨부인과 백리혜를 보호했다.
이는 일종의 호신막으로 절대 내공을 지닌 자만이 만들 수 있는 방어 수단이었다.
놈들과 싸우는 동안 자칫 두 사람이 다칠까 봐 미리 조처한 것이었다.
백리사초가 지금 펼친 보호막의 정식 명칭은 매화방어막(梅花防禦幕)으로, 매화검보에 수록된 비술이었다.
“후후후! 역시 그랬었군. 사실 처음부터 네놈이 매우 수상했었다. 자칫 속아 넘어갈 뻔했지. 하지만 네놈이 치료 명목으로 우리에게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었고, 그 결과 호법패 이야기를 꺼내게 된 것이다. 화산파 장문의 여식이 네놈의 제자라고 하니 더 물어볼 필요도 없겠군. 여봐라. 뭣들 하느냐? 놈을 공격하라! 어차피 놈은 한 명에 불과하다. 겁먹지 마라. 놈은 신교 고수도 아니니까.”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동정방 무사 이백여 명이 일제히 백리사초를 향해 밀려들었다.
“동정무적진(洞庭無敵陣)을 펼쳐라!”
총관이 소리치자, 동정방 무사들이 세 겹으로 백리사초를 에워쌌다.
동시에 빠르게 회전을 하는 게 아닌가.
이백여 명이 세 개의 원을 만들어 각기 다른 속도로 회전하는 모습은 매우 위협적이었다.
병장기를 모두 들고 있어 언제든 포위당하고 있는 백리사초를 공격할 수 있었다.
“후후후! 어리석은 놈! 진에 완전히 갇혔으니 이제 빠져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악소소가 네놈의 제자라고? 금시초문이긴 하나 설사 네 말이 맞는다고 해도 그게 우리에게 무슨 위협이 되겠냐? 사실 우리는 네놈이 신교 호법이라고 해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신교 자체의 힘이 두려울 뿐이지. 본방의 동정무적진은 무림맹주라고 해도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절진이니, 네놈쯤이야 이미 죽은 목숨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동정방주가 득의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그와 총관 두 사람은 동정방 무사들의 뒤쪽에 서 있었다.
사실 두 사람은 백리사초의 내공에 아직 놀라 잔뜩 경계하고 있었다.
하지만 백리사초가 진에 갇히자 그제야 안심하는 표정이었다.
“죽여라!”
총관의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순간.
세 겹의 포위망 중 백리사초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일차 포위망 무사들이 일제히 병장기를 내뻗었다.
바로 백리사초의 다리 부분이었다.
한데 일차 포위망 무사들이 공격을 가하면서 허리를 숙이는 게 아닌가.
그때 이차 포위망 무사들이 수평으로 병장기를 뻗어 백리사초를 공격했다.
그들 역시 고개를 조금 숙였는데, 삼차 포위망 무사들이 신형을 날려 다시 사방에서 백리사초를 공격했다.
쐐애액. 쐐액.
이 모든 공격이 전광석화처럼 이루어졌다. 백리사초는 사방에서 밀려드는 병장기들을 막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셈이었다.
매화방어막 안에서 싸움을 지켜보던 정씨부인과 백리혜가 놀란 표정으로 소리쳤다.
“조심하세요!”
“조심!”
그때였다.
가만히 있던 백리사초가 신형을 빠르게 회전하며 무명검을 휘둘렀다.
콰콰콰쾅.
엄청난 폭음과 함께 사방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정씨부인과 백리혜가 놀라서 보니 동정방 무사 전원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
그들은 모두 단전이 파괴되어 무공이 폐쇄되었다. 멀쩡한 사람은 동정방주와 총관 두 사람뿐이었다.
“어찌 이런 일이······.”
“이런 말도 안 되는······.”
동정방주와 총관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백리사초를 쳐다봤다.
그도 그럴 것이 동정방 무사 개개인의 무공은 그다지 강하지 않지만, 동정무적진만큼은 어떤 고수라도 상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괜히 두 사람이 악양 무림 패권의 일부를 노리는 것이 아니었다.
사실 이 동정무적진은 동정방주가 삼 년 전 우연히 산속에서 얻은 상고 진법이었다.
비 오는 날 산길을 걷고 있던 그의 옆에 있던 돌탑이 벼락을 맞고 무너졌고, 진법서는 그 안에서 발견되었다.
이후 그는 악양 패권을 노리고 수하들에게 진법을 연마하게 한 것이었다.
그리고 오늘 마침내 첫 실전에 들어갔었는데, 불행하게도 그 상대가 백리사초였다.
‘개개인의 무공이 강했더라면 내가 당할뻔했다. 운이 좋았다 하겠군.’
백리사초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펼친 것은 삼재일통으로, 원래는 동정방 무사들을 몰살시킬 생각이었다.
하지만 상대의 진법이 의외로 강해 겨우 놈들의 무공을 폐쇄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무림인에게 무공 폐쇄는 죽음보다 못한 것이라 더는 손을 쓸 생각이 없었다.
다만 방주와 총관은 예외였다.
“그대들에게 기회를 주겠다. 나의 일장을 피한다면 더는 쫓지 않겠다.”
백리사초가 말을 마친 후 삼재장을 날렸다.
쏴아아.
동정방주와 총관이 이를 악물고 장력으로 맞받아쳤다.
다행히 두 사람 모두 장법이 장기였다.
결과는 참혹했다.
꽝 하는 폭음과 함께 동정방주와 총관의 몸이 터지며 즉사한 것이었다.
“이제 갑시다.”
백리사초가 정씨부인과 백리혜 두 사람을 무형의 기로 묶은 후 경공을 펼쳐 동정방 총단을 떠났다.
휙휙.